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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글이야. 지난 글에서 영어가 어떤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체계를 갖추게 되었는지 간단히 설명했어. 사실 첫 글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은 이미 검색만 해봐도 수두룩한 것들이라 나 좀 바빠 하는 분들은 이번 글만 읽어도 돼. 그럼 겸사겸사 지난 글을 요약해 볼게.


초기 영어는 독일어 계통의 언어였고 한국어처럼 풍부한 조사와 격변화 등을 가져서 어순도 자유로운 편이었어. 그러다 11세기 중반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노르만족의 침략과 지배로 당시 왕실을 포함한 모든 지배계층이 프랑스어를 사용하게 돼. 덕분에 영어는 하층민의 언어로 전락한 채 3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갔어.


언어의 통일성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통신. 교통. 출판-중 어느 것 하나 갖춰지지 못했던 시대라 꽤 복잡한 언어였던 영어는 매우 단순한 구조로 변화돼. 각 단어의 품사나 역할을 이해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던 어미가 사라지면서 다른 대체 수단이 필요했고 이 역할을 어순이 대신하게 돼. 어순의 고정(S V O)과 사라진 어미의 역할을 대신하는 기능어(전치사)가 발달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배우는 현대 영어의 틀이 완성된 거야.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쯤에서 슬슬 이런 생각들이 들거야. 그래서 뭐? 이걸 안다고 어떻게 영어가 쉬워진다는 거야? ...라는 성급한 생각은 멈추고 조금 더 읽어봐. 님 영어 공부에 도움이 꽤 될 정보니까. 영어의 어순이 고정되는 방식을 다시 한번 봐줘. 어순이 자유로웠던 옛날 영어에선 S V O 와 S O V 순서가 비슷한 비율로 사용됐었다고 했잖아?


어순이 한 쪽으로 고정되는 건 너무 당연한 흐름이었겠지만 그게 왜 하필 우리말 어순과 같은 S O V -"나는 당신을 사랑해." 가 아닌 S V O-"나는 사랑해 당신을."의 순서였을까? 어미가 없는 상태로 단어들이 떠다니는 걸 막으려면 어순 고정은 너무 당연한 방법이야. 그런데 그게 왜 하필 S V O 순이냐는 거지. 어차피 5:5 라면 확률 문제나 당시 좀 더 강한 세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어순을 선호했다 라고 볼 수도 있어.


두 개의 어순이 공존했던 고대 영어에서조차 주절에선 우리말 어순과 같은 S O V순을 선호했거든. 사실 언어가 변해가는 과정은 너무 복잡하고 많은 요인들에 의해 이뤄지므로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그러나 우린 가장 큰 하나의 동력원을 찾아야 해. 그게 영어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거든. 아래 그림을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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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인지 쉽게 이해될 거야. 이제 그 아래에 '그림 순서대로' 각각의 영어단어를 붙여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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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단어를 그림순서대로 붙여 놨더니 문장이 됐지? 신기하지 않아? 신기해 해야 돼. 이 짧은 문장과 그림순서의 일치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너희님들의 생각보다 훨씬 큰 거거든.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영어가 어떤 언어인지 말해볼게.




영어=그림언어


언어 또는, 문자는 어떤 식으로 발전, 변화할까? 일반적으로 모든 언어(문자)는 단순한 구조에서 복잡한 구조로 변화하게 돼 있어. 문명이 발달하고 늘어난 인구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당연히 언어, 그리고 그 언어를 기록하는데 쓰는 문자체계는 정교해질 수밖에 없지. 필자 개인적으론 그래서 한국어가 영어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발달된 언어라고 확신해.


언어학자들 사이에서도 한국어 같은 교착어가 짱이란 사람들도 있고, 영어나 중국어처럼 정보전달이 상대적으로 간단한 고립어(분석어)가 짱이다라는 사람들도 있어. 아무래도 자기 언어의 장점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생각하다 보니까 그렇겠지. (문자체계 말고 언어의 수준을 말하는 거야. 문자체계만 따지면 '한글 is the best'인 건 나도 너도 잭도 수잔도 기무라도 다 알지)


언어가 정교해지면서 생기는 게 어미(조사)야. 1편에서 밝혔듯이 영어도 그런 조사류가 발전한 적 있었고. 이게 다 언제 없어졌지? 그래. 프랑스의 지배기간 동안이야. 식자층들이 그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복잡했던 언어구조가 간략화 된 거잖아. 이 시기 동안 영어는 버려졌고, 일정부분 초기언어 수준까지 퇴보했다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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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처럼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던 언어 체계가 300년 가까운 방치로 다시 일정수준 하락한 거지. 그리고 이런 원시언어로의 회귀가 현대 영어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발견돼. 남의 나라말, 그것도 거의 국제언어의 지위를 가지는 언어를 원시성 어쩌구 하면 듣는 원어민들 또는 뼛속까지 친미 성향인 전직 대통령, 그 분들 형동생들이 화낼 거 같으니까 이걸 다른말로 표현해 볼게.


영어는 그림언어야. 정말 그림과 글 사이 어딘가에 놓인 독특한 언어야. 여기서부터 출발해 현대영어의 문법과 어휘와 어순이 만들어졌다고 난 확신해. 지금부터 어순, 문법 그리고 어휘에서 영어가 갖는 그림언어의 특성을 조금씩 보여줄게. 끝까지 잘 읽으면 영어가 다르게 보일거야.




어순 속의 그림


위 그림에서 본 것처럼 영어의 기본 어순을 결정하는 원리는 다름 아닌 그림 순서야. 사실 이건 내가 혼자 주장하는 게 아니야. 이미 여러 언어학자들이나 국내의 영어 교육하는 분들이 꽤 오래전부터 알려왔던 내용이지. 영어 어순이 그림 그리는 순서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영어와 우리말과 그림, 세 가지를 대조해 몇 개 보여줄게. 잘 살펴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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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부터 그의 동작, 그리고 목적어, 그리고 화살표(to), 그리고 여자까지 순서를 잘 봐. 우리말 해석은 이해하는 데만 쓰고 영어의 어순이 얼마나 그림순서와 완벽하게 일치하는지만 살펴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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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위 문장처럼 하나하나 그림순서와 영어 어순의 일치함을 읽어봐. 참고로 어딘가로부터 나오는 이미지의 전치사가 바로 from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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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형식 문장이라고 하는 수여동사가 사용된 문장이야. 역시 그림과 어순이 일치하고 있지?




정리할께


'Grammar'가 문법이잖아? '문법'과 'grammar' 두 단어가 사실 언어를 받아들이는 동서양의 태도의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야. 문법은 법이잖아. 어기면 큰일나고 잡혀가고. 집시법 알지? 얼마나 무서워. 하지만 'grammar'는 그런 무거운 뜻이 아냐. 'Gram'이란 접두어는 글, 그림 모두를 의미하고 'mar'는 그리스어에서 온 접미사의 변형 형태야.


우리말로 적절히 번역하면 "그림(글) 그리는 기술" 정도의 의미에서 온 말이야. 참고로 여기서도 우리말이 더 세분화 된 걸 알 수 있어. 영어는 'gram'이란 한 단어가 우리말에선 글, 그림으로 나눠졌거든(실제로 글이란 단어의 고어인 글월과 그림은 어원이 같아).


여기까지 정리해 볼게. 영어는 복잡한 수준까지 발전하다가 일정 부분 해체된 언어야. 그래서 어순, 어휘, 문법 곳곳에 그림언어의 흔적들이 가득해. 여기까지 잘 읽었다면 님들도 이제 조금 영어가 달라보일 거야. 기본은 단순해. 그림순서대로 어휘를 조립하는 것! 내가 얼치기같은 소리 한다고 생각할까봐 다시 말하는데 필자는 중딩 특목 고딩 수능 재종까지 꽤 오래 영어를 가르쳐 왔어. (최근엔 책도 냈다고)


내 말 믿어도 좋아. 그런데 말야. 이런 식이라면 영어 배우기가 꽤 쉬워야 정상이잖아? 우리가 그림 그리는 순서대로 단어만 읽을 줄 알면 영어 해석이 술술 되고 곧 원어민의 대화나 영화 속 대사가 들리고 머지 않아 말도 곧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실제론 아니지? 왜 그럴까?


현대 영어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유독 우리 한국인을 괴롭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몇 가지 있어. 글 읽는 님들중에도 영어가 껌 마냥 입에 쫙쫙 붙어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해도해도 답이 안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다음 글에선(아마 마지막이겠지...) 영어를 하고 싶은데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님들에게, 조금 더 수월하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해 줄 계획이야. 물론 책 광고 한 번 더... 는 안 할게, 그런 거 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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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이번 글에서도 뭔가 아하~ 가 없다면, 꼭 내 글을 천천히 다시 읽어줘. 이건 책 광고를 떠나서 내 주변사람들을 포함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영어를 힘들어하는 게 안타까워 하는 말이야.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 그리고 사실, 책 광고 한적도 없구. 그럼 이만.






지난 기사


영어 어순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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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