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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2층 골조가 올라갈 차례입니다만, 먼저 구조재에 대해 잠깐 알고 가겠습니다.


제가 계속 ‘나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확한 명칭이 아닙니다. ‘구조재’라는 이름이 따로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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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구조재입니다. 뾰족한 나뭇잎을 특징으로 하는 침엽수재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원주택에는 구조재 뿐 아니라 판상재, 방부목 등이 사용됩니다)


구조재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시공이 간편하고 다루기 쉽다

- 가볍고 튼튼한 비강도가 높다

- 비교적 구조적 변형이 적다

- 건조시킬 때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저렴하다


골조에 따라 ‘공칭 규격’이 있습니다. 숫자는 나무의 사이즈로, 흔히 쓰는 ‘인치’로 환산하면 됩니다.


2x4 , 2x6  - 스터드, 플레이트

2x8 , 2x10 - 장선, 서까래, 헤더

2x12 - 노출보, 헤더

(숫자에 2.54를 곱하면 cm 값이 나온다. 보통 목수는 인치와 cm가 동시에 적혀 있는 줄자와 도구를 사용함)


나무가 얇을 경우 하중이 덜 받는 곳에 쓰이고, 나무가 두꺼우면 그만큼 힘을 받을 수 있는 지붕이나 바닥 장선에 쓰입니다. 나무의 두께는 설계 단계에서 결정되나 현장에서 보강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는 벽체에는 2x6 구조재를, 바닥 장선 엔 2x8~2x10, 지붕에는 2x10~2x12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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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튼튼한 골조를 원한다면 구조설계를 통해 보강할 수 있습니다. 비용이 상승하긴 하지만, 튼튼한 집을 위해 투자하고 싶으신 분들은 구조설계 전문 건축사에게 상담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1층 골조를 마무리하다


튼튼한 집을 만드는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목수팀입니다. 목수의 실력에 따라서 경량목구조의 성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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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올라가는 골조. 이제 2층이 올라갈 차례다.


설계 단계에서 나무 양을 잘 계산해야 자투리가 남지 않습니다. 자투리는 모두 손실로 이어지겠죠?


슬라이딩 쏘(Sliding Saw)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원형 전기톱이 ‘지이잉’ 소리를 내며 수없이 나무를 자르고, 목수들은 네일 건으로 끊임없이 못을 쏘다 보면, 벽체가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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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진행될수록 뚜렷해지는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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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의 파노라마 사진. 옆의 필지에는 주차장 박스가 시공되고 있다. 


1층 작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저희 집은 2층에 다락이 있는 구조라 집을 짓는 기간에도 확확 바뀌는 중이네요.



2층을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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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가 완성되었을 때 만들었던 3D도안. 실제 모습과 90% 정도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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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입구. 자칫 단순해질까 가장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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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2개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이쪽은 작은 마당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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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서 본 큰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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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테라스에서 보는 전경. 3D보다 실제가 더 멋지다. 어쩌면 2층 테라스를 위해 집을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2층집은 견적도 비쌀까요?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견적 받는 곳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1층만 하는 것과) 많이 차이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2층집 짓기를 소원하시는 분들은 한 번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설계를 할 때 꼭 1층, 2층을 나눌 필요도 없습니다. 1층. 1.5층, 2층, 2.5층 등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견적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처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자재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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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장님과 협의 후 좋은 나무를 쓰기로 했다. 옹이가 없고 엣지가 살아 있는 나무들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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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깔끔한 현장을 유지하는가’도 중요하다. 무엇을 하던 청소가 기본. 


2층집은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집입니다. 저희 부부에겐 아직 아이가 없지만 아이가 생길 것을 대비해 설계했습니다. 집이 올라가는 동안 행복한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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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장선. 
아파트에 비해선 적을 테지만 층간소음이 걱정된다면 시공사 측에 소음방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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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 위에 합판이 보인다. 집의 바닥이 될 부분이다. 


어떤 분들은 집을 짓는데 너무 많은 예산이 들 것이라 생각하시지만(저희 부부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양평 혹은 수도권 지역에서도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땅을 살 수 있습니다. 필지에 따라서 1억 대로 땅은 물론 집까지 짓는 분들도 있습니다.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얼마든지 서울 전세가보다 저렴한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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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조에 대한 감리는 따로 이뤄지기 때문에 건축주는 맡기기만 하면 된다(감리가 필수는 아니지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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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올라갈 수 없지만, 며칠 뒤엔 2층에서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집을 짓다보면 처음 겪는 일이 많아 피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힘든 일을 겪는 만큼 보상도 크게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어쩜 집짓기는 우리의 미래를 가늠하고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추억을 안겨주는 지도 모르지요.



골조가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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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나무를 사용하면 그만큼 골조도 예쁘다.


나무 집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골조가 올라가는 것을 보니 여태 했던 걱정들을 다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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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들이 골조를 세우는 스피드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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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조 옆에 덧대는 OSD합판.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견딜 수 있도록 허가된 외장용 제품. 


골조만 보이던 때가 집이 가장 예뻤던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귀여운 때가 아동 시절이라면, 목구조 집 역시 골조가 갖춰졌을 때가 가장 예쁘지 않을까 합니다. 집이 완성이 되면 될수록 위엄을 갖춰나가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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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골조만 세워져있지만 곧 아래처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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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3D도안. 집이 어떤 모양으로 지어질 지 짐작할 수 있다.


2층까지 올라간 구조를 보면서 아내와 석양을 맞이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쭉쭉 잘 뻗어준 골조에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골조가 없을 때는 기초 너비만 보고 집이 왜 이렇게 작은지 새삼 걱정했지만, 골조가 올라간 걸 보니 설계대로 평수가 나오는 것 같아 기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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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다는 것은 인생을 닮아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던 과정 없는 완성은 없습니다. 집은 과정을 치르고 나면 얻을 수 있는 정직한 예술작품입니다. 물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발생해서 계획처럼 진행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면 따듯하고 든든한 집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한 번에 보는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




양평김한량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