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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1. 28. 화요일

Athom






                   


“그녀를 위한 식탁”은


알고나 먹자 <요리 편>의 부제입니다.



지난 기사


[그녀를 위한 식탁 <1> 크리스마스 파뤼]

[그녀를 위한 식탁 <2> 닭죽과 생치침채]





알고나 먹자 <식재료 편> 바로가기










2013년 8월 21일은 무더웠다. 영업을 핑계로 사무실을 나와 몇몇 협회 사무실과 연구소를 돌아봤지만 그 더위에 영업사원의 발걸음이 반가울 리 없을 것은 분명했다.


“안녕하세요. 인쇄소에서 나왔습니다. 인쇄물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복사, 제본, 인쇄, 포스터, 카탈로그, 팸플릿, 리플릿, 현수막, 논문 등과 함께 내 연락처가 적혀있는 플라스틱 잣대를 하나씩 나눠주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잣대를 건네는 나도 그것을 받아드는 그들도 ‘이 더위에 뭐하나’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리라.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니다 싶어 한옥마을 천변으로 차를 몰았다. 천변에 차를 세우고 차에 걸려있는 달력을 가만 보니 백중이었다. 백중.


‘백중에는 일하는 머슴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주며 휴식을 취하게 했다는데...’


차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향했다. 음료수 하나 마실까 하는 생각에 들렀는데 백중이란 말이 머리에 맴돌아 캔 맥주 여섯 개들이 한 묶음을 사들고 버드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고기는 못 먹더라도 술은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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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천변 버드나무는 기다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듯 뜨거운 열품에 살그락거리고 있었다. 무더운 열풍이 버드나무 아래까지 훅 불어왔지만 그늘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그 열풍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시원하게 느껴졌다. 버드나무 그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캔 맥주 두세 개쯤 마시니 취기가 올라와 오늘 일은 그만 작파하고 여기 앉아 해가 질 때까지 빈둥거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오고 간다.


비라도 쏟아진다면 뛰어서라도 그 비를 피하겠지만 쨍쨍한 햇살이 쏟아지니 뛰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겠다며 찡그린 사람들의 표정이 그늘 밖의 무더위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별한 목적 없이 전주로 휴가를 온 사람들처럼 보였는데 이런 더위라면 그늘에 앉아 ‘휴가’를 보내면 좋으련만 이 더위를 견디며 발품을 파나 싶은, 한량스러운 생각도 더해졌다.


캔 맥주를 마시며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데 멀리서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를 뚜벅뚜벅 걸어 내 쪽으로 다가오는 여자가 보였다.


짧은 반바지


워커


나풀거리는 린넨 남방


커다란 가방을 메고 내리쬐는 해를 온몸으로 맞으며 죽기 직전의 지렁이처럼 겨우겨우 땅을 보며 걷고 있었다. 고행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내 앞을 지나가는데 고개를 숙여 얼굴은 잘 보이지 않고 뽀얀 허벅지만 눈에 들어왔다. 밖에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을 것 같이 하얀 허벅지가 휴가 중임을 말해주는 듯 했다. 그녀도 다른 여행자들처럼 나를 스쳐 지나는 줄 알았다. 나는 허벅지에 눈이 꽂혀 멍하니 그것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 허벅지가 다시 가까워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벌써 내가 자신의 허벅지를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나를 흘깃 바라보며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는 둔탁한 소리가 경고임을 느낄 수 있었다.


‘씨봥 변태 새꺄. 내 허벅지 한 번만 더 쳐다보면 이 가방으로 니 대가리를 작살낼테닷’


뭐 특별히 죄지은 것도 없긴 하지만 어쩐지 죄를 지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그래서 엉덩이를 조금 미뤄 그녀에게 그늘을 조금 양보했지만 그딴 호의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는 듯 그늘 끝자락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만 있었다.



“더워요. 시원하게 그늘로 들어와요.”



‘참... 변태새끼 가지가지 한다’ 싶은 표정으로 겨우 똥씹은 썩소를 날리며 괜찮다고만 말했지만 그 썩소마저 ‘괜찮네’ 싶은 생각이 들어 한마디 더 건넸다.



“아. 일루 와요. 맥주도 한 캔 마시고...”



손을 뻗어 맥주 한 캔을 건네며 여러 번 말하자 마지못해 그것을 받아 들며 그늘로 들어왔다. 이것이 바로 가마우지의 물고기잡이 방법이던가. 흠흠;;



“휴가 왔어요?”


“네. 휴가 중이에요.”


“휴가가 아니라 무슨 고행을 하고 있는 사람 같아요.”



그녀는 내 말에 대답은 안하고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고만 있었다. 고개를 들어 맥주를 마시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엉겨 붙은 길고 하얀 목이 드러났다.


하악....;;


‘잡아먹을 듯 노려보더니 목마른 자에겐 역시 맥주군...’



“그러게요. 이런 고행일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어요. 고즈넉한 한옥마을에서 편안하게 휴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전주로 정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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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 ㅋㅋㅋㅋㅋ”


“왜. 그렇잖아요. 한옥마을 하면 어쩐지 그럴 것 같은... 여길 와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이미지에 속는다구요. 어디든 안 그럴려구요.”


“어디, 서울서 왔어요?”


“네. 서울에서 왔어요. 그른데... 아저씨도 휴가 중이세요?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뭐. 이를테면 휴가라면 휴가죠.”


“에이~ 복장이 휴가가 아닌데. 그런 회사원 복장을 하고 휴가 오는 사람이 어딨어요.”


“ㅋㅋㅋㅋ 글쵸.”


“혹시, 백수세요?”


“백수가 이 더위에 여길 왜 나와요. 방에서 뒹굴어야지. 땡땡이 치고 있어요.”


“올~ 전주는 땡땡이도 근사하네요. 버드나무 아래서 맥주 마시면서 땡땡이를 치신다.”


“여기 갠찮죠? 바람도 시원하고...”


“갠찮죠. 여자 다리도 많고...”


“앗...ㅋㅋㅋㅋ;;;”


“그거 너무 그렇게 대놓고 보고 그러지 마요. 보아하니 아저씨는 아닌 것 같구만. 정말 아저씨 같단 말예요. 그냥 지나갈까 하다 너무 더워서 어쩔 수 없이 그늘로 들어오긴 했지만요, 많이 후져 보여요. 여자 다리 첨보는 것도 아닐 거면서.”



그녀의 이런 직설적인 태도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 꾸지람을 듣는 기분이랄까, 가식도 없고 독선도 없어 보이는 그 쿨함이 시원한 바람처럼 느껴졌다.



“한옥마을에 여자 다리 구경하러 왔겠어요. 어쩌다 눈에 띈 거지. 여자다리 구경하는 데는 따로 있어요. 대학가에 가면 청춘들이 한창인데.... 청춘 지난 지 10년은 더 돼 보이는 분이 까칠하기능.”


“참내. 대학가건 한옥마을이건 그런 눈은 후져 보이는 건 마찬가지 거등요. 어린애들보다 나이 먹은 여자가 변태의 눈동자를 식별하는 능력은 탁월하단 거 모르세요. 아저씨는 딱 써 있어요.”



나는 내 이마에 손을 짚어가며 말 했다.



“변/태?”


“하하하. 맞아요. 그렇게 써 있어요. 그나저나 회사에서 안 찾아요? 이렇게 술 마시고 들어가면 안 짤려요?”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알아요?”



그녀는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구라를 풀려고 저새끼가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무슨 말이든 지껄여 보라는 듯 무언으로 대꾸했다.



“오늘이 백중인데, 말하자면 전통적인 노동절인 거에요. 5월 1일은 억지로 만들어진 날이구. 머슴을 부렸던 지주들이 백중이 되면 개, 돼지도 잡아 먹이고 술도 마음껏 먹게 했대요. 일 하느라 고생했다고. 여름 내내 얼마나 고생을 했겠어요. 그 정도 회식은 해줘야지.”


“아... 그래서 지금 노동절을 보내고 계신다?”


“그렇죠. 악덕업주가 그런 거 챙겨줄 리 없으니 내가 알아서... 셀프백중 ㅋㅋㅋ”


“그런 노동절에 개, 돼지고기도 없이 맥주만 마셔서 어쩐다?”


“그쵸. 그래도 땡땡이치면서 시원하게 맥주 한 잔 마시는 것도 갠찮은 것 같아요. 바람도 시원하고 섹시한 허벅지로 안주도 삼고 크크크.”


“네~에. 좋으시겠습니다. 안주빨 그만 세우시고... 하~ 저런 안주는 갠찮다.”



그녀는 동고산성을 바라보며 맑게 웃더니 남은 맥주를 마저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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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산이 동고산성



“으~~~ 캬~! 전주 최고 명당은 여기군요. 역시 현지인들이 명당은 다들 차지하고 앉아 있다니깐.”



나는 남아있는 맥주 한 캔을 더 들이밀어 봤지만 그녀는 사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저 드시고 술 깨고 회사 들어가세요. 시원한 맥주 정말 고마웠어요. 낮술은 이 맛이죠.”


“오늘까지 전주에 계셔요?”


“내일까지 휴간데 어디 시원한 곳 찾아 들어가 쉬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그럼 오늘 저녁에 이 자리로 다시 나와 보세요. 여기서 저쪽 한벽루 쪽을 바라보면 백중달이 뜰 거에요. 그거 갠찮아요.”


“올~ 달.”


“네. 보름달요.”


“그때까지 여기 있으려구요?”


“아뇨. 크크크 회사 짤리기 싫으면 들어가 봐야죠.”


“무튼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달이라...”


“아! 글구. 잣대 필요하지 않으세요?”


“잣대요? 그 뭔가를 재는 잣대 말하는 거죠?”


“네. 그 잣대. 플라스틱 30센티미터 잣대요.”


“달하고 잣대하고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요?”


“음... 연관이 있을 수 있죠.”



나는 가방에서 영업용 잣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다.



“캬캬캬. 이게 뭐에요. 아... 아저씨 인쇄소에서 일하는구나. 이게 아저씨 번호?”



나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고개만 끄떡거렸다.



“영업도 다양하네요. 달을 보는데 별로 쓸모는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인쇄할 일 있으면 연락 드릴께요. ㅋㅋㅋㅋ”


“인쇄는 서울에서 하시고...ㅋㅋㅋ”


“무튼. 즐, 셀프백중 하세요.”



그녀는 무거운 가방을 등에 메고 골목을 돌아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뽀얀 허벅지를 유심히 바라봤다. 허벅지를 바라보니 머리카락이 엉겨 붙은 하얀 목줄기가 떠올랐다. 맥주 한 캔을 마저 들이켰다. 좋은 안주엔 술이 잘 넘어가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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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맥주 다섯 캔은 무리였던가? 아홉 시도 되지 않아 잠이 쏟아졌다.


밥 한술 뜨고, 차가운 물로 사워하고 버드나무 아래 바람이고 나발이고 역시 바람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만 한 것이 없다며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이건 뭐 수순이지 않나. 영업의 결과. 영업을 했으면 전화가 와야 마땅하지.



“아저씨. 달이 어딨어요?”


“낮에 안주빨 세운 그 산쪽에 없어요?”


“어... 없는데....”


“그 산 뒤편으로 떴을 꺼에요. 10분 안에 보이겠네.”


“10분.... 벌써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구요.”


“10분만 기다려 봐요.”



전화를 끊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와~ 아저씨 어디 멍석 깔고 앉아 있어요? 어케 그리 잘 알아?”


“우리집에서는 달이 보이니까 하는 소리죠. 아가씨 서 있는 왼쪽 대각선 5km 지점에서 제가 뒹굴거리고 있거등요. 여기선 아가씨 앞에 있는 산도 보이고 그 뒤에 뜬 달도 보입니다. 네. 쩝.”


“캬캬캬. 아저씨 완전 제대로 사기꾼 같다.”


“사기라뇨. 그 뭐냐. 피타고라스... 음... 그걸... 무튼, 과학적으로다가. 그런 거죠.”


“5km 라구요?”


“음... 그 쯤 되죠.”


“가깝네. 낮에 그 자리에서 달 기다리면서 맥주 마시고 있었어요. 멀면 그런데 가까우니까 낮에 얻어먹은 맥주 갚아 주께요. 일루 와 봐요.”



나는 그날 이후로 그녀가 부르면 무조건 튀어가는 것을 지상명령으로 삼고 살아간다. 여부가 있겠나. 음속까지 달릴 수 있는 벙어리를 몰고 버드나무 아래로 달려갔다.


평상에 앉아 무릎을 세우고 맥주를 홀짝거리며 달을 바라보는 그녀의 뽀얀 목과 허벅지가 반짝거렸다. 그 순간 한옥마을 주변의 가로등이란 가로등은 모조리 깨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교교하게 반짝이는 목과 허벅지가 달빛에만 빛날 수 있다면....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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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캔 맥주를 나눠 마시고 어둠이 깔린 한옥마을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막걸리집에 들어가 막걸리를 마시고 전일슈퍼에 들어가 4시까지 맥주를 마시고 또 새벽을 맞은 한옥마을을 걸어 아침을 맞이했다. 그녀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나보다 두 살이 많은, 결혼이 거래인지 사랑인지 모르겠는 혼란에 빠져 무작정 전주로 도망치듯 내달린 서울 사람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신상에 대해 묻지 않았다. 묻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보다 묻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의 신상을 알지 않아도 모든 대화에서 일치하는 것을 찾아냈고 서로의 관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즐거운 대화에서 호구조사는 불필요했다. 그녀는 20년 가까이 서울에 살았어도 서울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자였고 나는 전주라는 작은 도시에서도 견디지 못해 틈만 나면 어느 촌구석으로 처박힐까를 고민하던 사람이어선지 부적응과 탈주욕망이 묘하게 맞아 들었다. 또한 그러한 히꼬모리에 대해 갖는 측은지심이 서로를 긍정하게 만든 것으로 보였고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으려는 서로의 삶에 대한 태도를 확인하며 여태껏 상대해 왔던 사람들과는 다른 종류의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새벽을 맞은 한옥마을에서 그녀와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이 즐거워 사철가를 흥얼거렸고 그녀는 그 노래를 기분 좋게 들어 주었다.


우리는 손도 잡지 않고 밤새 걸었지만 수많은 대화로, 노래로, 눈빛으로 서로의 구석구석을 살펴 애무하고 있었다. 아니, 모르겠다. 그녀에게 그것을 묻지 않았으니 모를 일이지만 나는 분명 그러했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서로의 신상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묻지 않아서인지 이름마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본명을 아직까지 모른다.



“뭐라고 부를까요?”


“좋아하는 게 뭐에요?”


“영화 좋아해요.”


“영화요... 그럼 영화씨라고 불러요. 좋다. 그 이름.”


“음... 영화씨. 쫌 후지긴 한데 뭐... 그렇게 부르죠 뭐.”


“나는 뭐라고 부를까요?”


“본명은 호용이에요. 전호용. 아톰이라고도 불리고.”


“아톰보다는 호용씨가 좋네요. 아톰은 뭐에요?”


“딴지일보에서 아톰이라고 불려요. 영어로 에이/티/에이치/오/엠. 아톰.”


“딴지일보....”


“알아요? 딴지일보?”


“그... 김어준??”


“네. 김어준. 딴지일보.”


“김어준은 아는데 딴지일보는 몰라요.”


“무튼. 거기선 아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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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가 가까워오자 아침 해가 뜨겁게 내리쪼였다. 우리는 그녀가 숙소로 잡은 게스트하우스 앞까지 걸어가 그 자리에서 헤어졌다. 나는 내 손목에 걸려 있던 팔찌를 풀어 그녀의 손목에 걸어 주었다. 어떤 작업질의 화룡정점이라기 보단 그저 뭔가를 한 가지 주고 싶어서였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었다.



“종종 편지라도 나눠요. 메일주소 하나 알려주세요.”



나는 메모지에 메일 주소를 적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새 피곤할 법도 한데 각성제를 맞은 듯 하루 종일 정신이 말똥거렸다. 정신은 들어 있었지만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여러 가지 잡념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비포 선라이즈>스럽지만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 더 가까워보였다.


일주일쯤 지나 그녀에게서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밥 한 끼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 글 잘 읽었습니다.














Athom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