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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괌에 미사일 포위사격이란 걸 하겠다고 선언한 이래, 각 해외언론들은 북한 관련 기사로 1면을 채우고 있다. 이런 글은 원래 펜더님 같은(편집부 주: 펜더님은 현재, 업무로 인해 외쿡으로 출장 중이라 원고 독촉이 힘든 상황입니다. 전쟁나면 안 들어와야지롱, 하고 약 올렸다는 사실도 함께 전합니다)전문가가 써야 하는데, 안 쓰셔서 미천한 상경계졸업자인 내가 함 써본다.



1. 왜 하필 괌이냐

일단, 가깝다. 미국본토까지 미사일을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재진입 기술 등으로 아직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가까운 괌이라면,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 12형으로도 도달하는 게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틀렸다면, 밑에 독자분들이 알려주겠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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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쟁 리스크도 어느정도는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미국 본토를 대상으로 삼았다면, 훨씬 더 많은 국민들이 그 영향권 안에 포함될 것이고, 전쟁여론이 강하게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본토와 멀리 떨어진 괌의, 그것도 공해상을 타겟으로 삼는다면, 그 위험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발사가 삑사리 나더라도 그냥 인근 바다에 쳐박힐 확률이 높으니까.



2. 왜 지금이냐

일단,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었다. 오바마 정권은 그간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한을 의도적으로 무시해 왔다. 반면, 트럼프는 스스로 협상의 전문가임을 공언해 왔고, 김정은이랑도 기회가 되면 햄버거라도 같이 함 먹음서 얘기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바뀐 트럼프정권 하에서 협상을 해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어그로를 끄는 걸 수 있다.


타이밍도 여러가지로 맞아들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정권초이기 때문에, 북한과 협상 시에 걸 수 있는 판돈이 높다 (반대로, 레임덕에 빠진 정권이랑은 협상해 봤자 여력도 없고, 다음 정권서 계승된단 보장도 없다). 또한, 중동 IS문제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북한이 어그로를 끌었을 때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관심 역시 크다.



3. 북한이 원하는 게 뭐냐

일단 대전제로, 나는 북한을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있다. 이 기업의 지분 및 의결권은 100% 김정은 개인이 갖고 있다. 이 기업의 존재 목적은 최대한 많은 이익을 발생시켜서 주주, 즉 김정은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이 기업은 성과급을 받는 경영진인 노동당 간부들과, 노동자 일반 인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업의 주된 비지니스모델은 핵과 미사일 개발이다. 일반 기업이 오랫동안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화를 위해 설비투자를 하듯, 북한은 오랜동안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끝에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 제품을 만들었으니, 고객에게 제품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현금화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쳐야만 한다.



4. 북한의 업종은 무엇인가?

언뜻보기에 핵도 만들고 미사일도 만들어 내니 제조업인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비스업에 가깝다. 무기를 만들어서 수출하는 게 아니라 (팔지도 않겠지만, 미국이 이거 가져봐야 뭣에 쓰겠나), 이 무기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리스크를 통해 영업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받고, 미래에 다가올 리스크를 제거시켜 주지만, 얘덜은 지들이 억지로 리스크를 만들어서, 이걸 없애주는 대가로 돈을 벌려고 한다. 굳이 비교대상을 찾자면, 보호명목으로 삥뜯으려는 양아치랑 젤루 비슷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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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객은 누구인가?

주 구매처는 미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언론이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에 둔감한 것은, 워낙 오래 위협에 노출 돼서도 있지만, 우린 이미 북한에게 '잡은 토끼'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남한과 북한은 너무 가깝기에, 굳이 핵 미사일이 없이도, 장사정포만 쏴도 엄청난 인명피해와 천문학적 전쟁비용이 발생한다.


물론, 핵 같은 비대칭 전력이 있으면 비대칭 전력차를 극복하고 이길 확률 자체가 조금이라도 올라갈 순 있다. 하지만, 핵을 한반도에서 먼저 사용했다간 방사능 오염의 여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으로부터 핵 보복을 받을 게 거의 확실함으로,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 자체가 낮다.


굳이 핵이나 탄도미사일이 아니더라도, 전쟁 자체를 피해야만하는 남한에게 양아치 북한이 삥뜯어낼 방법은 이미 너무도 많다.


그런데도 부지런(?)하게도 북한이 3조나 되는 돈을 미사일 개발에 쏟아 부은 것은(국방부 추정치), 신제품을 개발해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탄도미사일이란 투사채를 통해, 인접한 일본, 러시아는 물론 미국본토까지 사정권에 두고, 핵탄두 경량화까지 성공하면, 이들 국가는 어쩔 수 없이 북한이 만든 리스크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다. 이 중 특히 미국이 중점적으로 언급되는 건, 털어먹을 게 젤 많기 때문이다. 돈도 많고, 제제도 풀어줄 수 있고, 바로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미국 하나랑만 쇼부를 잘 치면 한국, 일본은 알아서 따라오기 때문이다.



6. 한국은 그럼 머 상관 없냐?

미국이 고객이란 건, 정확히는 결정권자란 소리다. 바이어랄까. 북핵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예를 들어, 60조를 북한한테 주기로 했다고 쳐보자 (개발에 3조 들였으니, 이정도만 되도 20배 장사인 셈이다). 그 중 절반 이상은 아마 어떠한 형식으로든 남한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북핵 리스크가 없어지는 최대 수혜국인 데다가, 무엇보다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확률 자체가 내려가니(미국에게는 협상말고도 선제폭격이란 선택지가 있다), 전쟁 리스크 완화에 따른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전시작전권조차 미국에게 넘겨준 우리는 안보라는 서비스를 미국에다가 완전히 외주를 준 상태이다(당연히 미국이 슈퍼갑이기 때문에). 미국이 돈 내라 그러면 우리는 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7. 북미 협상이 있다 쳐보자. 그래서 북한은 뭘 요구할까?

일단, 북한은 크게 세 가지를 요구할 것 같다. 첫째, 김정은 체제 보장. 북한으로선, 미국이 북한에 절대 선제공격을 가하거나, 체제를 전복시키지 않을 것을 확실히 약속받고 싶을 것이다. 종전협상 및 합의선언등을 통해 일단 이 부분을 확실히 하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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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북한에 대한 각종제제 철회. 북한은 그간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왔다. 수입/수출 제한은 물론, 북한 기업들과의 금전거래 역시 국무부로부터 모니터링 받아왔다. 김정은으로선 이 부분이 답답했을 거고(캐비어도 어쩔수 없이 양식해서 먹는다 카더라), 반드시 미국이 이러한 제제를 풀어주길 요구할 것이다.


셋째,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만한 막대한 경제적 대가. 김정은 입장에서는 주업종인 핵과 미사일 사업부를 매각하는 셈이니, 인수대금을 확실히 받아야 이걸 시드머니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개방을 통해서 토지와 인력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임대업을 할 수도있고, 아니면 자기가 국영기업을 직접 만들어서 수익을 내는 자영업을 할 수도 있다) 자기 회사 직원들하고 회식도 할 수 있다. (간부들에겐 달러로 상여금 쏴주고, 인민들한텐 약속한대로 쌀밥에 고깃국 배급정도는 해줘야 면이 산다)



8. 협상의 어려운 점은 뭐냐?

일단, 협상당사자들이 서로를 믿을 수가 없단 게 젤 크다. 북한 입장에서는 리비아의 카다피 등이 몰락하는 걸 보면서, 독재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핵이 있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을 수 있다(핵은 전쟁의 비용을 천문학적으로 높이기 때문에, 전쟁 및 개입을 방지한다). 트럼프가 아무리 체제안정과 규제완화를 시행해도, 북한의 인권문제가 나아지지않는 한, 후임정권은 얼마든지 이를 명분으로 북한에 뒷통수를 칠 수 있으니까. 즉, 북한 입장에서는 생명줄 같은 핵을 스스로 내려놓기 매우 힘들 것이다.


미국은 더더욱 북한을 믿기 힘들다. 과거 클린턴 때 북한은 핵 포기를 조건으로 3조 +알파 (인공위성 등)을 받기로 해놓고 뒤로는 핵 개발을 계속해왔다. 뒷통수 맞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그간 양자회담을 회피해 왔다 (6자회담을 하면, 중국이 보는 앞에서 북한도 약속을 하는 거니까). 과연, 이번에 합의를 한들 미국이 북한을 신뢰할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으니, 합의가 성사되기 매우 어려운 것이다.



9. 니생각은 어떻니?

북한이 괌을 직접 언급까지 하면서 갈등 수위를 올리는 것은, 지금이 판매 적기라는 판단이 들어서인 것 같다. 오랫동안 연구해 온 탄도미사일의 기술력이 어느정도 완성단계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빨리 현금화를 하고싶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미사일 기술은 좀 더 정교해지겠지만, 북한이 Space X랑 경쟁할 게 아니라면, 앞으로 돈 버는 데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미국 본토 근처로 핵미사일을 날려 보낼수만 있으면 협상하기엔 족하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들어갈 개발비용의 가성비(Marginal Rate of Return)는 점점 떨어졌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미국도 더 이상 북한문제를 방치해 두긴 힘들 것이다. 입장을 확실히 정할 때가 점점 다가온다. 협상을 해서 돈을 주고 미사일 개발을 막을 것인가, 그 비용의 다섯 배가 들더라도 이를 막을 방어체계를 완전히 구축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그 비용의 열 배가 들더라도 이 기회에 북한을 확실히 밟아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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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비용상으로는 물론 북한한테 돈을 쥐어주는 게 그나마 싸게 먹힐 것 같다. 실제로 트럼프가 발언수위를 높이는 와중에도, 국무부장관 틸러슨은 대화만이 답이라는 코멘트를 했다. 순수 경제논리로만 따지면, 사실 이게 젤 합리적이다. 조만간의, 트럼프가 진짜로 김정은을 만날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북한이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점, 그리고 북한이 핵 미사일을 보유 시, 안보리스크는 필연적으로 올라간다는 점, 마지막으로 전쟁이란 건 대단히 우발적이고 때론 비이성적으로 전개된다는 것 때문에, 급변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여담으로, 김정은 본인은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거의 제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아니면, 기득권인 그가 이렇게까지 급격하고 대담하게 도발을 감행할 리가 없다. 또한, 그는 기차만을 고집하던 아비와 달리 비행기를 이용해 시찰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미국이든 남한이든 자기를 레이더로 뻔히 보면서도 해치지 않을 거란 걸 잘 아는 것 같다.



10. 마지막으로 대안은?

일단, 북한 – 미국간의 쇼부를 뒤로 미룰 수도 있다. 북한은 추가적인 핵 실험 및 미사일 실험을 멈추는 대신, 경제적인 지원 + 현재까지 보유한 기술 인정을 받을 수도 있다. 북한이 뒤에서 몰래 개발을 계속할 수도 있지만, 그건 차기정권의 몫으로 남겨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타결이 아닌 '협상 유예' 시나리오다.


둘째로, 미국이 북한은 건너띄고, 중국이랑 쇼부를 칠 경우다. 중국이 북한으로 가는 송유관을 완전히 잠근다면, 북한체제에 실질적인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이점 때문에, 북한은 러시아와의 최근 교역을 늘리고 있다). 미국이 남중국해를 걸든, 인도나 대만을 걸든, 중국이 원할만한 대가를 주고, 북한문제에 있어 중국의 전격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대화 없이 북한을 길들일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했을 때, 트럼프는 유엔 안보리에 상정해 봐야 별 효과도 없으니, 중국한테 바로가서 따져야 된다고 코멘트한 바 있다. 트럼프도 절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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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퐈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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