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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 몸이 불타는 고통


육진훤 씨는 밤이 무섭다. 어둠이 내리면 통증이 시작된다. 이제는 근육이 하나도 남지 않은 오른쪽 다리, 종아리 살이 지진  것처럼 덜덜덜덜 떨린다.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아침이 되어서야 다리 떨림도 어느 정도 잦아든다. 밤새 고통에 시달리며, 사람들 숙면에 방해될까봐 숨죽이며 고통을 목구멍으로 삭힌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밤을 꼬박 새우고 날이 밝은 아침 7시나 8시쯤이나 돼야 고통이 잦아들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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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다리 부상을 입었으나, 제 때 치료 받지 못해

CRPS로 확진돼 3년째 국군수도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육진훤(24) 씨


어두워지면 어두워진 대로, 날이 더워지면 더운 대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증상에 합병증이 더해지고, 날이 쌀쌀해지면, 쌀쌀해진 대로 병증이 만났다는 듯이 기승을 부린다. 11 12월이 되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걸린 환자들 입원도 하나, 늘어난다. 국군수도통합병원은 희귀성난치병인 CRPS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입원실 자리까지 모자라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르는 환자들이 병실 복도에서 자리 때까지 밤을 새야 판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줄여서 CRPS 바람결 같은 미세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난치병이다. 슬쩍 스치기만 해도 견딜 없는 고통을 느낀다. 옷이나 양말을 걸칠 수도 신을 수도 없다. 고통은 24시간 내내 지속된다. 의학계에서 통증을 시각화해 묘사한 통증척도 10 만점을 기준으로, CRPS 통증척도는 최고 지수인 10이다. 치통은 4.5, 출산 느끼는 고통이 7.5, 손발이 절단될 고통이 8~9 수치와 비교하면 10 가까운 CRPS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얼핏 짐작이 된다. 온몸이 불에 타는 고통과 맞먹는다고 한다.  


스물네 , 꽃다운 청춘, 아까운 시간 3년을 원인모를 고통에 멱살 잡힌 병원에서 보낸 것도 모자라, 매일, 매순간 환자인 자신에게 상식과는 거리가 다양한정서적 폭력 가하는 거대한 군병원 측과 국방부를 감당하는 일도, 이들과 거짓말 조금 보태 매일 같이 악다구니 해대는 부모님을 지켜보는 일도 진훤 씨에겐 견뎌내야 하는 다른 CRPS 합병증이다.


상관으로 같이 복무 CRPS 걸린 어린 동생 육진솔 씨 또한 진훤 씨보다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고통이 아주 조금 , 2015 5 이후의 삶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분당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에서 생활하는 진훤 씨와 파주 이모 집에서 최근 작은외할아버지댁으로 옮긴 동생 진솔 씨의 거취 장소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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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S 합병증으로 부종과 발열이 지속된 진훤 씨의 얼굴이 열꽃으로 뒤덮혔다




2. 엄살 피우지 말라


진훤 씨는 2014 11 10 군에 입대했다. 진훤 씨가 상병이던 2015 5 10 5 대기 다리 부상을 입었다. 그날 처음 진료를 고양 군병원응급실에서는 단순 타박상이라며 파스 달랑 붙여주고 돌려보냈다. 그날 진훤 씨는 밤새 못할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다시 생각만 해도 진저리 쳐지는 고통 속에 밤을 진훤 씨는 다음날인 11 오전 7 혼자 버스를 타고 고양 군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지만, 오후까지 진료를 없었다. 부모가 사실을 알고 병원 원무과, 군의관을 비롯 관계자들과 싸우고 여기저기 전화 통화를 돌리는 바탕 난리 치른 후에야 진료를 있었다.


진훤 씨는 자신의 아픈 다리는 살피지도 않고,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면서 "엄살 피우지 말고 부대에 가서 근무를 서라!"라고 말하던 군의관의 표정과 말이 지금도 또렷하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은 깊어만 가고, 발을 바닥에 디딜 수도 없었다. 제대로 두 발 짚고 걷는다는 상상조차 없었다. 아픈 다리는 색깔마저 시커멓게 변해갔다.


훈련을 받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과 코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진훤 씨의 동생 진솔 씨가 훈련소와 부대측의 무성의한 치료로 인해 CRPS 확진을 받은 며칠 터였다. 진훤 씨의 심각한 상태를 접하고, 불안감을 느낀 부모는 병원 측에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요구했지만, 환자가 많아서 통상 1~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불안감을 떨칠 없었던 부모가 대학병원 정밀진단을 받겠다는 요구를 했지만, 군의관은소견서나 진단서를 써달라고 해서 갖고 오라고만 했다. 사고가 순간부터 부대와 군병원, 군의관은 번도 곱게 환자나 부모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협조하지 않았다.


부모가 부대와 국방부, 육군본부에 전화해 지속적으로 민간병원진료를 요청한 끝에 진훤 씨가 가까스로 2시간 외출증을 끊어 부대근처 고양삼성정형외과에서 진료를 있었다. 병원측에서 당장 입원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후에야 MRI 찍을 있었다. MRI 찰영 CD 받아 인천의 민간병원에서 판독한 결과 단순 타박상이 아닌골절진단이 나왔다.


진훤 씨는 발목 깁스를 했고, 부대 생활관 생활을 하면서, 개인 휴가를 밖으로 치료를 다녔지만 좀처럼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생활관에서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외에는 거동이 불편했고, 식당까지 엄두를 내지 못해 동기들이 밥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어쩔 없이 밥도 굶었다. 동기들이 훈련 받으러 진훤 씨의 밥을 챙겨주지 못할 아픈 몸으로 밥까지 굶으며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결국, 고통이 나아지지 않았던 진훤 씨는 5 말경 CRPS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처음 부상부터 골절진단이 나올 때까지 3주가 지났고, 5 말경 부평 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서 CRPS 진단을 받을 때까지,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을 있었던골든타임 모두 놓쳐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진훤 씨의 부모가 부대측에 항의했지만, 사과 마디 돌아오지 않았고, ‘꾀병취급하며 겨우 파스 달랑 붙여 주었던 고양 군병원 군의관은 진훤씨는 물론 진훤 씨의 부모마저 피해버렸다.


먼저 CRPS 걸린 진훤 씨의 동생 진솔 씨의 상황과 어쩜 그리 똑같은지. 진솔 씨의 경험에서 각성한 군부대측과 군병원에서 진훤 씨라도 , 제대로 치료만 했었어도, 이렇게까지 심해지지 않았다는 진훤 씨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의들의 장탄식이다.




3. 강행된 훈련 


동생 진솔 씨는 2015 3 2 논산훈련소에 입대했다. 입대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3 12일에서 14 사이 훈련을 받다 돌부리에 넘어져 코뼈와 왼쪽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처음에는 훈련소 측에서 부모에게 진솔 씨를 입원시켜 치료를 마친 5~6 신병들과 다시 신병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그렇게 알고 있던 부모에게 뜬금없이 4 7 진솔 씨가 이튿날 신병훈련수료식을 한다는 문자가 날라 왔다. 부모는 진솔이의 다친 다리가 나아서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수료식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부모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솔 씨는 아픈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훈련을 받아, 다친 왼쪽 무릎 상태가 심각해진 상황이었다. 수료식에 참석한 부모가 진솔 씨의 다친 무릎을 살펴보니 엉덩이처럼 부어 있었고, 다리를 구부리지도 못했다. 이러한 진솔 씨의 상태는 무시된 훈련이 강행되었고, 마침내 수료식까지 마치고 강원도 화천 7사단으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진솔 씨가 자대 배치를 받고도 며칠이 지난 12 부모가 부대로 찾아 왔지만, GOP 교육을 받고 있어 만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중대장이 진솔 씨의 어머니 유선미 씨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한다는 소리가 순천 군병원으로 진료를 보낸다는 말이었다. 이후 진솔 씨도 부대측과 군병원과의 지난한 싸움 끝에 모든적기제대로 치료 놓치고서야, 민간병원 진료와 검사를 통해 CRPS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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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S 진단을 받고 상태가 심각해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진솔(23) 씨


그렇게 상관으로 연년생 형제 모두 군대에서 희귀성 난치 CRPS 걸렸고, 때부터 젊은 청춘들이 보통 사람은 상상도 없는 고통에 목이 졸린 죽음 보다 못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 동안 형제와 부모는 야만적인 병역문화를 만들어낸 군병원, 군부대, 나아가 국방부와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 위한부협정 체결, 개성공단 폐쇄, 20 국회의원 총선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촛불혁명, 박근혜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대한민국의 눈과 귀가 정신없이 터져 나오는 현안 속으로 빨려들었던, 지난 3 동안 형제들이 내지른 고통의 비명은 짖는 소리만도 못한 소음공해에 불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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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국수도병원에서 3년째 입원치료 중인 진훤 씨는 고통을 참을 만한 시간 대부분은 책을 읽으며 보낸다






편집장 주


이 기사는 오랜 기간 육진훤, 육진솔 형제를 취재한 

"헤르매스 아이"님과 협의 하에

국방부에서 해당 문제를 외면하지 않을 때까지 

 매주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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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매스 아이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