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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들, 또한 이전 기사들에 독자들이 올려주신 댓글을 보더라도 사장이라는 사람이 회사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기업을 외부에서 평가할 때는 사장을 정적인 어느 시점에 단면적으로만 보기에 사장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사장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 본 직원들의 평가가 더 정확할 때도 많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합니다.


처음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증을 만들 때, 성공을 다짐하고 다른 기업들과 다른 멋진 직장을 만들어보겠다는 사장의 순수한 열정도 변해 갑니다. 노동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기업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나는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존경받는 사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초보사장들은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고 이직해버린 직원에 대한 배신감, 권리는 끝없이 주장하면서 책임과 충성심은 나 몰라라 하는 주둥이로 일하는 직원들에게 상처받으며 변해 갑니다.


‘아! 이래서 선배 사장들은 카리스마를 세우고 독재를 구축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제 사장은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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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게 도착한 질문은 ‘사장이 회사에서 독자적인 권력을 가지려는 조짐과 거기에 따른 대처 방법’입니다. 상종하지 말아야 할 개또라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망나니거나 수십조 원의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후계자 사장이 아니라면 사장도 머리를 굴려 사내에서 권력투쟁을 합니다. 사내정치의 한가운데 바로 사장이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사장과의 권력투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도 답 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아 보겠습니다.



가. 사장이 권력에 집착하게 된 이유


좋은 형처럼 푸근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내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생각했던 사장이 변해갑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독선적인 태도와 말로 자주 꾸짖고 자신과 직원들은 클라스가 다르다는 식의 태도를 보입니다. 대화보다는 지시를 선호하고,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거치던 토론은 없어지고 사장의 독단에 의한 결정을 밀어 붙이기 시작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1) 내버려뒀더니 성과가 없다

사업 초창기의 어려운 시절을 거쳐 회사는 어느덧 규모도 커지고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것 같습니다. 열 명도 안 되는 직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해내던 일들인데 이제 업무분장도 되고 신입사원도 뽑을 수 있게 됐습니다. 시나브로 회사의 이름을 대면 아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직원들은 흐뭇하고 안도합니다. 이제 망할 일은 없겠네. 싶은 생각이 들지요. 하지만 사장은 다릅니다. 더 많은 급여, 더 많아진 인원, 충분히 일할 환경을 만들어줬으니 거기에 맞게 더 큰 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겐 휴식과 재정비가 필요한 시기지만 사장은 과거 열악한 환경에서도 해내던 일들을 이젠 손사래 치는 직원들이 나태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챙겨야 한다. 언제 지시한 일인데 직원들이 엉덩이에 깔고 앉아 버리는 일들이 많으니 이건 기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장은 이때 왕권 아니, 사장권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합니다.


(2) 사내정치의 희생양이 된 사장

기업에는 업무실적의 공과에 따라 인사고과를 받고 거기에 따라 진급과 급여가 결정되는 인사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누구나 빨리 진급하고 싶고 많은 연봉을 손에 쥐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일을 열심히 해서 이런 결과를 얻기 보단 사내정치를 통해 손쉽게 진급하고 빠르게 연봉을 높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사내정치를 합니다. 일하는 것보다 사실 쉽거든요. 이들이 사내정치에서 타깃으로 잡는 것은 사장입니다. 인사고과의 최종결정권자이며 심지어 시스템을 무시할 수도 있는 힘은 사장에게만 있습니다.


사내정치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사내 정치는 여러 가지 이유와 목적으로 발생합니다. 부서간의 경쟁, 업무효율을 위한 상호간의 유대, 마음 맞는 이들의 생존전략으로 말이죠. 모든 사내정치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사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목표를 정한 사내정치꾼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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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라는 이름이 마치 철인의 대명사처럼 느껴지지만 사장 또한 나약한 인간입니다. 되려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더하면 더했지 직원 못지않습니다. ‘코딱지만한 회사 운영하면서 지가 뭐 이재용인가?’라는 식으로 사장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멍청한 반골들이 있는 직장이라면, ‘충성은 개뿔, 난 모르겠고 얼른 칼퇴해서 친구들이랑 치맥이나 한 잔 하고 싶다.’며 오후 3시부터 시계만 들여다보는 월급도둑들이 가득한 직장이라면 이런 음흉한 사내정치꾼들에겐 땅 짚고 헤엄치기만큼 쉬운 게 사내정치입니다.


이들은 사장의 입속의 혀처럼 굴며, 다른 직원의 잘못을 밀고하고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충성심에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외롭고 상처 입은 사장과 함께 퇴근 후 술잔을 같이 기울이며 보듬습니다. 그리고 사장의 권위를 내세우라고 사장의 힘을 보여주라고 간언합니다. 사장은 이런 사내정치꾼의 충성에 감복하며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게 무슨 드라마 시나리오인가 싶지만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장님 중에 혹시 내가 지금 사내정치라는 폭풍의 핵이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이 있다면 공자와 그의 제자 자로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공자의 열혈제자였던 자로는 위나라에서 쿠데타에 연루되어 죽습니다. 그의 시체를 소금에 절여 저자에 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공자는 그 후로 젓갈을 밥상에 올리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사제간의 정이 참 두터웠는데요.


이런 자로가 공자의 제자가 되어 입문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공자가 이렇게 말했었다고 합니다. “네가 내 곁으로 온 후에 나를 비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구나.”, 요즘 말로 자로는 ‘공빠’다 보니 공자에게 험담을 하는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았기에 공자가 이런 태도를 타이르기 위해 했던 말입니다.


어쩌면 사장은 미움 받기 위해 있는 자리입니다. 직원들의 원성을 감내하고 당당하게 맞설 수 없는 사장이라면 그 자리는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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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는 언제까지 사장이고 싶다

기업의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사장이라는 자리는 마치 왕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피터 드러커의 저술들을 정리해 경영 입문서를 만든 우에다 아츠오는 ‘만인을 위한 제왕학’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낼 정도니까요.


왕들의 삐뚤어진 권력욕은 역사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왕이 될 아이가 태어났다고 아이들을 학살한 왕들, 우리 역사에서는 선조가 광해군에게 보였던 히스테리가 있죠. 사장들은 자신을 끌어 내리고 왕좌에 오를 경쟁자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데 끝나지 않고 견제합니다.


영화 ‘황후화’ 중 황제는 모반을 꾸민 왕자에게 “내가 너에게 주는 것만이 네 것이다. 너는 힘으로 내 것을 뺏을 수 없다.”라고 말하지요. 사장이라는 달콤한 왕좌에 고착된 사장들의 마음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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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사장들 중에는 자신의 성공과 기업의 성공을 따로 떼어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회사를 설립해준 주주들의 투자금과 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 정부의 지원은 잊어버리고 모든 것을 자신의 탁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회사가 성장하면서 사장은 무슨무슨 협회의 임원이 되고, 심사위원으로 초빙되고, 출판사에서는 자서전을 권합니다. 어느 순간 자부심을 넘어선 정신 상태로 넘어가고 이때 ‘나는 클라스가 다르다.’라는 자기 확신이 자리 잡습니다.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넌 거죠.

그러나 직원들의 평가는 다릅니다. ‘일은 안 하고 밖으로 놀러나 다니고, 저러다가 큰코다치지.’라는 생각으로 사장을 대하는 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이런 뿌루퉁한 직원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사장은 ‘이것들이 리스펙트(respect)가 없어. 그동안 내가 함께 섞여 잘해줘서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자신을 리스펙트하기 위한 권력을 강화해 나가죠.


나. 사장이 독자적인 권력을 가지려는 조짐


지금까지 사장이 왜 권력에 집착하고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는지 전지적 작가, 아니 컨설턴트 시점으로 알아봤습니다. 훈수 두는 사람이야 바둑판이 훤히 보이지만 막상 그 판에 돌을 놓는 사람의 입장은 다르죠. 사장이 독자적인 권력을 구축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조짐들을 놓치지 말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할 텐데요. 인과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이때 나타나는 조짐들은 이렇습니다.


(1) 사장의 시험

원래 사장이라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직원들을 시험합니다. 이 시험은 크게 두 가지인데, 긍정적인 시험은 직원이 얼마나 능력이 향상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부정적인 시험은 충성심에 대한 확인입니다. 물론 대부분 충성심 확인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사장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보는 것이라 부정적인 것이죠.


사장이 갑작스럽게 본인의 능력보다 높은 수준의 업무를 지시할 때, 새로운 사업을 지시할 때 사장은 직원을 시험해 보는 겁니다. 좋은 뜻으론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지만 나쁘게 쓰일 때는 새로운 인사를 영입하기 위한 과정으로 기존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니 능력 있는 인재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당위를 갖추기 위함입니다.


직원의 충성심을 확인하는 경우는 갑작스런 워크숍, 휴일특근 같은 ‘집합’입니다. 물론 전원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가능하면 나와라는 식의 단서로 페이크를 하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사장님의 부름에 응하지 않으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게 됩니다.


(2) 조직개편과 인원확충

사장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반대하는 기존 직원들의 업무를 뺏어 새로운 부서를 만들고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 갑니다. 나름 직원들의 신망을 얻는 관리자들을 강등시키거나 팀을 축소시키기도 하죠. 이때 오랜 시간 근무했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장은 이런 조직개편과 인원확충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위로 보이지 않게 조심합니다. 새로운 비전, 혁신 등의 말로 본인의 의도를 감추죠. 반면에 본인이 경고하고 싶었던 내부 인사들이 알아들을 정도의 은근한 경고는 드러나게 합니다.


(3) 회사를 자주 비우는 사장

예전과 달리 사장의 대외활동 비중이 높아지고 공공연히 외부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리를 비웁니다. 이때는 이미 내부에 자신의 권력이 공고히 구축된 상태입니다. 사장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사장의 충복이 모든 것을 해내리라는 믿음이 있거나, 그 정도는 아니라도 자신의 눈과 귀를 대신할 사람들을 충분히 심어놨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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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돈을 벌기 위해 우리 개개인은 경쟁하고 어떨 땐 도덕과 윤리, 정의 따위는 접어두고 극한의 투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이 전쟁터에서 혼자보다는 여럿이 낫습니다. 자영업이나 프리랜서보다는 회사로 경쟁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죠.


이렇게 만들어진 회사의 리더가 사장입니다. 이 사장이 제 정신이 아니라면 나와 우리가 위태로워집니다. 사장을 주시하십시오. 그리고 사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조종해야 합니다.


얼핏 보면 사장의 권력으로만 보이는 그 많은 결정권한들이 사실은 사장이 짊어져야 할 책임입니다. 대부분의 사장의 이 무거운 책임에 망가져갑니다. 시스템적으로 사장의 권한을 배분해야 합니다. 사원부터 중간관리자, 그리고 임원까지 책임의 범위가 정의되어야 하고 골고루 권한을 나눠가져야 합니다.


혹시 사장이 독자적인 권력을 구축하기 위한 조짐이 보인다면 그것은 사장이 못난 사람이어서 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시스템이 그 만큼 빈약하고 구성원들의 연대가 느슨하거나 끊어져 있는 것이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회사엔 관심도 없고 밖으로 나도는 사장, 무슨 말을 해도 들어먹지 않는 사장이라고 한숨만 쉬고 있다가는 회사가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우리 회사의 사장을 다시 한 번 살펴보세요. 사장을 고쳐야 한다면 그때는 사장을 고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시스템을 확립하고 정비해야 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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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용법 2 : 구직자의 회사 살펴보기

회사 사용법 3 : 사장(CEO)이라는 사람과 자리

회사 사용법 4 : 계륵 같은 사내정치

회사 사용법 5 : 퇴사, 직장을 떠나기 전 고려할 것들

회사 사용법 6 : 직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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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용법 번외 : 우리 회사는 제대로 된 회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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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지만, 누구나 경영을 잘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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