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여행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허합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누구보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누구보다도 돈이 없어 매번 슬픔을 삼키는 닝겐입니다.
다들 여행 계획을 세우셨는지요? 저도 올해는 특별한 계획을 세워봤습니다. 작년엔 구글어스로 전 세계 문화유산을 둘러봤었는데요, 올해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대항해시대3로 세계여행을 해볼까 합니다.
대항해시대, 한 번쯤은 해보셨는지요? 저는 어릴 적부터 즐겨했었는데요. 고전게임이지만 의외로 고증이 잘 된 작품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행을 하며 하도록 하고, 우선 국가를 선택해봅시다.
고를 수 있는 국가는 포르투갈, 에스파니아(스페인)입니다. 14~15세기 대항해시대를 이끌었던 주역들이죠. 저는 좀 더 쉬운 여행을 위해 포르투갈을 선택했습니다.
리스본입니다. 포르투갈의 수도이지요.
실제로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대항해시대라 불리던 15세기, 포르투갈은 유럽의 변방이라 불렸습니다. 지리적 조건이 별로 좋지 않은 데다가 농사를 짓기에도 척박한 땅이었기 때문이지요. 자연스레 포르투갈은 상업 스텟에 몰빵하기 시작합니다.
상인 세력의 힘이 강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벌어진 왕위계승 전쟁에서도 전통적 귀족 세력인 카스티야가 패배하고, 상인의 후원을 받은 아비스 왕조가 들어설 정도였다고 하니, 힘이 상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왕권을 잡은 아비스 왕조는 당연히 상인을 위한 정책을 펼치게 되고, 상인 세력의 힘은 더욱 강력해 졌습니다.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항해시대는 도서관 또한 유적을 통해 힌트를 얻고, 힌트로 스폰서와 계약을 맺고, 다시 발견을 해나가는 게임입니다. 우선 초반이라 돈이 없으니, 주변을 탐문해 보았습니다.
제로니모 수도원 발견!
제로니모 수도원의 실제 모습
제로니모 수도원은 세계문화유산인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있는 건축물입니다. 유럽의 매장 풍습에 따라 교회 내에 납골당이 존재하는데, 그 유명한 바스코 다 가마와 그를 후원한 행운왕 마누엘 1세가 여기에 잠들어 있다고 합니다. 포르투갈의 전성기라 불리던 대항해시대를 이끌었던 스타들이 매장돼 있는 셈이죠.
물론 수도원의 완공 시기는 게임 시작인 1480년보다 한참 후인, 1601년이지만, 게임 편의상 그냥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 이제 도서관에 가보도록 합시다.
도서관에서는 이렇게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지요. 힌트를 얻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ex. 플레이어가 보유한 특기 - 언어, 과학, 역사학 등 - 가 일정 레벨에 도달 또는 선행 발견물 발견 또는 일정 년도 도달).
책은 색깔별로 구분돼있는데, 파란색(힌트 획득 가능), 빨간색(획득 불가), 녹색(이미 발견)과 읽지 못하는 서적으로 나눠집니다.
일단 몇 권 읽어보겠습니다.
위에서부터 실러캔스 / 악어 / 하마입니다.
게임 내 그림은 중세시대 당시 동물에 대한 상상도를 그대로 옮겨놨습니다. 아프리카 남단에서 찾을 수 있는 녀석들이군요. 당장 녀석들을 때려잡으러 여행을 떠나볼까요?! 라고 하고 싶지만, 가지고 있는 돈이 없습니다. ㅠㅠ
어쩔 수 없이 후원해줄 귀족이나 상단, 교회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크게 지르고 보는 게 장땡 아니겠습니까? 우선 과감하게 왕궁을 찾아가 봅니다.
상 조르즈 성입니다. 리스본의 일곱 언덕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 합니다. 서울로 치면 남산타워 정도 된다고 할까요. 위에 오르면 리스본 전경이 다 보인다고 하네요.
상 조르즈 성에서 바라본 리스본 전경
이제 국왕을 만나러 가봅니다.
역시 국왕다운 성깔
허생전에서는 막 그냥 돈도 내주고 그러던데, 역시 구라였습니다. 대항해시대의 스폰서는 일정 명성에 도달해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명성이 없으니 쫒가낸다고 하지만 기분이 더러운 건 어쩔 수 없군요. 후후.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가봅시다.
파브리스 데 페레로입니다. 대항해시대 시리즈 최고의 명작인 대항해시대2의 주인공 조안 페레로의 조부이자 대항해시대 1의 주인공 레온 페레로의 아버지입니다.
설득 완료!
우선 대항해시대3 초반에 가장 발견하기 쉽다는 사마귀 멧돼지로 설득해보겠습니다.
네! 꼭 하고 싶습니다!
초반에 명성이 부족하거나, 후원자의 취향이 맞지 않으면 저렇게 재차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일단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니, 급한 대로 계약을 해보았습니다.
전체 액수의 절반을 선금으로 받고, 발견물을 보고하면 잔금을 치뤄준다고 합니다. 4년이 저에게는 너무 길고, 급전이 급하니, 저는 교섭으로 금액을 늘려보았습니다. 기간은 2년으로 줄고, 돈이 쪼오오오끔 올랐습니다.
앞으로 후원자들과 계약하게 되면 보게 될 클론 감찰관 아저씨입니다. 이 아저씨가 계속 따라 다닙니다. 이상한 상상은 금물
우선 빌린 배를 받으러 가보겠습니다.
이렇게 항구로 나가면 배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자 그럼 어떤 배인지 배 종류를 한번 볼까요?
처음 받는 배는 카라벨입니다. 15세기 이베리아 반도 일대에서 가장 많이 쓰이던 뱁니다. 카라벨의 배수량은 100톤~150톤인데, 지금으로치면 한강 유람선 수준의 배입니다.
실제 카라벨의 모습
이런 배에 20명 넘는 선원이 바람에 의존해 장거리 항해를 하는 건, 사실 목숨을 거는 일이죠. 게임에서는 나름 로망으로 포장되지만, 현실에서는.. (이하 생략).
무엇보다 식량이 관건인데, 보관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였으니 장거리 항해는 굉장히 위험한 짓(?)이었습니다. 통조림도 없었으니 쉽비스킷이라 불리는 거대한 건빵과 말린 육포 정도가 전부였죠. 물은 통나무로 만든 통에 담아갔는데, 물이 오래되면 썩고, 비스킷은 쥐들이 갉아먹는 등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하네요.
아참, 쉽비스킷은 거대 건빵이라 부르기 조금 애매한데,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건빵
남북전쟁에서 육군에서 사용하였다는 건빵
쉽비스킷은 건빵보다는 어마무시하게 크고 단단해서, 던진 쉽비스킷에 맞아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죠. 영국 해군은 이 건빵과 염장 고기를 섞어 랍스카우스라는 요리를 해먹었다고 하는데, 맛은 상상에 맞기도록 하겠습니다(영국 요리라고 하니 더이상의 설명은..). 따지자면 이탈리아 리조또의 조상님 정도 되는 요리라고 합니다.
여튼, 이렇게 세계여행을 떠나기 위해 계약을 채결하고 배도 빌렸으니, 이제 본격적은 항해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다음편에서 계속..
영혼시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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