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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집을 만들어주는 조건


전원주택의 단열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분명 이전엔 단열 문제가 있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서 건축법이 턱없이 느슨했으며, 한겨울엔 한파, 한여름엔 폭염이 이어지는 기후를 이겨내기엔 우리나라의 단열 기법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전에 비해 단열 등급과 기법이 몇 배는 좋아졌습니다. 건축주들이 불안할 정도로 단열재의 성능이 낮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능이 높아져서 아파트에 비해서 연료값이 덜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단열재 성능이 올라갔다고 해서 전부는 아닙니다. 시공을 잘못하면 단열성능에 미달하는 집이 됩니다)



1) 창호


단열을 위해선 단열재뿐만 아니라 창호 역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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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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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가 20개를 넘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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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는 시공과정이 중요하므로 기밀이 잘될 수 있도록 실링처리가 되어야 한다. 


좋은 창호를 고르기 위해서는 먼저 '왜 좋은 창호가 필요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일단 창호는 밖을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때 좋은 창호를 사용하면 탁 트인 시야뿐만 아니라 단열성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반면 창호의 기밀성이 떨어지고 유리가 얇아 냉기가 침투할 경우 집이 추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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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 테두리에서 바람이 샌다면 아무리 좋은 창호라도 제 성능을 낼 수 없다. 


비용은 창문의 개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창호회사가 계약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서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달라집니다(같은 과자라도 슈퍼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과 같습니다). 시공사에서 대규모로 계약을 체결하면 가격이 많이 떨어지겠죠. 물론 창호회사가 계약한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건축주가 몇 군데 더 넣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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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썸 캐멀링 / 이건창호 / 알파칸 / 이노틱 / 토네이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선택받는 시스템 창호 회사들입니다. 저는 엔썸 캐멀링 독일식 시스템 창호를 선택했습니다. 패시브 하우스에 사용되는 창호인데다, 재료 전량 수입(독일), 사후관리가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레임은 88mm, 로이 3중유리는 46mm로 두껍습니다.


가격대비 성능을 따져서 견적을 넣어보시길 바랍니다. 창 하나에 백만 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2) 처마


해가 낮게 도는 겨울엔 햇빛을 받기 위해, 해가 높게 뜨는 여름엔 그늘을 누리기 위해 처마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전원주택은 모던하고 심플하게 지어짓느라 처마를 생략하기도 합니다. 처마가 있으면 비가 떨어질 때도 창문을 열기 쉽습니다. 반대로 처마가 없다면 집으로 비가 들이치겠죠. 설계할 때 처마를 한 번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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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은 모두 정확하게 이뤄진다. 레이저를 통해서 한치의 오차 없이 각을 맞춘다. 창호의 위치가 엇나가지 않도록. 



3) 시스템 단열문


현관문을 시스템 단열문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현관문 자체로도 단열이 됩니다만, 시스템 단열문은 테두리를 실링으로 기밀하기 때문에 외기로부터 집을 보호해줍니다. 아파트에 살 때 단열되지 않은 현관문으로 인해 복도의 한기가 실내로 그대로 들어와 추위에 떨었던 적이 있습니다. 단열된 시스템 문은 그런 문제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입니다.



기초단열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엔 온돌이라는 고유의 난방시스템이 있습니다. 바닥을 덥혀서 집을 훈훈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 온돌을 설치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기초단열입니다. 겨울에는 땅으로부터 냉기가 올라옵니다. 그 냉기를 제대로 차단해주지 못할 경우 집 전체로 냉기가 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초단열은 매우 중요합니다. 기초단열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집을 지어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면 그저 발바닥 차가운 게 문제가 아닙니다. 난방을 돌려도 쉽게 온도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물론 바닥 하나만 문제여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지만(벽체와 지붕, 창호까지 총체적 난국일 수 있습니다), 벽과 창호에 투자한 만큼 바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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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들이 쉽게 볼 수 있는 표가 있음에도 시공사 측에서 "요즘 집은 다 따뜻하다"는 말로 단열을 허술하게 할 수도 있다. 당장이야 집을 싸게 지을 수 있어서 좋지만 어마어마한 냉난방비로 장기적으론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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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앞두고 있는 XPS(Extruded Polystyrene Sheet)가 쌓여 있다. 


저희가 사용한 기초단열재는 '아이소핑크'라고 불리는 XPS단열재 입니다. 일반 EPS단열재보다 비싸긴 하지만 압축이 되어 고밀도입니다. 저희는 목조주택이라 외벽엔 인슐레이션 계열의 단열재를 사용했고, 아이소핑크는 바닥에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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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소핑크'는 제품명이나, '스카치테이프'처럼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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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양소장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희 집엔 가등급 에코필, 가등급 아이소핑크, 1등급 캐멀링 시스템창호, 코렐 단열 도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이 자체만으로는 패시브 하우스가 되기엔 부족하지만, 자재가 일정 정도 겹치기에 '세미 패시브 하우스'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패시브 하우스 급으로 짓기 위해서 1등급에 해당하는 자재만 사용했습니다. 직영공사로 처리했을 때 건축비는 총 견적에서 10% 정도 상승합니다만, 절약될 에너지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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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2층 모두 가등급 단열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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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이 메꿔주어야 한다. 우레탄 폼으로 충진하고 한 번 더 테이핑. 


여름 태양빛에 외벽이 뜨거워지면 열기가 내부까지 침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열반사단열재 혹은 단열재 성능이 높은 것을 사용해서 침투를 지연시켜야 합니다. 해가 진 후 환기를 통해 열을 식혀주면 더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습니다.


패시브 하우스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겨울 낮에는 태양의 빛으로 집을 덥히고, 난방을 돌리면 열에너지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최소화해 난방비를 절감하는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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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멀링 3중창과 함께 아이소핑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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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에는 모자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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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파이브스타 2차 인증을 앞두고 있는 우리 집. 



바닥 기초단열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바닥에 얇은 EPS 한 장 넣고 덮어 버린 시공불량 사례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준이 높아졌고 인식 또한 좋아졌습니다. 100mm, 두껍게는 200mm에 달하는 XPS단열재를 사용하여 온기를 잡아주고 바닥의 냉기는 침투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당연해졌습니다.


기초단열은 온돌 시스템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주택에서 중요한 사안입니다. 기초 단열재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한 번 시공하면 오랫동안 난방비 걱정을 덜어줄 훌륭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한 번에 보는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




양평김한량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