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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03.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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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 해부하는 독일 경제 : 대기업 편

메로 해부하는 독일 경제 : 최저임금 1편






하나의 직업이 삶에 충분하도록


지난번에 이어 최저임금 이야기, 그 두 번째 시간이다. 오늘은 깔끔하게 광고 한 편으로 시작하자.





위 영상은 독일 (사회) 노동부에서 최저임금 도입과 관련하여 만든 홍보 동영상이다. 광고 끝에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하나의 직업이 삶에 충분하도록"


필자는 바로 이 문장이 최저임금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 얼마 전 파행으로 치달은 최저임금 위원회에서 '5,580원 동결'을 외친 사용자 측 위원들은 과연 이에 대해 어떠한 대답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 편에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댄 바와 같이 독일은 최저임금을 도입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이 최저임금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최저임금을 도입한 것 같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도입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었느냐. 당연히 그럴 수 없다. 한화로 만 원이 넘는 최저시급을 도입한 독일에서 논의되는, 앞으로 그들이 나가려고 하는 방향에 대해서 썰을 풀어보도록 하자. 



아직 너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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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한겨례>


물론 우리와 비교하면 기분이 더러워지는 느낌이 들지만 위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비율의 경우 독일은 47%이다. 그 옆 괄호 안의 수치는 중위수 임금대비 최저임금 비율이다. 즉 전체 노동자가 아니라 그냥 위에 잘 사는 사람들 다 빼고 남은 사람들이 받는 임금에 비추어 봤을 때 최저임금은 51%에 이른다는 말이다. 뭐 비율이 높아 보이면 마음의 위로를 받겠지만, 평균임금과 중위수 임금대비 최저임금의 격차가 많이 난다는 것은 그냥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말밖에 안 되는 것 같다.(한국의 국가지표 사이트에는 숫자가 높아 보이는 중위수 임금대비 최저임금만 기록해 놨다) 


이를 보는 독일인들은 현재의 최저임금이 아직 적다고 얘기하고 있다. 바로 옆, 라이벌 프랑스의 경우 중위수 임금대비 최저임금이 60%를 넘는데 독일의 경우 겨우 51%이다. 옆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아직 최저임금이 너무 적다는 의견에 대해 최저임금 위원회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이제 처음 도입한 최저임금 제도이기 때문에 그 전에 맺어진 임금계약을 고려하여 유예기간을 주어야 한다." 


이번 연도에 도입된 최저임금규정은 2016년까지 유효하다. 2017년부터 새로운 최저임금을 도입하면서 현재 예외 조항으로 남아있는 직군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최저임금을 도입한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부터는 최저임금 위원회가 정한 최저임금에 법적으로 그 어떠한 예외조항도 남길 수 없도록 못 박겠다고 한다.


그러자 노동자 측에서는 '최저임금을 도입했지만, 아직 너무 많은 예외와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게 된다.  



많은 예외 조항들


애초에 기대했던 것에 비해 독일 노동부의 최저임금 법률안은 조금 변했고 더 약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쨌든 돈 많은 분들이 더 많은 힘을 갖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밀고 당기기 끝에 생각보다 더 많은 예외조항을 놔둔 채로 최저임금이 정해졌다. 독일 정부는 이를 보완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여튼 현시점에서 8,50€로 정해진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우선 시즌제 노동자들이 있다. 즉 농번기나 특정 시즌에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이들은 일단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즌제이기 때문에 해당 업종에서 일하는 기간이 연간 50일에서 70일을 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왜 최저임금에서 제외되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독일에서도 농사는 힘들긴 아주 오질 나게 힘들고 돈은 조금 받는 대표적인 직종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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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런 일을 해야만 힘든 것이 아니다


신문배달부 역시 이 최저임금 조항에서 제외된다. 2015년 현재 신문배달부는 최저임금의 75%인 6.38유로를 받고 있으며 2016년에는 85%인 7.23유로, 그리고 2017년이 되어야 비로소 국가에서 법으로 지정한 최저임금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결정의 취지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언론사의 출판물을 계속해서 어디든 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데 굳이 왜 신문 배달부만 최저임금에서 예외를 두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이는 언론사가 발행하는 신문이나 잡지만 해당하는 것으로 집에 수시로 꽂히는 찌라시나 광고지 배달부에겐 법정 최저임금을 전부 지급해야 한다. 


또한 업종별로 과도기를 두어 최저임금 도입을 유예해주는 조항이 있다. 지난 편에 소개한 업종 중 몇몇 업종은 아직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협상을 했다. 정부는 이들에게 3년 간 유예기간을 주고 그 기간 동안 조금씩 최저임금을 인상하게끔 만들어 2018년부터는 어느 분야도 최저임금에서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몇몇 업종의 경우 3년 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는다는 박탈감을 근로자들에게 안겨주게 되었다. 


가장 주요한 예외 조항으로 인턴생활을 들 수 있다. 직업 교육을 받고 있거나 대학 수업의 과정으로 의무 인턴을 해야 하는 학생들의 경우 최저임금 조항에서 예외가 된다. 인턴생활은 교육의 일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노동의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논지이다. 독일 대학생들의 경우 거의 모든 학과에서 인턴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때 받는 금액은 대략 400유로 정도이며 그 기간은 6주에서 8주 정도이다. 애초에는 8주까지 인턴을 하는 학생들에 대한 최저임금 예외조항이 논의되었으나 어쩐 일인지 한참 후퇴하여 3개월 미만의 인턴을 하는 학생들은 최저임금을 보장 받지 못하는 식으로 법이 제정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누군가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직업훈련 혹은 인턴 생활을 하게 된다면 사측은 일한 첫 날부터 노동시간에 대비하여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턴은 3개월만 딱 하지 말고 3개월 하고 하루쯤 더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물론 시켜줄 회사가 거의 없다는 것은 함정. 그리고 이 모든 최저임금은 만 18세 이상에게 적용된다. 그러니 그 이하의 어린 학생들은 돈 조금 주고 맘껏 부려도...


마지막으로 장기실업자들 역시 최저임금 조항에서 예외로 분류된다. 장기실업자의 경우 일을 시작하고 6개월 동안 최저임금이 아닌 장기 실업자 임금을 받게 된다. 그동안 국가에서 실업급여 혹은 각종 복지 혜택을 받은 장기실업자는 고용 후 일정기간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렇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으로 장기실업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일단 좀 더 싸게 사람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국가의 입장에선 맨날 돈을 뺏어가는 장기실업자를 다시 사회로 불러들여 일을 시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렇게 아직 갈 길이 남은 독일의 최저임금, 말 또한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논지는 최저임금 도입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 찬반 양쪽의 말들은 한국이나 독일이나 거의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찬반 토론에 어떠한 내용이 오고 갔는지 한번 살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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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맞잡고 논해 보자꾸나



최저임금 옹호론자



“유럽연합 28개 국 중 21개 국이 법정 최저임금을 도입했습니다. 나름의 경제력도 있는 독일이 아직도 최저임금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최저임금의 도입으로 적어도 저소득층 노동자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의 조건을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를 받지 않고도 영위할 수 있겠죠.


노인 빈곤도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노령층의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갈 텐데 누군가 현재 너무 낮은 임금을 받는다면 가난을 벗어날 기회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이 가난은 고착화 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납세자의 부담이 줄어드는 결과도 가져옵니다.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죠. 회사는 직원들에게 그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돈을 줘야 합니다. 최저임금이 올라간다면 회사 차원에서 내는 세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현재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사용하는 회사는 노동자의 값으로 자신의 경쟁력만을 높이는 이기주의입니다. 


평등의 문제도 최저임금 논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임금이 더 적습니다. 최저임금은 이러한 여성을 보호하는 또 다른 장치입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노동자들의 소비력이 올라가면 이는 전체적인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또한 최저임금법 도입을 통해 임금에 대한 노동자의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죠.”



그렇다. 수많은 최저임금 도입 이유가 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왜 없겠는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최저임금 반대론자



“냉정하게 생각해보죠. 최저임금을 도입해도 저소득층의 수입은 늘어나지 않아요. 그런데 되려 일자리는 줄어버리죠. 솔직하게 말해보죠. 8.50유로는 가난한 가정을 구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굳이 최저임금을 도입해서 산업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필요가 있을까요? 노동자의 입장에서 임금이 올라간 만큼 심각한 일자리의 위협을 받을 것이며 늘어난 인건비로 인해 소비자가격은 높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저임금 구간에 속한 노동자의 9%가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소득 불평등은 계속 유지 되지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란 말입니까. 저소득 임금자의 경우 더 많은 소득을얻게 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효과와 비교해 봤을때 세수는 줄어들고 사회복지 시스템도 약해질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약 10%의 국민이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데 최저임금 도입을 통해 연간 최대 900유로 (약 10.2%)의 소득을 더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더 높은 세수와 조세제도를 약화시킬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저소득 가정에서 소득이 총 10.2퍼센트 늘어난다는 것은 가족 중 그 누구도 일자리를 잃지 않았을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도입과 함께 약 오십만 개의 저소득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예상하므로 이는 총소득이 10.2 퍼센트 느는 것이 아니라 5.1 퍼센트만 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실직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지출은 커질 수밖에 없겠죠. 이건 이득이 아니에요. 따라서 중산층 가정의 경우 위와 같은 이유로, 비록 적은 수이긴 하겠으나, 오히려 총소득이 줄어드는 가정이 생길 것을 예상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모든 소비재의 가격이 오를 것입니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보면 최저임금 도입을 통해 저소득 가정은 연간 약 20유로의 실질적인 손해를 보고 중산층 가정의 경우 약 250유로의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100분토론 아니 대략 10,000분토론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들은 독일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 결과를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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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nfratest dimap>


독일의 최저임금이 이렇게 전 국민적 지지를 받고(무려 86%) 도입되었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아직은 더 홍보하고, 더 협상해 나가고, 더 고쳐나가야 한다. 그런데도 노동부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글이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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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숫자 235.000/533.000'



최저임금 제도로 인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숫자를 '이달의 숫자'로 선정하여, 그 효과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2015년 3월 독일 통계부서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수는 지난달에 비해 10,000명 늘었다. 그리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35,000명이 늘어났다. 이를 합친 독일의 총 노동자 수는 4,247만 명이다. 


사회보험이 되는 정규직의 경우 (Die sozialversicherungspflichtige Beschäftigung, 대략 4대 보험 정규직 정도로 생각하자) 최저임금이 도입된 1월에서 2월로 넘어오면서 65,000명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533,000명이 늘어난 수치이며 정규직 노동자는 3,032만 명이 되었다.


독일의 최저임금 이야기를 쓰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국가의 돈이 얼마나 많느냐, 최저임금을 얼마로 해주냐 하는 '수치'보다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자신이 저소득층이 아니고 최저임금과 상관없어도 86%의 국민이 최저임금을 지지해주는 나라와 청소 노동자가 아직도 화장실에서 숨어서 쉬고 밥을 먹는 일이 있는 나라. 어쩌면 최저임금은 딱 그만큼의 차이가 수치로 환산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최저 임금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를 아니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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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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