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어느 가을날, 파리 북부에서 노숙하는 다양한 국적 ― 수단, 에디오피아, 에레트리아 등 - 의 난민들을 만났다. 그들이 난민 생활을 시작한 건 각각 자국내 사정들로 인한 것이었지만, 이들에겐 과거에 서방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 국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나라의 국경은 백인들의 자로, 직선으로 그어졌다. 민족적·언어적 분리가 아닌 서방인들의 이해에 따라 정해진 국경선이었다. 미얀마의 로힝야족(편집자 주 : 불교도가 대다수인 미얀마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도 과거 영국 백인들의 이해 논리에 맞춰져 정착되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이슬람은 다른 여타 종교와는 꽤 다르다. 생활 밀착형 종교라 무슬림이 아니라면 이슬람을 이해하긴 힘들다. 그렇다고 그것이 틀린 건 아니다. 또 다른 대표적 생활 밀착형 종교도 있다. 유대교. 그러나 우린 유태인들을 미워하진 않는다. 욕심 많은 고리대금 업자처럼 묘사되곤 하지만, 그들이 팔레스타인에 하는 짓에 우리는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이 차이는 피부색에서 오는 것일까.
한국의 무슬림에 대한 편견은 상상을 초월한다. 무슬림은 테러리스트고 그들은 욕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라거나, 심지어는 다 죽는 게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내가 본, 그리고 같이 생활해 본 무슬림들은 그런 편견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꽤나 비싼 카메라 두 대와 렌즈들을 소지한 채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텐트나 길 위, 또는 그들의 정착지에서 같이 잠을 자며 지냈다.
근 2년여 동안 그들과 함께 생활한 것 같다. 파리 길 위에서 만난 수단, 에디오피아, 에레트리아 난민들은 나에게 담배 한 개비라도 주려고 했고, 프랑스 칼레에 있는 난민촌 친구들은 추운 겨울이었지만 기꺼이 자기들의 이불을 나에게 내주며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려 애를 썼다.
독일에서 만난 시리아 정착 난민 친구들은 손님이 왔다며 자신들의 생활비 절반을 들여 작은 파티를 열어주었고, 발칸 반도에서 만난 또 다른 난민들은 자기들이 받은 식량 상자를 나에게 내어 주었다. 만나서 같이 생활하며 느낀 그들과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들의 차이는 굉장히 컸다. 안타깝게도 꽤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을 직접 접해 본 적이 없으며, 이슬람이 무언지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성경과 코란의 공통점이 구약 성서라는 것을 아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결국, 뿌리가 같다는 것인데 우린 너무 모른다.
역사는 오래전부터 무슬림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늘 승리는 백인들의 것이었고, 역사는 그들의 승리만을 축하해주었다. 근대의 이스라엘 건국부터 미국의 이라크 침공까지. 무슬림들은 늘 승리의 제물로 활용되었다. 거기서 비롯된 열등감이 지금의 난민 문제까지 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까지 이어져 오는 지긋지긋한 간첩 논리와 무슬림 테러리스트 논리는 너무나도 흡사하다. 간첩이라며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 그 영향은 남은 가족들에게까지 이어졌다. 다이쉬(편집자 주 : 아랍권 국가에선 IS를 ‘다이쉬’라 한다.)를 경멸하는 무슬림들에게도 테러리스트라며 인격 살인을 한다.
몇몇 광기 어린 테러리스트들이 사람을 죽인 것으로 인해 무슬림 전체가 테러리스트로 매도되기도 한다. 수많은 무슬림들과 종교학자들은 다이쉬는 무슬림이 아니라 항변하지만 우리는 다이쉬가 모든 무슬림이라 여긴다. 심각한 인종 차별이다. 백인들에게 관대한 이 나라는 무슬림들에겐 야박하다.
이 나라를 벗어나면, 세상은 무슬림에겐 비교적 관대하다. 우리가 무슬림들에게 보냈던 멸시는 오히려 우리, 그러니까 한국인를 향한다. 그리고 화를 낸다. 우리는 과연 이 나라 안에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했을까?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혹자는 내게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맞다. 나는 운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작부터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사진 및 글
포토저널리스트 조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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