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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가 신인가? 운명을 결정하는 내가 신이다


1987. 훗날서울의 이라 불리지만 봄이 그렇게 쓰리고 매울리는 없다. 나는 대학생 형도 아니었고, 직장인 아빠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도 아닌 질풍노도의 중학생. 울고 싶었지만 따귀 때려주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었다. 어른들은너는 몰라도 했고, 형들은집에서 나오지 했다. 매케하고 불쾌한 냄새의 정체가 진짜빨갱이에 물든 형들때문인지 다시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고 싶은육사출신 장성들의 바램때문인지 없었다. 그렇게나 싱숭하고도 생숭했던 1987. 만화방에 다녀온 친구들에게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죽이는 영화가 나왔다고 했다. 동네친구 우영이는예스마담 4’라고 했고, 같은 준호는최가박당 3’라고 했다. 홍콩 느와르는 느닷없이 발표한 6.29 선언처럼 그렇게 1980년대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영화의 원제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양자경이 나오지 않는 예스마담이 있을리 없었고, 웃기지 않는 최가박당이 나올리 없었다. 우리 중 누구도 제대로 처음부터 보지 못했고 제목도 몰랐지만 누구도 주윤발의 비장했던 한마디 잊지 못했다.


운명을 결정하는 내가 신이다.”


다섯 , 몇가닥 없는 고추털이 송연히 일어섰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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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사표 영광의 순간, 그리고 형제란


1988,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해 이면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황을 섭취했던 해라고 나는 기억한다. 이미 누구도 성냥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세상이었다. 심지어 수십 개의 지포 라이터를 소유했던 아버지도 언제부터인가 더 이상 노란색 통에 라이터 기름을 사오지 않으셨다. 셀로판지색 같은 파랗고 빨갛고 노란 알록달록한 불티나가 아버지 주머니의 안주인 노릇을 했다. 대신 담배를 피울 나이가 아니었던 우리가 불장난이 아닌 소품을 목적으로 성냥을 사기 시작했다. 땅에 끌리는 아버지의 바바리 코트를 몰래 입고 나왔고 OMR 카드용 사인펜으로 안경쓴 친구들이 선글라스를 만드는 너무나도 부러웠다. 하교시간만 되면 너나 것없이 성냥을 입에 물었다. 황의 찝찔한 . 어린 시절은 주로 냄새로 기억나기 시작하지만 때만큼은 황의 찝찔했던 맛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훗날 중년의 성지로 이름을 드높인 명화나이트 클럽은 원래 극장이었다. 명화극장은 1986 헐리우드산 한국 국뽕(?) 영화레모 단체관람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1988 어느날 여의도의 아파트 담벼락에 분명히 죽은 걸로 알았던 주윤발의영웅본색2’ 포스터는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공부 잘해서 연대 갔다던 이한열 형처럼 주윤발도 머리에 총알이 박혀 죽었었다고 알았는데 말이다. 주윤발의 마지막 대사형제란…” 뒤가 너무나도 궁금했던 나는 포스터를 그날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는 희망과 좌절이 뒤범벅인 시대였다. 독재와 민주, 자유와 탄압이 뒤섞인 시대에 아무것도 모르기를 강요당해야 했던 우리에게 영웅본색은 본의 아니게 바이블이 되었다.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은 정의가 간단명료하게 도식화 되었다. 이전까지 경찰과 싸우는 대학생은 정의의 편이 아니라고 믿었다. 위폐범도 영웅일 있다고 영화는 일깨웠다. 공권력이 정의라고만 알고 있었다. 결국 부에 따라 권력은 다른 잣대를 가져다 댄다고 영화는 환기 시켰다.


정의는 승리한다고 믿었다. 정의라고 이야기 주인공이 죽네 시발. 알지는 못했지만 정의는 죽어 나갔다. 재갈 물린 언론은 말을 못했고 언론을 대신해 조악한 8절지 뿌리며 종로를 가로지르던 형은 곤봉에 쓰러져 나갔다. , 누나들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아버지가, 무얼 못하지는 가늠할 없었지만 위폐범들이 정의로울 있다는 , 법집행이 정의가 아니라는 , 보이는 전부가 아니라는 ,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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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3. 망할놈의 어륀지


원피스의 작중인물 닥터. 히루루크의 말대로 인간은심장에 총알이 박혔을 , ‘불치의 병이 걸렸을 , ‘맹독 버섯스프를 먹었을 죽는 것이 아니라 잊혀졌을 죽는다. 과거를 씻고 새삶을 살던 용자(석천) 하나뿐인 딸을 잃고 세계에서 잊혀진다. 잊혀질 아니라 자신도 과거를 잊는다.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도, 흉기를 내두르는 자객 앞에서도 그는 잊혀진 , 아니 잊은 자가 되었다. (주윤발) 주위의 모든 사람과 말까지 잃고 식음을 전폐하는용자 위해 온갖 음식으로 그의 치유를 돕지만 결국 그를 각성시키는 것은어륀지였다. 그리고 소름끼치게도 어륀지는 우리에게도 각성의 도구가 되어주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장을 지내고 숙대 총장이었던 이경숙 위원장님은 최초로 우리에게 확실한 피아구분을 있게 해주셨다.


"오렌지가 아니라 어륀지."


용자 그제서야 자신이 처한 현실이 어떤 상황인지 각성했고

우리 그제서야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어떤 놈인지 인지했다.


단순하게 보면 인수위 시절 , , 미친…”으로 시작한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 빗발치는 총탄 세례 속에서도 먹고 살겠다고어륀지껍질을 벗기는 용자 되어서 말이다. 말이 쉽지 정권은 그 후 9년이나 지나서 바뀌었다.



4. 영웅본색 1(혹은 2)


본편의 연작이라 있다고 말할 없는 영웅본색 3 시리즈에 같이 넣어주고 싶지 않다. 2016 6, 중국 시나 사이트에서 27 만에 4편이 나온다고 제작 발표회를 보도했다. 영웅본색 3에서 이미 말아먹어서 더이상 소식을 듣고 싶지 않다.


영웅본색 1, 2 주연은 70년대 청춘스타 적룡이다. (내가 나름 멋진 동생역이었다고 생각한다만) 장국영은 영웅본색에서 찌질 동생 캐릭터를 흔쾌히 맡아준 덕에 천녀유혼을 자신의 주연 필모 그라피로 올릴 있었다. 주윤발은 솔까 조연이다. 대행동의 장만옥, 천녀유혼의 왕조현, 그리고 영웅본색의 주보의.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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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빠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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