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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를 해보니 알겠다, 고마운 존재들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일을 해오면서 고마움을 느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혼자 밤에 잠 못 자고 고생하는 거지, 다른 무엇이 고마울 게 얼마나 있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생각할수록 고맙고 또 고맙고 다시 한 번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무엇부터 얘기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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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버스(N버스) - 서울지역에는 11개 노선의 심야버스가 현재 운행 중입니다. 이들 가운데 2개(공항~서울역, N600, N6,000)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는 서울의 새벽을 달리는 버스들입니다. 강서, 강동, 진관, 상계, 사당, 면목, 송파 등 서울의 끝자락에서 반대편의 끝 간 지역까지 굵직굵직한 길들을 중심으로 운행합니다. 운영시간은 보통 23시 30분~04시까지이며, 보통 30분 단위로 운행합니다. 새벽시간의 대리기사들에게 심야버스는 매우 고마운 존재입니다.


심야시간 서울 지역의 어디에 있든 가까운 심야버스 정류장까지만 이동해 탑승하면, 택시에 비해 크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벽 귀갓길에는 이보다 고마운 대상을 찾기 힘듭니다. 제 경우를 보아도 심야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귀가하는 일은 10%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알아두시면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심야 올빼미 버스라는 앱으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버스/지하철 환승 - 서울의 경우, 환승이 없다면 대리기사들은 매달 적어도 10만 원 이상 교통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밤 사이에 각자 한 시간 이내의 간격으로 5회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복수로 이용할 수 있는 환승시스템은, 기사들에게 매우 유용하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5회 중 지하철·전철은 한 번만 환승 가능) 대리기사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환승이라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 일을 하게 되면서, 지하철이나 일반버스를 타고 가다, 마을버스를 통해 귀가하는 이들이 꽤나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환승이 없다면 차비만 수 억(?) 깨질 일입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야 그 가치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 역시 경험에 우선하는 것은 없습니다. 뉴욕이나 도쿄나 런던이나 파리 등의 대도시에서 생활해본 적은 없지만, 밤새도록 이리 뛰고 저리 달리다보면, 심야의 교통과 치안만큼은 전 세계에서 서울이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 많이 합니다.


택틀 - 천안에서 서울 강남까지 택시를, 그것도 야간에 타고 온다면 요금이 얼마나 나올까요? 8만 원? 10만 원? 천안~서울 강남을 단돈 5천 원(?)에 택시로 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리기사를 하면 됩니다. 쉽게 설명을 해볼까요? 대리 일은 당장 한 시간 뒤에 내가 어느 곳에 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직업입니다. 가까운 곳을 갈 수도 아주 먼 곳을 갈 수도 있습니다. 서울 인근의 도시들, 인천·수원·고양·일산·파주·김포·부천·남양주·구리·의정부·동두천·양주·성남·분당·광주·용인·과천·안산·화성·광명·오산·양평 등등. 지금 열거한 지역 어디든, 대리기사들은 거의 매일처럼 어떤 때는 하룻밤에도 두세 번씩 들어가기도 합니다.


콜을 잡아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곳을 빠져나오는 일입니다. 쉽게 돌아올 만한 곳을 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곳이 이 바닥입니다. 돈을 벌겠다고 콜을 잡아 운전해서 갔는데, 주위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오지스러운(?) 곳에 도착해 컴컴하기만 한 인근 지역을 둘러보자면, 저 같은 초보는 암담해지고 한숨만 나옵니다. 그래서 ‘초짜는 금액을 보고, 고수는 도착지를 보고 콜을 잡는다’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이런 상황일 때, 조금이라도 경험이 쌓인 기사들은 먼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소설가 김훈 선생의 말처럼,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대리운전에서도 세상살이에서도, 자신이 선 곳을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어느 곳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빠져나갈 방법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먼저 번화가로 가야 합니다. 쉽게 말해, 대리기사들이 많이 모여 있을 만한 거점입니다. 보통은 걸어서 이동하지만, 어떤 기사들은 지역의 택시를 이용하기도 하고, 퀵보드 등을 이용하는 기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보면 한쪽에 서울에서 온 택시들이 있습니다.


알고들 계시겠지만 택시는 등록된 지역 외에서의 영업이 불가능합니다. 타 지역에 갔을 경우에는 차고지 지역으로 가는 손님만 태울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택틀이라는 영업행위가 발생됩니다. 서울택시의 경우 서울의 특정 지역(강남, 합정, 길동사거리, 태릉 입구, 강서구청 등)까지 갈 손님을 태우는 겁니다. 빈 택시로 가는 것보다는, 싸게라도 손님을 태우고 얼른 서울로 돌아가서, 다시 영업을 하겠다는 판단입니다.


그 판단이,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기사들의 바람과 만나는 지점이 택틀입니다. 대리기사들은 적은 돈으로 신속하게 서울로 돌아가 좋고, 택시는 싼값에라도 손님 넷을 태워 다시 서울로 들어가는 거지요. 좋게 말해 상생이고 윈윈 전략입니다. 성향에 따라 택틀을 절대 하지 않는 택시기사분들도 많습니다. 택틀의 요금은 보통 3천 원씩입니다. 대체로 서울과의 거리에 따라 천 원씩 추가됩니다.


저는 화성 동탄에서 4천 원에 강남으로 와본 게 가장 먼 거리였습니다. 그때 탔던 택시의 기사님 얘기로는, 천안에서도 보통 5천 원 정도에 온다고 하시더군요. 물론 더 받는 경우도 당연히 있다고 합니다. 케이스에 따라 다르겠지요. 어찌 되었든, 택틀은 나와바리(?)에서 멀리 떨어져 나온 기사들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리고 택틀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적어도 오지는 아닙니다. 저도 어제 새벽 김포에서 택틀로 탈출(?)했네요. 택틀을 해주시는 택시기사님들께 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참 택틀은, 택시와 셔틀을 합친 말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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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 - 서울 시내에 심야버스가 다니고, 서울 외곽 도시 곳곳의 번화가에 택틀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위에서 했습니다. 그렇다면 택틀을 이용하기 힘든 지역들에 도착한 대리기사들은 어떻게 이동할까요?(아무 곳에서나 택틀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도보나 퀵보드 등을 제외하고 나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셔틀입니다. 봉고차로(경우에 따라 24인용 버스) 운용되는 이들 셔틀은, 수도권의 거의 전 지역에 걸쳐 촘촘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의 시작은, 새벽시간에 이동을 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대리기사들을 상대로, 콜밭이나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시켜주기 위해 개인들이 시작한 사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대리시장이 점점 커지고 기사들의 숫자가 워낙 많아지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고 들었습니다. 트리콜과 같은 곳에서 대리시장 장악을 위해 대규모로 운영한 적도 있고, 로지에서 무료 셔틀을 운영하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는 크게 상관이 없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수많은 대리기사들이 셔틀을 이용합니다. 택틀이 큰 번화가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즉석시장이라면, 셔틀은 마치 거미줄과도 같은 상시적인 노선망을 갖고 있습니다. 수도권 어디든 사람이 어느 정도 사는 곳이라면 그리고 큰길이라면, 지하절역을 중심으로 셔틀이 다닐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다만 이 수많은 셔틀들의 노선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파악하는 데는,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경험이 필요합니다. 네 짬밥입지요. 셔틀의 가격은 가까운 곳은 2천 원 아니면 3천 원입니다.


셔틀의 장점은 이곳저곳 누비는 촘촘한 노선에 있고, 상대적으로 그 때문에 목적지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보통, 셔틀을 타게 되면 일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경험이 부족해서겠지요. 한 가지 빠트릴 뻔했네요. 제가 알기로 개인이 운영하는 셔틀은 모두 불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부분입니다.


필요하고 편리하니 많은 기사들이 이용하지만, 유사시에 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더구나 새벽의 그 길들을 달리는 셔틀을 이용해본 분들은, 얼마나 위험한지 다들 아실 겁니다. 드물게 셔틀을 타는 편이지만, 그때마다 조마조마한 것도 사실입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하루빨리 법과 제도적인 정비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셔틀 운영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대리운전 카페(새벽을 달리는 사람들, 달빛기사카페) - 대리운전의 특성상, 일하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시작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오며 가며 만나는 선배 기사분들이 초보자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경우는 많지만, 일시적이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일을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때 대리운전 카페들은 초보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 힘이 됩니다. 수많은 기사들이 카페에 접속해 출석 체크를 하고, 인사를 나누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진상 손님에 대한 뒷담화와 예방교육(?) 등을 합니다.


또한 대리 일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받고, 사고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금일의 작황(?)에 대해 맥 빠진 하소연을 하고, 때로는 인생 상담을 하기도 하고, 간간이 오프모임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카페에 적극적으로 글을 쓴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큰 도움을 받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름 그대로 새벽을 달리고 달빛을 받으며 땀 흘려 일하는 대리기사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카페들이라 생각합니다. 카페 운영자분들과 모든 회원분들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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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트럭 - 서울의 서부지역, 즉 김포나 고양, 일산, 파주, 부천 등에서 탈출(?)하는 콜을 잡지 못했다면, 대부분 택틀이나 셔틀을 통해 서울로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때 도착하는 곳이 있습니다. 합정역입니다. 합정역은 서부지역 교통의 요지입니다. 강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대리시장이 만들어지는 곳입니다. 자연히 수많은 기사들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많이 모여듭니다. 합정역 오거리(?)의 차도 사이 중앙에는, 섬처럼 작게 형성된 보행자 공간이 있습니다. 지하철 8번 출구 방면입니다.


그곳에는 밤시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푸드트럭 두어 대가 등장합니다. 밤새도록 합정역 인근을 오가는 많은 기사들이, 이곳에서 간단히 허기를 속입니다. 김밥과 떡볶이 그리고 삶은 계란과 오뎅 등 간단한 메뉴들을 취급합니다. 야식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저도 지난 겨울에 몇 번 그곳에서 오뎅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어디서든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푸드트럭이지만, 그곳의 트럭들이 유독 고맙게 느껴진 이유가 있습니다. 가격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보통 두 개에 천 원씩 받는 오뎅을, 그곳에서는 세 개에 천 원씩 받더군요.


떡볶이나 다른 메뉴들도 시중의 가격보다는 싸게 보였습니다. 트럭에 커다랗게 ‘오뎅 3개 천 원’이라고 써붙여져 있습니다.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저는 그분들이 참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고생하며 장사하시는 분들이라, 대리기사들을 위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과 새벽시간의 강남거리 곳곳에 있는 가격표 ‘오뎅 3개 2천 원’을 볼 때마다, 합정역의 그분들이 더욱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하더군요. 강남은 오뎅 가격조차 다르구나 싶어서 말입니다. 두 배 차이네요. 아무튼 합정역에서 심야에 장사하시는 푸드트럭 사장님들께 감사합니다.


맥도날드 - 지난 여름은 해마다 그랬듯 몹시 무더웠습니다. 밤에 출근을 한 날이 많지는 않았지만, 무더운 여름 밤의 거리에서 맥도날드 아이스커피에게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대리 일을 처음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달리기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헐레벌떡 뛰어가 고객의 운전대를 잡고 앉으면 온 몸에 땀이 가득합니다. 물론 차의 에어컨 덕분에 더위는 얼마 가지 않아 깨끗이 사라지곤 했지만, 함께 찾아왔던 갈증은 그것과는 또 다르더군요.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시원한 아이스커피였습니다. 하지만 운행을 마치고 인근의 맥도날드를 찾아가 마시는 그것의 맛은 이미 아까의 상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난 여름날의 밤마다 느꼈던 수많은 갈증은, 맥도날드의 아이스커피를 마시고나서야 비로소 해소되곤 했습니다. Thank You 맥도날드!


편의점 -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편의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리운전을 마치고 도착하는 거의 모든 곳에는 편의점이 있었습니다. 불빛도 드문 한적한 시골길을 터벅거리며 걷다가도. 저 멀리 편의점의 불빛이 보이면 감탄사가 나오곤 했습니다. 대리기사들에게 편의점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고속도로 휴게소? 편의점이란 게 세상에 없다면, 대한민국의 대리기사들은 훨씬 힘든 점이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이나 음료수를 사서 마시고, 껌이나 사탕 같은 것들을 충전하기도 하고, 출출한 속을 사발면이나 간식거리들로 달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그곳에서 아무 것도 사지 않는다고 해도, 왠지 든든한 느낌을 받은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불 꺼진 밤의 낯선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편의점들이 반갑고 고마웠던 적이 여러 번입니다.



이밖에도 고마운 존재들이 많습니다. 전업이 되었든 투잡이 되었든, 대리시장에서 함께 고생하는 동료 대리기사분들께 감사합니다. 특히 어느 버스나 어느 길 위의 벤치에서, 옆에 앉은 초짜 후배에게 자상하게 많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시던, 수많은 선배 기사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그 누구에게보다, 대리운전을 이용해주시는 고객분들에게 고맙다는 생각 자주 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쓰는 글이 제가 대리운전에 대해 쓰는 마지막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끝으로 그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일부 대리기사분들에게 거부감을 느꼈던 부분들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혹여 이 글을 보실 수 있는 다른 기사분들이나 어쩌면 제 자신에게 다짐을 하기 위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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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들 앞에서 당당했으면 좋겠습니다. 팁을 구걸하거나, 잔돈이 없다는 식으로 꼼수를 부리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터무니없는 확정금액에 운행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거부하지 않은 이상, 고객에게 구차한 소리를 하는 것은 모양 빠지는 일입니다. 황정민이 연기한 형사들만 가오가 있는 게 아닙니다. 양아치 행동하는 이른바 양손을 탓하려면, 똑같이 행동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돈이 필요해 이 일을 하지만, 기본적인 자존심들은 챙겼으면 합니다.


* 길빵(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거나, 다른 기사의 고객을 중간에서 거짓으로 낚아채 운행하는 행위. 무보험이 대부분. 사고가 나면 고객도 보험처리를 받지 못함)을 하지 맙시다. 절도행위에 더해 무보험 운행인 중범죄입니다. 추합니다. 욕 나옵니다. 고객분들도, 전화상으로 미리 통화한 대리기사가 아니라면, 절대 차키를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큰 일 나는 수가 있습니다.


* 공중도덕을 지킵시다.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쓰레기 마구 길에 버리고, 아무데나 침 뱉고, 그런 거 하지 말자는 이야깁니다. 특히 머무르던 곳마다 피우던 담배꽁초 함부로 버리고 가볍게 떠나는 쓰레기들, 당신들은 쓰레기 취급을 당해도 할 말이 없어. 그리고 심야버스에서 악취 풀풀 풍기는 대리기사분들. 좀 자주 씻고 다니세요. 아무 곳에서나 무단횡단 마구 하시는 분들도 자제하시고요.(이 점 저도 부끄럽습니다.)


* 제집에서처럼 편의점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 몇 시간씩 뭉개시는 기사분들. 커피라도 한 잔, 컵라면이라도 한 개씩 사드세요. 자리도 좀 깨끗하게 사용하시고요. 맥도날드 같은 곳을 이용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집니다. 춥다고 혹은 덥다고 그 안에 틀어박혀 영업 방해하시면 안 되는 거지요. 편의점이나 맥도날드나, 어리고 나약한 알바생들이라 아무 말 못할 뿐입니다. 입장을 바꿔 당신들이 장사하는 매장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나 편하자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그것에 무감각한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 안 그런 분들이 훨씬 많지만, 말투나 행동이 몹시 천박한 분들이 가끔 보입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대리 경력 깨나 있으시다는 분들인 경우가 많더군요. 사람들 앞에서 말끝마다 쌍욕에, 침 퉤퉤 뱉어가며, 담배도 함부로 피우고 버려대는 사람들. 그런 이들이 말을 예쁘게 할 리는 없지요. 거들먹거리고 상대방의 기분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이 일을 오래 하다, 그들처럼 될까봐 걱정됩니다. 초짜 기사들 기죽이려는 건가요? 이렇든 저렇든 본인 스스로가 매우 하찮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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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에 대한 그것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저의 글쓰기가, 의도한 대로 되었는지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시작하기 전의 답답함에서는 조금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크게 개운한 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각자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몫이겠지요. 또한 이것은 저의 일이고요. 전업이 아닌 투잡인 탓에, 간헐적으로 또한 소극적으로밖에 일을 하지 못한 입장입니다. 그런 이유로, 함부로 대리운전에 대해 말하기가 주저되지만 간단히 소감을 말해보고 싶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낀 점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봅니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기준으로 인정받을 만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이 갖는, 각자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공포. 그런 것들을 저는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수많은 대리기사들이, 깊은 잠에 빠진 도시들의 이 구석 저 구석을 샅샅이 훑으며, 각자의 노동을 합니다. 이것은 하루짜리 노동입니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몹시 자유롭지만, 오늘 일을 하지 않으면 내일은 수입이 없는, 그야말로 하루짜리 밤의 노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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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난 많은 대리기사들에게,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해 상대적으로, 큰 불만은 없어 보였습니다. 자잘한(?) 불만들은 있어도, 대리운전 일 자체를 당장이라도 그만두겠다거나 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다른 직업을 갖기 힘든 처지임을 충분히 인식하는 데서 오는 본능적인 자각이랄까요? 그런 상황에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대신 그들은, 언제까지 그나마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있어 보였습니다. 나이 든 분들이 유독 많은 것이 그 가장 큰 이유일까요?


‘이 일이 내 마지막 직업이 될 것 같다. 이것마저 못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살지?’ 이런 느낌이랄까요? 이것이 아마도 타 직업군과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들이 저에게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으로 느껴진 게 아닌가 싶네요. 하기야 지금의 시대에, 그것이 어찌 대리기사들만의 두려움이겠습니까. 어쩌면 그 두려움과 현실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적응이, 대리운전 요금을 20년이 넘도록 못 오르게 혹은 더 하락하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노동자들이 그러하길 희망하듯, 밤길의 대리운전 노동자들도 자신의 노동에 대해 당당하고 그 대가에 대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오기를 바랍니다. 밤길의 모든 노동자들 ‘파이팅’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부탁이 있습니다. 대리기사를 만나 차키를 주고받을 때, 수고 많다는 혹은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해주시겠습니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동안 여러모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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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