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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수 최시원 씨 가족의 반려견이 유명 한식당 대표를 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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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보도가 된 후, 각종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는 들끓는 여론과 함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왜 목줄은 안 했느냐”, “사람이 죽었으니 안락사시켜야 한다” 등등. 유명 연예인 가족의 개 한 마리가 잠시 동안이지만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개가 사람을 물어, 물린 사람이 사망했다는 것에 있지는 않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반려견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건사고가 무려 723건이나 된다고 한다. 반려동물에 의한 사건사고가 총 820건인 것을 감안해보면 반려동물로 인한 인사 사고의 90%가 개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최시원 씨의 반려견 사고는 수많은 사고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유독, 최시원 씨의 반려견 사건에 집중이 되는 걸까.



주인의 태도(1) – SNS 사진


피해자가 사망 전 이긴 하나, 사건이 발생 후 3일 뒤 SNS에 올린 개 생일파티 사진이나, 피해자의 사망 후 5일째 되던 날, 아무렇지 않게 가해견의 일상을 또다시 SNS에 게재한 일은 단순히 비난을 넘어서 왜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사실, 사진을 올린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는가?, 지난친 비난 여론에 휩싸여 있다 등등의 의견이 있는 반면 아무리 그래도 피해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개 생일이라고 파티를 열어 사진을 올리고, 피해자가 사망했음에도 여전히 목줄을 하지 않고 산책을 시키고 거기다 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개념 없는 행동이라는 등의 의견이 엇갈린다. 불필요한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대다수의 여론은 최시원 씨 가족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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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태도(2) – 물타기


한국소비자원의 김선희 연구원은, ‘반려동물 관련 소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서에서 현재 한국의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17.4%에, 인구로는 1,000만 명에 달하고, 가정에서 기르는 강아지는 약 700만 마리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게다가 반려견 관련 국내 시장 규모는 1995년 5,000억 원에서 2010년 1조 8,000억 원으로 성장하였고, 2020년에는 6조 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관련 시장(1.8조 원) 중 의료 및 미용 시장 1.1조 원, 사료 및 식품 시장 4,957억 원, 의류 및 용품 1,836억 원 등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우리 나라에서도 애견 사업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최시원 씨도 한 껏 물이오른 애견 시장에 개 브랜드를 런칭 중에 있다. 따라서 만에 하나 자신이 런칭한 개 브랜드의 주인공인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죽였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면,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시원 씨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최시원 씨 본인도 사망의 원인이 반려견의 문제가 아니라는 듯한 메세지를 언론을 통해 알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최시원 씨가 직접 사망의 직접적 원인인 녹농균이 자신의 반려견에게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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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언론 플레이는 겉으로는 잘못했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실상은 마치, “우리 개 잘못인 아닌 거 같아요!”라고 외치는 듯한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내비치고 있는 최시원 씨는 지금, 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이 알아서 하세요!


이러한 논란은, 관련 제도만 잘 정착돼 있었어도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시원 씨의 반려견 사건이 각종 언론사에서는 연일 기사를 쏟아내야 하고, 대중들의 필요 이상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일인가. 아니다.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상을 받으면 된다.


그런데 왜, 여전히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을까. 관련 사안에 대한 제도와 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최시원 씨의 반려견 문제만 하더라도 개가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않았다? 사람이 죽었는데, 벌금 50만 원 선에서 해결될 일인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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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치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을 했는데 피해자 유족들이 괜찮다고 해서 조사도, 재판도, 처벌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최시원 씨의 반려견 사건은, 국가가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으니 국민들이 직접 나서 ‘인민재판’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가해자가 처벌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에 이목이 집중된 것. 진정으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다.



외국의 사례: 영국에서는 어떻게 하나요?


영국은 반려동물의 나라다. 특히 영국에서 고양이와 개는 반려동물의 양대산맥이다. 사람들을 구분할 때도 ‘도그피플’(Dog people) 과 ‘캣피플’(Cat people)로 나눌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때로는 단순한 사랑을 넘어 거의 인간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영국에서 생명에 대한 중요도를 선정할 때 여자-어린이-노인-반려동물-남자 순으로 선정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반려동물 1-2마리 정도는 갖고 있으니 시장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물론 이에 따른 반려견 사건사고도 많다.


영국 가디언(Guardian)에 따르면, 개에게 공격을 받거나 물려 신고된 사건사고는 2014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1년 동안 약 7,227건에 이른다. 한국의 10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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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2000년 초반부터 최근까지 증가 추세였다. 영국 통계청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총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0만 명의 피해/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물론 사망자 수는 극히 적다. 연간 10명 미만). 또한, 영국의 의료제도는 전 국민 무료이기 때문에 개로 인한 사고로 병원 찾은 이들에 대한 치료로 3백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50억에 가까운 비용이 정부의 예산을 집행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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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2014년, 영국은 즉각적인 법 개정에 들어갔다. DDA(the Dangerous Dog Act)에 따라, 개에게 물려 발생한 사건에 대해 징역을 최대 2년에서 14년까지 늘렸다. 과거 2년으로 제한되어 있던 법의 양형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물론, 이 법은 피해자가 신고를 하든 하지 않든 관계없이 집행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영국은 전 국민의 무료 의료보험제도(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을 경우 국가 차원에서 이를 관리할 수 있다. 반려동물에게 상해를 입어 치료를 받았을 때에도, 피해자가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싶다고 해서 숨길 수가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


게다가, 영국의 경우 반려동물의 공격으로 인사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똑같이 간주한다. 만약 운전자의 실수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을 하면 운전자에게 형사법이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로 인해 인사사고가 발생하면 주인이 음주운전으로 피해를 일으킨 사람과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사망사고는 벌금형으로 끝나지 않고 징역형과 같은 엄격한 처벌을 하고 있다.


만약, 최시원 씨의 가족이 영국에서 같은 일을 벌였다면 가해자는 SNS에 사진을 남길 여유 없이 조사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물론 가해견은 국가에서 데려가 교육을 시키거나 안락사 시킨다. 우리나라에도 영국과 같은 법이 제정되어 있었다면, 여론 및 각종 SNS를 불거지게 했던 국민들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구체적인 제도 마련 시급


영국은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단순히 형량만 조정한 것은 아니다.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중성화 수술 및 반려동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화했다. 어떻게 반려동물에게 중성화를 시키고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할 수 있느냐, 잔인하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동물 위에 사람이 있지 사람 위에 동물이 있지 않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맹견, 특히 핏불테리어, 필라브라질러, 도사, 도그아르젠티노 등과 같은 종류의 개들은 특별 통제견으로 분류하여 맹견 소유를 위한 법원의 인/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물론, 이와 관련된 사안을 쉽게 그리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부에서 안내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간결하면서도 쉽게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이 홈페이지에는 ‘반려견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Controlling your dog in public)에 대한 부분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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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gov.uk/control-dog-public


가령, 목줄을 하지 않으면 집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견주가 져야 한다든지, 투견일 경우에는 반드시 정해진 교육 절차를 이수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등의 정보가 잘 나와 있다. 제1조, 애견법의 목적, 제2조 제정 이유 등, 원론적인 부분들보다는 실질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행동강령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법이 개정이 된 이후, 영국에서는 반려동물, 특히 반려견에 의한 사망사고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2005년 1명을 시작으로 2009년 6명으로 증가한 이후 같은 추세를 이어오다가 2014년 법을 개정한 이후 현재 2명으로 1/3가량 피해가 줄어든 것이다.



결론


현재, 우리나라는 반려동물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하더라고 과실치사/상이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혹은 견주가 몰랐다고 하면 민사상의 배상뿐, 벌금형 이상 처벌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처벌의 수위가 낮다 보니 아무리 의식 수준이 높다 해도 관리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최시원 씨의 반려견 사건은, '나도 혹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국민적 여론이 모아진 사건이다. 소홀한 관리로 방치된 사나운 개로 인해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피해자만 억울하게 죽고, 가해자는 잘못 관리한 데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 사건이 이처럼 큰 이슈가 된 데에는 피해를 받은 사람만 바보가 된다, 나도 언제 피해자가 될 지 모른다는 불안심리가 깊게 작용했다고 본다.


이제 우리에게도 제대로 된 반려동물 법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특히 반려견의 교육 프로그램도 심화, 확대시켜야 한다. 영국에서는 교육을 통해 반려견에게 질서를 가르친다. 사람에게 짖지 않고, 설사 목줄이 풀려 있어도 주인 곁을 떠나지 않는다. 타인의 음식을 탐내지 않고 냄새를 맡는다든지 발을 올리는 행위도 하지 않는다. 본능을 제어시키는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물론 법 개정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적 의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 있어 자신의 권리가 중요하다. 내가 기르는 반려견이 타인보다 중요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권리를 주장하는 법에 대해서는 익숙하기 때문에,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부족한 것도 이에 뒤따른다.


가해견의 주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무는 것과 동시에, 의식의 성장도 함께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BRYAN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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