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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10. 월요일

독투불패 스키인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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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뮤즈 대통령이 신년 인사에서 블랙홀이란 단어를 썼더랬지? 대박에는 못 미쳤지만 나의 귓구멍엔 블랙홀이 후악 박혔어.


개헌에 대한 논의가 블랙홀이라고 하지만 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치가 올림픽이라고 생각해. 그야말로 블랙홀. 역사적으로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겠지. 이미 올림픽 개막 전부터 뉴스의 중요한 꼭지 한두 개는 올림픽 소식으로 채워졌고, 개막 후에는 연일 올림픽 관련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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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바람과는 다르게 난 좀 찬찬히 왔으면 좋겠어. 내가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던 플랜에서 너무 벗어났어. 이미 모든 종목들에 대해 한 번씩은 다 썼을 거라 생각했는데. 속성으로 쓰려니 마음만 조급해지고...

 


올림픽에서의 스키 종목에 대해 쓰기 전에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국가대표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던 김선주 선수에 대해 잠시 쓰려고 해. 우리나라 알파인 스키 여자 선수로는 가장 오래 자리를 지켜왔어. 2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꿈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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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뻤던 순간이 올림픽 출전이었다고 했었어.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스키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거 자체가 영광이지. 우선 FIS 포인트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걸 차곡차곡 쟁여두는 여정이 만만찮아.


FIS(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Ski 국제 스키 연맹 )에서 인정하는 국제대회에서 열심히 포인트를 쌓아야 하지. 우리나라는 스키장은 많은 듯하지만  국제대회가 열릴 수 있는 규격의 스키장은 몇 군데 안 되는 게 현실. 그에 반해 일본은 스키장을 설계할 당시부터 국제경기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 자국에서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혜택인지. 


우리나라엔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는 전용코스 하나 없어. 연습이건 대회건 외국으로 나가서 해야 하는 상황이야. 이런 환경에서 이만큼 성장한 게 어쩌면 기적이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놈의 기적, 기적타령 정말 좋아해. 그치만 기적가지고는 부족해. 그걸 뛰어넘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 이전에, 그걸 찾기도 전에 그만두게 되는 게 현실이야. 씁쓸하고도 차가운 현실.

 

무릎의 연골 20%만 남았지만 국가대표를 내려오는 김선주 선수의 뒷모습이 쓸쓸하지 않았으면 한다. 걸음이 당당했으면 좋겠다. 

 

1위를 향해 누구나 달려. 그러나 1위가 아닌 참가 그 자체를 위해 열심히 달렸던 선수의 열정이 그와 다르지 않음을 알았으면 해. 우리가 쉽게 놓치는 부분이야. 어딜가건 1위가 아니어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음을 알았으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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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본격적인 스타아아아아아아아트!

 

스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높은 데서 위에서 내려오는 장면일 거야. 그걸 알파인이라고 해. Alpine. 알프스 산맥의 높은 기상이 깃든 이름이지. 알파와 오메가의 알파는 아니란 거 알아두길.(사실은 오메가로 시작해서 오메가로 끝남 : 타임키핑 시스템) 

 

크으게 스키를 알파인과 노르딕 둘로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에선 낯설지만, 사실 역사의 순서로 하면 노르딕(Nordic)이 먼저야. Nord, 북쪽을 의미해.(북쪽은 맞지만 종북은 아님) 우리나라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선 인기있는 스포츠야. 대중적으로 인기도 있고 실제 노르딕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 올림픽 메달도(스키종목 중에서도) 노르딕에 제일 많이 걸려 있어.



우선 알파인부터 소개할게.

 



1. 회전(Slalom = SL)


여러 작대기들을 샤샤샤샥 빠져나가는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경기야. 속도보다는 기술적인 면을 평가하는 종목이긴 하지만 놓칠 수 없는 게 속도지. 숏턴 위주의 경기 구성을 하게 되는데 최대한 기문(회전의 기문은 pick 형태)에 붙어서 타야해. 기문을 옆으로 지나는 게 아니라 거의 다리와 손으로 쳐내면서 타. 기문 수도 제일 많은데 그걸 다 쳐내면서 타면 마이 아파. 다리에(무릎까지) 가드를 장착해. 거기다 폴(들고 타는 작대기)에도, 펜싱칼처럼 손목을 보호하는 부분이 있어. 그걸 폴가드라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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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상대해 주마” 이런 기세로 기문을 세게 쳐 줘야지. 세게 치면 얼굴로 다가오기도 해. 그래서 턱을 보호할 수 있는 가드가 장착된 헬멧을 쓰는 거고.   


회전경기는 경기 전까지 코스구성 및 슬로프 상태가 비밀. 2시간 전에 제한된 사람(선수, 코칭스태프)에게만 기문이 어똫게 꽂혔는지만 볼 수 있어. 그 때부터 작전이 들어가지. 어떻게 코스를 공략할 것인지, 머릿 속으로 먼저 경기를 치르는 거야. 뒤에 타는 사람이 유리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 뒤로 갈수록 부담이 커지고, 실수가 많아져. ‘난 저기서 좀 더 공격적으로 타야지’하다가 실수를 하게 된다니까. 가장 실수가 많은 종목이라, 조심은 하지만 실제 경기에 나가면 욕심이 나. 실수가 적은 게 실력이라는 말이 있어.


스키는 경험의 미학이 통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어. 전성기가 다른 운동들에 비해선 뒤로 가 있어. 대부분의 운동이 20대 초반에 에너지를 뿜어내지만 스키는 힘보다는 그 힘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조절 능력, 즉 밸런스가 폭발해야 해. 그 나이대는 대체로 20대 후반부터. 난 이런 경험치를 인정해 주는 운동이 좋아.


기문 구성을 달리해서 두 번의 합계로 순위를 매겨. 두 번째 기문 구성도 경기 전까진 물론 비공개. 짧게 짧게 끊어 타란 말을 코치들은 많이 하지. 눈 앞의 기문을 보면서 포지션을 자주 바꿔야 하는데 그 와중에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내려와야 해. 그걸 리드미컬하게 수행해 내는 건 순전히 선수의 몫. 나만의 박자가 어긋나는 순간 꼭 실수를 하곤 해. 실수를 안하는 방법 같은 건 없어. 어차피 그 코스와 똑같은 코스를 타 본 선수는 나 말고도 없어.(자국 선수에겐 상당히 유리함) 자신감 있는 선수가 이기는 거야.


내 오랜 친구랑 같이 경기를 보다가 어이없던 질문을 하나 던졌어. 왜 저 기문은 통과를 안하고 저기로 가? 어이없었지만 모르고 보면 이상해 보이는 게 당연한? 누가 설명을 해 줘야 알지.


기문을 통과하는 법부터 알아야 경기가 보여. 같은 색깔 기문 사이를 빠져나가는 거야. 파랑 빨강 두 가지 색이 있어. 파랑 기문 두 개 사이와 빨강 기문 두 개 사이, 이 사일 빠져나가는 거야. 같은 색깔 기문 두 개가 한 쌍이니까 그 사이로 빠져나가기만 하면 돼. 그 바깥으로 간다거나 하나라도 빼먹으면 실격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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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실격이 문제임? (안타깝게도 낭심 가드는 없음)

 



2. 대회전(Giant Slalom = GS)


회전 경기에 비해선 회전반경이 커. 활강하고 회전의 중간 성격이야. 미들턴과 롱턴을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하는. 활강과 회전 그 다음에 생긴 경기라고 할 수 있어. 그 다음에 생긴 경기는 수퍼대회전.

 

내 친구의 어이없었던 질문 또 하나. 


“대회 전에 타는 스키랑 대회 때 타는 스키가 달라?” 지금 저기서 하는 경기는 올림픽 전에(대회 전에) 예선을 치르는 거야?


대회전을 큰(grand) 회전으로 인식하지 않고 대회 전(pre)으로 이해했던 친구의 질문. 당시엔 많이 웃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봐. 접할 기회가 없었으니.

 

대회전 경기까진 테크니컬 경기로 보고 있어. 그렇다고 빠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오산. 각자 경기를 치르지만 초를 다투는 경기인 걸. 대부분의 스키저널에서 스키선수를 스키어가 아닌 레이서로 표현하고 있어. 기술이 더 발전할수록 테크닉은 기본이고, 스피드가 강조되고 있어. 스피드를 감당하기 위해선 테크닉을 빼놓을 수 없다는 걸 절실히 느껴. 그러니까 테크니컬이 맞아. 완벽한 자세가 있어야 스피드가 먹히거든. 고정된 자세가 아니고 계속 변화하는 지면에서(경사도까지 있는)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나가줘야 하고. 대회전 스키 폴부터 휘어져 있어. 공기 저항을 줄이려는 1g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지.


회전과 마찬가지로 오전 오후 두 번을 타서(기문 구성 다르게) 합산한 결과로 순위를 매겨. 첫 번째 탄 순위가 좋을수록 뒤에 타는데 뒤에 타는 게 정말 초조해. 스키장의 온도가 춥기도 하거니와(추우면 근육이 경직) 컨디션 포인트(하루 중에서도 몸의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가 있다.)를 맞추기가 힘들어. 대기 시간도 긴 편인데 거기다 다른 변수(기상상태 악화, 선수 부상)로 예상 대기 시간보다 길어지면 그 포인트를 놓치기 쉬워.

 

체온 유지가 관건인데, 경기 때 입는 옷이 공기저항을 줄이는 얇은 쫄쫄이라 엄청 춥거든. 스키부츠에 가드까지 착용하고 있으면 뭘 입고 벗기가 불편해. 그래서 입는 게 워머 형태의 반바지야. 입고 벗기 쉬워서 실생활에서도 애용하는 선수들이 많아. 옆면이 지퍼나 찍찍이여서 벗거나 입는데 1초도 안 걸리는.(므흣)

 

기문(gate)이 회전에 비해 넓어. 기문에 바짝 붙어 타야 기록이 단축되겠지. 기문이 스프링구조로 되어 있어 아프지 않을 것 같지만 어깨나 다리에 피멍들게 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어. 반복적으로 연습하기 때문에 더 그렇지.


보드 밀러란 선수가 어깨나 다리가 아니라 팔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어. “아 저거 뭐지? 저냥반 왜 저래?” 그랬던게 엊그제 같은데 실제로 팔로 치는 게 더 빠르다는 분석이 나온 후로 팔에도 가드를 차고 지금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팔로 기문을 먼저 치고 나오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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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활강 (Downhill = DH)

 

스키장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활강금지>라는 표지판을 봤을 거야. 전속력으로 달리는 걸, 활강이라고 해. 잘 타는 사람에게도 위험한 거야.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 하는데 꼭 하는 사람이 있어. 하지 말라는 건 안하는 게 좋아.


실제로 스키장에서 활강하는 사람을 봤다면 그 사람은 잘 타서 활강을 한 게 아닐 가능성이 커. 컨트롤을 못해서 쭉쭉 미끄러져 나갔을 거야. 주변 사람들이 말려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내려가지. 그러다 사고나는 경우가 많아. 피하는 게 정답!!!! 무조건 피햇!!!!!! 하지만 피할 수 없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것도 방향성없이 오거든. 그것만 봐도 활강이 얼마나 위험한 종목인지 알 거야. 속도가 높아지면 컨트롤이 더 힘들어.


경기에서도 가장 심플해 보이지만 어려운 게 활강. 젤 빠르고 젤 위험한 경기임이 틀림없어. 140km/h 속도를 넘나든다는 게 상상이 되니? 회전 경기보다 2배 정도는 빠른 거거든. 자동차로 평지를140km/h 속도로 달려도 빠른데 맨몸으로 그것도 경사면을 바람 맞으며 달린다는 건 상상이 될까? 그 추위에 느끼는 체감속도는 사실 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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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땅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속도 경기라고 할 수 있어. F1선수들이 시즌이 아닐 땐 스키를 즐겨. F1에서도 느끼지 못한 속도감을 느끼거든.


위험한 만큼 경기 전에(3일간) 슬로프를 뛰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줘.(의무) 헬멧도 턱에 가드가 있는 것을 하게끔 하고. 선수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위해서도 꼭 지켜줘야 할 규칙.


우리나라엔 아직 활강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없어. 표고차 800-1000m, 3000m가 요건인데 그걸 충족시킬 곳이 아직까진 없어. 숫자로 표현하니 감이 안오지? 산등성이 3개 쯤은 넘나드는 규모야.

 

이번 소치 활강 슬로프는 그야말로 죽음의 코스. 난이도는 최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습도중 이렇게 많이 포기한 적도 없는 것 같아.(55명 중 10) 부상당한 선수들도 상당하다. 최근 있었던 활강 경기들(월드컵 포함)140초 대에 이뤄졌다면 210초 대를 훌쩍 넘는 경기였다. 베테랑 보드 밀러 선수도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고 탔다고 해. 첫 시작부터 가파른 경사를 뽐내는데 그 자체가 굉장한 공포였다고.


속도도 속도지만 기문이 모두 빨간색이라는 거. 이것만 보면 그건 다운힐이야.(아는 척 포인트) 그만큼 주의해야 하는 종목이란 얘기. 집중력과 판단력, 속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하는 게 다운힐.


안타깝게도 무릎부상으로 다운힐의 여제 린지 본이 이번 올림픽엔 참가를 못한다고해. 우리에겐 타이거 우즈의 여친으로 잘 알려져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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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자세가 바로 크라우칭 자세. 고속에서도 흐트러짐없이 이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 자세는 낮을 수록 좋고. 린지 본은 다운힐 뿐만 아니라 수퍼대회전도 작살나게 타.

 



4. 수퍼대회전(super giant slalom = Super G)


수퍼대회전은 다운힐과 대회전의 성격을 골고루 가진 스피드 경기라 할 수 있어. 점점 그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야. 다운힐 잘 타는 선수가 수퍼G도 같이 잘 타는 경우가 많아.

 

다운힐과 대회전의 중간쯤 되는 코스를 달리는 경기. 대회전보다는 기문 간격이 넓고 호흡이 빠른 경기야. 알파인 종목 중 가장 나중에 생긴 경기이고 국제대회 종목으로도 제일 늦게 채택되었어. 1988년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되었어. 읭?


여기서 이상하다 생각하는 게 맞아. 다른 올림픽이면 몰라도 1988년이면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땐데 어떻게? 서울에 그 때 눈도 안왔는데...


현재는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의 개최년도를 2년 간격을 두지만 그땐 같은 해에 두 올림픽이 열렸어. 팰럴림픽(장애인 올림픽)까지 총 4번의 올림픽을 한 해에 치르기가 IOC로서도 부담이었을 거야.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까진 동,하계 같은 해에 하다가(2년 만에) 1994년 릴레함메르부턴 달라졌지. 이때부터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에서 성적을 내서(숕트랙)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거야.


수퍼G가 1988년 캘커리올림픽부터 시작된 짧은 역사지만 인기 많은 종목이야. 중간에 한 번 점프해서 붕 날듯이 타는 구간이 나오는데 거기서 쾌감을 느끼는가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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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복합(combined = slalom + downhill)

 

말 그대로 합쳐진 거. 다운힐(스피드)와 회전(테크닉) 둘 다를 잘 타기 힘들지만, 어딜 가건 둘 다 잘해서 얄미운 애들이 있다.(얄밉기보단 대단한)


회전은 순간순간의 판단력이 정말 중요해. 다운힐에선 과감함이 필요하고 그걸 두루 갖추기가 쉽지 않은데, 수많은 연습은 그걸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야.

 

회전 탈 때와 다운힐 탈 때 장비가 바뀌어져 있는 걸 보면 재밌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스키인데 우선 눈에 보이게 다른 건 폴.


알파인에서 폴은 밸런스를 위한 장비야. 스피드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거 같지만 속도를 내야하는 경기일 수록 폴이 휘어져 있어. 약 15도 정도 휘어져 있으면 GS나 수퍼G라고 보면 되고 다운힐 폴은 좀 더 휘어져 있어. 공기의 길을 열어주는 거라 생각하면 되는데 갈비뼈 쪽으로 타고 들어온 공기가 옆구리 폴을 타고 빠져나가게 되면서 공기저항을 덜 받게 된다구. 몸의 곡선과의 밀착감, 그 미세한 차이가 경기엔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 주거든.


스키는 그 어떤 경기보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경기장이 있는 곳은 대개가 큰 산이야. 그만큼 변수가 많아. 변수에 잘 적응하는 게 경기력이야.


이번 소치에서의 변수는 생각보다 낮지 않은 온도. 0도~영하 1도 정도의 날씨. 생각보다 눈이 오지 않아서 한 달 전부터는 창고에 눈을 보관하기도 했었지. 푸틴에겐 눈을 내려줄 힘은 없나봐. 우리 대통령을 대여해 주고픈 심정이야.


온도가 낮지 않은 거, 이게 왜 문제냐고? 평소에 본인이 연습하던 눈보다(-5도 이하보다) 온도가 높은 상태라 전혀 다른 왁싱을 해야 하거든. 눈의 온도에 따라, 습도나 기타 상태에 따라 왁싱을 달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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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왁스 줄까? 파란왁스 줄까?

 

 

눈의 온도 뿐만 아니라, 눈이 바로 내린 눈인지, 얼마나 쌓여 있던 눈인지, 습기는 어느 정도인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축적되고 다져진 눈인지, 눈에 가해진 물리적 변화(햇빛, 바람의 영향)는 어떤지... 모든 것이 변수야.


스키 경기 직전 눈이 내리면 좋으냐고? 전혀 그렇지 않아. 새로 내리는 눈은 슬로프에 있는 눈과 전혀 다른 성질의 눈이거든. 그 때부턴 전쟁이야. 유럽 대부분의 선수들에겐 왁싱 팀이 따로 있거나 왁싱만 전문적으로 하는 코칭스태프가 팀마다 있어. 여러 스키에 옵션을 다르게 왁싱을 해 두지만 경기 직전에 날씨가 변하는 걸 예측 못하면 그야말로 재앙이지.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눈은 Dry한 -5도 이하인 눈. 가장 경험을 많이한 눈이기도 해. 살짝 얼면서 수분기가 사라지거든. 수분이 적은 powder형 눈이 스키 타기엔 가장 적절해.

 

구름이 많이 걸쳐있는 곳은 공기 자체가 습해져서 눈이 또 전혀 다르고.

 

왁스 색상이 짙어질수록 온도가 낮을 때 사용하는 거라 생각하면 되는데, 믹싱 방법은 개인마다, 팀마다 그 배합이 달라. 그게 또 비밀병기이기도 하니까. 왁싱하는 과정이 여간 번잡한 게 아니라능. 기존 왁스를 벗겨내고 다리미로 녹여낸 왁스를 바닥에 올려 굳히고 예리하게 깎아내 줘야 하는데(짧게 얘기해서 그렇지 참으로 공이 많이 들어간다.) 선수마다 스키 버릇이 달라, 그에 맞게 해 주는 게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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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전에 다리미 없이 바르는 왁스로 그때그때의 상태에 따라 바를 수 있게 나온 왁스.

이건 정말 날씨가 급변했을 때 유용한.

 

 



이상  5종목 남,녀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린 알파인 종목에 대해 속성으로 디벼봤는데 이게 지식이라고는 생각 안해. 스키 경기를 보게 될 때 약간의 tip만 되어도 좋겠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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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투불패 스키인쉽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