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온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 딸을 이용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이후 딸의 친구는 살해, 자신의 아내는 성매매 현장으로 내몰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 어금니 아빠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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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일이다. 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조차 없는 행동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이와 같은 강력범죄들은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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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서 벌어지는 강력범죄 중 80% 이상이 성범죄라고 한다. 물론 성범죄의 피해 대상은 여성이 9할 이상이라고. 사실, 요즘 언론을 통해 등장하는 온갖 종류의 성범죄들을 보면, ‘강력범죄 – 성범죄 – 피해여성’이라는 공식이라도 만들어질 기세다.
학교에서는 교수가 여제자들을 대상으로, (링크)
직장에서는 상사가 부하 여직원을 대상으로, (링크)
군에서는 상급지휘관이 여군을 대상으로, (링크)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거대 조직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기독교에서의 성범죄
그런데, 다소 충격적인 통계가 공개되었다. 성범죄자의 직업을 분석한 결과, 전문직 종사자 중 가장 많은 수가 종교인이었고, 그 중에서 목사가 1위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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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사 방법과 결과 분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이 무색하리만큼, 목사들의 성범죄가 줄이어 등장하고 있어 그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첫 번째는 개그맨 문천식 씨의 형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늘기쁜교회의 문대식 씨. 그는 지난 8월 여고생 성추행으로 구속됐다. 청소년 사역자이자 성상담 및 관련 주제 강연가로 유명했던 그가 성범죄자였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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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수 있으나 ‘라이즈업코리아’(Rise-Up Korea)라는 선교단체의 대표인 이동현 씨. 그 역시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해 왔다. 단체의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적인 영향력도 높아졌지만, 과거 자신을 따르던 여고생과 오랜 기간 동안 수차례 강제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목사 면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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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1993년 삼일교회에 부임하여 당시 80명이던 신도수를 2만여명에 달하는 대형교회로 덩치를 키웠던 전병욱 씨. 그도 2010년, 구강성교 강요 등의 성추행 사건으로 교회를 사임했고 재판에 회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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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유명 선교 단체나 대형교회 목사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난해, 자신의 아들이, 아내가 다니던 교회 목사의 자녀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망연자실해 있던 한 남성의 이야기는 오늘날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과 관련된 문제들이 이미 상식 선에서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버렸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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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밝혀진 사례들은 언론사를 통해 알려진 것 뿐이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사회 속에서 모범과 본이 되어야 하는 교회, 신앙 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면에 있어서도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는 교회, 그런 교회의 리더라 불리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었던 걸까. 이런 결과가 가능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답한다.
1) 여성에 대한 인식 문제,
2) 직분(목사)에 대한 인식의 문제
첫 번째 원인: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
한국은 오늘날에도 남성에 의해 여성이 지배를 받는 사회적/문화적 구조를 띄고 있다. 조선시대를 지배했던 유교를 통해 ‘삼종지도’(三從之道)를 가르쳐 왔고, 여성은 결혼 후 출가외인으로 취급 받았다. 따라서 독립된 인격체로 여겨지기 보다는 전유물에 가까운 취급을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고관은 현대에 이르러 우리 사회 곳곳에, 개개인의 인격과 삶에 스며들어 이제는 그 형체를 파내어 분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내면화됐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기독교가 한국에 전파되었을 때, 성경은 성경자체로서의 뜻을 발현할 수 없었다. 특히 여성에 대한 인식과 해석이 그랬다. 성경을 번역하고 해석했던 이들도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한국 사회가 가진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자연스럽게 교회 내에 들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게 남성들은 교회 내에서 자신들의 위치, 직분 혹은 지위를 토대로 여성에 대해 묘사된 성경 구절을 성경에서 말하는 그대로가 아닌, 그동안 자신들이 배우고 익혀왔던 방식으로 여성에 대해 해석하고 인용해 왔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장 18절>
위 성경 구절을 근거로 그동안 한국교회의 수 많은 목사들은 여성들을, 성경에 표기된 그대로, ‘돕는 배필’ 즉, ‘도와주는 보조자’정도로 이해했다. 때문에 교회 주방에서 밥을 하고 설거지 등의 주방 일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이었다. 청소와 꽃꽂이 등 다양한 허드렛일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여성들이라는 것도 전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남성은 대부분 목사와 장로로, 여성은 ‘일하는’ 집사로 구분되어 역할을 분담하게 된 것도 위의 성경 구절이 있기에 가능했다. 만약 남편이 목사라면 아내인 여성은 자신의 꿈을 포기해서라도 남편의 일을 도와야 하는 (‘사모’라 불리는 직책) 역할을 수행하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받게 된 것도 이 같은 해석 때문이다.
하지만, ‘돕는 배필’(עֵ֖זֶר כְּנֶגְדֹּֽו)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 중, ‘에제르’ 혹은 ‘이-저’(עֵ֖זֶר) 는 정확하게 번역하면 ‘도와주는 사람’ 즉, ‘협력자’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협력자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옆에서 함께 위로하고 안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이자 ‘동반자’의 개념이다. 구약성서에서 ‘신’(하나님)을 묘사할 때도 ‘에제르’, 즉 인간에게 있어 ‘협력자’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감안하면 ‘돕는 배필’이라는 단어는 수직,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나타내는 표현 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율법에 이른 것 같이 오직 복종할 것이요…”
<고린도전서 13장 34절>
두 번째로, 위의 구절은 주로 여성의 입지를 좁히고 주눅들게 하는데 사용되어 왔다. 특히, ‘잠잠하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어 여성은 남성이 하는 일에 끼어들지 말고, 토를 달지도 말고 조용히 따라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위 구절은 교회 내에서 남녀 관계의 역할 구조를 알려주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다.
당시 ‘고린도’(Corinth)는 그리스의 중앙부와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교통의 중심지요 지중해 최대의 상업도시였다. 그러나 번영을 누리며 부유한 만큼 사람들은 방종했고, 음탕, 문란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신 아프로디테의 숭배로도 유명했던 이 도시는 여성 중심의 타락한 문화 때문에 도덕적 행실에 대한 강도 높은 경고와 교훈이 필요했다. 따라서 여기에 등장하는 “여자는 … 잠잠하라”는 말은 보편적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말이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시대에 있는 여성’을 지칭했던 말이다.
하지만 위 구절은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와 문맥에 따른 분석 없이 낱말 그대로가 번역되어 여성들에게 적용되었다.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 리더들에 대한 설명은 없고 단지 저 구절이 있다는 이유로 여성들은 차별 받아야 했다. 지금도 여성들에게 목사가 되는 것을 금하는 교단이 있는 것도 이러한 해석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
<에베소서 5장 22절>
사실, 위에서 언급된 ‘복종하기’는 그리스어 원문 성경에는 없는 단어다. 따라서 원문을 그대로 번역해 보면,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주께 하듯”이다. 하지만, 그리스어 문법에서는, 동사가 문장에 있지 않거나 생략이 되면 이전 문장의 동사와 함께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남편에게 복종하라”의 복종은 그 이전 구절인 에베소서 5장 21절의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의 ‘복종하라’는 동사를 빌려서 해석이 된 것이다.
여기서 사용된 ‘복종하라’(ὑποτασσόμενοι)는 교회 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상호간의 복종을 의미한다. 예수를 따르고 경외하는데 집중하라는 뜻으로 사용된 동사다. 따라서 22절의 동사는 21절의 동사를 가져다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문맥상 해석은 ‘복종 혹은 순종’이라는 단어로 해석은 될 수 있지만 의미가 같지는 않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풀러 신학교의 김세윤 박사는 오히려 ‘복종하라’는 남편에게 하는 복종이 아닌, 서로서로 복종하라는 뜻에 더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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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위 구절에서 사용된, ‘머리’의 원문은 그리스어로 ‘케팔레’(κεφαλὴ)라고 표기되어 있다. 여기서 사용된 이 단어는 ‘주춧돌’(Corner Stone)이라는 뜻으로도 번역이 되는데 이는 수직적 종속의 의미를 갖고 있기 보다는 수평적 관계 속에서 역할의 차이를 나타낸다.
사실, 위 구절에서 등장하는 '머리'는 뜻을 해석함에 있어 '권위', '권세'로 해석하느냐, '근원', '원천'으로 해석하느냐의 해석이 분분하다. 여기서 중요하게 참고 해야할 부분이 고린도전서 11장에 등장한다.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라는 표현이다. 만약 여기서 사용된 ‘머리’라는 단어가 주종의 관계를 뜻하는 ‘권위’, ‘권세’등으로 해석이 된다면 하나님과 예수의 관계도 종속의 관계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독교 교리에서 하나님과 예수는 주종의 관계로 이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서 사용된 ‘머리’라는 단어는 '권세'보다는 '근원’ 혹은 ‘원천'으로 해석하는 게 적합하다. 이는 역할의 구분만 있을 뿐 수직상하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여자의 머리는 남편이고, 머리가 명령하는 것을 팔과 다리가 따라하듯이 여성들도 남성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은 성경의 뜻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성경과 반대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성경은 있는 그대로 해석이 되지 못했다. 특히 여성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성경이 번역되고 해석이 되는 과정 속에서 언어가 속해있는 사회적 배경이 성경 해석에 영향을 끼치게 된 것. 결국,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남존여비 사상이 잘못된 성경 해석을 통해 고스란히 기독교 사회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여성들이 하찮거나 쉬운 상대로 여겨져 성범죄의 대상이 된 계기도 이러한 성경 해석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성범죄의 원인을 첫 번째로, 위와 같은 그릇된 성경 해석과 그로부터 발생된 여성관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남성들 특히, 리더라 불리는 목사들에게 여성들은 자신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존재 정도로 여겨졌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하찮고 상대하기 쉬운 대상이기도 했다.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성범죄와 똑같은 형태의 일들이 교회에서도 일어나게 되는 데에는 이러한 그릇된 성경 해석과 여성관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 성경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할 때, 교회는 사회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낳은 결과물을 그대로 낳게 되는, 그야말로 그 사회의 축소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성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처럼, 교회가 같은 문제로 윤리적 한계치에 도달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지난 기사 1. 루터도 믿었던 천동설과 지구 나이 6천 년의 이유(?) |
BRYAN
편집: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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