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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유사정당이 ‘빤스런’으로 떡밥을 독점해버리는 바람에, 국정감사 후반부가 좋지 않은 곳을 맞은 심영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이번엔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있었던 몇 개의 이슈들과 이번 국정감사에서 각 정당의 활약에 평점을 줘봤습니다.
 


1.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 고영주 MBC 이사장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계시던 고영주 이사장이 모 유사정당이 보이콧하는 국감에 나왔습니다. 대선 전부터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며 단정 지었던 분이자 MBC 이사장이신지라 흥행할 떡밥들이 많았는데요. 평생 창조간첩 때려잡았던 분이라 그런지 질문 받는 자리에 나온 것이 불편하셨나 봅니다. 위원장직을 수행하는 신경민 의원과 서로 삿대질하며 “똑바로 하라”며 말싸움 붙은 것이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한 세기를 뛰어넘은 언어력을 구사하는 고 이사장의 발언을 나만 당할 수 없으니 같이 보시죠.


Q: 이사장직으로 있는 동안 국정원장을 만났나
A: 국정원장은 전에도 저와 애국 활동을 같이 한 분이라 잘 알고 있다.



Q: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고 대통령 되면 적화통일될 것’이라 했는데, 지금 적화통일 중인가?
A: 문 대통령이 평소 소신대로 했으면 적화 통일이 됐을 것 / 내가 평생 공안을 해봐서 잘 안다.



Q: MBC는 공영방송이죠.
A: 공영방송이 뭔지 모르겠다. MBC는 주식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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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


개소리가 난무하는 와중에 임기는 11월 2일에 만료되나 이사직은 유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2.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 네이버 뉴스주작


네이버는, 주작으로 신뢰를 잃은 프로축구연맹에게 주작의뢰를 받고 스포츠 기사 노출을 주작한 적이 있죠. ‘가카가 또 한 번 땡겼다’ 정도라서 놀랍진 않았지만 처음 뽀록난 것이라 이목을 끌었습니다.


국감장엔 네이버의 이해진 등기이사가 나왔습니다. 사과를 하긴 했지만...


Q: 네이버가 뉴스 배치와 검색점유율로 국민 여론을 기만하고 있다.
A: 뉴스는 회사 대표와 뉴스책임자가 다루고 있는 부분, 제가 깊이 알고 있지는 않았다.



Q: 삼성 미래전략실이 네이버에 삼성 관련 기사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A: 스포츠 뉴스 배치는 사실이지만, 삼성 건은 그렇지 않다.



Q: 뉴스배치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A: 외부에서 악용하는 사례만 없다면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



답변을 요약해보면,


1) 시바 뽀록났네. 걸려서 죄송.
2) 뉴스 관련 일을 안 해서 몰랐엉ㅋ
3) 하지만 삼성 건은 절대 아냐.
4) 뉴스 책임자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알고리즘 공개에 찬성해.


입니다. 그러니까 관련자 좀 자르고 구조를 바꾸는 척은 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무것도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알고리즘 공개는 이미 제시된 대안인데 모든 포털이 ‘외부에서 좌표 찍고 주작하는 일’을 명분으로 공개하지 않아 왔기에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책임자인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도 사과는 했지만 비슷한 수준의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 유사정당이 열을 내며 네이버를 깠다는 점입니다. 다만 대안으로 제시한 ‘경제상황평가’ ‘뉴미디어 편집위원회’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등이 모두 법원에서 제동을 걸었거나 법적 요건이 미비한 것들이었습니다. 역시 대안인 ‘척’한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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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자 등기이사



3.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 적폐청산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적폐청산의 진원지 교문위 국감은 모 유사정당의 관종 짓으로 진통을 겪었습니다. 모 유사정당은 도종환 장관이 평창 올림픽 성화 인수 차 그리스에 간 것을 이유로 항의하며 국감을 시작하기도 전에 중지시켰습니다. 간사인 염동열 의원이 “장관 없는 종합 국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원래 일정은 도 장관이 돌아오는 11월 2일이었습니다. 유사정당에서 보이콧을 해버리시는 바람에 3당 간사 간 합의에 따라 날짜가 바뀐 것이었는데요, 왜 일정 짤 때는 딴소리하다가 나중에 왜 이렇게 짰냐고 승질내고 있는 격이지요. 여행 갈 때 이런 친구 있으면 옥수수를 털고 싶어집니다.


공방전이 벌어진 건 문체부의 적폐청산 이슈를 두고였습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훈령으로 조사위를 구성해 실질적으로 정부위원회법을 위반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활동이 프랑스 혁명기의 공포정치를 연상케 한다.”

자유당 나경원 의원



“특검에서 조사했고, 감사원에서 감사도 했는데 뭘 더 조사할 게 있나”
“과거가 아닌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

자유당 이장우 의원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70% 이상이 적폐청산을 원하고 있다.”
“진상규명의 공포를 느끼는 게 국민인지 적폐세력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 김한정 의원



모 유사정당은 보이콧 복귀 후 교육부와 문체부 등 국정교과서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법적 구성 근거를 집요하게 공략했습니다. 이은재 의원은 “불법적인 조사위의 행위는 모두 무효”라는 주장까지 했는데요. 나 차관은 법령이 아닌 장관훈령으로 조사위를 구성한 이유에 대해 ‘시급성을 요했다’고 답했습니다만, 우물쭈물해서 공격의 빌미를 만들어주기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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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들 20만 원만 더 쓰세요
(출처:연합뉴스)



4. 정무위원회 : 피자헛 갑질 공방


마지막 날의 국정감사는 새롭게 터진 이슈들과 보이콧을 그만두고 돌아온 모 유사정당의 삽질을 덮기 위한 굴착기질로 개판이 되었습니다.


흥진호 나포, 안봉근-이재만 전 수석 체포, 문준용 씨 특혜 시비, 홍종학 벤처부장관 후보자, 탈원전, 여명숙 위원장의 ‘게임판 국정농단’ 발언, 박근혜 5촌 살인사건 등의 많은 이슈가 나왔지만, 그 중 ‘피자헛 갑질’ 공방을 디벼볼까 합니다. 스티븐 리 피자헛 대표가 피자헛 점주협의회장과 모든 사안에서 대립하는 답변을 내놔 시선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Q: 10년 넘긴 가맹점 몇 곳에 대해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고 난 뒤에야 계약을 갱신한 것 아니냐
A: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Q: 가맹점주가 본사에 매년 80억~100억 원 가량 지급한 광고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A: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 대외비라 말하기 어렵다.



“100여 곳이 가맹계약 해지통보를 받았으며 일부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통해 구제받기도 했다”
“광고비와 관련해서는 2016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본사에 공개를 요청해도 집행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윤혜순 가맹점주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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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사위크)


공정위가 칼을 겨누고 있는 피자업계 중에서도 피자헛은 가장 평판이 안 좋습니다. 본사의 경영실패로 경쟁력을 잃은 뒤 매출이 급감하자 가맹점을 쥐어짜는 것은 물론, 한국피자헛이 매각된 뒤 가맹점을 축소하거나 골치 아픈 가맹점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등 부당행위를 해왔습니다. ‘어드민피’라는 계약서에 없는 항목으로 68억 원을 부당징수한 것이 걸려 5억의 과징금을 맞고 불복해 소송을 걸기도 했지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요.


2015년엔 69개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하고 희망퇴직을 강요하기도 했으며, 노조 무력화를 시도했습니다. 문어발식 직영점 확장과 쥐어짜기, 점주의 권익침해 등 총체적 난국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행위를 넘어서 회사가 시장에서 철수 혹은 규모를 축소하려 할 때 어떤 일을 벌이는지를 보여주는 케이스입니다. 꼭 자세한 내역을 살펴 경영실패로 인한 시장 축소 시 본사의 책임을 묻는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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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별 국정감사 평점


더불어민주당 ★★★★


주요 의제를 선점/제시하며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정부 기관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의를 던지며 지난 10여 년간 벌어졌던 문제들을 해소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최대 목표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대병원 폭행 사건 폭로 등 여당 의원의 파괴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병들어 있는 사회의 일부를 드러낸 점도 좋았지만,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건 잊어가고 있던 가카의 업적들을 세상에 꺼내놓은 점입니다. 사사건건 태클 거는 모 유사정당의 대결에서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항상 한발 앞섰던 것은 가장 잘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민의당 ★★☆


항상 그랬듯 황희 정승 전략을 썼습니다. “너도 옳고 쟤도 옳다”가 아닌 “너도 틀렸고 쟤도 틀렸다”였지만요. 이 전략을 힘줘서 썼을 땐 인천의 송도 6.8 지구 이슈가 나왔을 때입니다. 전‧현직 시장이 민주당과 자유당이라는 것을 들며 폈던 ‘양대 정당의 삽질과 비리 카르텔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다’라는 논리는 대단했습니다. 안철수 대표까지 숟가락을 얹었지요.


그나마 바른정당보다는 나았는데, 어쨌든, 일단은, 약간 아리송하지만, 이명박근혜 정부의 반대쪽에 선 입장이기에 날카로운 질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당과 모 유사정당에 비해 머릿수가 적은 만큼 다양한 의제를 짚기보다 특정 이슈를 선택‧집중하는 전략을 쓰고, 지도부는 사안과 의원을 집중 뽐뿌질하면서 어떻게든 카메라를 끌어보려 노력했습니다.



바른정당 ★☆


당이 오늘내일하고 있는데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을까요. ‘자유당과의 차별화’라는 목표를 성취할 찬스였지만, 오히려 민주당, 국민의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부정적인 이미지만 얻은 듯 합니다. 기재위 국정감사(이혜훈, 유승민)에서의 내실 있는 토론은 칭찬할 만 합니다.



정의당 ★★★☆


노회찬-심상정 콤비의 일당백 활약이 이어졌습니다. 이정미 대표는 구로의 등대, 생리대 등의 이슈를 다루면서 피부에 와닿는 질의를 했습니다. 김종대 의원은 초선의원임에도 불구, 다선의원들이 빠방하게 포진한 국방위에서 흐름을 주도하며 영향력을 뽐냈습니다. 쪽수가 딸려서 큰 그림을 주도하지 못한 것은 늘 흠입니다.



모 유사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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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부처 : 금융위


금융위는 경제에 있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 가카의 은총을 받기 시작한 이래 10여 년간 ‘공정함’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감독역할을 수행하지도 않았고, 반성과 책임자 처벌도 없으며, 개선을 위한 자정 능력이 없음이 여실히 드러났죠.


최종구 신임위원장도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홀로 개혁을 수행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모양새였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4조 4천억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태도로 보아 앞으로 바뀔 여지는 있는 듯합니다.



최고의 부처 : 기재부


기재부 국정감사는 굉장히 탄탄했습니다. 복지지출 재원마련계획이 약점이지만, 김동연 장관의 탄탄한 답변으로도 정부의 신뢰도가 올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중간중간 경제계획을 정리하며 답변하는 것이 지난 정부의 기재부 장관들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좋은 수장을 선임하는 것이 부처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11월에도 국감이 몇 개 남아있습니다만 대략적인 국감은 끝났습니다. 정쟁에 가려 소소한 정책 질의들이 빛을 보지 못했지만 괜찮은 국정감사였다고 생각합니다. 피감기관들이 꼭 개선해서 내년 국정감사를 원만히 치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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