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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개헌이 간간이 소재로 등장하기에 
한일양국이 함께
헌법에 관심을 가지는 보기드문 시기입니다.

(아베 총리는 개헌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고
야권과 양심적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평화헌법 9조 수호 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에 평소 한일언론의 보도와 
양국의 헌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 필자와 함께
 
'이번 기회에 일본 헌법을 해부해보자. 
한국법과 일본법은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고 
그 역사와 내용을 알아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 될 거야'

라는 취지로 
일본 헌법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第九条 日本国民は、正義と秩序を基調とする国際平和を誠実に希求し、国権の発動たる戦争と、武力による威嚇又は武力の行使は、国際紛争を解決する手段としては、永久にこれを放棄する。

2 前項の目的を達するため、陸海空軍その他の戦力は、これを保持しない。国の交戦権は、これを認めない。




1. 평화주의


일본국헌법의 3가지 기본 원리 중 하나인 평화주의가 제9조에서 규정된 것은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죠. 이번 회와 다음 회에 걸쳐 바로 그 제9조의 규정 내용을 소개하고, 관련 논점이나 제9조가 문제된 사건 등을 짚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일본국헌법에 담긴 평화주의 이념은 국제적 동향, 특히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 측의 입장이 반영되었다는 사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서양헌장(Atlantic Charter, 1941년 8월) 상 침략국의 비군사화 방침이나 포츠담선언(Potsdam Declaration, 1945년 7월) 상 군국주의자 세력의 부정전쟁 수행 능력의 파괴군대의 무장 해제 방침, 그리고 이른바 맥아더 노트(맥아더가 헌법 제정 시 일본 정부에 제시한 3원칙, 1946년 2월)의 전쟁포기군대의 비보유교전권 부정 방침 등등이 그렇죠.


그러나 이에 더해 일본 측 의향도 상당히 반영된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일본국헌법 제정 시 수상을 맡았던 시데하라 키쥬로(幣原喜重郎)의 평화 사상이 맥아더 노트 작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1946년 1월 24일에 시데하라 수상이 맥아더를 방문해서 면담을 했을 때에 일본의 군비를 철폐하려는 의향을 전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일본국헌법의 평화주의 내지 군비 철폐에 관한 규정은 일단 시데하라 수상의 평화주의 사상을 전제로 해서 최종적으로 맥아더의 결단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미 다른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평화주의는 전문에도 그 이념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전문의 '자세' 내지 '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문 중 “일본국민은 항구적 평화를 기원하며 … 평화를 사랑하는 제() 국민의 공정과 신의를 신뢰하여 우리의 안전과 생존을 유지하려고 결의하였다”는 부분은 평화로운 외교와 국제연합(UN)에 의한 안전보장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바, 이런 해석에 입각하면서 일본국헌법의 평화주의는 국제 평화에 적극 관여할 것을 포기하려는 것이고, 타자 의존적 사고 방식이 아니냐는 비판이죠.


물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UN)이 일본에서 군국주의를 모조리 쓸어버리려는 의향이 크게 반영된 헌법인 만큼, 일본이 국제적인 평화 유지나 자국의 안전보장에 있어서 군사력 행사를 허용하는 듯한 해석은 취하기 어렵겠죠. 일본의 개헌 논의에서 항상 문제되는 대목으로 제9조 개정이 떠오르는 배경에는 안전보장이나 자국 방위에 대한 '소극적' 자세를 바꾸자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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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본은 “전쟁”을 포기했다 '제9조 제1항'


일본국헌법 제9조의 구조를 보면 우선 제1항에서 이른바 전쟁포기(戰爭抛棄)를 규정한 다음에 제2항 전단에서 전력의 비보유를, 후단에서 교전권(交戰權)의 부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1항부터 구체적으로 짚어봅니다. 제1항은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基調)로 한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希求)하며, 국권의 발동으로서의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반(“정의와 질서를 … 희구하며”)은 전쟁포기의 동기를 일반적으로 밝힌 부분이고 후반에서 “국권의 발동으로서의 전쟁”, “무력에 의한 위협” 그리고 “무력의 행사”의 3가지를 포기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제1항의 해석 상 문제되는 것은 후반부에서 언급된 3가지 포기 대상의 내용입니다. 우선 “국권의 발동으로서의 전쟁”이란 일반적으로 그냥 전쟁이라는 뜻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다만 전쟁이라 할 경우에도 좁게는 선전포고, 혹은 최후통첩(最後通牒 ;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교섭을 끊고 최종적 요구를 제시하고 수낙되지 않을 경우 전쟁 또는 무력 행사 등의 행동을 취할 것을 전하는 외교문서)에 의해서 전쟁의 의도가 표명되고 전시국제법규가 적용되는 것이 있고, 넓게는 국가 간에 벌어지는 무력 투쟁을 가리키는 것도 있죠.


다음 포기 대상인 “무력의 행사”라 함은 선전포고 등 절차를 밟지 않고 행해지는 국가 간의 전투 행위, 다시 말해서 실질적 의미의 전쟁을 뜻합니다(좁은 의미의 전쟁이랑 비슷함. 일본이 겪은 실질적 의미의 전쟁으로서 널리 알려진 것으로서 만주사변(滿洲事變, 1931년)이나 중일전쟁(中日戰爭, 1937년~)이 있음). 그리고 “무력에 의한 위협”은 무력을 배경으로 해서 자국의 주장을 상대국에 강요하는 것을 뜻한다 할 수 있겠죠(예를 들어 청일전쟁 후 일본이 청나라에서 랴오둥반도(遼東半島)를 할양(割讓)받았는데 이에 대해 독러 삼국이 일본에 대해 군사적 압력을 가해서 같은 반도를 청나라에 반환시켰다). 이렇듯이 제9조 제1항은 국제법이 상정하는 전쟁이나 사실상 전쟁은 물론 전쟁의 유인이 될 무력에 의한 위협도 함께 금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제9조 제1항에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이라는 유보가 붙어 있죠. 필자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종전 국제법 상 통상적인 용어례(예를 들어 켈로그-브리앙 조약(Kellogg-Briand Pact, 1928년)에 의하면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전쟁”이란 “국가의 정책 수단으로서의 전쟁”과 비슷한 뜻이며, 구체적으로는 침략전쟁을 의미한답니다. 이런 사례를 따른다면 제9조가 포기한 것은 침략전쟁이지 자위전쟁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게 되죠. 한편으로 종전의 해석에 얽매이면 안 된다는 입장도 유력한 것 같습니다. 이 입장은 전쟁인 이상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벌어지는 것이므로 자위전쟁도 포함한 모든 전쟁이 포기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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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 실제로 자위전쟁도 포기한 것인가 '제9조 제2항'


제9조 제2항은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육해공군과 기타의 전력은 보유하지 아니한다. 국가의 교전권은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전력을 비보유하고 교전권 부정을 규정하는 조문으로 알려지고 있죠.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라는 부분입니다. 위에서 살펴 봤듯이 제1항에서 포기한 전쟁에 자위전쟁도 포함된다, 즉 일본은 아예 어떤 무력도 행사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무력을 가지지 않아야 마땅하죠.


한편으로 제1항에서 포기한 전쟁에 자위전쟁이 포함되지 않는다(즉 자위전쟁은 할 수 있다)고 해석할 경우 제2항은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즉 침략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해석되기 때문에 자위권 행사를 위한 무력은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셈이 되죠.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제1항에서 포기한 것은 어디까지나 침량전쟁이며, 자위전쟁은 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서도 제2항이 말하는 “제1항의 목적”에 대해서는 전쟁을 포기하게 된 일반적(즉 제1항 상 전쟁의 성질을 불문한) 동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해서 제2항에서는 전력이라는 전력 일체를 보유하는 것이 금지되고 교전권도 부인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런 해석에 입각하면 설사 제1항이 자위전쟁을 허용하더라도 자위전쟁을 위한 전력의 보유도 금지되고 교전권도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제1항에서 자위전쟁도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입장과 똑같은 결론이 됩니다(물론 제1항에서 포기한 것은 침략전쟁이라는 입장에 서면서 제2항에서 모든 무력의 보유가 금지된 것으로 해석하면 "무기 없는 자위전쟁"은 가능하죠. 말하자면 "자위한다면 무기 없이"라는 입장인데 전쟁을 위한 도구가 발단된 오늘, 어떻게 아무 도구 없이 자위를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입니다).


그런데 제1항에서 포기된 전쟁을 침략전쟁으로 이해하고 제2항 중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를 “침략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로 해석하면 일단 자위전쟁은 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또 하나 감안할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교전권"이 그거죠. 즉 제2항이 부정한 교전권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일본이 자위전쟁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교전권이라는 개념은 법적으로 반드시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지만 일단 교전 상태에 들어간 교전국에 국제법 상 인정되는 권리(적국의 병사를 살해하거나 군사시설을 파괴하고 상대국의 영토를 점령하거나 중립국의 선박을 검사해서 적성 선박을 나포할 권리 등)라고 이해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말그대로 전투할 권리라고 이해하는 입장, 그리고 둘 다 포함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문구를 소박하게 읽으면 단순히 “전투할 권리”로 이해하게 되며, 이런 입장에서는 제9조는 자위전쟁도 포기한 것으로 되죠(왜냐하면 아예 "싸울 권리"가 없기 때문에). 반대로 교전권을 국제법 상 교전국에 인정되는 권리로 해석하면 제9조가 부정한 교전권과 별개의 “자위권”에 기초해서 일본은 자위전쟁을 위해 싸울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제9조의 해석 상 가장 큰 문제는 “제9조가 있기 때문에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없는데 자위전쟁도 할 수 없는 건가”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제1항에서 포기된 전쟁을 침략전쟁(즉 자위전쟁은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제2항에서 보유가 금지되는 전력을 “침략을 위한 전력”으로, 제2항에서 부정된 교전권을 국제법 상 교전국에 인정된 권리로 각각 해석하면 일본은 자위를 위한 전쟁은 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으로 제1항의 “전쟁”, 제2항의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력, 같은 항의 “교전권” 중 어느 하나에서 자위전쟁, 자위를 위한 전력, 자위권을 제외해서 해석(즉 어느 하나의 요소에서 “자위"의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 일본은 자위전쟁마저 포기한 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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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집단적 자위권과 일본


자위권과 관련해서 종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제9조 제1항에서 포기한 전쟁은 어디까지나 침략전쟁이지만 제2항에서 전력의 비보유와 교전권의 부인을 규정한 결과 자위전쟁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950년 당시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수상이 말했듯이 “무력에 의하지 않는 자위권”이었던 거죠. 그 결과 이른바 동서냉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위대가 창립된 뒤에도 일본은 자위대가 전력임을 인정하지 못했고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이라는 새로운 개념(말놀이?)을 가지고 자위대를 설명해 왔습니다. 이런 일본 정부의 자세에 대해서는 왼쪽에서는 자위대가 군대임을 은폐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오른쪽에서는 자국 방위를 위해 목숨을 걸어주는 자위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있어 왔습니다. 어느 쪽 시각으로 보든 헌법과 자위대의 관계는 모순을 안고 있음에 틀림없고 제9조를 둘러싼 논쟁 중 가장 뜨거운 대목이었습니다(전력 비보유와 자위대의 관계에 대해 후술).


그런데 최근 들어 갑자기 뜨거운 논쟁 거리가 된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집단적 자위권이죠. 집단적 자위권이라 함은 한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에 직접 공격을 받지 않은 다른 국가(동맹국)가 직접 공격당한 해당 국가와 협력해서 공동으로 방위를 할 권리이며, 유엔헌장 제51조에서 인정되고 있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게 되면 예를 들어 중동 지역(당연히 일본 영토가 아님)에서 전쟁을 벌이는 미군(일본의 동맹국)에 대해 공격이 가해지면 그 공격을 자국, 즉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수 있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동맹국이지만 남의 나라인 국가가 자국 영토도 아닌 데서 벌이는 전쟁에 '자위전쟁'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호전적 성향을 갖는 미국 대통령이 탄생할 때마다 일본 국민까지 전쟁의 공포에 노출될 우려가 생기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더라도 신중히 판단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국헌법이 제정되었을 당시부터 계속 논의되어 온 논점이며, 일본이 자위권을 갖고 있다고 인정할지라도 집단적 자위권까지 있는지 여부는 또 하나의 논점으로 있어 왔습니다. 이 논점에 대해 일본 정부는 여태까지 수 차례에 걸쳐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표현 상 뉘앙스에 차이가 있으나 대략 위에 정의한 뜻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는 부정해 왔었습니다. 예를 들어 1981년에 나온 일본 정부의 견해는


“국제법 상 국가는 집단적 자위권, 즉 자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외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자국이 직접 공격당하지 않았음에도 실력(무력)을 가지고 저지할 권리를 가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 우리 나라가 국제법 상 이러한 집단적 자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주권국가인 이상 당연하지만 헌법 제9조 하에서 허용되는 자위권의 행사는 우리 나라를 방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으며,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헌법 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라는 것이었죠(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내각에 의한 답변서). 그러나 2014년 당시 아베(安倍) 내각이 자위권 행사를 위한 새로운 요건을 정립하면서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각의결정을 했습니다. 좀 길어지지만 각의결정 중 해당 부분을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안전보장 환경에 비추어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우리 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외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여 이로 인하여 우리 나라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며 국민의 생명, 자유 및 행복추구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어질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 이를 배제하여 우리 나라의 존립을 확보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하여 따로 적당한 수단이 없을 시 최소한의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종래 정부의 견해의 기본적 논리에 기초한 자위를 위한 조치로서 헌법 상 허용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제2차 아베 신죠(安倍晋三) 내각의 2014.7.1. 자 각의결정)


그 결과 자위대법이나 PKO협력법, 중요영향사태안전확보법(重要影響事態安全確保法, 구 주변사태안전확보법) 등을 비롯한 11개 법률로 이루어진 이른바 “안전보장 법제”가 2016년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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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위대의 합헌성을 둘러싸고


헌법 제9조와 관련해서는 또 하나 특히 중요한 논점이 있죠. 바로 자위대가 헌법에 적합하냐는 문제입니다. 특히 동 조 제2항의 해석과 맞물려 큰 논점이 되어 있습니다. 즉 제2항 전단이 “육해공군과 기타의 전력을 보유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그 “전력”의 의미가 문제됩니다.


이 문제를 생각하기에 앞서 짚어 둬야 할 것은 “자위권”의 내용입니다. 보통 자위권이란 외국에 의한 급박하거나 현실적이고 불법적인 침해에 대해 자국을 방위하기 위해 필요한 실력(무력)을 행사할 권리라고 합니다. 단 이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①방위 행동 외에 수단이 없고 그런 방위행동을 취하는 것이 어쩔 수 없다는 “필요성”, ②외국에 의한 침해가 급밥하고 부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위법성”, ③자위권의 행사로 취해진 조치가 가해진 침해를 배제하기에 필요한 한도 내이며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균형성”이 필요하답니다. 이런 의미의 자위권은 모든 독립 국가가 보유하는 것이고 UN헌장 역시 제51조에서 개별적 자위권으로 인정하고 있는 바입니다(단 각국이 보유하는 자위권은 UN이 필요한 조치를 하기까지의 “응급조치”로서 인정되는 거고 그 행사, 적용범위에 대해서는 위 ①내지 ③의 엄격한 요건을 가추어야 함). 위에 살펴 봤듯이 일본국헌법도 이런 뜻의 자위권을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자위를 위한 힘(방위력 내지 자위력)의 보유가 허용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헌법이 보유를 금하는 “전력”이 무엇인가, 거꾸로 말해서 어느 선까지 방위력을 행사하기 위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학설의 대세는 엄격히 해석하고 있고 정부는 완만하게 해석하고 있죠. 제일 엄격한 해석은 전쟁을 수행함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일절의 잠재적 능력을 다 “전력”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 입장에서 보면 군수용 생산, 항공기, 항만 시설, 핵전력 연구 등 일체가 전력에 해당하게 될 겁니다.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비교적 왼쪽에 있는 필자지만, 보유가 금지되는 실력의 범위가 너무 넓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현재 통설은 “전력”을 군대 및 유사 시에 군대로 전환시킬 수 있을 정도의 실력 부대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이 설에 의하면 적의 공격에 대해 실력으로 대항해서 국토를 방위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된 인적물적 수단의 조직체를 가리킨다던데 쉽게 말하면 그냥 군대죠(물론 “경찰력”과의 차이는 의식해 둘 필요가 있죠. 큰 차이점은 우선 그 목적 면에서 군대는 외국의 공격에 대해 국토를 방위하는 것에 있는 반면 경찰은 어디까지나 국내 치안의 유지, 확보에 있죠. 또 전력의 알맹이 측면에서도 군대는 그 인원이나 편성 방법, 장비, 훈련 등 외국의 공격을 배제하는 목적에 알맞은 것이어야 되겠죠).


어느 입장에 서든 현재 자위대가 “전력”임은 부정할 수가 없겠죠. 의외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행 헌법 제정 당시 일본 정부는 학계의 통설과 비슷한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즉 6.25가 터지자 GHQ(연합군 최고사령부)가 일본에 7만 5,000명 규모의 “경찰예비대”를 창설하도록 요구했는데 그 시점에 일본 정부는 경찰예비대는 어디까지나 경찰력을 보충하는 것이므로 합법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었죠. 이런 설명을 한 전제에는 헌법 제9조가 보유를 금하는 “전력”이란 경찰력을 넘는 전력 부대를 뜻한다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952년에 경찰예비대가 보안대와 경비대로 개편강화됨에 따라 “전력”에 대한 정부 해석도 바뀌었습니다. 즉, 근대 전쟁을 수행함에 도움이 될 정도의 장비편성을 구비한 것이 “전력”이 된 거죠. 보안대 및 경비대가 헌법에 적합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경찰력과 전력 사이에 그 어느 한 쪽에도 속하지 않는 (따라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전력 부대가 있다는 사고 방식입니다.


그 후 1954년에 미일상호방위원조협정(Mutual Security ACT ; MSA협정)이 체결이 되며 일본은 방위력을 강화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되었습니다. 자위대법이 제정되고 보안대경비대가 자위대로 개편되었습니다. 그 임무는 주로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며 나라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직접적 침략 및 간접적 침략에 대하여 우리나라를 방위할 것”(자위대법 제3조)으로 정면으로 방위라는 목적이 명시됨에 이르렀죠. 그 결과 자위대가 헌법 제9조에서 금지된 군대가 아니냐는 논의가 급부상된 겁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더 “적극적인” 해석을 취하게 되었고 현재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되었습니다. 즉 자위권은 국가의 고유한 권리로서 헌법 제9조 하에서도 부정되지 않으며,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전력을 보유하는 것 역시 헌법 상 허용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은 헌법이 금지하는 “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여기서 말하는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이 무슨 뜻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일본 정부는 “타국에 침략적인 위협을 느끼게 할 공격적 무기”는 가질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헌법과 현실 사이에는 크고 작은 괴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9조와 자위대의 관계는 국방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지나친 논리적 접근은 위험하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국방이라는 미명 하에서 타국을 침략한 쓴 역사를 가진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경계심을 가지고 자위대의 확대폭주를 막아야 할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의견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주 어려운 문제인데 하나 더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과의 동맹관계, 즉 미일안보조약이죠. 다음 회에는 그 문제에 대해 헌법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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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레 히요코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