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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전은 군대책임 아니다?

 

육진훤 씨는 내년 1월 최후의 치료 방식으로 ‘척수강내 약물주입펌프 이식술’을 할 계획이다. 척수강내 약물주입펌프는 복부 피부 아래에 삽입되어 척수강 내에 연결된 가는 유도관을 통해 약물을 공급하는 의료기기다.

 

척수강내 약물주입펌프 이식술이란 암성통증(Cancer Pain), 복합통증부위 증후군(CRPS), 척추수술후 통증증후군(PSSS) 등 경구용 몰핀 등으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는 만성통증환자의 통증 관리를 위한 수술이다.

 

진훤 씨와 같은 극도의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통증을 약화시키기 위해 마약성분의 약을 투입하는 경우, 신경 신호 전달을 주관하는 척수까지 도달이 어려워 약물의 양을 과도하게 투입하기 마련이다. 또 과도한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인데 메스꺼움, 정신착란, 변비 등이 그것이다. 진훤 씨의 경우처럼 코피가 잦고, 한번 터진 코피가 장시간 지혈되지 않거나 하면, 심부전증이 오게 된다. 심하면 중독 증세까지 나타난다.

 

척수강내 약물주입펌프를 통해 약물을 삽입하면 먹을 때의 300분의 1만 삽입하면 돼 약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약물의 주입량은 의료진용 프로그래머를 통해서만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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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훤 씨는 내년 1~2월 경 척수강 내에 직접 마약류의 약을 투여하는 척구상내 약물주입펌프 수술을 할 계획이다.

 

지난 2일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진훤 씨는 마취통증의학과 주치의로부터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되는 내년 1~2월쯤 이 수술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술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진훤이와 같은 CRPS 환자는 무엇보다 ‘통증조절’이 제일 중요한 급선무라고 얘기한다. 뇌의 통증조절 시스템과 감정조절 시스템은 같기 때문에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어떤 치료도 모두 무위로 돌아간다. 통증 때문에 몸이 아픈 것은 물론이요, 통증 때문에 우울증, 심하게는 자살로 이어진다. 그로 인해 가정이 붕괴되는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라 하더라도.

 

진훤, 진솔 형제를 취재하면서, 또 많은 이들에게 알리면서 보통의 사람들에게 돌아온 질문은 “어떻게 두 형제 모두 그 병에 걸릴 수 있냐? 그건 군대가 원인이 아니라 유전적인 것 아니냐”라는 지적과, “군대에서 제 때 치료를 해줬는데, 외부 민간병원 치료가 단순히 지연됐다는 것만으로 군대에 책임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이와 관련 19대 국회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전 의원도 “육진훤, 진솔 형제 사건을 검토했을 때는 단순히 군책임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지점이 있다”“군의 의료사고라고 말하기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에 따르면 군의 책임으로 돌리려면 잘못된 처방이었거나 치료시기를 놓쳤어야 하는데 당시 군에서 치료한 내용을 보면 처방의 문제라고 볼 부분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다만 김 의원은 군이 군 내부의 의료체계에서만 최선을 다하다 보니 민간병원 위탁 진료를 조금 늦게 보내 준 “진료의 지연 문제는 조금 있을 수 있는데, 그 CRPS라는 지병이 진료의 지연과 연관성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리에 고름을 빨리 빼주거나 치료해주지 않아서 다리가 썩었다면 문제가 되는데, 이것은 일반병원이든 군병원이든 발견하기 힘든 특수 질환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을 진료의 지연 문제랑 군의 의료시스템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형제간에 병이 있기 때문에 유전성 문제가 더 크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군이 책임질 부분은 “두 형제 모두를 병무청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이라며 “또 현재의 병무청 시스템 내에서는 걸러내기도 어렵고, 현재 규정상 그 CRPS 질병으로 면제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했다. 또, "육 형제들의 징병검사 당시에는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도 병무청 단계에서 유전적 질병의 가능성이 있다면 군대를 오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 ‘그 어머니 좀 이상한 거 아시죠?’

 

취재를 오랫동안 계속해오면서 너무 진훤, 진솔 형제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된 기자 자신이 객관성을 잃은 건 아닐까, 갑갑하고 비상식적인 군 시스템만 탓하는 건 아닐까 하는 자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반응들이 영 꺼림칙 했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보도도 많이 됐는데, 왜 정치권에서도 처음엔 관심을 보이다가 마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관심을 보였고, 진훤‧진솔 형제를 위해 기자회견도 열어주었는데, 기자가 관련해서 현재 진행상황을 물어 보려니 통화가 되지 않았다. 10월은 국정감사로 바쁜 기간이었다 치지만 11월에도 통화연결이 어려웠다. 보통 때에는 김 의원이 받지 못하면 다시 전화를 주었으나, 언젠가부터는 그 조차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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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대 의원 비서와 진훤 씨 어머니 유선미 씨가 주고 받은 문자.

 

 

여당 국방위원회 간사인 이철희 의원 자신은 모른다며 의원실로 문의하라 했고, 의원실에 문의해 비서관에게 이러저러한 사정을 말하고 메모를 남겼으나, 담당 비서관에게 전달해 답변을 주도록 하겠다 했으나 3주가 지나도록 말이 없다.

 

문제를 당시로부터 놓고 되짚어 보았다. 어머니는 두 아들들이 군대에서 다치고, 고통에 울부짖는 모습만 보았다. 국방부를 비롯한 국가기관, 그리고 군병원에서는 ‘너무하다 싶은’ 행동을 한다고, 어머니 유선미 씨를 보았다. 그리고 관계자와 인권행동가들은 지금의 군 행정시스템과 병역법에 매몰되어 그런 행위를 했냐, 안 했냐, 군에 책임이 있냐, 없느냐는 사고의 틀에 갇혀 공회전하다 결국은 ‘답이 안 보인다’며 외면하게 된 것이다.

 

거기다 정치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뭐라도 한 마디 보태고 싶은 사람들이 ‘내가 국회의원 누구의 보좌관을 아는데 혹은 장관 측근을 아는데 내가 말 넣어주겠다’면서 유선미 씨에게 진료기록, 의무기록, 관련 자료들을 요구해 유선미 씨는 의무기록만 수 천 장에 달해, 한 번 뗄 때마다 백 만 원이 넘는 기록을 떼서 보내주었으나 가타부타 답변들이 없으니, 그 과정에서 좌절하고, 제도권과 정치인, 국방부를 향한 원망은 깊어만 갔다.

 

군병원에서 떼는 의무기록은 한 장 당 200원이다. 진훤 씨 의무기록만 96만원이 넘고, 진솔 씨 건은 20만 원 정도라 둘이 합쳐서 100만원이 넘는다. 종합병원에서는 의무기록이 한 장 당 20원인데, 군병원에서는 그 열 배를 받는다.

 

얼마 전, 아이들의 법정싸움을 대비해 의무기록으로 법률 상담을 받아보기 위해 유선미 씨에게 의무기록을 좀 떼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더니 “지금 우리가 들어 올 돈이 안 들어와서 의무기록을 찾을 수가 없다”면서 “그걸 떼서 주면 이번 주 애들 병원비가 없다. 미안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는 “직접 주치의와 통화하겠다”면서 “이미 받아간 쪽에서 안 쓸 거면 좀 다시 되돌려 달라고 하라”고 선미 씨에게 요청했다. 그러니 선미 씨는 “그래서 이미 받아간 분들한테 달라고 하니 없다고 하더라. 버릴 거면 우리한테 다시 줄 것이지”라고 한다. 말문이 막힌다.

 

이런 식으로 어머니 유선미 씨가 국방부, 군 병원, 심지어는 군과 아무 상관없는 인권단체에서 악다구니를 한 결과가 ‘자식 둘이나 저렇게 아프게 됐는데 오죽했으면...’이라는 ‘인지상정’이 아닌, ‘어머니 좀 이상한 거 아시죠?’라는 ‘미운털’의 외면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에게 “군대의 현재제도도 완전히 바보 같이 운영되지 않는다”면서 “유족이나 가족 생각하는 것 만큼 험하게 운영되는 것 아니니 너무 가족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는 건 오류가 크다. 솔직히 어머니의 과한 행동 때문에 문제가 더 꼬이고 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 혼란스러워진다”고 친절하게 충고까지 얹어주었다.

 

군법무관 출신인 박근배 변호사도 이미 앞선 인터뷰에서 군대의 행정 시스템을 지적한 바 있다. 군 병원 의사들의 문제나 능력의 문제를 떠나 군의 정상적인 행정 절차를 밟았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문제는 군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큰 틀에서의 정책적 변화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진훤 씨의 경우, 군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서울대병원 외래 진료를 다닐 때, 담당주치의가 “늦었으니 척수신경자극기 삽입수술을 빨리 하자”고 권유했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하려니 담당주치의 수술예약이 너무 빽빽했다. 받으려면 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담당 주치의는 서울대 진료와 수술 시간외 따로 시간을 빼, 야간시간에라도 군병원으로 출장을 와서 수술을 해주겠으니, 군 병원의 수술실 준비(소독, 필요장비, 수술보조 인력)만 해달라고 했으나, 군 병원에서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군대에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떻게 가능하냐. 의료기기가 최첨단 병원인 서울대병원처럼 갖춰졌을 리도 만무하고, 외래 진료교수들이 들어와서 수술한다는 게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 같냐”고 반문했다.

 

이 뿐만 아니다. 한 인권센터 관계자는 “기자님 그거 기사 잘못 나가면 되치기 당할 수 있습니다”라면서 “CRPS 1형과 2형이 있는데, 1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라고 떨어진다. 육 형제는 아마 그런 게 아닌가 한다. 국방부에서 초기 치료는 다 해준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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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험사는 CRPS 환자의 웃는 모습을 노린다

 

이름과 소속을 밝히기 어려운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그 사람 정말 CRPS 환자 맞냐”면서 “한번 봤을 땐 멀쩡해 보였다. 어떻게 CRPS 걸린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냐”면서 병 자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다.

 

‘유전적인 것 아니냐’, ‘군대에서 해 줄 만큼은 다 해줬다’, ‘그 원인 정확히 군대의 행위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진훤, 진솔 씨의 주치의인 서울대학교병원 강도형 교수(통증의학‧정신과주치의)는 “형제가 모두 그렇다고 유전적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며 펄쩍 뛰었다.

 

그는 “병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아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부분이고, 또 유전적이든 어떤 원인이든 군대에서 생겼으면 그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공감이라든지 이런 게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어머니도 상처 받은 게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이에 강 교수와 가진 두 번째 인터뷰 내용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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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 진훤이가 내년에 뭐 또 수술을 한다고 들었다.

강 : 그렇다. 그 수술을 하면 약을 먹는 것보다는 소량이 들어가니까 한다. 그 수술은 보통 많이 하고, 내년부터는 보험이 적용된다고 해서 한다.

 

헤 : 형제가 모두 그 병에 걸리니까 유전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강 : 병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아서 함부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유전적이든 어떤 원인이든 군대에서 생겼으면 그 고통에 대해 공감이라던 지 이런 게 있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어머니가 상처 받은 게 있지 않겠냐. 어머니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군대 보내놓고 사실 다른 걸로 다치고, 자살하는 부분에서는 이슈화 되고 경각심을 갖고 한다. 근데 CRPS 환자 자체가 소수고 또 군대에서 다쳐서 생긴 사람들은 더더욱 소수니까 그런 관심도 받지 못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머님이 힘드셨으니, 어머니도 과한행동을 하지 않았겠냐.

 

헤 : CRPS 관련한 진단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강 : 진단서는 어떻게 받느냐의 문제고 통증의학과에서 새로운 진단서가 내려질 수도 있다. 진단서 문제는 개인정보고 비밀보호 유지가 있기 때문에 제가 아무리 주치의라고 해도 통증의학과 주치의가 따로 있기 때문에 함부로 말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오랜 치료를 요하는 병의 진다는 초기와 달라지기도 한다. 치료를 해보면서 의사들도 원인을 찾아가는 병들도 있다. 그리고 지켜본 바로는 진훤이 진솔이 같은 경우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들어가는 진단은 안내려질 것 같다. 실제로 CRPS는 군대에서 아주 작은 부상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다만, 의사들도 이런 건 있다. 어머니가 앞으로는 진훤이 진솔이를 위해서 담당부처와 대화를 잘 이끌어가야 하는 부분은 있다.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군대가 다 잘못했고, 모든 게 다 군대 탓이다’ ‘전적으로 책임져라’는 식은 위험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진료하는 의사도 굉장히 큰 부담이 된다. 군병원 의사들도 의사고, 민간병원 의사도 의사다. 그리고 알고 보면(의대) 동기이자 선후배들이다. 어느 한쪽에 책임을 다 떠넘기는 게 가능하진 않다.

 

헤: 희귀병에 대해서 책임을 국가가 모두 떠안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체질, 유전적 원인에 의해서 발병 요인을 안고 있는 사람까지 모두 국가 책임으로 가면 안 된다는 소리도 나온다.

 

강 : 유전적인 것이라는 건 증명을 못한다.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진훤이 진솔이가 원해서 군대 간 것도 아니지 않나. 자살도 순직처리 해주고 국립묘지에 묻히게 해주는데. 자살도 때에 따라서는 유전적일 수 있다. 그것도 국가가 책임져 주면서 CRPS는 국가가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어차피 걸릴 병이 군대에 와서 걸린 것 뿐 이라는 말은 말이 안 된다.

 

헤 : 일각에서는 이런 건 군대 책임이 아닌, 병무청 책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체질과 유전이라는 연장선상에서. 군 면제자로 거르지 못한 병무청 책임이고 앞으로는 병무청 단계에서 CRPS 환자들은 군 면제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 : 그 말도 그렇다. 어차피 병무청에서 걸러야 하는데 못 걸렀으면 그것도 국가책임이다.

 

헤 : 진훤, 진솔의 CRPS 병까지도 의심하는 눈초리가 있다.

강 : 진훤이는 지금 정신적인 문제까지 온 상태다. CRPS를 통증으로만 생각하는데, 감정조절이 안 되고 그러다 보면 자살사고가 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올 수 있다. 언제 자기가 심하게 아플지 모르니까. 다들 어머니가 그 간에 과한 행동을 해서 그렇게까지 보는 데 그건 너무한 시각이다. CRPS 환자 한 명 생기면 가족이 붕괴된다. 부부사이가 좋을 순 없다. 한 명에게 통증이 오면 괴성 지르고, 전쟁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데 가정이 온전할 리 있냐. 그런데 군대는 ‘책임 없다’고 말하는 것, 굉장히 잔인한 것이다.

 

헤 : 지난 번 꾀병이 환자들 두 번 죽인다고 말씀하셨는데, 근데 또 환자들 컨디션 좋을 때 보면 일반 사람들은 심각하게 보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강 : 그래서 일부 보험사들이 CRPS 환자들 어떻게 죽이는 줄 아나? 몰래 카메라맨을 한 삼백만원 뭐 이렇게 주고 사서 하루종일 이 환자들 감시하게 한다. 환자들이 웃거나 하면 그 모습 찍어서 재판부에 보낸다. CRPS 환자들이 하루 24시간 통증이 있냐? 웃기도 한다. 그렇게 당하고 난 CRPS환자들은 누가 날 감시하고 있다는 이런 망상에 또 시달린다. 그런데 정말 꾀병이고 안 아프면 저 가족이 저렇게 되겠냐? 뭐 보상 받으려고 저러겠냐? 이 병 걸리면 집안이 거의 망한다. 보상이라고 해봐야 얼마 받지도 못한다. 보상 받는다고 해봐야 지금까지 들어간 치료비만큼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집안이 거의 지옥이다.

 

저도 서울대병원 의사지만, 서울대병원 안 오고 싶을 거다. 예약해야지, 기다려야지, 사람 많지, 어머니가 장성한 아들 휠체어 태워서 오는 게 보통 힘든 일인 줄 아냐? 지금까지 저 가족이 저만큼이나 버텨 온 게 대단한 것이다. 근데 문제는 이 사람들이 잘 살고 있는 게 아니라서 위험하다. 이런 사람들한테 유전병 아니냐고 하고, 진짜 아픈 것 맞냐고 하고, 의학적 진단 따져서 국방부 책임 묻는 게 인간적인 것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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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진훤이와 진솔이가 군대에서 다친 것이라면 군대가 책임지고, 치료비와 수술비도 보전해주고,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국방부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군 의문사 전문인권활동가 고상만 씨도 “그동안 군의문사 부분만 중점적으로 일을 해왔다. 군대에서 부상 당하고, 병 걸리고 하는 문제는 그간 여건상 하기 어려웠지만 육진훤 형제 사건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군 사병의 인권침해 문제와 연관된다. 국가가 징병했다면 군 복무 중 다친 사병에 대해서는 (국가가) 무한책임을 지는 게 맞다. 그와 관련해서 제도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고, 준비가 되면 자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국방부 적폐청산 부분에서 군의문사와 군인권침해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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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