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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이상이 사망한 네팔 대지진은 2015년 4월 25일 11시 55분 경에 발생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2년 하고도 절반의 세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아내는 전세계 어디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하루종일 불안해한다. 교통사고로 죽을 뻔 했던 일을 전하면 쓸데없는 소리 한다는 소리 듣던 조직에서 일하던 나야, 그냥 죽을 뻔 했던 수많은 일들 중에 하나였을 뿐이지만.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어제 포항의 지진으로 1,31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열 다섯 분이 다쳤다고 전했었다. 방송에선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포항을 떠났다고 한다. 적어도 수천에서 수만명이 집에서 잠을 자지 못했다는 말이다. 경험상, 지진은 한 번 터지면 규모가 1 정도 작은 여진이 거의 하루 종일 온다. 또 여진이라고 투덜거릴 수 있는 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두려움은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정부의 대응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2007년 6월 발행된 정신간호학회지 제16권 제2호엔 “자연재난 집중호우 피해자의 심리적 충격과 우울”이라는 논문이 실렸었다. 그 논문엔 아시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와 정신 건강의 상관관계를 따진 논문을 일본 논문이 인용되는데, 지진을 경험한 주민들을 9개월 후에 만나서 PTSD 증상을 비교했더니 진앙보다 진앙지에서 떨어져 있는 마을 주민들이 더 많이 PTSD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초기에 국가의 재난 대응체계가 작동하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과, 국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는 상황을 경험한 이들의 심리적 차이는 당연한 거다.

사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것이기도 하잖는가. 국가는, 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은 “가만히 있으라”라고 이야기할 뿐이고, 그건 사실 ‘너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으니 앉아서 죽으라’라는 말이었다는 것.

그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라는 게 작은 것이었겠나 말이다.

다행히 지난 겨울에서 봄까지 주말마나 광장으로 달려나가야 했던 보람은 있는 정부가 들어서 초기 대응은 잘했던 편이다. 그래도 여진이 계속 이어지는 와중에 잠 잘 수 있는 포항 시민들은 몇 안됐을 것이다. 제대로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해야, 좀 냉정하게 말하면 이런 저런 지원에 대해 불평이 나오는 단계까진 가야 포항시민들의 일상이 복구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튼, 지난 3년간 남의 나라들의 지진 대응 이야긴 꽤 했으니 이번엔 가장 많이들 착각하는 내용들을 7문 7답 형태로 정리들을 해볼까 한다.


1. 지진은 전조가 있다?

가장 많이 도는 도시전설 중 하나다. 이상한 냄새가 났다거나 동물들이 이상한 행동 패턴을 보였다거나 별의 빛이 이상했다거나... 수많은 이야기들이 자연 재해가 벌어질 것을 알려주는 전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건 사실 우리가 어떤 것을 하나의 범주로 카테고리화 하고 상관관계를 따지도록 교육을 받아서 벌어지는 착각이다.

만약에 그런 전조 같은 게 있다면 미국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서해안에 지진 경보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만 1320 억원을 쓰고 매년 176억원씩 쓸 이유가 없지 않는가? (관련기사 - 링크) 새나 쥐,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하는데 돈을 들이지 땅에 센서 파묻고 그거 운영하는데 돈을 왜 들이겠는가?

일부에선 어떤 나라들은 지진이 오기전에 지진이 오는 것을 알려준다고, 한국은 그런 것도 없다는 이야기들도 하는데... 이 역시 오해다. 저만큼의 돈을 들여서 얻는 시간은 수초에서 최대 1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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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경보 시스템의 구조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을 센서가 감지하고 지진파가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차이를 갖고 인근 도시에 알리는 체제다. 그러니까 저 체제로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수 초에서 최대 1분에 불과하다.


2. 그 돈을 들여서 수 초에서 1분의 시간을 얻는다는 게 뭔 의미가 있나?

역사상 최악의 지진들 중엔 우리나라 근처에서 발생했던 지진이 꽤 많다. 그 중에 하나는 중국의 탕산지진. 1976년 7월 28일 3시 42분 경에 중국 허베이성의 탕산에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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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앙이 여기였다

인구 75만명의 도시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자만 25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 땐 중국 전역이 살짝 미쳐서 돌아가던 문화대혁명(이라 쓰고 문화대동란이라고 읽는다) 시기. 제대로 된 정보들은 알려지지 않았다. 대략 50만명 이상이 죽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뭘 근거로? 중국이 당시에 마지 못해 내놓은 사진 몇 장만 봐도 도시가 말 그대로 폭삭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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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공개된 사진들 중 하나.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참사였던 셈이다. 동시에 도시에서의 지진이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예를 들어, 우리 눈엔 일상적으로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전선들을 따져보자. 지진으로 전선이 끊어져서 땅으로 떨어진다고 하면 전기의 문제 뿐만 아니라 전선 자체의 질량이 있어 아주 큰 충격을 주는 채찍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차 정도는 충분히 깨진다.

그리고 외벽과 창문이 깨지면서 땅으로 떨어진다. 맨 몸으로 이런 거 맞아서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즉, 수 초에서 1분의 시간을 얻는다는 것은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대피하는 시간을 얻으면 초기 사망자의 90%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3. 대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구글로 자연재해 대비에 대해 검색을 해보면 생뚱맞게 미국 팬실베니아주에서 만든 한글 문서도 찾을 수 있고 일본 도쿄시의 방재 지식들도 찾을 수 있다. 특히 도쿄시에서 만든 자료는 가독성이 높게 만들어져서 지진이 날 때마다 공유되는 자료들 중 하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일본의 재난 시스템’에 기반한 대피 방법이라는 거다. 일본은 지진 경보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국가로 상당수의 지진이 도달하기 전에 경보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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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보듯 일본은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위에 걸쳐져 있다. 지진이 많을 밖에 없다.

경보가 울리면 책상 밑으로 들어가거나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라는 훈련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진이 난 다음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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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말이다

첫 대응부터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일본의 주택은 아직도 목조주택이 많다. 우린 철근 콘크리트다. 지진과 같은 부하가 걸렸을때 건축물이 그 부하에 대응하는 형태가 다르다. 그러니 대응요령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긴급 행동요령도 다르다. 문젠 이걸 왜 하는지를 기억하고 있으면 외우기 쉬울텐데, 그 맥락은 보통 설명되지 않는다. 친절한 본지, 그래서 그 이유를 짚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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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배포하는 긴급 행동요령


3-1. 신발을 신으라고 하던데?

맞다. 평소에 집 안에서 바닥이 좀 두꺼운 슬리퍼를 신고 있어야 한다. 포항지진이나 작년의 경주지진 같은 규모라고 한다면 책장이나 옷장은 충분히 넘어간다. 책장이나 옷장이 넘어가는 흔들림이라면 천장의 조명, 탁자 위의 컵, 싱크대 위의 접시 등이 제자리에 있을 가능성은 없다. 운동화를 신는 것이 이후 행동까지 감안 했을 때 좋겠지만, 한국의 주택 구조상 신발은 들어오면서부터 벗게 되어 있다. 귀찮겠지만 평소에 슬리퍼를 신는 버릇을 들이면 층간소음 감소 같은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으니 꼭 슬리퍼 신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이니 적어도 여름용과 봄가을, 겨울용은 구분해야 한다. 안 그러면 슬리퍼에서 발냄새가 심하게 날 수 있다.

3-2. 실내에서도 머리를 보호하라고 하던데?

진동이 느껴진다고 즉시 대피하라고 하진 않는다. 처음 P파가 닿았을 때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순발력이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지진으로 흔들리는 동안은 머리를 보호하고 실내에서 대기해야 한다. 조만간 개봉할 저스티스 리그의 플래시 만큼 속도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P파 감지했다고 실외로 뛰어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탁자 안으로 들어가든 머리를 보호하고 벽에 서 있든, 일단 머리를 보호하면서 진동이 끝나길 기다려야 한다. 일단 머리를 보호하면서 진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3-3. 가스 차단을 하고 문은 언제 열어야 하는가? 그리고 왜?

진동이 끝난 뒤다. 지진은 한 번 큰 진동이 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노이로제에 걸릴 만큼 여진이 계속 온다. 2015년 4월 25일 네팔 대지진 당시엔 규모 4~6 사이의 여진이 24시간 동안 거의 100번 왔다. 대부분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은 네팔 대지진 이상의 규모가 아니라고 한다면 첫 진동부터 무너져 내리진 않는다. 특히 한국 건축물들은 지하까지 알뜰하게 써야 한다고 좀 깊이 파는 편이라 집이 넘어가서 죽는 사례는 생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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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 말이다

하지만 지진은 그 뒤에 이어지는 여진이 있기 때문에 처음엔 깨지지 않았더라도 여진으로 무너져 내리게 된다. 문을 열어두라는 것은 집안에서 챙길 것을 챙겨서 탈출하려 할 때, 여진으로 건물의 구조가 틀어져 문이 열리지 않는 사태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자들이 창호라고 부르는 창문과 문이 뒤틀려서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때 탈출하지 못하면 죽는다.

가스 차단은 좀 다르다. 도시가스는 지진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가스 공급이 끊기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지진과 같은 대형 재해가 터지면 안그래도 법정 TO의 2/3 정도 수준 밖엔 없는 소방관들이 해야 할 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사람 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대피하기 전에 가스를 차단하고 대피하면 소방관들이 우리집에 불이 나서 출동하는 일을 막을 수 있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공공의 자원을 최적화해서 쓰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3-4. 넓은 곳? 도대체 얼마나 넓은 곳이어야 하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드는 재난 영화를 보면 초대형 건물이 무너지는 건 기본이다. 그래서 건물이 무너져도 괜찮은 공간 정도까지 찾게 되는데... 그건 좀 오바다. 흔들려서 물건들이 떨어질 수 있는 곳을 피하면 된다. 문제는 이게 15층 정도의 아파트를 갖고 고층 아파트라고 하던 시절이라면 단지 안에서 전기줄이 지나가지 않는 공터 정도로만 나가도 됐는데... 3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요즘은 아파트 단지 안이라고 하더라도 안전하지 않다. 아파트 단지 밖에 머리 위로 전기줄 같은 것이 없는 곳으로 나가야 한다.

장담하지만, 이런 지형은 사고 발생 당시엔 절대로 생각나지 않는다. 평소에 전선이 많지 않은 길을 따라서 어디로 1~2분 정도 달려야 안전한 공터가 있는지 확인해 놓아야 한다. 집 뿐만 아니라 주로 일하는 곳에서도.


4. 통신망은 왜 다운 되는가

작년 경주 지진 당시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가 다운 됐었다. 이거 엄격하게 따져보면 그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문제라기 보단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통신망과 관계가 있다. LTE급 이상의 이동통신망은 사실 이동통신망이 아니다. 데이터가 공중으로 이동하는 구간은 얼마 안 되고 거의 대부분은 전선으로 이동한다.

데이터가 공중으로 이동하는 거리는 최대 500미터가 안 된다. 그런데 지진이 나면 기지국 안테나부터 기지국과 IDC로 이어지는 망 자체가 뒤틀린다. 이러면 처리용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보통 통신망은 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30% 미만이 쓰는 걸 기준으로 만들어놓게 된다. 길은 좁아졌는데 안부 통화 등의 이유로 그 좁아진 길을 달려야 하는 차량(데이터 패킷)이 급증하면 정상 작동이 안 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이번 포항지진에서 나타난 문제는 우리가 ‘공공재’라고 하는 것은 재난 상황에서 아주 아껴야 하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몇 안 됐다는 점이다.

통신망은 구조가 간절한 사람에게 그 우선순위가 넘어가야 한다. 기껏해봐야 ‘괜찮나?’ 묻는 용도라면 문자로도 충분하지 않는가? 119 신고도 마찬가지다. 지진 때문에 크게 다친 사람을 응급후송 하는데 집중되어야 할 자원이 ‘지진 났나요?’ 묻는 용도로 활용되면 제때 사람을 구할 수 없다.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제한된 공공자원을 그 공공자원을 긴급하게 써야 할 사람들에게 배분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재난대응이라고 할 수 없다. 포항 시민들이 그 지역에서 안심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이동했던 것, 제한된 통화량을 넘어가는 통화량 호폭주가 발생했던 것들은 아직 우리가 세월호 참사로부터 배운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다.


5. 그렇다면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마 펜더님의 글이었던 것 같은데... 어마어마한 물량을 찍어내는 능력을 가진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반파되었던 전투함정을 다시 건져서 수리해 전장에 투입한 사례는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일본과 달리 이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피격 되었을 때 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마찬가지다. 세월호 이후 전국 광역시 단위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재난체험관이 만들어졌다. 거기서 각종 재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찾아가서 어떤 재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 다음은 안전비용을 치루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되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포항의 지진 피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리는 사진으로 퍼졌던 사진들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이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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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전형적인 부실공사다. 이런 부실공사를 한 책임을 지금보다 훨씬 더 무겁게 지우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이런 일 터질 때마다 미국 이야기 해서 좀 그렇다만... 미국은 건물 지을 때 안전 기준도 정해져 있다. 정부가 이 정도의 기준은 만들어주고 그걸 준수하는지 지켜봐야지, 지금처럼 업계 관계자들이 안전기준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걸 냅두면 딱히 답 없을 것 같다. (참고로 이건 미국 연방 재난안전청의 안전 건축 지침이다. 약 400페이지 정도 된다. (링크)


6. 정부의 대응은 어땠는가

일단 수능을 치를 당사자들과 수능 출제와 관련해서 감금되어 계실 분들껜 죄송한 이야기지만, 책임지려고 하는 정부라는 것은 확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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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항은 시험칠 상태도 아니다.

문제는 이게 중앙정부만 움직인다고 재난대응체계가 다 작동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의 지진은 판이 움직여서 발생하는 지진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지진이다. 직하형 지진이라고 부르는 지진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지진들이다. 물론 그 여파는 300km가 넘는 수도권까지 경험했던 거지만.

즉, 피해는 국지적으로 집중된다. 그렇다면 공공 자원들이 주변의 도시나 군에서 지원 나가야 일차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 피해 평가를 하고 그 평가에 기초해 근처에 있는 어떤 자원이 그 피해를 가장 잘 막을 수 있을 것인가를 찍어줘야 하는데... 여기까지 가려면 시간은 좀 더 걸릴 것 같다.

뭐 현 정부 탓은 아니다. 자연 재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식으로 사는 분들이 MB 503 시절에 꽤 많이 진급 하셨고, 그 분들이 아직도 정부 조직의 키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알기로 정부 바뀌었다고 부처의 입장 자체가 원상복귀된 곳은 몇 안 된다. 대통령이 책임자까지 거명하는 바람에 황당해 했던 문화부 정도?

a.k.a 적폐들은 아직도 정부 곳곳에 쌓여 있으며, 재난을 1차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의 인원을 법정 기준으로 늘리는 걸 반대하는 정당도 있는 상태다.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언론사 상대로 힘쓰는 공력의 절반 정도만 들여도 이 문제들은 정리할 수 있다. 민원이란 힘이 세니까.


7. 그리고 반려동물 문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박살냈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구조를 거부했었다. 거부한 사람들의 44% 정도는 본인들의 반려동물을 대피소에 데리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선 Pets Evacuation and Transportation Standards Act라는 걸 만들었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연방정부의 재난대응 기관인 연방재난청(FEMA)가 반려동물도 챙겨야 한다는 법률적 근거다. 뭐 최근에 일베에 열심히 접속하실 으르신들이야 사람도 못 구하는데 개랑 고양이라는 구하라는 거냐고, 국가 예산 낭비 아니냐며 흥분하시겠지만... 이건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다. 미국이라고 해서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연방재난청이 동물 구하는 거 아니다. 이들이 사람과 정서적으로 연결된 힘이 워낙 강해서 반려동물이 재난 상황에서 죽거나 다치면 사람이 받는 정서적 충격이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과 같이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1인가구 혹은 2인 가구 많다. 그런데 실내에 만들어지는 대피소엔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다.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이 실내에 있을 경우엔 구출하기 위해 자신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스티커를 제작 보급 하는 나라들도 있다.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고립되어 있으면 구출해서 주인 곁으로 돌려보내주기 위해서 말이다.

시민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 안 그래도 할 일 많은 거 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간다면 “쟤네도 OECD국가래”에서 더 이상 “쟤네”라는 소리 안 들어도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의 저자" Samuel Seong

트위터 : @ravenclaw69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