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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교에서는 오직 일본어를 위한 공부만 하기 때문에 어학원 졸업 후의 진로는 대체로 직접 준비해야 한다.


나는 일본 대학원의 석사를 준비했다. 어학교에서는 기본 상담 및 (입학에 필요한) 연구계획서와 교수님에게 보낼 메일 내용 체크, 면접 연습 등을 도와주었다. (이 중 반은 내가 먼저 부탁해서 체크 받은 것들이다. 메일내용 체크 및 진학상담은 이쪽에서 먼저 부탁을 하는 편이 좋다. 어학교 선생님들도 도를 넘지 않는 선 안에서는 최대한 알려주려고 할 것이다)


그 외의 준비는 혼자서 정해야 한다(어른이니까?). 역시 정보수집력이 중요!



어학교 졸업 후 할 수 있는 진학 루트는 이렇게 나눌 수 있다.


- 전문학교
- 대학

- 대학원


1) 전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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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일본의 교육기관 중 하나로, 요리, 제과, 제빵, 뷰티, 헤어, 애니, 호텔, 관광, 통‧번역, 디자인,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학교가 있다. 1~2년이라는 단기간에 전문지식을 배울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2년제 대학하고 비슷하나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는 없다(일정시간 이상을 수료하면 ‘전문사’의 자격을 얻을 수는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친다.


전문학교를 나오면 보통 해당 계통에 취업을 한다. 학교에서도 취업 연계에 적극적이라 처음부터 취업을 목적으로 입학하는 학생도 있다. 일본 내에서 인식이 좋은 편이라 전문학교 출신이라고 차별을 받는 일도 적으니 배우고 싶은 게 확실하다면 전문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좋다. 한국처럼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학하는 경우가 제일 많긴 하지만 나이에 자유로운 편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전형이 있지만, 일본어능력시험2급(JLPT 2급)에 합격했다면 거의 입학할 수 있다. 따로 시험을 봐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면접만 보는 곳도 있다.


내 기준이긴 하지만 입학할 사람이 줄을 서있는 국립대학교보다 직원들이 훨씬 친절했다. 다녀본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학생 케어를 잘 해주는 것 같다. 단점이라면 학비가 비싸다는 점. 알바를 하면서 다녀도 부담될 정도니 잘 계산하고 입학해야 한다.


원하는 학교가 있다면 체험학교(체험클래스)나 입학설명회에 가서 설명을 들어볼 수도 있다. 가면 선물도 주고, 상담도 해주니 어느 정도 진로를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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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건물이 신주쿠의 대표건물인 ‘코쿤타워’다. ‘도쿄모드학원’이 저 안에 있다.

전문학교는 대개 도심 한가운데이자 목이 좋은 데에 있다. (특히 디자인, 패션 분야가 그렇다)


디자인, 패션 분야에서 유명한 학교는 문화복장학원, 도쿄모드학원, 도쿄디자이너학원, 도쿄디자인전문학교,도쿄커뮤니케이션 아트 전문학교 등이 있다. 이름이 비슷비슷하니 잘 알아봐야 한다. 통번역 분야에는 일본외국어전문학교, 도쿄외국어전문학교 등이 있는데, 도쿄외국어전문학교를 나온 친구 하나는 일본 현지 회사 취직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학교에는 토요타도쿄자동차대학교가 있다. 어학원 다닐 때 같은 반이었던 말레이시아 친구가 이곳에 들어가서 취직했다. 또 닛산교토자동차대학교도 유명한 편이다.


제과, 제빵, 요리 분야가 제일 치열한 느낌이다. 실제로도 제과나 제빵을 하기 위해 유학온 사람들이 많다. 아마 일본의 제과제빵에 독특함이 있기 때문이겠지?



2)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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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의 거리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서울에 있는 대학이 무조건 경쟁률이 높은 반면, 일본은 꼭 도쿄에 있다고 해서 지방에 있는 대학보다 선호도가 높진 않다. 학비가 비싼 편이기 때문에 국립대보다 사립대가 경쟁률이 높아서, 우리나라로 치면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학교)이 도쿄의 사립대보다 순위가 높은 일도 많다.


일본 대학에 입학하려면 일본유학시험(EJU)을 보거나 각 대학이 실시하는 입학시험을 보면 된다. 일본유학시험은 “독립행정법인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가 외국인 유학생으로 일본의 대학(학부)등으로의 입학을 희망하는 자에 대하여 일본의 대학 등에서 필요로 하는 일본어능력 및 기초학력의 평가를 목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으로, 일본어, 이과, 종합과목, 수학 등의 과목을 시험본다. 이 시험은 한국에서도 준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아니면 각 대학이 실시하는 입학시험을 볼 수 있는데, 아주 높은 확률로 일본에 가서 시험을 봐야 한다. 필기‧실기시험, 면접, 소논문 등을 평가한다. 학교나 시험에 대한 정보는 유학설명회, 유학원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일본 현지에 있다면 어학교나 학교 등에서 여는 설명회에 참가해도 좋다.


일본은 편입은 잘 안 한다고 한다. 편입제도가 있는 학교 자체가 적고, 한다 하더라고 많이 받지 않는다. 대부분 외국인 특별전형도 없다고 한다(!)



3) 대학원


대학과 똑같이 국립학교가 학비가 가장 싸며, 사립은 국립의 약 4배 정도 든다. 나는 국립대학원에 갔는데, 입학금을 포함해 한 해에 70~80만 엔 정도 들었다(석사 2년 동안 150만 엔~170만 엔). 그러니 곱하기 4를 해야 하는 사립대학원은 최소 600만 엔...? 전문학교는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더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대학원 입학은 학교마다 다르다. 서류만으로도 입학할 수 있는 학교가 있는 반면 따로 시험을 봐야 하는 학교도 있다. 필기시험은 물론 구술시험이 있는 학교도 있고, 일본어 혹은 영어 시험을 봐야 하는 학교도 있다(가고 싶은 학교의 입학전형을 자세히 보자). 물론 일반시험 말고도 전형이 많으니 자신에게 최대한 맞는 전형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요구하는 서류도 다르므로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일본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선


원서 / 대학졸업(예정)증명서 / 최종학력증명서 / 추천서 / 이전논문 / 건강진단서 / 보증인 / 외국인등록서 / 사진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학교마다 해당하는 것이 다르다).


- 서류작성


서류 중 관건은 자기소개 및 연구계획서(학업계획서)가 아닐까 싶다. (자기소개는 말 그대로 자기소개고, 연구계획서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어떤 공부를 할 것이다’를 소개하고 알리는 서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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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계획서는 이런 느낌이다.


일본은 신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 엄격한 편이다(뉴스에도 거짓말로 인한 사건이 더 크게 보도된다). 때문에 자기소개서 혹은 연구계획서를 표절하거나 짜깁기해선 안 된다. 조금 못하더라도 자기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전공 선택하기


일본은 학부의 전공과 다른 분야의 대학원에 들어가기 힘든 편이다. 물론 예외는 있어서, 다른 분야라고 해도 전공생 이상의 재능이 있고 교수님을 설득할 수 있는 결과물 등이 있는 사람은 다른 전공의 대학원에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일본 학생의 이야기고, 유학생은 자국에서의 학습 내용을 확인시키기 어려우므로 거의 학부와 같은 전공으로 가는 편이다. 그쪽이 쉽기도 하고.




- 대학 정하기


학부에선 대학 간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 대학원에선 교수님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의 권위자(및 전문가) 밑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최고의 선생님(교수님)은 최고의 대학에 근무하고 있으므로 다들 상위권 대학원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일본은 대학마다 입시제도(입시요강), 시기, 인원 등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미리 알아보아야 한다. 또 그 대학이 어떤 학생을 원하는지, 내가 거기에 맞는지를 체크도 해야 한다.


나는 가고 싶은 대학들을 즐겨찾기 해놓고 학교에 요청해 따로 팜플렛을 받았다(보통 무료). 받은 자료로 학비, 커리큘럼, 전형, 위치 등 많고 많은 조건들을 비교, 분석하면 갈 수 있는 대학과 가지 못할 곳이 그려진다. 절대 못 갈 곳(제출해야 할 서류가 준비한 것과 너무 다르거나 유학생을 뽑지 않는 곳)을 제외하고 본인이 넣고 싶은 곳을 써야 떨어지든 안 떨어지든 후회가 남지 않는다.


교수님에 대해 하나하나 적기도 했다. 작품, 논문은 물론 앞으로 정년이 얼마나 남았는지(꽤 중요하다), 앞으로 석·박사를 뽑을 계획인지 등을 파악했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도 교수님이 ‘NO’를 하면 그만이므로 컨택은 리스트업을 마친 후 했다.



- 연구실(교수님)과 연락


학교마다 방법이 다 다르므로 직접 연락을 하는 것이 제일 빠르다. 연락수단엔 ‘메일’과 ‘전화’가 있는데, 일본어가 서툴렀으므로 난 메일 쪽을 택했다(비즈니스 일본어를 공부해두면 메일 보낼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일본에선 연락 없이 갑자기 찾아가는 것이 큰 실례이므로 다짜고짜 찾아가는 것은 좋지 않다.


메일을 보지 않는 교수님도 있고, 꼭 교무과를 통해서만 교수님과 연락을 할 수 있는 학교가 있는데, 이럴 때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야 한다. 학교 교무과 혹은 조교실을 통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과정은 성질 급한 사람일수록 유리하다(!)


병아리 유학생에게는 꽤 난감했던 과정들이었다. 호의를 가지고 도와주는 대학도 있고, 차갑게 단칼에 자르는 학교도 있어서 교수님을 만나보지도 못한 일도 있었다(후에 이것이 거절의 의미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몇 개의 대학과 컨택할 수 있었다. 직접 교수님이 메일을 준 학교는 한군데였고, 나머지는 조교나 교무과에서 미팅 날짜를 정해주었다.


학교마다 입시철이 다가오기 몇 달 전부터는 교수님과의 만남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학교도 있으므로 미리미리 끝내놓는 것이 좋다. 교수님이 학부에서 올라올 일본 학생을 정해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 유학생은 그 외의 수에 들어간다. 암튼 무엇이든 미리미리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



- 면접 준비


교수님과의 약속을 잡은 후에는 보여드릴 연구계획서(보통 프린트해서 가져감)를 잘 정리해야 한다. 연구계획서야말로 ‘이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는’ 유일한 페이퍼이기 때문이다.

또 교수님이 자신에게 물어볼 것을 예상하고 그에 따른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 ‘왜 이 연구실에 들어오고 싶은지’ ‘이 대학원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정리해서 잘 말하자. 엄청 중요하다.



- 교수님과의 만남


미팅에서 거의 결판이 난다고 보면 된다.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이 교수님이 나에게 입학을 허가할지 안할지가 이 날 결정 난다.


난 깔끔하게 책으로 만든 연구계획서와 미대이므로 포트폴리오를 들고 갔다. 복장은 정장까진 아니지만 학생 같이 보이지 않으려고 세미정장을 입었다. 몇 군데의 면접을 봤고, 시험을 볼 기회를 받기도 했고, 연구생부터 시작하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여기서 연구생이란, 일본 대학원에만 있는 제도로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 예비과정에 있는 학생’이라고 보면 된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교수와 학생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서로를 체크하는 과정이다(주 10시간 이상의 청강할 수 있으나 학위는 취득할 수 없다). 꼭 해야 하는 건 아니고 교수님에 따라 연구생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연구생 과정 없이 바로 대학원 입학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 나는 연구생 과정 없이 바로 시험보고 입학했다. 헤헷.


좀 더 서로를 보고 싶거나 그 해에 입학예정자가 꽉 차 있으면 일부러 연구생 과정을 시킨 뒤 다음 입학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무서운 건 입학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생은 불안한 유학생 신분이다.



- 수험 준비


대학 그리고 학과마다 시험일정과 내용이 다르므로 자세한 사항은 학교의 홈페이지 및 학과에서 받은 서류로 확인해야 한다. 보통 2차 시험까지 보며, 3차 시험이 있는 곳도 있다. 면접은 담당교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의 모든 교수가 본다.


미술대학원의 경우 '지금까지 했던 작품을 그린 게 내가 맞다'는 증명을 받아 가야 한다(본국 교수의 증명).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서는 작품의 진위성을 꼭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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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까지 통과하면 입학이다!


일본 대학원의 장점이라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수님과도 상하관계라기 보다는 평등한 경우가 많고(가끔 못된 사람이 있다고는 들었다), 학생을 존중해 준다는 느낌도 강하다. 또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단 학생의 자율에 맡기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간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단점이라면 ‘일본 대학의 학위가 한국에서 어떤 메리트가 있냐’인데, 여기에 대한 판단은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패스. 암튼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자신의 분야를 심도 있게 공부하기에는 괜찮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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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