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2. 18. 화요일
onesixth
여러 도시의 정파 지도자들은 한쪽에서는 대중의 정치적 평등을, 다른 쪽에서는 건전한 귀족정치를 내세우며 그럴듯한 정치 강령을 표방했다. 그러나 그들은 말로는 공공의 이익에 봉사한다면서도 사실 공공의 이익을 전리품으로 여겼다. 그들은 반대파보다 우위를 차치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며 극단적인 잔혹 행위를 일삼았으며 정의나 국익을 무시하고 반대파보다 더 잔인하게 보복했다. 그들은 그때그때 자신이 속한 정파를 즐겁게 해주는 것만을 행동 기준으로 삼았으며, 당장의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투표로 유죄판결을 내리거나 폭력으로 권력을 탈취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어느 쪽도 종교적 경건함 같은 것은 존중하지 않았고, 수치스러운 행위를 미사여구로 정당화할 수 있는 자들은 명망이 높아졌다.-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도서출판 숲, p.288
힘에 의한 정의. 플리타이아이를 파괴한 스파르타와 멜로스를 파괴한 아테네가 보여주었던 강자의 논리는, BC 415년 아테네의 대대적인 시칠리아 원정으로 극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걸로 끝. 이 전쟁을 통해 아테네는 명분도 잃고, 판돈도 잃고, 그야말로 모든 것을 화끈하게 한방에 날려버리곤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아테네에게 승리를 거둔 스파르타의 좋은 날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그리스 공동의 숙적 페르시아에게 도움을 구했다는 오명에다, ‘아테네의 깡패짓이 사라지니 이제 저놈이’라는 불만이 더해져 또 다른 도시국가들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두 나라 모두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와 로마에게 차례로 정복당할 운명이었다.
"... (또한) 저희는 선생님께서 트라시마코스의 주장, 즉 올바른 것은 남한테 좋은 것이며 강자의 편익이되, 올바르지 못한 것은 자신을 위한 편익이며 이득이지만, 약자에게 있어서는 편익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는 주장과 의견을 같이하시는 것이라고 단언할 것입니다.(따라서) 선생님께서는 저희에게 비단 올바름이 올바르지 못함보다도 더 낫다는 주장만 밝히실 것이 아니라, 그 각각이 그것을 지니고 있는 당사자에게 그 자체로서, 즉 신들이나 남들에게 발각되건 또는 그렇게 되지 않건 간에, 무슨 작용을 하기에, 한쪽은 좋은 것이지만, 다른 한쪽은 나쁜 것인지도 밝혀 주십시오.""... 비난받고 있는 올바름을 도와 주기를 내가 포기한다는 것은, 아직 숨을 쉬고 있고 말도 할 수 있는 자로서 그걸 구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로서는 믿음이 없는 짓이 아닐까 두렵기 때문일세. 그러니 나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 있어서 올바름을 구원하는 것이 상책일세. 그러니까 바로 이런 경위로 해서, 즉 한 사람이 한 가지 필요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맞아들이고, 또 다른 필요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을 맞아들이는 식으로 하는데, 사람들에겐 많은 것이 필요하니까, 많은 사람이 동반자 및 협력자들로서 한 거주지에 모이게 되었고, 이 '생활공동체'에다 우리가 '나라'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네. 어떤 이가 일을 더 잘 해 내게 되는 것은 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기술에 종사할 때인가, 아니면 한 사람이 한 가지 기술에 종사할 때인가?... 이로 미루어 볼진대, 각각의 것이 더 많이, 더 훌륭하게, 그리고 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을 '성향에 따라' 적기에 하되,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한가로이 대할 때에 있어서이네."- 플라톤 지음, 박종현 역주, "국가", '2권', 서광사, p.142-149
끊임없는 대화들로 이루어진 책이라 인용 뽑기가 너무 힘들다. 암튼 위의 내용이 <국가>에서 진행되는 논의의 핵심이 된다. “어차피 정의란 있는 놈들이 만드는 거임. 정직하고 착한 사람들은 그냥 힘이 없어서 그런 거고, 나쁜 놈들일수록 오히려 떵떵거리면서 잘만 살아감. 근데 왜 올바르게 살아야 되는데? 소크라테스, 너님은 어케 생각함?”이라는 질문에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음. 허나 그건 당장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뿐. 우리 아테네를 한 번 봐. 힘있다고 건방떨다가 좋게 되지 않았음? 제아무리 힘이 있어도 올바르지 못하다면 결국엔 좋게 되는 거임.”이라 플라톤이 답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이는 아테네 뿐만 아니라 진시황을 비롯, 동서고금을 막론한 각종 제국들의 흥망을 통해 증명되어온 게 아닐까 싶다. 다만 때론 그 시간이 너무 길어서 암울할 뿐. 뭐 그래봤자 겨우 몇 세대씩이지만.
"이번에는 이런 것들이 다른 일꾼(장인)들을 타락시켜서는, 그들을 역시 나쁜 일꾼으로 되게끔 하는지 생각해 보게나.""그것들은 어떤 것들인데요?""부와 빈곤일세." 내가 말했네."어떻게 말씀입니까?""이렇게 해서라네. 자네에겐 도공이 부유해지고서도 자기 기술에 여전히 마음을 쓰려고 할 것으로 생각되는가?""결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오히려 이 사람은 이전의 그보다 더 게으르고 무관심해지겠군?""훨씬 더 그렇게 될 게 분명합니다.""그렇다면 더 못한 도공으로 되지 않겠는가?""이 경우 또한 훨씬 더 그렇게 됩니다." 그가 말했네."또한 정작 그가 가난으로 인해서 자기의 기술과 관련되는 도구나 그 밖의 것을 마련할 수 없을 경우에는, 제품들을 더욱 볼품없게 만들어 낼 것이며, 또한 자신의 아들들이나 또는 자신이 가르치는 다른 사람들을 한결 못한 장인들로 기를 걸세.""어찌 그렇지 않겠습니까?""바로 이 두 가지, 즉 빈곤과 부로 인해서 기술의 산물들도 더욱 못해지지만, 장인들 자신들도 더욱 못해진다네."- '4권', p.261
수호자, 즉 정치가도 기술이 필요하기란 마찬가지이다. 사회를 수호하고 올바르게 돌아가게 하려면, 올바름을 추구하고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이게 바로 철인정치(최선자정체) 되겠다. 엘리트주의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나는 개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흔히 생각되는 엘리트주의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일단 앞서 말했듯 플라톤은 어떤 기술에 있어서 능숙하거나 못할 수 있다고만 말했을 뿐, 어떤 기술이 다른 기술에 비해서 더 낫다거나 못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실제로 <국가>에서는 어떻게 정치가에게 필요한 기술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는지를 상당히 길게 논의하는데, 이게 졸라 빡세다. 플라톤의 본격 정치가 양성 프로그램, 간단하게만 살펴보기로 하자.
1. 남성에게 각자 재능과 성향의 차이가 있듯, 여성에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성별에 따른 자격제한 따윈 불합리하다.2. 육체단련을 통한 몸과, 시가(학문)공부를 통한 혼, 이 양자간의 조화를 갖춘 인물을 양성토록 한다.3. 일단 이른 나이에 충분한 예비교육을 한 후, 철학, 수학(산술학), 기하학, 천문학(과학), 변증술(논리학) 등을 고루고루 어떠한 노고도 아끼지 않고(빡세게)가르친다. 단, 이 교육이 강제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강제적인 배움은 혼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롭게 배울 때에만 저마다의 재능과 성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4. 수호자로서 시민들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품성을 갖추어야만 한다. 따라서 군대는 의무이자 첫 번째 시험이 된다.(약 20세)5. 군대와 관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단련받도록 한다. 학문 역시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이 또한 품성과 자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시험의 과정이다.(약 30세)6. 앞선 과정들을 통해 육체와 학문, 실무경험에서 모자람이 없는 자들이 번갈아 가며 통치자로 일하게 한다.(약 50세)7. 사유재산이 있으면 타락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집이나 곳간 등은 물론, 어떠한 종류의 사치품도 역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8. 대중을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는 소유 자체가 경건하지 못한 짓이다. 화폐 등의 사유재산은 물론, 가정이나 동거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공동 식사, 공동 생활을 하게 하고, 처자도 공유하여 함께 책임지고 양육토록 한다.
아까는 빈부격차를 비판하더니, 이제는 기원전 4세기에 남녀평등을 이야기하고 지배계층의 결혼과 가족제, 사유재산 등을 부정하고 집단난교를 옹호하기까지……. 인류사를 통틀어서도 플라톤의 기준에 한두 개나마 만족되는 정치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그야말로 졸라게 공부해서 어떠한 호사도 누리지 않고 오로지 공익을 위해서만 일하면서도 계속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플라토닉 엘리트는 꿈도 꿀 수가 없다. 게다가 군복무는 정말이지 치명타.
"나는 이러이러하다고 생각함. 소크라테스 너님도 동의하지?"
"응?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음. 좀 더 설명 부탁.""그러니까 내 말은 이러이러하다는 거임. 아직도 동의 안 됨?"
"좀 더 생각해 보고. 그러니까 네 말은 이러이러하니까 이러이러하다는 거지?"
"OK"
"그러면 이러이러하다면 이러저러 하겠네?"
"응, 그렇지."
"이러저러하다면 저러저러하다는 것도 동의?"
"응, 듣고 보니 그런 거 같아."
"그러면 자 내 말을 들어봐. 저러저러하다는 건 이런 거야. 쏼라쏼라쏼라~"
김연아는 노력해서 성공했다. 김연아는 사람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1) 엄마 친구 아들은 노력해서 전교 1등이 되었다. 근데 넌?2) 친구들 여친은 다이어트도 하고 예뻐지려고 노력한다. 근데 넌?3) 다른 직원들은 노력해서 빼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근데 넌?4) 남들은 노력해서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 좋은 동반자, 좋은 집을 구해선 잘만 살고 있다. 근데 넌?등등등등등등...
"황금으로 가득한 각자의 그 금고가 그런 정체(명예지배정체)를 무너뜨리지. 먼저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그걸 소비할 길을 찾는데, 이를 위해 법률을 왜곡하네. 그래서 자신들도 그들의 아내들도 법률을 따르지 않게 되네. 그러니까 자네가 거지들을 볼 수 있는 나라(과두정체)에서는 그곳 어딘가에 도둑들과 소매치기들 그리고 신전 절도범과 이런 류의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자들이 숨어 있는 것이 분명해. 우리가 나라를 수립하면서 엄숙히 말한 것들에 대한, 즉 월등한 성향을 지니고 있지 않는 한, 그래서 바로 아이일 적부터 훌륭한 놀이를 하며 이와 같은 모든 것에 종사하지 않는 한, 결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한 이 나라(민주정체)의 관대함과 어떤 형태의 좀스러움커녕 전적인 경시는 이 모든 걸 얼마나 당당하게 짓밟아 버리며, 어떤 사람이 어떤 종류의 일들에 종사하다가 정치 활동을 하려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그가 대중(군중)에 대해서 호의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만 하면, 이를 얼마나 높이 사는가?"- '8권', p.523-538
마지막 인용은 각 정체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지만, 정치가 어떻게 타락해가는가로 보셔도 무방하겠다. 무슨 결론이 본문만큼이나 길다. Sorry. 그럼 플라토닉 러브는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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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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