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호텔처럼
현장소장님께서 멋진 제안을 하셨습니다. 화장실에 호텔에서 사용하는 타일로 붙여보자고 하시더군요.
타일을 고르기 위해서 호텔에서 반품된 타일이 모여 있는 반품 창고(경기도 광주)에 갔습니다. 한 번 반품된 상품들이기 때문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합니다. 특히 일반 타일에 비해 두껍고 고급스러운 호텔 타일을 만족스러운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저희도 아파트에서 살 때 시공했던 타일 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비용으로 호텔에서 사용하는 수입타일을 살 수 있었습니다.
산처럼 쌓여 있는 타일 중에 하나를 고르는 미션이 시작되었다.
현관에는 쓸 타일도 골랐다.
문제는 1층과 2층에 각각 있는 화장실에 같은 타일을 쓸지, 다른 타일을 쓸 지였습니다. 고민 끝에 1층 화장실은 손님용, 2층은 가족용으로 정하고, 타일도 다른 걸 쓰기로 했습니다.
화장실에 사용할 타일을 우선 하나 골랐다.
타일을 고를 때 ‘조화로움’을 따졌습니다. 단순히 타일 한 개를 고르고 또 마음에 드는 타일을 고르기보다는 벽과 바닥이 조화가 되는지를 따졌습니다. 여러 가지 타일을 이렇게도 조합해보고 저렇게도 조합해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타일 하나를 단독으로 볼 때와 조합을 했을 때가 달랐습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었다.
베스트 두 가지를 놓고 계속해서 고민 중.
다음은 화장실의 규모와 어울릴 색상, 배치될 것(샤워기, 변기 등)을 생각했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니 서서히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습니다.
그렇다고 맘에 든다고 다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품 창고에서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수량이 있는지를 체크해봐야 합니다. 수량이 부족하면 원하는 면적에 모두 붙일 수 없으니까요. A/S, 비상시를 위해서 여유가 있어야 하니, 딱 면적만큼 있다고 하더라도 안 됩니다. 물론 입고되는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부족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화장실 타일의 조합을 끝냈다. 위쪽의 나무가 포인트가 되고, 오른쪽의 연한 베이지 색으로 벽을 두른다. 안정감을 위해 바닥은 차분한 느낌으로 했다.
건축을 하다 보면 예산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비비를 산출했다고 하더라도 시공 자재를 변경하는 일이 생기고, 기타 변수들도 생기기 때문에 비용이 늘어납니다. 저희도 골조와 단열 등 앞에서 많은 비용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적절한 예산에서 인테리어를 해야 했습니다.
이 때 반품창고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호텔에서 쓰는 고급자재를 살 수 있었으니까요. 수백, 수천 가지의 실물을 보면서 골랐기 때문에 타일을 보는 안목도 조금 좋아졌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방에 사용할 타일도 골랐다. 화려해서 한눈에 반했다.
타일로 완성되는 인테리어
본격적인 인테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도배, 장판뿐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를 접목해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낼 시간입니다.
선택할 일이 많아서인지 골조 할 때보다 현장에 더 자주 방문했습니다. 현장에서 하나가 진행되면 다른 걸 하나를 결정하러 오곤 했습니다.
레이저로 줄을 재는 것이 신기했다. 나도 하나 갖고 싶었다
붙이는 속도만큼 예리한 눈빛이 멋진 기술이었다.
석고보드를 붙인 후 가장 먼저 하는 인테리어 작업은 타일입니다.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 온 분이라고 해서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레이저로 경계를 정하고 자르는 작업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타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반품창고에서 구입 했기 때문에 최대한 손실을 낮춰야 했습니다).
최근에 많이 쓰이고 있는 ‘아쿠아디펜스(욕실방수제)’를,
물이 튈 수 있는 허리춤까지 칠한다.
그리고 그 위에 타일을 붙인다.
화장실 방수는 겹겹이 해야 합니다. 특히 목조주택은 더더욱 물이 새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죠. 방수가 건축하자로 이어지는 일이 가장 많기 때문에 꼭 잡고 넘어가야 합니다. 시공사 쪽에서 잘해시겠지만 시공 전에 방수방식에 대해서 상의를 하는 게 좋습니다.
(1층보다 2층 화장실에서 하자가 발생할 때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위치선정-설계-에서부터 주의해야 합니다. 2층 화장실 밑에 방이 있다고 한다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겠지요)
일전의 파이브스타 인증에서도 ‘방수’를 두고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희가 사용한 방수제품인 ‘아쿠아디펜스’를 선호하는 분도 계셨고 아닌 분도 계셨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면 현장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방수는 방법이 많기도 하지만 반대로 논란이 많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보일러실의 물 구배가 잘 되어있다.
물청소를 하고 나면 어딘가에는 물이 고여 있어서 일부러 물을 빼줘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없기 위해서는 구배(경사면의 기운 정도)를 잘 맞춰서 경사각을 만들어야 합니다. 구배라는 것이 맞지 않아서 물이 흐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수구와 연결되어 있는 관까지 딱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간혹 하수관이 타일보다 높을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 살던 집은 구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이 하수관 옆에 은근히 고여 있곤 했습니다. 그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나, 구배를 잘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타일 붙이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속도뿐만 아니라 예리하게 각을 살리는 모습에서 장인정신을 느꼈습니다. 목수님들도 훌륭했지만 타일 기술자님들도 탁월하셨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드시라고 커피와 식혜를 채워 넣었다.
이제 우리가 고른 타일로 화장실 공사를 마감할 것이다.
골조와 단열은 덮고 나니 티가 나지 않는데, 눈에 잘 보이는 인테리어에 따라 달라지는 집 모양이 마냥 신기했습니다.
집을 만들어 가는 게 얼마나 사람의 마음이 풍족하게 하는지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한 번에 보는 |
양평김한량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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