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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일, 스웨덴 검찰은 30년 넘게 미제 사건으로 남은 올로프 팔메 전 총리 암살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결정했어. 담당검사는 외무장관까지 역임했었던 조직범죄 분야 최고의 베테랑 검사 페테르손 검사야.

 

그의 출사표를 들어보자고!

 

“아직까지도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정치인으로 기억하는 올로프 팔메 총리 암살을 3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검찰의 수치 입니다. 좀 더 발전된 과학수사를 바탕으로 반드시 범인을 잡아 내고야 말겠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스웨덴 사람들의 반응은?

 

“CIA나 KGB가 개입된 사건일 수도 있는데 30년이 지나서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미국이나 소련이 아닐지도 몰라! 대기업이나 극우파의 소행이란 이야기도 많잖아.”

 

“그래도 범인은 반드시 잡긴 해야지. 현재의 스웨덴 복지 시스템을 만든 게 누구인데...”

 

“맞아. 괜히 아직까지 가장 사랑받는 정치인이 아니잖아? 한 점의 의혹이라도 있다면 이번 기회에 밝혀야 하지 암.”

 

1969년 43세의 나이로 최연소 총리가 된 후 1982년 재 당선이 될 정도로 능력 있고 인기가 많았던 팔메 총리의 암살 당일로 시계를 돌려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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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2월 28일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평소 형식적인 절차와 불필요한 요식행위를 끔찍하게 싫어했던 그. 그날도 평소처럼 아내와 함께 스톡홀름 시내 한 극장에서 심야영화를 본 후 -경호원도 없이- 인파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걷고 있었어.

 

이 때 검은 외투를 입은 남자가 나타나 총리에게 총격을 가하고 그대로 달아나. 팔메총리는 척추에 치명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어. 그런데, 경찰의 초기 대응이 사람들의 도마 위에 올라.

 

“아니 총리가 총에 맞았는데 1시간이나 지나 주변 탐문을 시작하고, 공항 폐쇄는 2시간이 지나서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거야?”

 

“이거 어떤 거대한 힘이 검/경까지 조종하고 있는 거 아냐?”

 

“하긴 그동안 우리 총리께서 부자들, 힘 있는 놈들에게 미운 털이 많이 박히긴 했지.”

 

암살에 배후가 있는 것 같은 여론이 있으니, 팔메 총리의 인생행적을 살펴 볼 필요가 있겠지? 스웨덴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눠지는데 팔메를 열정적으로 지지하거나 증오하는 부류라고 해. 부자들과 기득권은 그를 미치도록 싫어했지.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이 아니라 가난한 약자들을 위한 정치를 했기 때문이야. 그가 부자들에 대한 이런 조치를 취한 건 팔메가 혹시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일까? 그래서 부자들보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감싸고 돈 것일까?

 

그는 1927년 1월 3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보니 할아버지가 보험회사 회장이고 아버지가 임원이었어. 한 마디로 금수저를 제대로 물고 태어났어. 하지만 팔메는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인 정치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친서민 정책과 사회정의를 위한 정책을 펼쳤어. 금수저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인생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일은 미국 유학생활 동안 한 여행이었어.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미국 전역을 배낭 하나 둘러메고 돌면서 서민들의 고통을 보게 되었던 거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에서 빈부격차와 서민들의 고통을 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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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으로 돌아 온 후 정치에 대한 뜻을 품고 교육부 장관에 올라선 후에는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은 등록금으로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정책을 폈다고 해.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고? 팔메가 교육부 장관이 되기 전에는 극소수 부자들의 자녀만이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고 해. 부에 의한 교육기회의 독점을 공정거래로 전환 시켰어.

 

통신부 장관시절에는 TV와 라디오 신문 광고주들의 영향력을 피해 어떻게 하면 언론이 중심을 잡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 정책을 폈어. 지금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우리는 알자나. 권력과 금권이 미디어를 장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장관 시절이 이 정도인데 총리가 되니 신이 났겠지? 부자들은 한숨이 났겠지만 말이야. 대학교까지 무상교육 실시, 부자들에 대한 세금 누진세 적용, 서민들을 위한 복지예산 증진, 가난한 자들을 위한 의료보험 확대, 이러니 부자들이 좋아했겠어? 솔직히 그들이 나라 걱정을 했겠어? 자신들의 차고 넘치는 돈이 혹시라도 가난한 이웃들에게로 누수가 될까 걱정을 하며, 지나친 복지 정책은 나라의 근간을 무너트리고,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위협한다고 소리를 높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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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메는 외교적으로도 난 사람이야. 당시 세계 양 대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에도 쓴 소리를 서슴치 않았어. 지금이야 세상이 좋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미국의 이란 공격이 웃기는 일이고 생화학 무기 같은 건 처음부터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잖아.

 

저 당시 베트남 전쟁도 명분도 없는 군산복합체의 이익만을 위한 전쟁이었는데, 감히 미국에게 바른말을 하기가 쉽지 않던 시대 상황이었어. 하지만 팔메라는 다윗은 위선으로 중무장한 골리앗 미국에게 (돌)팔메를 날렸어.

 

“미국 정부는 이 멍청하고 한심한 짓거리를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언젠가는 추악한 뒷거래가 반드시 밝혀질 겁니다.”

 

미국정부는 스웨덴에서 대사관을 철수시켜 버리는 유치한 방법으로 등으로 그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해. 그의 암살에 CIA가 개입 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야. 참고로 암살 당한 JFK도 베트남전을 반대 했었지.

 

미국만 까면 소련이 서운해 할까봐 걱정이 됐었던 걸까?

 

“우리 유럽에서는 어떠한 나라도 핵을 가져서는 안 되며 완벽한 비핵화를 이루는 길만이 우리 인류가 다 같이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소련은 핵개발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팔메 총리 사망 한 달 후에 소련에서 비핵화에 대한 세계정상들의 회담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소련의 무분별한 핵 확산 조치를 그가 맹렬히 비난했던 거야. 이런 이유로 KGB에서도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고 해.

 

“종간나 새끼. 내리 니 단디 지켜 보고 있다스키."

 

이렇게 약자의 편에 서서 항상 강자에게 올바른 소리만 하니 여기저기서 암살의 위협이 많았겠지? 그걸 알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도 스웨덴의 후예들도 지금의 행복을 누리고 있어.

 

그가 암살 되고 얼마 후, 당시 담당형사였던 스티그 에드퀴비스트가 사건의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을 발표해.

 

“팔메 총리의 암살에 사용된 총이 1983년 스웨덴의 한 마을 우체국 강도 사건 때 사용한 것과 일치합니다. 그 총은 스미스 웨슨제 권총으로 밝혀졌습니다. 범인 색출에 한 발 더 나아간 저희는 범인을 잡아 국민들의 염원에 보답 하겠습니다.”

 

사건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팔메 총리의 부인도 동종의 전과범들 사진을 수 없이 확인하며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어. 그 누구보다 범인을 찾고 싶었을 거야. 미치도록 말이야. 하지만 그 과정은 몹시도 고되고 힘든 일이었어. 그렇게 부인도 담담 형사도 지쳐 가던 어느 날.

 

“이 사람이에요.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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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지목한 사람은 크리스터 페터슨이라는 마약중독에 알코올중독자인 전과자였어. 그가 긴급 체포되어 법원으로 송치되는 날 수 많은 언론사가 크리스터 앞에 모여 들었어.

 

“총리를 왜 암살한 겁니까? 단독 범행 입니까?”

 

“……”

 

“배후가 누구 입니까? 이런 일을 혼자 계획 할만한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 하는데요?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겁니까?”

 

“……….”

 

많은 국민이 범인이 엄벌을 받을 것을 기대함은 물론이요. 배후까지 곧 밝혀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그는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어. 법원의 무죄판결 이유는,

 

“크리스터는 현재 정신병을 앓고 있으며 약물복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총리를 암살할 만한 뚜렷한 살해동기도 없을뿐더러 총리 부인의 기억 외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습니다. 물증, 즉! 암살 당시에 사용한 총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를 풀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터가 풀려난 후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어. 당시 감옥에 수감 중이던 터키 쿠르드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이 입을 열었는데,

 

“스웨덴 팔메 총리의 암살 배후에는 나의 전 부인인 캐시레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이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그녀의 뒤를 캐는 것이 급선무다.”

 

“도대체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더 자세한 내용을 말씀해 주세요”

 

“질문은 받지 않는다. 난 이만 빵으로 돌아간다. 이상."

 

이 발표를 시작으로 무려 100명이 넘는 극우단체 인사들이 자신이 암살범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촌극이 벌어졌어. 경찰당국은 수 많은 제보 전화와 자수 전화에 업무가 마비가 될 정도였어.

 

“도대체 하루에도 몇 명이 자수를 하는지.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야.”

 

“이 쓰레기 같은 것들, 팔레 총리 암살범 이라는 명성을 얻기 위해 이러는 거지.”

 

“진짜 쓰레기 중에서도 최악의 쓰레기들이야. 수사에 혼선만 주고 있어.”

 

무심하게도 세월은 흘러 2006년 어느 날, 스웨덴 검찰에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어.

 

 

“여보세요?”

 

 

“…………….”

 

“말씀하세요.”

 

“팔메 총리 암살 사건 공소시효가 이제 5년 남았나? 범인에 대한 실마리는 고사하고 수사 의지는 아직 있긴 한 거요? 흐흐흐흐”

 

“누구요 당신? 장난 전화면 법의 처벌을 받습니다.”

 

“나, 그 정도로 한가한 사람 아냐. 내가 지금 알려주는 호수가로 당장 가봐. 그리고 천천히 잘 살펴봐.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온 마음을 다해 수색을 하면, 총리 암살에 사용한 총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이 정도 제보로 많은 병력을 움직여 호수를 뒤지기는 어렵습니다. 신원을 밝히세요.”

 

“하기 싦음 말던가. 아 참, 그 호수에 빠진 총이 아마 그 시골 우체국 강도 사건 총과 같은 종이라나 머라나.”

 

뚜~~~우~~~뚜~~~~

 

스웨덴 당국은 결국 그 총을 찾았고, 너무 오랜 시간 물에 잠겨 있었던 관계로 어떠한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 과연 스웨덴의 JFK를 저격한 범인은 누구이고 그 배후는 누구일까? 공소시효를 무시하고 재수사를 시작한 스웨덴 당국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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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