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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으로 도쿄 우동을 먹는 오사카인의 외침

도쿄 소재 모 우동집에서 우동을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성 둘이 옆자리에 앉아 우동을 주문합니다. 큰 소리로 이야기 나누는 그 사람들은 바로 오사카인. 좁은 집이라 자리 간격도 그리 넓지 않아서, 듣고 싶지 않아도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듣는 듯 안 듣는 듯 듣고 있다가 그 두 사람이 주문한 우동이 나왔죠. 그 때였습니다. 주문한 우동을 종업원한테 받은 두 사람 중 하나가 "왓, 검다!!"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갑작스런 외침의 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필자였는데 이런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외친 회사원 : 내, 내가 우동 시켰는데...?
동료 회사원 : 아아, 너 몰랐구나...
외친 회사원 : 뭘!?
동료 회사원 : 아니, 도쿄 우동 국물은 검은 색이야.
외친 회사원 : 그, 그렇구나...
동료 회사원 : 나름 맛있으니까 한번 먹어봐라...
외친 회사원 : 그런가...(국물을 홀짝 마시면서)...읏, 짜다...
동료 회사원 : (웃음)

그렇습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 지방)의 우동 국물은 검고 맛이 약간 짜게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물과 관계가 있답니다. 일반적으로 우동의 육수는 콩부(昆布(こんぶ);다시마)나 카츠오부시(鰹節(かつおぶし);가다랑어포로 만든 숙성포)로 우려내는 국물에다 간장을 섞어 만드는데 도쿄 지방의 물은 경도(硬度)가 높아서 콩부로 국물을 우려내기 어렵고 카츠오부시로만 국물을 우려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맛”을 내기 위해 이용되는 간장이 “코이쿠치 쇼유(濃口醤油(こいくちしょうゆ))”입니다. 코이쿠치 쇼유는 색이 진한(어떻게 보면 검은색을 띤) 일반적인 간장인데 그 색깔이 그대로 우동 수프의 색깔이 되는 거죠.

반면 오사카 지방은 물의 경도가 낮아 콩부로 국물을 우려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오사카에서는 우동 국물을 콩부와 카츠오부시로 우려내고, 이 단계에서 이미 “맛”이 납니다. 물론 오사카에서도 국물에 간장을 가하는데 간장의 종류가 이른바 “우스쿠치 쇼유(薄口醤油(うすくちしょうゆ))”입니다. 색이 옅고 맛이나는, 산뜻한 향의 간장이죠. 그래서 오사카 우동의 국물은 투명에 가까운 “여우색(곱지 않고 엷게 노른 색깔)”이고 맛도 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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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소개한 회사원들의 대화는 이런 사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죠. 한마디로 “도쿄 우동은 간장 맛, 오사카 우동은 다시 맛”인 셈입니다(일본어로 “다시(出汁(だし)”라고 하면 다시마나 가다랑어포로 우려낸 맛을 뜻함).

도쿄에서 먹는 우동도 나름 맛이 있습니다. 특히 도쿄 우동에 토핑해서 먹는 카키아게(양파 등 채소류를 약간 가늘게 썰어 밀가루 반죽에 버무려 만드는 튀김. 경우에 따라 작은 새우가 들어갈 때도 있음)는 약간 짜고 힘 센 도쿄 우동의 국물을 빨아들여 매우 맛있습니다. 특히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단계일 땐, 국물을 빨아들여 부드러워진 튀김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룹니다. 서투른 어휘력을 가지고서는 표현할 수가 없는 맛입니다.

그러나 국물의 부드러움이라 할까, 국물을 홀짝 마실 때에 느껴지는 산뜻하면서 따뜻한 오사카 우동의 맛은 특히 추운 겨울 밤에 한 잔 하고 난 뒤 마무리로 먹기에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평소 쌓인 스트레스 해소 겸 취미 생활 겸 수시로 오사카로 놀러 가는데, 오사카에서 꼭 우동을 먹습니다.


2. 컵우동의 양 거두

오사카의 우동을 어디서 어떻게 먹는지는 경우에 따라 달라집니다. 웬만하면 우동집에서 사먹지만 예산 면에서 어려움이 있거나 우동집을 찾을 시간이 없거나 할 때에는 컵우동으로 욕망을 충족시키기도 합니다. 컵우동은 도쿄에서도 먹을 수 있지 않느냐고요? 먹을 수 있지만 다릅니다. 위에 소개한 오사카하고 도쿄의 수프 차이가 컵우동에도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사카 우동은 컵우동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셈이죠.

컵우동을 먹으려면 마트나 슈퍼, 편의점을 찾아가면 됩니다. 특히 마트나 슈퍼의 컵우동은 종류도 다양하고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격적인 컵우동(알루미늄 그릇에 우동 사리, 썬 대파, 튀김 등이 담겨 있고 국물은 액체 수프로 제공됨)이 있는 반면, 우동집에서 사 먹는 우동에 가까워지려 하는 노력이 느껴지는 컵우동(수프는 분말이지만 면사리는 생면인 컵우동 등)도 있습니다.

알루미늄 그릇식 컵우동은 애초 “컵”우동으로 부르기도 좀 그렇고, 무엇보다 그릇 자체를 가열하기 위한 곤로가 있어야 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또 “컵”우동임은 틀림없는데 면사리가 생면으로 공급되는 종류는 우동집과 가까워지려 하는 만큼 자꾸 비교하게 되는 바람에, 우동집에서 사먹을 수 없는 아쉬움이 떠오르죠. 맛이 있는 건 확실한데 뭔가 애매한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예 우동집에서 먹을 수 없다면 컵우동임을 당당히 받아들인 진정 컵우동을 먹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때 하는 고민이 “아카이 키츠네로 할까, 돈베로 할까”입니다. “아카이 키츠네(赤いきつね : 붉은 여우)”는 마루짱(マルちゃん)이라는 브랜드(회사명은 '동양수산(東洋水産)')가 제조・판매하는 컵우동이죠. 왜 상품명에 “키츠네(여우)”가 들어 있냐면 그냥 우동에 유부(일본에서는 “あげ(아게)”라고 함)를 토핑한 우동을 “きつねうどん(여우 우동)”이라고 하기 때문이겠죠. 하여튼 마루짱 “아카이 키츠네”가 컵우동 계의 한 쪽 거두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우동에 아무 것도 안 넣은(썬 파 정도는 들어감) 그냥 우동을 “素うどん(수우동)” 아니면 “かけうどん(카케우동)”이라고 부르며, 이 수우동에 어떤 것을 토핑하거나 넣느냐에 따라 “○○우동”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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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컵우동 계 거두라면 역시 닛씬(日清(にっしん))이 판매하는 “돈베(どん兵衛(どんべえ))”입니다. 돈베 역시 키츠네 우동인데 문제는 아카이 키츠네랑 돈베의 차이점이죠. 필자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카이 키츠네 방송 광고에 나오는 배우인 타케다 테츠야(武田鉄矢)씨를 좋아해서 아카이 키츠네를 많이 먹는 편이기는 한데, 가끔 돈베를 먹을 때도 맛있게 잘 먹습니다. 굳이 차이점을 든다면 아카이 키츠네의 유부가 돈베 것보다 더 부드럽고, 화학조미료 맛이 더 세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공통점으로서는 뜨거운 물하고 젓가락만 있으면 먹을 수 있는 점, 그리고 양쪽 다 관서 지방에서 판매됨을 표시하는 “W”, 즉 West(서쪽)의 머리글자가 측면에 아주 작게 찍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관동 지방에서 판매되는 것에는 “E” 글자가 찍혀있죠).


3. 저렴하게 먹으려면 '티치구이'로

컵우동도 나름 맛이 있기는 한데 모처럼 오사카에 와서 컵우동을 먹기는 좀 그렇다 싶고, 우동집에서 먹을 경제적 여유는 없다, 아니면 돈은 있는데 천천히 먹을 시간이 없다... 이럴 때에는 “타치구이 소바야”에서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타치구이(立ち食い(たちぐい))”는 대략 “서서 먹기” 정도의 뜻이고 “소바야(そば屋)”는 “메밀국수집” 정도의 뜻이죠. 일본인도 한국인 못지 않게 잘 서서 먹는데 그 대표격이 우동하고 소바이죠.

우동 먹으려는데 왜 메밀국수집이냐고요? 당연한 의문입니다. 여기서 기억해 두면 좋은 포인트는 한 쪽을 파는 집은 100% 다른 쪽도 판다는 점입니다. 필자도 신기해 하는 부분인데, 이런 우동도 소바도 파는, 서서 먹는 집을 부를 때 일반적으로 “타치구이 우동야(立ち食いうどん屋)”가 아니고 “타치구이 소바야”라고 부릅니다(“타치구이 우동야”라고 해서 틀렸다거나 말이 안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니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간단하게 우동을 먹고 싶을 때에는 “타치구이 우동”집이 아니고 “타치구이 소바”집을 찾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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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는 도쿄하고 오사카 사이에 특별한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 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국물, 그리고 가격입니다. 물론 가격은 지역적 특징이라기보다 가게끼리 나는 차이가 크기는 한데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집이 어느 쪽에 있냐면 (생맥이 그랬듯이) 역시 오사카일 겁니다. 얼마전에 오사카 갔을 때 들어간 서서 먹기 우동집은 “수우동(素うどん; 아무 반찬도 안 넣은 그냥 우동)”이 160엔(약 1,600원)이었고 필자가 (지갑에 여유가 있는 바람에 용기를 내서) 시킨 카키아게 우동은 240엔(약 2,400원)이었습니다. 같은 수준의 카키아게 우동을 도쿄에서 먹으려면 300엔 대 후반 내지 400엔 정도 줘야 하는데 말이죠. 동행하던 친구는 키츠네 우동(유부우동)을 시켰는데 이것 역시 240엔. “대박! 아주 싸네!!”라고 했었죠.

타치구이 소바야에서 주문 시 유의사항을 몇 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위에서 언급했듯이 타치구이 소바집에서는 100프로 우동도 팝니다. 그래서 메뉴판 상 표시가 소바 혹은 우동에 넣는 반찬 이름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메뉴판에 “덴뿌라”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그냥 우동 위에 “덴뿌라”를 토핑한 우동 내지 소바라는 뜻이죠. 그래서 먼저 우동을 먹으려고 마음 먹은 손님은 “우동 주세요, 음... 덴뿌라 토핑해 주시고요(うどん, うーん, てんぷら のせてください)”라고 시키고, 우선 덴뿌라를 먹으려고 마음 먹은 손님은 “덴뿌라인데, 음... 우동으로요(てんぷら, うーん, うどんで)” 정도로 시키게 될 겁니다. 요즘에는 주문하기 전에 미리 식권을 구매하는 방식의 가게도 많습니다. 그럴 경우 식권에 “天ぷら(덴뿌라), そば(소바)/うどん(우동)”으로 표시되니 식권을 건네주면서 “うどんで おねがいします(우동으로 부탁합니다)”라고 하면 됩니다(필자는 예의상 “おねがいします(부탁합니다)”를 붙여시킬 때가 많지만 발음이 어렵거나 귀찮다면 그냥 “うどんで(우동으로)”만해도 무방합니다).

오사카에서 먹을 때 유의해야 될 점이 또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사카에는 너구리가 출몰한다”는 점이죠. 위에서 설명했듯이 아게(유부)를 토핑한 우동을 “키츠네 우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도쿄도 오사카도 똑같은데 오사카에서는 카케소바(따뜻한 국물에 담겨진 메밀국수) 위에 유부를 토핑한 것을 “키츠네 소바”가 아니라 “타누키(たぬき ; 너구리) 소바” 내지 그냥 “타누키(너구리)”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오사카에 있는 타치구이 소바집에 우동 먹으러 들어갔더니 “타누키가 뭐지?” 싶어서 호기심에 “타누키 주세요(たぬき ください)”를 외치면 따뜻하고 국물이 있는 메밀국수에다 유부를 토핑한 것이 나옵니다(실은 키츠네하고 타누키를 둘러싼 상황은 좀 더 복잡한데 이번에는 일단 그만 설명하겠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은 해당 지역에서 키츠네가 무엇이고 타누키가 무엇인지 스스로 조사해도 재미있을 겁니다).

세 번째 유의사항은 “덴뿌라”입니다. 일반 점포식 우동집에서 “덴뿌라”는 한국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그 덴뿌라입니다(새우튀김인 경우가 일반). 그러나 필자 같이 지갑을 열면 쌀쌀한 바람이 부는 사람을 배려해준 건지, 타치구이 소바집에서는 “덴뿌라”가 “카키아게”를 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서 먹는 소바집에만 있는 언어습관이라 할 수 있는데 주문할 때만큼은 리치해진 기분으로 시키라는 뜻일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그런 배려심이 깊은 가게에서 진정한 (새우튀김으로서의) 덴뿌라가 토핑된 우동을 먹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 이거죠. 답이 있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에비텐(새우 덴뿌라)”을 찾으면 됩니다. 그래서 설명하자면, 서서 먹는 소바집에 들어가서 먼저 “에비텐”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 있으면 그 집의 “덴뿌라”는 카키아게를 뜻하며, 없으면 “(일반 용어와 동일한)덴뿌라”를 의미한다고 보면 됩니다(후자의 경우 메뉴판에 따로 “카키아게”가 있는 것을 확인하면 더 확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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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것은 유의사항이라기보다 알아두면 더 좋은 포인트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데, 카케우동(아무 건더기도 안 들어간 그냥 우동)에도 썬 파를 뿌려 주는 것이 일반적이고 취향에 따라 “ねぎ抜き(ねぎぬき ; 파 빼기)”나 “ねぎ大盛り(ねぎ おおもり; 파 곱빼기)”도 비공식적이나마 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도쿄에서도 가능하기는 한데 약간 주저되는 부분이죠. 반면 오사카에서는 비교적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킬 때는 “어... 덴뿌라(실체는 카키아게인데) 우동 주세요, 아, 파 많이 넣어 주시고요(えーっと、天ぷらうどんください、あ、ネギ多(おお)めで)” 정도로 말하면 될 겁니다.


4. 세트 메뉴도 맛이 있다

"컵우동? 타치구이? 뭔 소리야... 나는 돈도 있고 시간도 있다, 우동을 먹는 이상 맛이 있는 거 먹어야짓!!" 이런 부러운 분들은 일반 점포식 우동집(아하 “우동집”이라 함)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반드시 고급스레 보이는 가게로 갈 필요는 없고 골목에서 조그맣게 장사하는 집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되도록이면 소바(메밀국수)는 안 팔고 오로지 우동만 파는, 말그대로 “우동집”에 가는 것이 좋고요. 순수 우동집을 찾기가 은근히 어려울 수 있는 점이 아쉽기는 하죠.

일반 우동집에서는 위에 소개한 것과 같은 “한 그릇 우동”도 먹을 만합니다. 그러나 모처럼 우동집에 간다면 역시 우동집에서야 먹을 수 있는 것을 시켜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죠.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우선 각종 “세트” 메뉴입니다. 세트 내용은 가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웬만한 집이면 꼭 있는 세트메뉴로서 “카츠돈(돈카쓰 덮밥) 세트”, “덴돈(덴뿌라 덮밥) 세트”, “카키아게돈(카키아게 덮밥) 세트” 등등 덮밥류(카츠돈은 그냥 돈카쓰와 달리 소스가 달달하고 날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잘 섞어 푼 것이 뿌려져 있다)가 세트가 된 메뉴가 있고, 약간 비싸지만(1,000엔 대 중반 내지 2,000엔 정도(약 15,000원~20,000원)) “덴뿌라 세트”, “사시미(회) 세트” 등 반찬류가 같이 나오는 세트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소개할 수 있을 정도 먹어 본 경험이 없어서 안타깝지만, 만약 다행히 순수 우동집을 찾았다면 한번 세트메뉴에도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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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형 우동집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또 하나 추천할 것이 있습니다. 추운 계절에 먹기 좋은 스페셜한 우동, 바로 “鍋焼きうどん(나베야끼 우동)”이죠. 우동집에서 먹는 우동은 보통 도자기 그릇으로 제공되는데 나베야끼는 그릇부터가 다릅니다. “나베(なべ)”는 “냄비” 내지 “솥”을 뜻하는 일본말인데, 소재가 쇠일 경우가 있고, 가게에 따라서는 일본식 “土鍋(どなべ/도나베)”일 때도 있습니다. 도나베는 흙으로 만든 도자기로 일반 우동용 그릇보다 두껍고 보온성이 높습니다. 쇠로 만드는 냄비가 보온성 면에서는 도나베보다 약간 떨어지겠지만 검은 쇠냄비가 연출하는 뜨끈뜨끈함은 도나베 못지않게 식욕을 자극하죠. 나베야끼 우동이 특별한 점은 그릇뿐만 아닙니다. 실은 “なべ(나베)”라는 일본말은 용기로서의 그릇을 뜻하는 동시에 “찌개”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베야끼 우동은 우동이면서 찌개인 측면도 동시에 갖춘 요리이기도 하는 것이죠. 물론 채소나 고기, 생선 등 건더기를 따로 먹다가 수시로 냄비에 넣는, 본격적인 일본식 나베(냄비) 요리와 다르죠. 하지만 보통 우동하고 비교했을 때 나베야끼 우동의 건더기는 그 종류가 다양해서 우동이 잘 안 보일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나베야끼 우동은 “에비텐(새우튀김)은 기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새우튀김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필자처럼 나베야끼 우동을 먹는 기회가 아주 드문 사람에게는 나베야끼 우동에 놓인 새우튀김을 보는 것만으로 감동받아 버리고 소중히 놔두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합리적 근거없이 새우튀김은 마무리로, 맨 마지막에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죠. 슬프고 유감스러운 심성입니다. 냉정히 생각해 봅시다. 우동에 토핑한 튀김의 묘미는 본래의 아삭아삭함과 국물을 조금만 빨아들여 부드러워진 부분이 입 안에서 하모니를 이룰 때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바 아닙니까. 그렇다면 나베야끼 우동의 새우튀김은 거죽 전체가 국물을 빨아 버리기 전, 아삭아삭한 부분이 남아 있을 때 먹어야 됩니다. 물론 국물을 충분히 빨아들이고 말랑말랑해진 튀김이 더 맛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죠. 맛에 대한 취향은 다르니까요. 단 그럴 경우 새우튀김을 먹기 위해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확 높아지는 점을 조심해야 됩니다. 상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국물을 많이 흡수한 튀김은 거죽과 알맹이가 분리되기 쉽습니다. 젓가락으로 집고 입까지 옮기는 사이에 거죽이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기 쉬운 것입니다. 모처럼 나베야끼 우동을 먹을 수 있는 축제적 기분도 완전히 사라지고 남는 것은 젓가락에 집어진 맨몸의 새우와 허무감 뿐이죠.


5. 언젠가 “우동왕국"에서

여기까지 읽어 준 독자 중에는 “마치 오사카가 우동 종주국인듯 막 이야기하니 참 웃기네”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물론 우동도 다른 요리와 비슷하게 지역마다 특색이 있으며 다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나고야 명물 “味噌煮込みうどん(미소 니코미 우동 ; 나고야 식 赤味噌(아카미소 ; 붉은 된장) 맛의 나베야끼 식 우동)”은 나고야에 가면 꼭 즐겨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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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우동왕국”이라면 한 때 현(縣) 이름을 “우동현”으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절반 진지하게 논의된, 바로 그 현. 카가와현(香川県(かがわけん))이죠. 실은 제 절친 중에 고향이 카가와인 놈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걔가 “카가와인은 하루에 한두 끼니씩 꼭 우동을 먹는다”, “도쿄 우동? 말도 안 돼”, “씹는 식감이 없는 우동을 우동이라 부르는 사람을 보면 때리고 싶다”, “우동은 사누키(讃岐(さぬき) ; 카가와 지역의 옛이름. 현재는 시(市) 명칭으로 남음) 외엔 없어!” 고향 자랑인지 그냥 막말인지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곤 했었죠. 카가와현은 쌀을 잘 키울 수 있을 정도로 비가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밀을 재배했습니다. 그 밀로 우동을 만들게 됐는데 현재는 “우동왕국”으로서 일본 전국의 우동팬들을 매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지점이 있는 “丸亀製麺(마루카메 제면)” 일단 사누키 우동을 자칭하고 있고, 도쿄 근교에도 사누키 우동을 먹을 수 있는 체인 계 우동집에 “うどん市(우동이치)”이 있습니다. 우동이치는 필자가 사는 동네에도 있어서 가끔씩 먹으러 가는데 맛도 가격도 괜찮습니다(개인적으로 “카키아게 덮밥 세트”를 강추). 마루카메도 입지가 좋고 가격이 싸다 보니까 필자도 때때로 가기는 합니다. 다만 맛이나 가격을 떠나서 학교식당 같은 제공 방식에 쌀쌀함을 느낀다고 할까, 가능하면 들르고 싶지 않은 편이죠.

도쿄에서든 오사카에서든 나고야에서든 각 지역마다 맛이 있는 우동을 먹을 수 있고 심지어 사누키 우동까지 먹을 수도 있지만 역시 한번 혼바(本場(ほんば) ; 본고장 정도의 뜻)의 사누키 우동을 먹는 것이 꿈입니다. 위에 나온 카가와 출신 절친의 안내로 사누키를 돌아다니며 우동투어를 할 수 있으면 최고이겠죠. 오사카하고 카가와(특히 사누키시(さぬき市))는 거리도 가깝고 양 도시를 연결해주는 대중교통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오사카 여행을 오는 기회가 있으면 오사카 서민파 우동하고 우동의 본고지인 사누키에서 먹는 우동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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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레 히요코


편집: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