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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를 만났다


(: 최승호 PD / : 인지니어스)


영상으로 봤을 때랑 굉장히 비슷한 이미지이시네요.

 

다르다고 하시는 분도 많아요. 어떤 영상을 봤느냐에 따라 다른데.

 

저는 PD수첩하고, 특히 오기 전엔 검사와 스폰서를 한 번 더 봤거든요.

 

음. 그거는 굉장히 상당히 딱딱한 영상으로 봤군요… 딱딱해 보인다는 말이네.



원래부터 이렇게 말을 시작하려던 건 아니었다. 


첫 질문으로 뭘 할까, 그것만 생각하며 인터뷰 장소까지 왔는데 막상 보니 큰 코뿔소다.

머리에 코뿔소가 들어오자, 이미 첫 질문을 잊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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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역대급 무표정 인터뷰이 최승호(PD, 코뿔소)와 대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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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라는 사람


솔직하게, 사장 선출 가망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지금 유력 주자에요. 제가 하는 말이 아니고, 주변에서 유력 주자'래요'.

 

출마한 분 중에 제일 유명한 분이긴 하죠. 그런데 최승호란 사람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방송에서는 웃거나 자기 이야기를 하진 않으니까. 음, 요즘 읽은 책 좀 소개해주세요.



요즘 읽은 책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언론인 최승호와 그의 작품은 유명하지만, '사람' 최승호가 알고 싶었다.



음... 책은 여러 개 봤는데 신경 써서 계속 보려고 하는 게 명상 관련 책이에요. 훈련을 같이할 수 있는 그런 거.

 

명상 책은 왜 보세요?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실제로 국선도를 하기도 했고. 은퇴하면 거기에 좀 더 푹 빠져서 사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명상 말고 다른 취미가 있다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우리 와이프랑 같이 장 보러 가는 거. 하여튼 아내랑 같이 뭐든 하는 게 좋죠. 사실 장보기보다는 와이프와 같이 있다는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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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나 장보기라니, 좀 정적이고 반복적인 느낌인데요? 대학교 때 연극을 하셨다고 해서 지금도 활동적인 취미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맞아요. 대학 때 동아리에서 연극도 하고 그랬죠.

 

몇 년이나 하신 거에요?

 

1학년부터 3학년 때까지는 거의 연극만 하고 살았던 거 같아요. 군대 갔다 와서는 먹고 살아야 하니 차마 연극을 계속할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언론사 시험 준비를 했는데, 프로 극단에서 같이 하자고 그랬어요. 그래서 언론사 시험 준비하면서 또 한 편 했어요.

 

프로에서 하자고 하는 정도면 나름 가능성 있는 대학생 배우 아닌가요?

 

경북대학교 연극반이 나름 지역에서는 잘 하는 곳인데, 저는 그 중에선 약간 좀 하는 배우였죠. 그래서 시험공부 하는 놈을 굳이 데려다가 같이 하자고 했던 거고. 근데 거긴 대구라서 서울 대학로 연극판처럼 시장이 넓고 경쟁이 치열한 곳이 아니예요.

 

대학교에서 연극했던 것들이 PD가 되었을 때 도움이 되던가요?

 

기사 쓰는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상은 구성으로 사람을 설득해 내는 건데 사람들 공감을 끌어 내려면 아주 치밀해야 해요.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에 있어서 연극을 했다는 건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죠.



상대에게 진짜 묻고 싶은 걸 묻기 전에 일부러 돌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내용을 건지거나 그도 아니면 인터뷰이와 친해진다. 그러나 최승호 PD는 미소가 1g도 없었다. 심지어 묻는 나도 노잼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우직한 코뿔소를 만난 느낌. 당황스럽지만, 돌아돌아 인간 최승호에 닿기는 틀린 것 같다. 응 실패.


이럴 땐 그냥 본론을 향해 달리는 게 낫다.

 

 

최승호라는 저널리스트

 

그런데 왜 시사교양 PD인가요? 연극을 하면 드라마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처음에는 드라마 PD가 되려고 그랬어요. 그런데 막상 MBC에 들어와서 보니 가고 싶은 곳 가고,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 만나는 교양 PD가 좋겠더라구요. 약간 게으르게 살면서도 나름 의식도 있어 보이고...

 

PD 직군 중에선 그나마 기자 같은 느낌도 나구요.

 

그렇죠. 그런데 그때는 MBC가 땡전 뉴스 할 때예요. 다른 언론사에 시험을 쳤으면 기자가 되었겠지만, MBC에서 기자 시험은 못 치겠더라구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최승호는 어떤 저널리스트인가요?

 

제가 생각할 때는... 마지막까지 파헤쳐서 잡아낸, 확실히 진실이라 할 수 있는 것들만을 보도한다. 실제로 그런 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나름대로. 매체는 많고 뉴스는 쏟아지지만, ‘더 이상 볼 것도 없는’ 수준의 신뢰도 있는 심층취재는 이제 보기 쉽지 않잖아요. 적어도 제가 취재하고 방송해왔던 것들은 대부분, 대부분 여전히 그것이 최종적인 결론으로 지금까지 그대로 있어요.

 

끝까지 알아내서 확신해야 방송에 내보낼 수 있다면, 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것도 많겠네요?

 

제가 들어가서 취재를 했는데 방송을 못 했다, 이런 경우는 없어요. 황우석 취재 같은 건 제가 팀장으로 취재 지휘를 하고 한학수 피디가 취재했어요. 한 피디는 일찍 방송하려고 좀 서두르기도 했는데, 저는 완벽한 취재가 되지 않으면 방송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은 그래서 6개월이 걸렸어요.

 

오... 그럼 모든 아이템을 '결론이라 할 수 있을 때까지' 취재하셨다는 거네요?

 

그렇죠.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번 취재를 시작하면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서 누구도 토 달지 못할 정도의 팩트는 취재했다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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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를 기반으로 한 자부심.

최승호 PD라면 사장감이 된다고 생각한 이유도, 아깝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근데 그렇게 능력 있는 저널리스트가 왜 사장이 되시려는 거죠?

 

하하. 저널리스트인데 왜 하냐? 이제야 본론으로 온 거 같네요.

 

그렇죠.

 

MBC가 그만큼 위기고, 제가 한 명의 저널리스트로서의 역할만 해서는 지금 MBC의 문제를 극복해 나가기 어렵다고 봤어요.

 

사장 말고 MBC에 복귀해서 본부장을 노려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지금 있는 단체협약상, 보도는 본부장이 책임지는 거잖아요.

 

본부장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죠. 본부장이 책임을 진다 해도 그 모두가 사장 지휘를 받는 거고요. 그러니 사장이 누구냐가 제일 중요한 거죠.

 

보도본부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방향을 좀 수정하고 싶다?

 

예를 들어서 본부장이 비정규직의 처우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큰 변화를 가지고 오긴 힘들거든요.

 

지금까지의 커리어나 앞으로 하고 싶은, 혹은 더 할 수 있는 취재 아이템 같은 것들이 아깝지는 않으세요?

 

음, 글쎄요. 만약에 제가 사장이 된다면 얼마 동안 사장을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장으로서 제 역할이 끝나면 다시 저널리스트로 돌아올 겁니다.

 

어디로 가실 거에요?

 

뉴스타파로 가야죠.

 

하하. 그럼 MBC 사장이 되면 뉴스타파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뉴스타파는 원래 KBS에서 탐사 보도 팀장 하던 분이 대표를 하고 있거든요. 많은 기자들도 있고요. 그분들이 뉴스타파를 제대로 잘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뉴스타파는 완전 후원으로 운영하는 거잖아요. MBC는 아무래도 광고주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고. 그래서 더 이상적인 언론은 뉴스타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런 면이 있어요. MBC는 드라마, 예능, 다큐, 뉴스까지. 모든 걸 다 하는 곳이니까 하나의 생활에 가까운 것 같아요. MBC가 좋은 콘텐츠로 다가가면 시청자분들이 어느덧 MBC에 젖어있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게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뉴스타파는 시민들이 의식적으로 바라봐주지 않으면 잊히기가 쉬우니까, 꼭 바라봐주셨으면 하는 거고요. 재벌 같은 경제 권력에 대한 견제는 뉴스타파가 제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래서 뉴스타파 같은 언론을 시민들이 잘 키워주셨으면 합니다.

 

 

최승호라는, 어쩌면 MBC 사장

 

MBC 사장 출마하겠다, 생각한 게 언제부터인가요?

 

고민을 한 지는 오래됐지만, 결정은 최근에 했어요. 동료, 후배들도 와서 권유했고, 저도 제가 책임을 져야 할 몫이 있다고 판단을 했죠. 어느 한순간에 탁 된 건 아니었어요. 오랜 고민이었거든요. 우리 아내는 반대했는데… 웬만하면 우리 아내가 반대하면 그냥 말 들었을 텐데, 이거는 잘 그렇게 안 되더라고...

 

사장이 되면 어떤 일을 할 수가 있나요? 권한이 어디까지 있는 거예요?

 

사장이 구체적으로 이 보도를 해라, 혹은 이 보도를 하지 마 등의 말들은 하면 안 되고요. 프로그램을 죽이고 살리고 하는 것도 안 되죠. 다만, 전체 방향을 결정해서 끌고 가는 일을 해요. 예를 들어, MBC에서 이제 막장 드라마 하지 맙시다, 우리도 드라마 좀.

 

품격 있는?

 

품격 있는 드라마, 시즌제 드라마 이런 거 좀 합시다. 우리가 공영방송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재미가 있으면서도 사회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 그런 거 합시다. 이런 거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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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MBC 노조의 단체 협약 안에 공정방송 조항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걸 김재철 사장이 해지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그렇죠. 당연히 돌려야 되죠.

 

MBC 방송 중에 제일 먼저 방향을 수정하고 싶은 분야는요?

 

뉴스죠. 뉴스는 지금 완전히 망했잖아요. 이미 많은 기자들이 앞으로 뉴스를 어떻게 바꿔야겠다는 여러 가지 플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가 사장이 되면) 필요한 도움을 주면 돼요. 사장은 예산을 배분하거든요. 뉴스 바꾸는 데 마음껏 써라~ 뭐 이렇게. 데이터 저널리즘 해! 돈 줄게! 뭐 이런 거거든. 그러면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고, 그럼 전 또 성과에 따라 상을 팍 주고, 뭐 이런 거죠. 그렇게 해서 프로그램을 재건하고, MBC를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쭈욱 몰고 가는 거란 말이에요. 이게 사장의 역할이고요.

 

지금 사장 후보 나오신 분 중에 어디가 떨어진다 하는 분은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 사장은 누가 어떻게 하더라도 지난 9년 사장들보다는 나을 것 같거든요.

 

아~ 그럼요.

 

문제는 오히려 이번 사장 그 이후라는 생각이 들어요. 권력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장 신뢰받는 방송을 망가뜨리고 싶을 텐데, MBC가 재건되어 있으면 그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또 MBC를 망가뜨리려고 할 거란 말이죠. 그건 어떻게 막죠?

 

방송문화진흥회법이라고 있는데, 그 법을 잘 바꿔야 합니다. 지배구조를, 사장을 선임하는 방법을 잘 확립을 시켜놔야 해요. 그렇지만 이건 사장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하는 거예요. 다만 우리가 이런저런 호소도 하고 알리고, 이렇게 해서 제대로 바꿀 필요가 있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MBC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청산과 재건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인적 청산도 포함되겠죠. 대상은 어디까지인가요? 예를 들어 시용, 경력 기자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시용기자, 경력 기자는 일단 채용 과정을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정당했는지?

 

예, 지금 문재인정부가 공기업 채용 과정을 조사하잖아요. 시용, 경력기자 채용과정에서도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공채를 안 뽑고 그렇게 했을 때는 자기네 어떤 사적인 인연, 이런 것들을 고려하고 했을 가능성도 없잖아 있다고 생각하고요.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채용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면, 보도에 관해서는 어떤 조치를 하실 생각인가요?


문제 있는 보도를 많이, 반복적으로 했던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은 책임을 물어야 되고, 교육을 좀 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널리즘에 대한 교육. 그동안 나쁜 선배들 밑에서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선배들한테 제대로 교육받게 하고, 그다음에는 기회를 공평하게 줘서 능력대로 해야죠.

 

그래도 능력이 안 되면, 짤리는 건가요?

 

짤리는 거는, 짜르는 거는… 내가 짤려 보니까 짜르면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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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기간에 제작 거부를 한 MBC 뉴스데스크 파견직 노동자들 - 언론노조 MBC

 

 

하하하. 한 편에 또 다른 인력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번 파업 때 뉴스데스크 파견직 AD들이 제작거부를 했거든요. 제작거부가 그분들한테는 퇴사잖아요.

 

그렇죠.

 

최승호 사장의 MBC는 그분들한테는 어떤 환경이 되는 건가요?

 

같이 일하는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들이 제 역할을 하는데, 그분들의 노동조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팀장으로 일할 때도 그런 측면에서는 누구보다 더 살피려고 애를 썼다 생각해요. 당시에는 저의 직위에 한계가 있었고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꿀 순 없었죠. 이번에 만약에 제가 사장이 된다면 그 부분도 충분히 검토해서 제대로 된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죠.

 

그건 고용 안정을 의미하는 건가요?

 

고용안정이라는 표현은 정규직화한다거나 하는 건데, 이러한 부분들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에요. 모두 정규직화할 수 없더라도 작가로서의 대우와 임금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올린다거나 하는 거죠.

 

만약 사장이 된다고 가정하고요. 전임 사장들, 그러니까 사장 선배님들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면?

 

이전 사장들요?

 

그렇죠.

 

하하하 딴지일보식 황당한 질문이네. 우선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 배웠죠. 그렇게 하면 완전히 망한다는 걸 우리 MBC 모든 구성원이 DNA에 각인했달까요.

 

그 덕분에 사람들이 전엔 MBC 사장이 누군지를 모르고 봤는데, 근 10년여간은 이름을 들으면 MBC 사장을 다들 알거든요. 최승호 PD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장의 모습은 아주 유명한 사장인가요, 아니면 투명인간인가요?

 

지금은 있어야 돼요. 있다는 걸 국민들이 좀 더 알아야 조금이라도 관심을 더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생각해요. 저는 해고됐었고, 그 후에도 방송이랑 영화를 통해 MBC와 KBS를 바로 잡는 싸움에 힘을 보탰다는, 그런 상징성이 있잖아요. 최승호가 MBC 사장이 됐다, 그럼 이제 좀 바뀔까? 하고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결과적으로 MBC가 좀 더 빨리 정상화되리라는 기대가 있고요.



9년, 먼 길 떠난 MBC는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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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가 사장이 됐네' 에서 시청자의 관심이 끝나지 않으려면 콘텐츠가 좋아야 하잖아요. 보도부문만 보면 JTBC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는데, JTBC의 손석희 사장과 겨룰만한 비기가 있습니까?

 

비기를 만들어야죠. 여기서 지금 공개할 순 없고요.

 

아, 있으시다고요?

 

있겠죠.

 

하하하……추측인데 그냥 없는 거 아닙니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나서서 앵커를 누구로 해라, 하진 않을 거예요.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집단지성으로 방향이 결정되면 거기에 저는 힘을 실어줘야죠. 방향은 지금도 논의 중이고, 충분히 우리 손석희 선배를 긴장시킬 만한 새로운 MBC 뉴스가 될 겁니다.

 

방송지형도 옛날이랑 많이 바뀌었잖아요. JTBC가 자리를 잡은 것도 새로운 지형의 일부분일 테고요. 이젠 콘텐츠 전체보다 짧은 영상 클립이 팔리는 시대니까 이런 상태에서는 MBC가 예전 그대로 한다고 해서 먹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 그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죠. 새로운 디지털방송사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플랫폼에서 통용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요. 근데 기본은 사실은 비슷해요. 콘텐츠가 좋으면 어떤 플랫폼에서든 다 통해요, 약간의 변형을 할 뿐이지. 정말 좋은 드라마면 다 보잖아요?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OTT든(OTT: 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가깝게는 넷플릭스). 다양한 플랫폼에 유통시키는 수단도 만들어야 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좋은 드라마, 좋은 예능, 좋은 다큐멘터리, 좋은 뉴스를 해야 한다는 거. 그게 기본이죠.


저는 과거에 MBC가 가지고 있었던 지상파의 영향력을 믿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자율적으로 잘 만들던, 그 능력이 MBC의 DNA 속에 여전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믿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어떤 직군이든, 상상력을 맘껏 끄집어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그렇게 믿기 때문에 MBC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죠.

 

사장님이 되시면 징계받은 노조원들의 복귀는 앞당길 수가 있는 건가요? 

 

그렇죠. 사장이 되면 그다음 날 바로 복귀죠. 새로운 경영진이 이사회를 열어 가지고 복귀 결정을 내리면 되는 거니까.

 

음, 이건 사장이 되었을 때고, 사장이 안 되면 어디로 가실 거예요?

 

그땐 저 말고 다른 지원자분들 중 한 분이 사장이 되겠죠? 그럼 그분들이 저를 복귀시켜 주겠죠.

 

MBC로 복귀하신다는 거죠? 돌아가면 어떤 프로그램 들어가실 거예요?

 

아마 다시 PD수첩을 하게 되겠죠? 저는 사장이 아니면 PD수첩을 다시 하겠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다시, 최승호라는 저널리스트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이 남았다.


방송 후에 댓글도 보세요?

 

그럼요. 댓글 같은 거 많이 보죠.

 

그럼 ‘최승호 피디는 기계적 중립을 취한다’는 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마 제가 과거에 노무현 정부 시절에 비판했던 것 때문에 그 얘기를 하시는 걸 거예요. 이 사람은 이 정부 저 정부 가리지 않고 그냥 무조건,

 

다~ 깐다.

 

네, 다 깐다. 그래서 기계적 중립이라는 평가를 하신다고 생각해요. 제가 물론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으나, 저는 실제와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해온 언론인으로서의 작업은 대한민국의 부패와 부조리를 해체하기 위한 작업이었어요. 그 부패와 부조리 안에 정부의 잘못이 들어있으면 당연히 정부의 잘못이라는 것을 비판해야 해요. 왜냐하면 정부는 큰 권력을 가지고 있고, 집권 당시의 상황을 주도하고 있잖아요.


황우석 사건에 대한 보도는 그런 측면에서 가능했던 거고요. 그 비판에 대해서 노무현 정부가 굉장히 힘들어했죠. 힘들어 한 건 사실이지만, 그러면 제가 그 보도를 안 해야 했느냐 이렇게 묻는다면 그건 있을 수 없는 얘기죠. 황우석 교수팀이 줄기세포를 11개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PD수첩 취재팀이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도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보도를 하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당연히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 부분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다 이해를 하실 거에요.


다만, 지금 불안해하시는 부분은 제가 MBC에서 키를 잡았을 경우 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거 아니냐.

 

네, 그 부분이죠.

 

그 점에서 걱정을 하시는 거 같아요. 언론이 감시하는 대상은 대한민국 사회를 둘러싼 권력 전부에요. 그 안에는 재벌도 있고, 자유한국당, 바른 정당, 국민의당, 심지어 소수 정당이지만 정의당도, 혹은 민주노총도 있는 것이죠. 당연히 현 정부도 들어가 있고요. 만일 문재인 정부가 잘못하면, 언론은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거죠. 단, 현 정부만을 특별히 집중적으로 까는 거 아니겠냐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됩니다.


다수의 국민이 현 정부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비판적인 보도를 할 때 심리적인 부담은 없나요?

 

당연히 되죠. 부담이 왜 안 되겠어요. 황우석 교수 보도할 때, PD수첩이 없어질 뻔했어요. 청와대나 권력이 앞장선 게 아니라 시민들이 왜 우리 황우석 교수를 힘들게 하느냐고 비판이 많았거든요. 광고주들한테 계속 PD수첩에 광고하면 우리 불매운동 하겠다고. 


그래서요?


일주일 만에 PD수첩에 달려있던 모든 광고가 다 없어졌어요.

 

하나도 없이요?

 

방송 시작할 때 타이틀이 나가고 다음에 CM(광고주 목록)이 나와야 하는데 타이틀 끝나자마자 제 얼굴이 딱 나오면서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이렇게 한 거예요. PD수첩 역사상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일들이 두렵죠, 저도. 그때도 이 방송을 하고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진실을 보도할 의무를 포기하면, 언론인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해야 되는 거죠. 부담되고 두렵지만, 공영방송의 역할이거든요. 물론 시민들이 걱정하시는 건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지금 정부는 잘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잘할 거 같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국민들의 여론 속에서 정부가 하는 일들을 평가받잖아요. 국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정부를 좋아하는데 괜히 흠집 내기 위해서 막 달려들까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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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들어갔다.

 


좀 보태자면, 그런 우려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많이 보여요. 시민들의 입장에서, 막연한 걱정은 아닐 수도 있거든요.

 

저에 대해서?

 

네. 예를 들면, 어떤 비판을 할 때 자유한국당 의원들 세 명 넣으면 민주당도 꼭 한 명 넣어서 동시에 비판을 한다. 사실은 같은 사이즈가 아닌데도 수를 맞추기 위해, '우린 한쪽만 까는 게 아니라 양쪽 다 까는 사람이야' 이렇게 보이려고 한다는 의견이었거든요.

 

아마 뉴스타파 보도를 보시고 그런 거 같은데.

 

총선 때였을 거에요.

 

반응이 컸던 보도들이 있었어요. 문재인 당시 후보의 SNS 팀에 대해 보도를 했을 때가 그랬어요. 후보 측에 상처를 준다 생각하시니까 반응이 컸던 것 같아요. 저희도 상당히 많이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말씀드리고 싶은 건, 뉴스타파가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을 다 까려고 작정하고 보도하진 않았다는 거예요. 저희가 보도를 할 때, 우선 어떤 기준선을 세웁니다. 이것을 넘으면 문제가 된다고 할 만한 기준이요. 그 후에 데이터를 수집해서 그 기준을 넘는 것들을 보도하거든요. 물론 자유한국당이 기준을 3만큼 넘어섰을 때, 더불어민주당은 1.5만큼만 넘어섰을 수는 있죠. 상대적으로는 작은 문제일 수는 있겠으나, 단일한 기준을 넘어선 것이거든요.


뉴스타파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준을 가지고 보도를 하지 무조건 이쪽 때렸으니 저쪽도 때리기 위해 끼워 넣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보도에 대한 최승호 PD만의 기준이 있고, 공영방송 MBC를 재건해야 한다는 신념이 아주 확고해 보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욕을 먹기도 하고, 또 개인이니 부담도 될 텐데, 궁극적으로 뭘 위해서 이런 일을 하십니까?

 

저는 사회가 끊임없이 진보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고, 지금까지. 방송하면서 그걸 단 한 번도 잊거나 포기하지 않았어요.


방송이 국민의 공적인 도구로써 삶을 바꿀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제 기준이에요. 물론 재밌어야죠. 누군가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기사가 재미가 없으면 기록이 되고, 재미가 있으면 기억이 된다고. 재미가 있으면서 그 안에 의미를 담아서 그것이 기억이 되고, 다음에는 행동이 되고, 다음에는 변화가 되는 것. 그렇게 할 수 있어야죠. 참 맞는 얘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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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코뿔소가 맞는 거 같다


12월 1일에 최종 후보 3명이 MBC의 경영계획을 생중계로 PT해야 하잖아요. 뭐 준비된 게 있나요?

 

준비하고 있어요.

 

딴 것보다도 표정을 준비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 뭐랄까 약간 무서운데...

 

하하 무서워... 아니 근데 제가 표정이 그런(?) 경향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관객과의 대화 같은 거 하면 "생각보다 굉장히 부드러우시다" 하는 사람이 많아요.

 

: 굉장히 부드러우신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보다’가 중요한 건데요.

 

그렇지,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굉장히 부드러우시네요", "직접 뵈니까 훨씬 잘생기셨어요"

 

: (화들짝) 네?

 

뭐 이런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들었고... 아무래도 뉴스타파를 할 때는 뉴스를 하니까 뉴스를 하니까 딱딱할 수밖에 없죠. 아 참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 하면 오신 분들이 저한테 “압력 많이 받으시죠?” 이런 질문들 많이 하거든요. 그 압력을 어떻게 다 견디냐고. 근데 압력 별로 없어.(쿨)

 

압력 넣는 쪽도 사이즈 봐가면서 넣지 않을까요? 씨알도 안 먹힐 데는 넣어봐야 손해기도 하고.

 

그렇겠죠. 압력 넣는 사람들도 안 통할 거는 다 아니까. 그 사람들도 처음부터 바로 찔러보지 않고 주변에 물어보고 하는 거거든요. 어차피 바늘도 안 들어간다 생각하니까. 그런데 전화 받은 사람들이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릴 테니 이런 거죠 뭐.



재미는 없었다. 상대가 들려줄 얘기를 기대하게 되는 인터뷰가 아니었다. 이미 최초의 몇 가지 질문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코뿔소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렇게까지 들어맞게 될 줄이야. 요리조리 질문을 해봤지만, 뭐라고 질문하든 최승호 PD는 나의 길을 갈 뿐이었다. 말을 버벅이거나 멘탈 하나 흔들리지 않고.


마치 이런 느낌이었지.



존나전진.gif


참고로 최승호 PD가 아니라 하마임을 밝힌다.

기사 완성 시점에 이게 코뿔소가 아니라 하마란 걸 깨달아버렸지만,

이미 코뿔소라고 여기저기 뿌려놔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MBC를 좋아했다. 그 후 9년간, 분노했고 동시에 그 채널과 사람들을 서서히 잊었다. 분노와 망각이 겹쳐, 이제는 MBC가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말도 나온다. 모두를 기억하기에 9년은 참 길었다. 


9년간 우리가 싫어했던 언론은 늘 누군가와 친한 언론이었다. 공영방송은 권력을 따라간 경영진들의 것이었다. 언론의 신념이 없는 사람들이 문제였지, 그 반대가 문제였던 적은 없다. 그러니 그 신념이 올곧으면, 누군가와 친할 필요는 없다. 


그 누군가가 나이더라도.









글 : 인지니어스

사진 :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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