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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지도자들(삼국 수뇌)의 마지막 회동이 바로 ‘포츠담 회담’이다. 이 회의의 특징이라면, 폴란드 문제 이외의 동유럽이나 극동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고, 독일과 독일의 위성국가들에 관한 문제들만이 주요의제로 토의되었다.


봉합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독일이 무너진 마당에 마지막 남은 추축국 ‘일본’에 대한 대응과 향후 전략에 관한 토의가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들은 독일에 대한 전후처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독일 전후처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독일 전후처리만큼 중요한 게 태평양 전선에서의 승리이다. 아직 전쟁은 계속 진행중이었다.


간략하게나마 포츠담 회의에서의 결정 사항을 보자면,


① 독일문제 : 독일은 미, 영, 프, 소 4개국이 점령하는 지역으로 분할되나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공동체로 남는다는 것에 합의. 또한, 근시일 내에 독일의 중앙정부 수립을 허용치 않기로 했으며, 독일의 완전한 군비해제와 비무장화, 나치당원의 근절, 전범 재판, 독일 교육의 감독이 결정.


2차 대전의 원인이 됐던 것 중 하나였던, ‘배상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얄타회담에서 원칙이 정해졌다.


“현물배상”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과도한 배상금을 떠안은 독일이 ‘히틀러’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는 교훈 덕분일까?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소련은 철저하게 독일을 ‘털어갔다’ 소련은 소련의 점령지역에 있는 생산물과 공업시설 뿐만 아니라 영, 미 점령지역에 있는 공장, 기계의 1/4에 해당되는 물자를 배상받았다.


② 폴란드 문제 : 쾨니스베르크 항을 포함한 동프러시아의 북부지역이 잠정적으로 소련으로 이양됐다. 결국 독일은 1937년에 보유했던 영토의 1/4을 상실하게 됐고,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독일인은 독일 본토로 이주하게 됐다.


이것 외에 5개국 외무장관으로 구성되는 외무장관 이사회를 설치해 핀란드, 루마니아, 이탈리아, 불가리아, 헝가리 등과의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담당하도록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포츠담 회의는 전후처리에 중점을 둔 회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포츠담 회담이 기억되는 건 회담 중간에 발표된 ‘선언’ 하나 때문이다.


“포츠담 선언(Potsdam Declaration)”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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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최후통첩


포츠담 선언의 공식적인 명칭은 ‘일본의 항복 조건을 규정하는 선언(Proclamation Defining Terms for Japanese Surrender)’이다.


포츠담 회담이 진행 중이던 1945년 7월 26일 발표된 이 13개 항목의 선언문은 일본에 대한 최후통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냉철하고, 단호했다. 포츠담 선언의 전문을 살펴보자.


일본의 항복 조건을 규정하는 선언


1. 수백만 우리 동포들을 대표하여 우리들 미합중국의 대통령, 중화민국 국민 정부의 총통, 그리고 대영제국의 수상은 일본에게 이 전쟁을 끝낼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협의했고 합의에 이르렀다.


2. 서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지상군과 공군 전력을 증강해 온 미합중국, 대영제국과 중국의 엄청난 육해공군은 일본을 향한 최후의 일격을 가할 태세를 마쳤다. 이 군사력은 일본이 저항을 멈출 때까지 전쟁을 수행할 연합국의 투지에 의해 유지되고 또 고무되었다.


3. 각성한 전 세계 자유인들의 힘에 대한 독일의 무의미하고 헛된 저항의 결과는 일본 인민들에게 하나의 사례로써 지독하고 명확하게 다가온다. 이제 일본에 집중되는 그 힘은 저항하는 나치에 가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모든 독일 인민들의 산업과 삶의 터전인 땅들을 초토화시켰을 때보다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우리의 결의가 지지하는 우리의 모든 군사력의 적용은 일본군의 완벽하고 필연적인 전멸과 그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일본인의 고향의 철저한 파멸을 의미할 것이다.


4. 일본이 일본 제국을 절멸의 문턱까지 끌고 온 우둔한 계산을 한 아집에 찬 군국주의자 조언자들에게 계속 지배당할 것인지, 아니면 이성으로 향하는 길을 따를 것인지를 결정할 시간이 도래했다.


5. 아래는 우리의 요구 조건이다. 우리는 이 요구 조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우리는 어떤 지연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6. 반드시 일본의 인민들을 세계 정복에 착수시킴으로써 기만하고 잘못 이끈 자들의 권력과 영향력을 영원히 제거해야한다. 우리는 새로운 평화의 질서, 안전과 정의가 무책임한 군국주의를 지구상에서 몰아내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7. 이러한 새로운 질서가 확립될 때까지, 그리고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생길 때까지, 우리가 주장한 필수적인 목표들을 확실하게 달성하기 위해 연합군은 일본 내의 특정 지점들을 지정하고 점령할 것이다.


8. 카이로 선언의 요구 조건들이 이행될 것이며 일본의 주권은 혼슈와 홋카이도, 큐슈와 시코쿠, 그리고 우리가 결정하는 부속 도서로 제한될 것이다.


9. 일본군은 완전히 무장 해제한 후, 평화롭고 결실을 맺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10. 우리는 일본 민족이 노예가 되거나 일본국이 멸망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포로들을 학대한 자들을 포함한 모든 전범들은 엄격하게 재판받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 인민들의 민주주의적 성향의 부활과 강화를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기초적인 인권을 존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언론, 종교 그리고 사상의 자유가 확립되어야 한다.


11. 일본은 자국을 전쟁을 위해 재무장 시킬 수 있는 산업을 제외하면 경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산업들을 유지할 수 있고, 현물로써 적절한 배상에 대한 징수를 허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배와는 구별되는, 원자재에 대한 접근이 허가될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일본의 세계 무역 거래의 참여가 허가될 것이다.


12. 연합국의 점령군은 이러한 목표가 완수되고 일본 인민들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평화를 지향하는 책임 있는 정부가 수립되는 즉시 일본에서 철수할 것이다.


13. 우리는 일본 정부에게 이제 일본군의 무조건적인 항복을 선언하고 이러한 조치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적절하고 충분한 성의 있는 보장을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 이에 대한 일본의 다른 대안은 즉각적이고 완전한 파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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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 앞부분의 수사들은 다 생략하고, 가장 중요한 ‘항복조건’들을 살펴보자. 연합국이 내놓은 조건들을 정리해 보면,


① 군국주의를 완전히 배제하겠다.

: 이는 당연한 조건이다. 독일의 경우도 나치당의 완전한 제거를 골자로 전후처리를 하고 있었다.


② 일본 본토를 연합국이 점령하겠다.

: 7항에 명시돼 있는데, 이 역시도 당연한 조건이다. ‘전쟁을 일으킬 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견할 때까지 연합국이 점령한다는 것인데, 전후처리를 위해서도 이는 당연한 조건이다. 일본의 항복 이후 미국은 1945년 연말까지 총 50만 명 이상의 미군을 일본에 상륙시킨다. 이들은 일본 경찰과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집행했다. 그러나 곧 전시동원체제가 해제되면서 점차적으로 주둔 규모를 축소시켜 한국전쟁 발발 시점이 되면 85,000명까지 줄어든다.


③ 카이로 선언 당시의 연합국이 지정한 영토로 일본의 영토를 제한

: 일본은 이제껏 피 땀 흘려(?!) 개척한 해외 식민지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엔 한반도도 포함돼 있다.


④ 일본군의 완전한 무장해제

: 이 역시도 당연한 수순이다. 항복을 선언했는데, 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다? 어불성설이다.


⑤ 일본인들의 자유보장 및 민주주의 부활, 인권존중 확립

: 이 부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바로 항복 전과 후다. 이 당시 일본 군부는 연합국에게 항복하면, 일본국민은 모두 노예가 될 것이란 선전을 하고 있었다(실제로 그렇게 믿기도 했다). ‘노예가 될 바엔 결사 항전하겠다.’라고 마음먹은 일본인들을 회유하고,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다. 항복 이후 일본의 민주주의를 부활하고, 인권 존중을 확립하겠다는 건 연합국이 일본이란 나라를 어떻게 ‘개조’하겠다는 방향성을 말하고 있다.


GHQ(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일본 점령 후 일본을 철저히 뜯고 고쳤는데, 점령 후 이들은 전범들을 처벌하고, 협력자들을 공직에 추방했다. 아울러 일본군과 재벌의 해체에 들어갔다. 화족제도는 폐지됐고, 토지개혁과 민주주의 선거제도, 지방분권, 언론자유 등등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했다.


⑥ 전범재판

: 이 역시도 당연한 일이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그 많은 전쟁범죄를 일으키고 그냥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을까?


⑦ 군수산업의 금지, 그 외 산업 및 경제 유지, 원자재의 수탈 금지 및 수출입의 허가.

: 이 부분 역시 생각해 봐야 하는데, 당시 연합국(미국)은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꿈꾸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 결과 아예 농업국가로 되돌려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점령 직후 일본은 GHQ에 석유를 구걸해 겨우겨우 가내수공업 형태의 공장을 돌릴 수 있었다. 산업의 기본이 되는 석유의 수출입을 붙잡는 것만으로 일본의 목줄을 움켜쥘 수 있었는데, 그 나머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⑧ 무조건 항복

: ‘이에 대한 일본의 다른 대안은 즉각적이고 완전한 파멸이다.’란 대목에 주목해 봐야 한다. 미국은 이미 일본을 파멸로 몰아갈 능력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걸 단호하게 선언했다.


‘포츠담 선언’은 일본의 항복조건을 세세하게 알려줬다. 일본의 입장에선 과도한 요구 같지만, 상식적으로 ‘꽤’ 합리적인 조건들이다. 점령후의 로드맵을 말해줬고, 일본이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점령군이 곧 물러날 수도 있다는 걸 확실히 말했다.


일본 국민과 일본 전쟁지도부를 분리했고, 일본의 미래상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물론, 연합국의 말을 다 믿을 순 없지만, 일본식의 모호하고 애매한 표현이 아니라 확실하게 연합국의 요구를 말했고, 그 안에서도 일본에 대한 나름의 ‘배려’를 보여줬다.


대표적인 게 ‘덴노’였다. 덴노의 처벌과 천황제 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일본 국민에게 덴노가 어떤 위치인지를 알기에 덴노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적어도 포츠담 선언 내에서 덴노는 논외의 존재였다. 문제는 일본 전쟁지도부였다. 덴노의 처분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범재판을 열겠다는 건. 덴노를 전범재판에 회부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일본은 파멸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앞에 놓고, 다시 한 번 내부투쟁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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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러일전쟁]


2부

드레드노트의 탄생

1차 세계대전, 뒤바뀐 국제정치의 주도권

일본의 데모크라시(デモクラシー)

최악의 대통령, 최고의 조약을 성사시키다

각자의 계산1

8년 의 회, 던 축 

일본은 어떻게 실패했나2

만주국, 어떻게 탄생했나



외전

군사 역사상 가장 멍청한 짓

2차대전의 불씨

그리고, 히틀러

실패한 외교, 히틀러를 완성시키다

국제정치의 본질



3부

태평양 전쟁의 씨앗1

태평양 전쟁의 씨앗2

도조 히데키, 그리고 또 하나의 괴물

일본을 늪에 빠트린 4명의 '미친놈'

대륙의 각성완료, 다급해진 일본

대동아(大東亞)의 환상에 눈 먼 일본

일본,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걸 건드렸다 1

일본,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걸 건드렸다 2

일본의 패배

일소중립조약이 파기되던 순간 1

일소중립조약이 파기되던 순간 2

천조국, 움직이다



4부

왜 일본은 미국과 전쟁을 하려고 했을까

신성불가침으로 만들어진 권력, 덴노(天皇)

일본의 반인반신, 덴노(天皇)의 오판과 태평양 전쟁

미국과 일본의 외교와 태평양 전쟁

정신력으로 전쟁을 결정한 일본

미국의 최후통첩, 헐노트(Hull Note)

진주만 공습, 두고두고 욕먹는 이유

인류 역사상 가장 병신같은 선전포고

미국, 2차대전에 뛰어들다

전통이란 이름의 살인, '무사도(武士道)'

맥아더의 오만, 태평양전쟁 필리핀 전장

일본, 필리핀의 물가를 100배로 만들다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을 이용한 방식

전쟁은 돈으로 하는 것이다

자살특공대 가미카제(神風)의 등장

일본의 비명이 종말을 재촉했다



5부

B-29, 지옥이 시작된 일본

불의 도시, 파국으로 향하는 일본

본토결전

세계 질서를 정리한 회의

덴노를 보호하라

침몰 직전, 일본이 선택한 공허한 명예

원자폭탄 그리고 소련

원자폭탄에 대한 미국 나름의 고민

수(手)싸움

일본의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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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가 디비주는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괴물로 변해가는 일본

조약, 테이블 위의 전쟁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






펜더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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