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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공사를 하다


가구공사를 하는 단계이자, 인테리어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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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2층을 오가는 계단에 책장을 놓으면 책을 자주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원목 책장을 만들었습니다.


가구공사 중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간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까지 합판 책장만 썼었기 때문에 순수 원목 책장의 가격이 이렇게 비싸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가구용 원목의 자재는 골조용에 비해서 결이 곱고 옹이도 적으며 품종 또한 달라 가격대가 셉니다). 견적서에 넣었다 빼었다 수없이 반복하다가 결국 설치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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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으로 만든 책장. 수납공간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아 아래를 서랍장으로 했다.


골조를 지었던 팀과는 다른 목수팀이 왔습니다. 나무의 쓰임에 따라 팀이 나뉘는 게 신기했습니다.


목수팀은 많은 집을 지어봤기 때문에 그들의 아이디어는 건축주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분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건축주가 그때그때 바꾸는 식이죠. 물론 건축주가 옆에 있을 때 얘기입니다. 현장에 건축주가 없을 경우엔 설계도면대로 마감합니다. 동의 없이 도면과 다른 집을 짓는다면 안 되니까요.


저는 목수팀의 제안을 거의 수용했습니다. 선반의 위치, 서까래 노출 등 시공을 하면서 수정을 했습니다. 집안의 분위기가 한층 더 포근해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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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노출한 서까래. 현장소장님의 아이디어로 추가금액 없이 진행했다.


아무리 간단한 작업이라도 한 번 바꿀 때마다 수백만 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초짜 건축주의 서투른 결정은 후회로 돌아올 확률이 큽니다. 잘 모르겠을 때는 현장에서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설계 할 때는 아이디어를 쏟아 붓고 현장에서는 사람들과 충분한 이야기를 하는 거죠(간혹 건축주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할 때는 현장소장님이 중재를 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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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잘 들어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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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각도를 조절하는 건 어렵다. 계단을 가파르게 하면 공간은 줄어들지만 올라가기가 힘들고, 완만하면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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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1층 거실. 벽을 설치해서 공간을 분리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해서 모두 텄다.


아파트가 올라가는 시간과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시간은 다릅니다. 아파트가 패스트푸드라면 전원주택을 짓는 과정은 슬로푸드 같습니다. 나와 아내, 그리고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이 살 집을 짓는 것은 힘들긴 하지만 즐거운 여정입니다.



실크벽지 vs 합지, 어느 쪽을 선택할까?


목조주택에 실크벽지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고민 중에 하나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실크벽지에 반대합니다. 건강에 이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크벽지라는 이름이 예쁘고, 시공비도 비싸서 그런지 ‘고급’이라고 인식하지만, 사실 실크벽지엔 ‘실크’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신 PVC(폴리염화비닐)가 들어가죠. 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량(TVOC)이 높기 때문에 아토피가 있는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이롭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장난감에 쓸 수 없는 가소재 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고민 끝에 합지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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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감촉은 실크벽지에 못지않게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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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설치될 욕실장.


목조주택은 습기조절에 유리하지만 조절을 잘못하면 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습도가 배출될 수 있게 할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 중 하나가 합지 혹은 천연벽지라고 생각합니다. 합지는 실크벽지에 비해서 물에 약하고 내구성도 떨어지는 편이라 색이 변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변할 것 또한 삶의 흔적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사실 합지가 아닌 천연벽지를 쓰려고 했지만 몇 배는 비싸서 집 전체에 바르기에 부담이 됐습니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만한 평수였다면 천연벽지로 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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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사용될 현관과 중문. 그리고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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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이 끝난 2층.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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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는 홈시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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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서재가 될 방. 채광이 좋다.


합지말고 편백나무로 마감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용이 많이 상승하지만 습도조절에 유리한데다, 베어 나오는 나무향이 아주 좋습니다. 아토피가 있는 경우라면 편백나무가 더 훌륭한 선택일지 모릅니다.



세라믹사이딩으로 외부마감!


이번엔 외관의 최후단계이자, 외부 마감입니다. 저희는 세라믹사이딩을 쓰기로 했습니다.


과거엔 14mm의 세라믹사이딩을 주로 썼지만, 두께도 얇고 시공방식에도 문제가 있어 크랙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16mm~18mm 제품들이 출시되었고, 시공방법도 개선되어 이제는 훌륭하게 집 외관을 꾸밀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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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시판되는 세라믹사이딩 중 가장 두꺼운 18mm. 일본에서 전량수입한다.


세라믹사이딩을 사용하는 주택이 늘고 있습니다. 음각이 뛰어나고 오염이 잘 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합니다. 스타코 계열은 몇 년 지나면 집에 빗물 자국이 생깁니다(고압으로 세척하면 지워진다고는 하지만 몇 미터 높이의 집을 고압으로 세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죠). 반면 세라믹사이딩은 오염도 잘 되지 않지만 설령 오염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비에 씻겨 내려갑니다. 몇 년을 사용하더라도 외관만큼은 새 집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겠지요.


대신 해배당 13만 원 정도로, 매우 고가입니다. 보통 스타코플렉스가 6만 원대, 시멘트사이딩이 3만 원대, 테라코트가 4만 원대라는 걸 생각하면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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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사이딩의 분명한 음각과 내구성.


저희는 세라믹사이딩을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일부만 바꾸더라도 견적이 수백만 원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일본에 갔다가 마주한, 세라믹사이딩 주택에 반해 마음을 바꿨습니다. 지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정말 새집처럼 외관이 깨끗하더군요.


질감이 있는 쪽이 입체감 있게 느껴질 것 같아 세라믹사이딩을 선택했는데, 시공이 되고 난 후를 보니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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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좋은 자재를 사용하더라도 올바른 시공이 중요하다.


외관을 투톤(Two-tone)으로 했는데, 한 쪽은 세라믹사이딩, 다른 한쪽엔 테라코트 플렉시텍스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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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배 비싸지만 꼭 쓰고 싶었던 테라코트 플렉시텍스.


스타코는 보통 한 통에 7만 원, 테라코트는 한통에 4만 원이지만, 플렉스 성분이 들어있는 테라코트 플렉스는 한통에 18만 원이나 합니다. 가격이 몇 배 비싸지만 겨울에는 얼었다가 봄에 녹으면서 생길 크랙을 방지하는데 더 낫다는 이야기를 듣고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 기후에 테라코트 플렉스가 적합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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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공사는 자재 값만 올라가기 때문에 세라믹사이딩과 테라코트 플렉스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자재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 부담스러웠습니다만, 가격만큼 만족도가 나오니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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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김한량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