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동동이 추천6 비추천0

2014. 02. 21. 금요일

동동이











달은 참 밝다



그 아래의 여러 가지 빛들 또한 밝다. 대로를 밝혀주는 가로등, 그 곳을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라이트 불빛들.

 

난 지금 호텔방의 창가에 서 있고, 한 사람은 샤워 중이다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는 잠시, 이내 그 사람의 몸을 연주하는 샤워기 소리가 들렸다.


타올을 감싸고 나오는 그녀에게 살며시 입을 맞췄다. 불끈, 힘이 들어가는 두 손을 주체할 수 없어 그대로 안아 올렸다. 침대에 사뿐히 내려놓는 건 필연적 수순.

 

물기인지 내 침인지 반짝거리는 그 입술에 다시금 나의 것을 포개려는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 눈이 앙증맞아 그대로 눈에 입을 맞췄다. 천천히... 눈의 떨림이 느껴졌다.

 

그녀의 몸에 남아 있는 물기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닦아주고 싶었다. 오로지 lipstongue으로만


교성 가득한 공간에서 십여 분이 흘렀을까. lips로 팬티를 살짝 끌어내렸는데...

 

 

?’

 

 

스탠드 불빛만이 비치는 흐릿한 어둠이었음에도 정체모를 라인이 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익숙하지 않아서 더 분명했다. 본디 자리해야 할 것이 자리하지 않은 그런 상태.

.

.

.

.

.

왁싱에 관한 첫 기억이다. 


뭔가 체험하여 글을 쓸 만한 거리가 없나 생각하다가 문득 예전에 보았던 비키니 왁싱이 떠올랐다. ‘왁싱 한번 해 볼까?’ 하지만 십만~십오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기에 선뜻 내키진 않았다. 왁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동생이 있어서 한번 물어보았다.



오빠, 나 아는 동생은 모델을 했었어. 모델은 무료거든.

.

.

.

.

.

.

저희는 모집이 완료 되었어요.”

 

지금은 교육 기간이 아니에요.”


저흰 남자는 안 해요.”

 

여기 말고, 강남점에서 모집하는데 그 쪽으로 전화를 해 보시겠어요?”

.

.

.

.

.

.

내일 3시 괜찮으신가요?”

 

다른 날짜나 요일은 없나요?”

 

다 차서 내일 그 시간 아니면 없어요.”

 

어디로 가면 되죠? 준비할 건 없나요?”

 

신논현역 앞이에요. 준비할 건 따로 없고, 주의사항은 왁싱 후 24시간 동안 사우나, 태닝, 수영, 심한 운동 삼가시면 됩니다. 내일 뵐게요.”

 

 

 


신논현역에 도착해 밖으로 나와 보니 어디로들 가는지 다들 분주하다. ‘아 정말 하는 건가?아무 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떨린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어느새 발은 목적지에 당도했다.


DSC_0349.JPG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잠시 망설여졌다. 왼쪽? 오른쪽?


DSC_0355.JPG

 


평범한 오피스텔의 복도다. 903호 앞에 다다르니 세움 간판 두어 개가 보였다. 여기가 맞는 듯하다. 다행히(?) 잘 찾아왔다.

 

띵동 띵동,,

 

(그 분이 이 글을 보실 리가 만무하겠지...)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께서 나오셨다. 숨이 절로 쉬어졌다. 안도의 한숨인지 탄식인지 나는 모른다. 어제 검색했던 글에서 본 ‘30대 중반의 미시족 같은 이쁜 아줌마는 절대 아니다. 그냥 푸근한 아주머니다. 이모다 이모.

 

내부는 이렇게 생겼구나.’


생각보다 평범했다. 예전에 지인 두 명이 네일샵을 운영 했었는데, 손님이 없던 낮 시간에 그들의 샵에 종종 놀러가 막걸리도 한 잔 하고 그랬더랬다. 그 때문인지 많이 낯설지는 않았다.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시고선 원장님께서는 잠시 시야에서 사라졌다.


DSC_0358.JPG

입구에서 재빨리 사진을 한 컷 찍었다.(후에 동의를 구했다.)

 


음료수 한 잔 드시겠어요?”

 

음료수 말고 물 좀 주시겠어요?”

 


긴장했던 걸까. 목이 탔다.

 

 DSC_0361.JPG

긴장을 덜어주는 생명수

 

 

문이 열렸다. 또다른 이모님(원장님보다는 어려 보이나, 삼말사초 정도로 보였다.)이 나타나셨다이 분이 오늘 선생님이세요.” 원장님께서 방금 나온 분을 가리켰다. 내게 인사를 건네는 선생님의 발음이 살짝 어눌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샵에는 일본인 남자 한 명이 있었는데, 그녀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눈 채 이내 장소를 벗어났다선생님이 일본어가 유창하시네.’

 

 

이 쪽으로 들어오세요. 그리고 일단 가운으로 갈아 입으세요. 일단 다리부터 하시고, 팔은 보자... 일단 가운으로 갈아 입고 계세요.”

 

, 근데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요?”

 

뭐하시게요?”

 

샵 체험 후기를 좀 적어볼까 해서요.”

 

어디다 적으시게요?”

 


고민이 됐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언제나 나만을 위해 나를 아껴준 그대에게... d--b 몰라 알 수가 없어~  (-- __)

 

긴장이 됐다. 표정이 좋지 않으셨다.

 


인터넷 신문, 커뮤니티 같은 곳요.”

 

그러세요, 그럼.”

 

 

DSC_0362.JPG

들어서자마자 눈에 보이는 광경을 찍었다



DSC_0365.JPG

가운을 입기 전에 찍어보았다



DSC_0368.JPG

가운 환복 완료 인증샷



묘하다. 올누드로 가운을 입는 기분이란; 그런데 예상보다 분위기가 29금스럽지 않다. 실내 인테리어 때문인지, 두 이모님들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 갈아입었다는 신호를 보내자 이내 두 분이 함께 들어오셨다.


 

일단 올라가서 엎드리세요먼저 다리부터 할게요.”

 


시작이다. 누운 채로 시작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다지 떨리지는 않았다. 나는 변태의 천성을 타고난 것일까. 아닐 게다. 그냥 분위기가 그랬다. 다른 샵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곳은 매우 밝은 기운이 넘쳤다. 침대를 비추는 스탠드의 불빛이 엄청 환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DSC_0367.JPG

 누워 있을 때엔 저 불빛이 어찌나 환하던지...

 


나는 그저 모델일 뿐이다. 고객이 아니다. 따라서 속도는 매우 더디게 진행이 됐다. 원장님의 설명과 시범, 그리고 이어지는 선생님의 실습.

 

가운을 착용한 채 엎드린 상태. 보이진 않으나,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크림 같은 것이 종아리 부근에 발렸고, 이내 굳었다. 그리고는 뭔가를 붙이는 듯 하더니 주우욱 잡아서 떼어 냈다. 살짝 따끔 거렸으나, 참을 만했다. 처음엔 이 과정이 왁싱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정말 왁싱의 도 몰랐던 거다.

 

엎드려 있으니 당최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수가 없었다. 대화에 귀를 귀울이는데 왁스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이게 왁싱인가? 나는 왜 칼로 한다고 생각했을까처음에 피 나지 않게 잘 해달라고 인사까지 건넸었는데...

 

엎드린 상태에서 다리를 좌우로 돌려 가며, 차례로 진행이 됐다. 허벅지 부위에는 털이 많지 않았으나 연습이니까 그래도 해 볼게요.”라는 원장님의 말씀에 한낱 마루타에 불과한 나는 무언으로 긍정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떤 상황일지 궁금하여 폰카를 이용해 보려고 했으나 원장님의 표정을 보고서는 이내 얌전한 고양이가 되었다. 그렇다. 이제 아쉽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 사진은 없다.



선생님은 식빵 바르는 연습을 더 하셔야겠어요.”


 

먼저 왁스를 떠서 살에 쭉~ 펴바른다. 원장님이 할 때는 자연스러운데 선생님은 어설픈 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다리가 뜨겁다.


 

선생님, 좀 더 힘을 주시고, 식빵 바르듯이. 아니에요. 그렇게 하면 이분 다리가 뜨거워요.”

 


선생님은 긴장을 하신 것 같다.

 


텐션을 주세요. 텐션.”

 

 

‘왁싱이 이렇게 무식한 방법이었다니... 다리에 그냥 청테이프를 붙이고 뜯어내는 것과 같은 원리구나.’ 어쨌든 깔끔한 제모를 위해 왁스를 사용하는 것일 게다. 왁스를 잘 바르는 것과 아프지 않게 뜯어내는 것이 실력인 것 같다. 원장님의 시범에 비해 선생님이 해주실 때는 상대적으로 많이 아팠다. 그 차이가 바로 저 텐션에 있었다. 한 손으로 굳은 왁스를 떼어낼 때 다른 한 손은 무엇을 할까? 살을 잡아준다. 그리고 한번에 쫙~!! 그런데 이걸 ‘제대로’ 안 잡아주면 엄청 아프다.

 

오른 다리로 넘어갔다.

 

 

오른 다리는 선생님이 전부 해 보세요.”

 

 

선생님의 떼어내는 솜씨가 제법 능숙해졌다. 하지만 왁스를 바를 때 가끔은 뜨거웠다.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힘이 없는 것일까.

 

종아리 부근에서 시작하여 점점 선생님의 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평소 사람의 살결이 닿을 만한 일이 없는 부위에 선생님의 손길이 닿으니 온몸에서 반응이 오는 듯 했다. 참아야 했다. 애써야 했다. 느끼지 않아야 한다. 엎드린 상태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아플 수(?)가 있다. 혹은 엉덩이를 들고 자세를 다시 취해야 하는 민망함을 겪을 수 있다. 참아야 하느니라...

 

잘 참았고, 엎드린 상태에서의 왁싱은 끝이 났다.

 

 

이제 돌아 누우세요.”

 

 

다리의 발목 부근부터 왁싱이 시작됐다. 피곤했었다. 피곤해서 잠시 눈을 감았다. 두 분의 대화도 희미하게 들렸다. 어느샌가 허벅지 위까지 올라왔다. 왁스를 바르고 떼어내는 것까진 괜찮았다. 문제는 자극을 받은 부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어떠한 액체를 뿌려서 펴 바르는데 그때 선생님의 펴바르는 손놀림이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가운을 입고는 있었지만 사타구니 부근까지는 오픈이 된 상태였다. 왁싱 후 이어지는 피부 보습을 위한 잠깐의 마사지. 선생님의 손과 나의 살결 사이에는 오로지 보습제 같은 얇은 액체, 그 간격 뿐이다. 평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위인지라 더욱 더 민감했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하느니라... 두 손을 불끈 쥐었다. 흐음.. 헙! 두 눈을 질끈 감고 슬펐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씨, 떠오르지 않는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애국가, 애국가가 필요했다. 1학년 기말고사 때 애국가를 4절까지 완벽하게 써서 F를 면한 적이 있었다. 애국가는 내게 흑기사였다.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 하여~’ ~! !!! -_-;; 충성을 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네가 하면 안 되는데... 너 왜 그러니... 다행스러운 건 가운에 덮여 있던 상태였다는 거. 설원에서 산이 하나 솟았다고 표현하면 되려나; 쿨럭;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어 그대로 감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그래 난 건강하다. 건강하다. 건강한 거다.’ 여자 선생님인 게 문득 다행으로 느껴졌다. 남자 선생님 앞에서의 충성은……, 생각만 해도 이건 아니잖아~!!!!!



전화벨이 울리자 원장님께서 잠시 나가셨다. 선생님께 말을 붙였다.

 


어휴, 힘드시죠? 힘드신 거 다 느껴지는데...”

 

아, 죄송합니다. 많이 해보질 않아서.”

 

제가 죄송합니다.(뭐가 죄송한 거지? -.-) 털이 많이 없어서... 한국인이시죠? 일본인인가요?”

 

한국인이에요. 일본에서 20년 넘게 살았어요.”

 

아 그럼 지금은 한국에서?”

 

아뇨, 지금도 일본에 사는데, 이거 배우러 왔어요. 3일 정도. 내일 다시 가요.”

 

 

‘그래서 발음이 많이 어눌했구나.

 

일본에 오래 살아서였을까? 아니면 어른이어서였을까? 어쨌든 분위기는 편안했고, 서로 예의를 지켰다. (예의를 안 지키는 건 뭐지?-.-;) 선생님은 하는 것이 서툴러서 땀을 뻘뻘 흘릴 뿐, (뻘쭘하고 민망할 거라는 예상은 기우였다.) 이외에는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한 기색이 없었고, 덕분에 나 또한 편안했다.

 

다리 왁싱은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두 시간은 이미 훌쩍 넘겼던 것 같다. 나도, 원장님도, 선생님도 지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원장님의 목소리엔 지친 기운이 가득했다.

 


선생님, 6시 반이 되면 다음 모델이 또 오니까요. 선택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팔 쪽에 스트립 왁싱을 한 번 더 연습 하시겠어요? 브라질리언 왁싱을 해 보시겠어요? 선생님이 선택하세요.”


 

문장에선 느낄 수 없겠지만, 원장님의 목소리에서는 팔 스트립 왁싱 연습을 한 번 더 하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처음에 브라질리언을 할 마음에 모델 신청을 한 게 맞다. 하지만 그 즈음엔 나도 지쳐 있었다. 그리고 이왕 다리 왁싱을 했으니, 세트로 팔까지 같이 해야 깔끔할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여기까지 왔는데 브라질리언 왁싱을 안 하고 가는 것도 개운치 않았다. 다시 올 일은 없을 테니까. 나도 갈등이 되었지만, 내게 선택권이 없음을 이내 상기하고는 고민을 금방 접었다.

 

재밌는 상황이야.’

 

원장님과 선생님 사이에, 다음 모델은 누군지, 이전에 배울 땐 어디 부위의 왁싱을 해 봤었는지, 일본에 돌아가서는 얼마나 했었는지 등 이런 저런 대화들이 오고 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택의 순간. 나는 선생님의 입만 쳐다보았다. 선생님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맞닿았다. 


‘브라질리언의 비읍인가? 팔을 하겠다고 말하려는 피읖인가? 브? 팔? ’

 

브라질....언..요..”

 

...’

 

아쉬움의 탄식보다 안도의 한숨으로 느껴지는 걸로 보면 나도 속으로 원했나 보다. 그래, 여기까지 무거운 발걸음을 했는데 팔, 다리만 하고 가면 그게 뭔가;

 

그리고 나는 보았다. 선생님의 그 순수한 학습에 대한 의욕을. 선생님은 오로지 남자 브라질리언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거다. 다른 흑심은 없었을 게다. 민망함도 없었을 거다. 다음 모델은 여자였고, 다음 날이면 일본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면 바로 일을 할 것 같은데... 한 번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당당하지 못하고, 버벅거렸던 건 혼자 팔 왁싱을 강요한 듯한 원장님의 눈빛 때문이었던 걸로 하자

 

 

그래요 그럼, 이렇게 저렇게 세팅해 놓으세요. 장갑도 착용하시고.”



시작이다. 가운을 오픈했다. 활~짝~! 장갑을 낀 손으로 선생님의 소독이 시작되었다. 일단 다리 왁싱할 때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한 분은 설명하면서 시범을 보이고, 한 분은 실습을 하고. 나 따윈 안중에도 없었던 그 분위기. 마치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기분. 난 인형인가? 난 이렇게 살아서 숨을 쉬는 인간인데. 뭔가 내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할 것 같았다. 꼼짝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단 하나...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했고, 생생한 후기를 위해 눈으로 봤어야 하지만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수줍은 나의 성격 때문이었으리라. 그냥 느껴지는 감촉과 두 분의 대화를 통해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렸다. 우측 사타구니와 골반 사이부터 시작이 됐다. 

 

아 선생님..텐션 텐션

 

외치고 싶었으나 입 안에서만 맴돌았다.

 


모양을 한번 낼까요? 어차피 브라질리언 할 거지만 연습으로 모양 내는 것을 해 보죠.”



배꼽 아래 부위의 삼각주. 모양을 내기 위한 원장님의 설명과 시범이 이어졌다.



“선생님,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부분은 숱이 많으니까 먼저 가위를 사용해서 짧게 자르면 훨씬 편해요. 대신 이렇게 주위가 지저분해 지니까 다~ 닦아 주셔야 해요. 그래서 번거롭긴 하지만 그래도 숱을 치셔야 훨씬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어요. 물론 익숙한 프로들은 이 과정을 건너 뛰고, 바로 하기도 하죠.



싹둑 싹둑 가위질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공포다. 솔직히 실수로라도 나의 소중한 그 곳에 상처가 날까 두려웠다. 왜 눈을 감고 걸으면 얼마 못 가 두려움이 엄습해오는 그런 기분 알잖아? 공포의 가위질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삼각주 모양 내기 작업이 시작됐다.

 


~~!!!”


 

꾹 다물고 참았었는데,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건 정말 엄청 무식하다. 왁싱이 이런 거였다니. 내가 바보였던가. 아팠다. 엄청 아팠다. 원장님이 할 때도 아팠지만 선생님이 할 때엔 무지 아팠다. 눈물이 찔끔 났다.



“우와, 원장님. 우와... 이건, 장난 아니네요.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원래 여기가 제일 아픈 곳이에요.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요.”



존재감을 드러내기는커녕 그 친구 또한 고통을 느꼈는지 풀이 죽어있었다. 나의 고함을 듣고는 원장님은 왁싱을 하는 면적을 좁혀서 진행을 했다그리고 아프지 않도록 신경을 써 주셨다하지만 선생님은 떼어내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한 번에 떼어내질 못했으며, ‘텐션도 확실치 않았다. 면적까지 신경을 쓸 여유도 없었으리라. 삼각주  왁싱 작업은 정말 고통의 연속이었다. 이제 끝났으려나 싶어서 잠깐 고개를 들어보았다. 여전히 벌초는 진행중이었다.


얼마 후, 삼각주 벌초가 끝이 났다. 무슨 일자라인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보질 못해서 모르겠다. 그리고 이어진 왁싱 부위는 고환, 일명 ㅂㅇ이다.

 


이 부분은 피가 날 수도 있어요. 워낙 혈관이 모여 있고, 약한 부분이거든요. 하지만 피가 난다고 해서 당황하면 안 되고, 그냥 계속 진행하면 돼요. 닦아가면서.”



설명 도중에 끼어들었다.

 


어우, 원장님 말만 들어도 좀 무섭네요. 계속 진행하라니... ㅜ.ㅜ

 

저도 듣기만 했어요. 실제로 겪은 적은 없어요. 근데 또 그게 건강하다는 거래요.”

 

 

삼각주에 비해 ㅌ이 무성하지 않은 곳이라 무난했다. 참을 만해서인지 금방 끝이 났다. ㅂㅇ과 함께 기둥의 제초작업도 금방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곳은 한 군데였다. 고통의 천국 삼각주. 모양 낸 것을 전부 없애는 시간이다. 졸라 엄청 떨렸다.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고, 경직이 됐다. 공포가 엄습했다. 난 다신 왁싱을 하진 않으리라... 이렇게 아프다니. 왜 나는 칼로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일까...


여기부터는 반복이다.


바른다 (어설프게) 떼어낸다 고통의 탄식 (얼른 끝나길 바라는) 잠깐의 기도

 

끝날 것 같지 않은 무한루프의 연속. 한참이나 흘렀을까. 끝이 났다. 끝이 났음에도 왕왕 고통의 여운이 느껴지는 듯 했다.


 

허리 살짝 드세요.”

 


잉 이건 뭐지?’ 


원장님께서 허리에 받침대를 하나 깔았다.


 

다리 드세요.”

 

어떻게요?”

 

 

아기 기저귀 갈 때의 자세를 떠올리면 되겠다. 통닭구이 자세를 떠올려도 되겠다. 양손으로 양 발목을 잡았다. 가장 민망했던 순간이었다. 역시 소독이 이어졌는데, 나도 모르게 내 몸이 들썩거렸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거다. 선생님도 미안했는지 조심스럽게 소독을 했다.


그 후 이어지는 왁싱 작업은 비슷한 수순. 이렇게 저렇게 4~5번의 왁싱이 반복됐다. 자세한 묘사는 표현력 부족으로 넘어가자. 알아서들 상상하시라. 궁금하면 가 보는 것도 괜찮겠다. 고통을 한번 느껴보시라. 원장님께선 다른 곳은 핀셋을 사용하기도 한다면서 왁스의 장점과 함께 핀셋이 필요없음을 설명하였다.


이것도 시간이 흐르니 처음 자세를 취할 때의 부끄러움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힘들었다. 그 자세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이 정말이지 느무느무 힘들었다. 낑낑거림을 느꼈는지 원장님께서 건넨 한마디. 힘드시죠?” 얼른 끝나기만을 바랐던 순간이라 잘 기억도 나질 않는다. PT체조에서 8번 온몸비틀기가 끝이 나지 않는 기분이랄까. 


드디어 끝이 났다. 후와우!! 편하다. 긴장이 풀렸다.



“왁싱도 일종의 피부 관리에요. 이렇게 다 하고 난 후, 진정을 시켜주고…….



원장님의 설명이 끝나자 선생님의 가벼운 마사지가 이어졌다. ‘일본에서 마사지 쪽으로 일하시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왁싱에 비해 마사지 손놀림이 한결 자연스러웠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음에


여하튼 예상과는 달리(?) 왁싱은 매우 교육적이고 실습적인 환경에서 끝이 났다.

 


여기서 잠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것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다.

 

Q. ㅂㄱ 되지 않나요? 민망하지 않아요?

 

A. 결론부터 말하면 된다. 정확히는 왁싱 도중에 되는 순간들이 있다. 실제 손님들은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루타여서 3시간 30~ 4시간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남자는 일상생활에서도 이 정도 시간이라면 가끔 ㅂㄱ가 되곤 하지 않는가? 전혀 아니되는 건 건강하지 않은 거다. 그럼 오히려 문제인 거고. 중요한 것은 분위기인데 원장님이나 선생님이나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간 곳은 그랬다.

 

브라질리언 왁싱 중에는 나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너무 아프거든. 마지막 마사지 때 살짝 의식이 됐으나 선생님께서 완전 개의치 않으셔서 나도 아무렇지 않았다. 뭐든지 분위기인 것 같다.


끝이 나고 원장님께 한마디 드렸다.


 

어우, 이거 다시는 못하겠네요. 이렇게 아픈 줄 알았으면 안했을 거에요.”

 

그래도 잘 참으셨는데요. 아픈 정도는 사람마다 달라요. 안 아프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많이 아파서 못하는 분도 계시고.”

 

 

다들 나갔다. 옷을 갈아 입고,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DSC_0370.JPG



 

나오니, 문 앞에 선생님께서 무릎을 꿇고 앉아계셨다. 한국인이라지만 일본에 오래 사셔서 그런지 일본인 느낌이 많이 났다. 나도 바닥까지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를 했다. 서로 고맙고 죄송하다며.

, 어쨌든 무사히 끝이 나긴 했다. 문을 열고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미소를 지으며 하시는 원장님의 말씀.

 


다음에 또 불러도 될까요?”



허거걱;



 “아, 네~”


 

 

그땐 진심이 아니었다. 지금 표현이 진심이다. 원장님 죄송한데, 못 가겠어요. 흑흑”

 

 

 


p.s 왁싱 후 찜질방을 간 적이 있다. 바보 같이 왁싱했다는 사실을 깜빡한 채. 얼핏 봐도 탕 안에 30여 명은 보이더라는...







동동이


편집 : 보리삼촌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