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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26. 수요일

독투불패 pep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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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7년간 대리기사를 부업으로 뛰었던 입장에서 할말이 없지 않아 글을 쓰게 됩니다.



제가 처음에 일을 시작한 건 공익근무요원일 때 였습니다. 아는 사람은 아는 MtG 세계챔피언쉽을 우연히 나가게 되어서 돈이 필요했는데, 좀 짧게 일하면서 그래도 사오만 원은 만질 일이 대리운전 말고 보이는 게 별로 없더군요. 그렇게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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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을 처음 시작한 회사는 콜센터에서 출근 순서로 일을 배정해 주고, 자체 교통편을 다마스 6대로 돌리는 회사였습니다. 회사는 한남동 근처에 있었고, 그때 대리의 가격은 2만 원 이상이었습니다. 서울 시내는 이만 원 정도였고 덕소나 오남리쯤 내려가면 삼만 원에서 삼만오천 원, 일산으로까지 내려가면 사만 원도 받았었죠. 일이 끝나면 다마스가 데리러 오고, 하루에 오더 처리는 최소 세 개에서 많게는 대여섯 개 정도까지도 있었습니다. 팁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회사와 반반으로 나누는 시스템이었고, 보통은 팁 포함해서 하루에 칠팔만 원정도 받아갔었습니다.


일을 하던 방식을 자세히 말하면, 우선 복장 단정, 그러니까 가다마이(편집부 주 : 윗도리)는 없더라도 깔끔한 복장(넥타이 선호)으로 출근을 해야했고, 복장이 단정하며 출근을 먼저 한 순서로 일을 받아서 나갔습니다. 출근은 항상 사무실로 했었고, 8시 전엔 사무실 대기, 그후 차마다 대여섯 명씩 나뉘어서 서울 전역으로 흩어졌습니다. 차에서도 순서대로 하나씩 나갔었고, 일이 끝나면 정확한 위치를 사무실로 보고하여, 다마스가 픽업 해 주길 기다리거나 근처에서 오더가 떨어진다면 택시타고 가서 처리(택시비는 회사와 반반 부담했습니다.), 혹은 오더가 자주 나오는 지역이라면 그대로 대기하다가 바로 오더 받고 나갔었지요.


서너 달 정도 일한 곳인데, 그 회사는 처음엔 술집대리 형식으로 있다가 마음이 맞는 분들을 사장이 모아서 시작한 회사였습니다.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는 기록을 남긴 월급제로, 매일 100% 입금, 그리고 월말정산후 월급제로 지불해주는, 그러니까 목돈을 모아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사장님께서 주머니에 있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룸싸롱에서 이여자 저여자 가슴에 꽂아주다가 일하는 기사분들께 빚을 크게 지게 되었습니다. 두당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씩인데, 그때부터 계셨던 기사분들이 열 분 정도 되었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일을 참 편하게 했었습니다. 길을 잘 몰라도 다마스 타고 같이 다니시는 차장님들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설명을 잘 해주셨고, 준 단골제여서 매일 다니던 길을 자주 다녔었거든요. 초보 대리기사의 입장에서 일과 길을 잘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요즘은 이렇게 하는 회사가 없지요. 제가 다녔던 회사도 몇 달 후 다마스들을 없애고 길빵과 전화로 운영되었다고 들었는데, 나중엔 광고도 제대로 안 들리더군요. 아마 망했거니 싶었습니다. 거기서 저를 아껴주셨던 차장님 한 분을 나중에 다른 대리회사에서 만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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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마스


아, 이 회사가 생겼을 때가 대리운전 기사분들의 자동차 보험이 없어지는 때였습니다. 그때는 제가 알기로 대리기사 보험이 자동차보험이었다가 화재보험 형식으로 바뀌었고, 그 외 이런저런 제약이 붙었던 걸로 압니다. 왜 그랬냐 하면, 대리기사분들이 친구 중고차로 사고를 내 주고, 돈을 받아서 차를 바꿔준다거나, 내지는 회사 안에서 1번 기사가 2번 기사를 치고 2번 기사가 3번 기사를 치고(무한반복) 한두 달씩 합의금 받고 쉬는 등의 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회사에 기사 수 만큼 매달 돈을 그냥 내고, 기사의 운전면허가 보험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가산금 등이 없었습니다. 들은 것이고 제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니니 다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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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다녔던 회사는, TR기(편집부 주 : 무전기)를 쓰는 회사였습니다. 이때에도 저는 공익근무요원이었죠. 회사에 입금은 하루 만 원, 그리고 일주일엔 육만 원이었고 TR기 사용료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납니다. 보험료도 한 달에 칠만 원인가 팔만 원 정도 냈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는 두 번째라 정확하게 기억나는 게 잘 없네요. TR기 쓰면서 한 달 정도 일 하다가 관뒀습니다. 이때 분당가는 콜비가 이만 원에서 만팔천 원, 만오천 원까지 떨어지는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을 하고, 또 이때 서울택시를 분당에서 잡아서 강남으로 올라오면 오천 원이라, 둘이 삼천 원씩 나누거나 세네 명 모여서 이천 원씩 내고 올라오기도 했었지요. 기억에 남는 건, 아마 이때였던 것 같은데 수원역에서 기사 다섯 명이 모여서 이천 원씩 내고 강남까지 15분에 쐈던 게 기억납니다. 택시 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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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다니던 회사는 지금도 꽤 크게 영업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PDA를 사서 썼어야 되는 곳이었죠. 수수료 20프로, 선입금하고 일 할때마다 20%씩 따박따박 빠지던 회사였습니다. 여기서 저는 처음으로 만 원짜리 콜들을 접했었지요. 이때도 참 추억이 많았던 게, 압구정 광림교회 앞에 서 있으면서 소망교회 앞에 있다고 지랄한 아저씨도 있었고, 학동 사거리랑 학동 역 사거리를 헷갈려서 택시타고 간 저한테 욕하시던 분도 계셨죠. 길도 모르는데 뭔 대리를 하냐면서 저한테 택시비나 하고 집에 가라고 삼천 원을 앞주머니에 넣어 주시길래 받은 다음에 주머니에서 오천 원짜리 하나 꺼내서 앞주머니에 넣어 드리면서 애들 과자값이나 하라 그러고 왔었는데... 여기서 어떻게 관뒀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납니다만 별로 좋게 나오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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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다니던 회사가 참 좋았습니다. 정말로 사람이 좋은 사장님이 새로 새운 회사였죠. 영구대리운전이라고 용인쪽에 사무실을 만든 회사였는데, 기사들을 위한 회사를 표방하며 회사 내에서 받은 오더를 회사 기사가 처리할때 수수료를 10%만 받아가셨었지요. 회사를 처음 세우고 한 달 간은 모든 오더를 기사들에게 그냥 주셨기도 했구요. 초기에 그 회사의 콜을 탈 때는 거의 모든 고객님들이 사장님의 단골이었고, 사장님의 인품을 칭송하는 그런 분이셨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는 양아치 짓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콜비 십수만 원을 떼어먹고 튀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죄송스러워요. 가끔 같은 이름의 대리회사 광고를 듣는데, 제발 같은 사장님이 잘 되셔서 커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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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엔 다섯 번째로 다시 두 번째 다니던 회사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이 사이사이에 대리 일을 안한 적도 있었고 해서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만, 여긴 그래도 꽤 오래 다녔었지요. 제가 처음에 다닐때만 해도 좀 사이즈가 있는 회사였는데 다시 돌아가보니 사무실도 엄청 작아져있고 기사분들도 굉장히 많이 빠졌더군요. 나중에 듣기로는, 사무실에서 오더를 받아서 정리하는 여자분이 사장 마누라였는데, 자기한테 잘하고 맘에 드는 기사한테 오더를 몰아줬었다고 합니다. 그런 저런 일들 때문에 계속 문제가 생겼었고 결국 저 포함해서 기사분이 네 명인가 밖에 없게 되었죠. 그 회사 실장님이 새벽에 사무실도 혼자 다 보시고, 오더도 필요하면 다 처리해 버리시는 좀 대단한 분이셨는데, 나중에 얘기를 들어 보니 갈데 없는 상황에서 일을 시작을 했는데, 첫 날 불심검문에 걸렸고, 기소중지 상황이셨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있던 상황에서 대리회사 사장님께서 바로 경찰서로 쫓아가서 벌금 기백만 원을 꽂아주셔서 일이 처리가 됐고, 그래서 그 다음부턴 몇 년째 충성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제가 나올 때 쯤엔 결국 실장님도 공짜로 사무실 봐주고 오더 처리하는 걸 그만 두며 이직하시고, 사무실도 없어지고 하여 그냥 콜센터 하나 해서 이름만 파고 남아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다음에는 여기저기서 일을 조금씩 하긴 했습니다만, 저는 대리운전을 처음부터 부수입으로 생각하면서 시작을 했었고, 이 사이사이에도 다른 일이 더 많았었습니다. 수입이 나쁘지 않고, 출퇴근이 자유로운 부업이었기에 저는 꽤나 재미나게 일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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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기사 조합은 제가 일 하면서 꾸준히 얘기가 나왔었고 오 년쯤 전에 경기 어딘가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팟캐스트를 들어보면 대리운전 기사분들은 여기저기에 빨대가 꽂혀 있고, 그래서 보기 안쓰럽다는 시선을 느낍니다. 대리기사한테 빨대 많이 꽂혀있는 거 맞습니다. 일 하는 만큼 돈 제대로 가져가시는 전업 대리기사 분들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정말로 매일매일 주말 없이 일한다면 한달에 이백만 원 정도를 가져가지 못하는 건 또 아닙니다. 그렇게 일해서 가져가는 돈이 적다는 건 또 굉장히 맞는 말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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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어째서 대리기사들에게 꽂힌 빨대를 우리끼리 처리를 해야하는가? 어째서 플사와 대리회사와 또 보험회사와 싸우는 건 온전히 대리기사의 몫인 건가? 나라시(편집부 주 : 불법 자가용 영업 택시)를 막지 않는다면 택시기사분들에게는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택시기사는 어쨋든 자격증이 있는 직업이고 그렇기에 정부에서 관리를 합니다. 지금 대리시장이 정부에서 개입하지 않을 만큼 작거나, 또는 정부에서 개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깨끗하게 굴러가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째서 대리기사도 자격증을 만들자는 얘기는 안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일 하시는 분들이 문제라면, 지금 일하는 대리기사 개개인이 자신이 대리기사라고 신고를 하고 택시같은 개인사업자로 만든 후, 지금부터 유입되는 기사분들에게 시험을 보게 하면 됩니다.


여기저기서 돈 버는 일이 실패하고 최후로 들어오는 곳이 대리기사인 현 상황에서, 대리기사의 유입을 막지 않는다면 다른 모든 대책은 의미가 없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낮은 콜비나 지나치게 높은 플사(편집부 주 : 접수 시스템을 개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회사. 온라인 상에 서버 시스템을 운영하여 이 서버에 접속해서 콜을 확인하고 잡을 수 있는 앱을 만들어 스마트폰에 탑재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사들에게 프로그램을 공급) 이용료, 그리고 보험 등은 지금 시스템에서는 절대 건드리지 못합니다. 아무리 베테랑 기사분들이 오더를 처리 안한다고 해도, 그 오더를 처리해 줄 새로운 기사분들이 들어올 텐데요. 그리고 다시 서비스는 낮아지고 거기에 따라서 콜비도 낮아지는 하향평준을 향해 달려갈 겁니다.





편집부 주 


지난 2012년 1월 28일 부산서 첫 대리운전 자격검정 시험이 치뤄졌다.

관련 기사 (링크)






어릴 때부터 쓰고 싶었던 글을 나이 처먹고 쓰게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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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투불패 pep씨

편집 : 꾸물,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