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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08. 수요일

락기









해외축구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시즌이 시작되지 않은 지금, 최대 관심사는 이적시장일 것이다. 리버풀 팬인 나도 이적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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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은 제임스 밀러 영입에 성공하였으며 최근 나다니엘 클라인까지 2015년 6월, 무려 6명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보니 다음 시즌 EPL 우승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도 확 든다. 리버풀의 우승을 기원하며 최강팀! 우리 팀! 리버풀 이야기만 주야장창 하고 싶지만, 오늘 할 이야기는 리버풀이 아니다. 


축구와 연관돼 있는 이야기면서도, 필드에서 공을 차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이 아닌 돈을 가지고 세계 축구판을 뒤흔드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국제축구연맹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바로 이슈의 중심에 선 남자, 제프 블라터와 FIFA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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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블라터 회장이 2015년 6월 2일 사임했다. 그러나 블라터는 FIFA에서 당장 떠나는 것이 아니다. 다음 회장 선거가 있을 12월, 늦으면 3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한다. 당장은 사퇴를 피하고 있다고 표현할 처지겠지만 블라터의 권력욕은 죽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사퇴 국면을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며 자신의 측근을 회장 자리에 올려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블라터의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블라터의 후계자란 타이틀이 더욱 불리한 입장을 만들 수 있는 구도가 되었기에 블라터의 후광을 받았다고 말하며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블라터의 후계자라 자청하는 인물도 없다. 축구 카르텔의 수장이라 불리는 블라터지만 이미 판세는 블라터에게 불리하게 기울고 있다. 블라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FIFA는 개혁 아닌 개혁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대상은 제프 블라터만이 아니다. 블라터 이전 시대의 제왕의 자리에 앉아 축구 카르텔을 키운 또 다른 인물은 이미 개혁의 대상이 되어 2013년 명예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블라터가 제2의 이 인물이라 해도 무방해 보일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던 인물, 블라터 이전의 FIFA의 제왕 주앙 아벨란제다.

 



주앙 아벨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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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앙 아벨란제는 브라질 수영 선수 출신으로 1974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24년을 FIFA 회장을 지낸 사람이다. 축구 선수 출신이 아닌 수영 선수 출신에다 수구도 한 전력이 있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 축구연맹의 맹주가 되었으며 그 기반을 바탕으로 비유럽인 FIFA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아벨란제는 FIFA 회장 재임 시절 유럽국가보다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유럽 국가에 전폭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54개국뿐인 유럽의 표를 압도하는 비유럽의 표를 얻어내 오랜 기간 회장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FIFA를 국제적 기구로 키워낸 장본인이지만 각종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프 블라터는 주앙 아벨란제 회장의 오른팔로 17년을 지낸 전력이 있다. 17년간 아벨란제의 밑에 있던 블라터는 아벨란제가 물러난 뒤 FIFA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이것은 아벨란제의 힘이며 아벨란제의 왕국의 2세가 블라터가 된 것뿐이었다.

 



비영리 단체 FIFA

 

비영리 단체를 표방했지만, 올림픽과 맞먹는, UN보다 많은 회원국을 가지게된 조직 FIFA.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다보니 뇌물과 비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FIFA가 비대해진 덩치만큼이나 큰 돈 덩어리가 된 것은 축구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스포츠로 키운 사람들이 존재해서 가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벨란제와 블라터가 그 중심에 있다. 전 단락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벨란제는 비유럽 국가의 축구연맹 지원에 집중했다. 축구장을 지어주기도 하고 연맹에 돈을 보태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기도 하였다. FIFA의 비 유럽국 지원 행보를 토대로 축구가 일부 국가의 스포츠가 아닌 세계인의 스포츠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아주 좋은 일이겠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좋은 일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따라온다.

 

정치가 똑바르게 행해지는 곳이 아닌 국가에선 부정부패의 싹이 금세 자란다. 이건 비유럽 국가에 대한 편견 혹은 선진국 아닌 국가에 대한 편견도 아닌, 그냥 당연한 현상이다. FIFA가 비유럽 국가에 대한 지원을 활달히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1국 1표 제도를 시행하는 FIFA 선거에서 비유럽 국가의 압도적인 표를 얻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타국을 이용한 자금 횡령이다. 드리다드토바고 축구연맹의 특별 고문인 잭 워너의 아이티 대지진 성금 횡령이 그 대표적인 예다. 2010년 10만의 아이티 국민이 대지진으로 생을 마감했다. 구호의 손길이 절실한 아이티를 위해 국제사회는 너나 할 것 없이 모금하였고 FIFA도 모금에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실상은 잭 워너가 돈 일부를 횡령했다는 정황이 BBC 취재로 밝혀졌다.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아직 상세하게 나오지 않고 있지만, 취재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를 기점으로 비유럽, 후진국에 대한 자금 횡령 사건이 여럿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FIFA의 부정부패

 

그렇다고 후진국의 축구연맹만 탓할 수는 없다. FIFA부터가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FIFA가 주도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아벨란제-블라터로 이어지며 독재 권력화된 FIFA 내부의 문제도 많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곳이 독재 국가는 물론 FIFA일 것이다. 막대한 중계료, UN보다 많은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 공룡. 


하지만 아벨란제와 블라터는 만족하지 못했다. 월드컵 개최지를 놓고 벌어지는 로비와 뇌물에 관대하게 굴었다. 게다가 FIFA의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함은 물론 측근들이 착복하는 것도 모른 체했다는 정황까지 뉴스에 올랐다. 블라터의 최측근 7명에 대한 조사와 연행이 스위스-미국 공조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미국이 스위스에 공조를 요청했고 스위스는 이에 응하기로 하면서 수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FIFA의 부정부패가 수십 년 이어져오고 있는데 왜 하필 지금에서야 수사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일까? 잠깐 주간 경향의 기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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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보기

 

흥미로운 기사다. 요약하자면 러시아 압박용 수사라는 거다. 미국이 개최지 선정에 불만을 품고 있었으며 러시아 내부의 반 푸틴 정서가 퍼지고 있고 푸틴은 월드컵 개최로 불만은 잠재우려 하는데 미국이 이걸 그냥 두고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비리가 밝혀진다고 해도 과연 FIFA의 부정부패가 뿌리 뽑힐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러시아 압박용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조사는 언제든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FIFA 내부가 변혁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다. 당연한 것이 블라터가 FIFA 내부의 인물을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채워 넣었을 리 만무하고 이번 조사를 통해 수입이 줄거나 일이 빡세질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위스 측도 세금을 내지 않는 국제기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 거기까지다. 미국의 공조 요청이 없었다면 두고 볼 수밖에는 없었던 입장이다. 미국 주도의 수사라 탄력을 받고는 있지만,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미지수로 봐야 한다. 물론 블라터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여러 가지의 문제가 한꺼번에 고쳐지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수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FIFA를 완전히 갈아엎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블라터의 몰락과 러시아의 압박은 가능하리라 본다. 이미 반 블라터 세력의 공세도 시작되었고 블라터는 최후의 최후까지 밀려나 사실상 독재의 마침표가 찍힌 상태다. 지금이야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고 하지만 그의 죽지 않은 권력욕만큼이나 반 블라터 세력의 권력욕도 만만찮다.

 



반 블라터 세력의 집권 가능성

 

12월에 있을 회장 선거를 위한 각 후보의 대권 행보가 벌써 진행 중이다. 우선 유럽축구연맹의 플라티니 회장이 후보군 첫머리에 있다. 유럽축구연맹은 꾸준히 반 FIFA 세력이었다. 미셸 플라티니 이전의 렌나르트 요한손 전 유럽축구연맹 회장도 주앙 아벨란제와 대립했으며 지금의 미셸 플라티니도 반 블라터의 큰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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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플라티니도 비리에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다. 플라티니가 각을 세운 건 블라터이지 블라터의 부정부패가 아니라는 거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유치 당시에 지금은 유럽축구연맹 마케팅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세르게이 푸르센코가 전 러시아 축구협회장이었으며,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와도 긴밀한 연결점이 보인다. 카타르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의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가 있다. 이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 먼트는 파리 생제르망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데 파리 생제르망에서 법률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미셸 플라티니의 아들 로랑 플라티니이다.

 

쉽게 말해 러시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이 끝난 후 러시아 축구연맹 회장이 플라티니 밑에 갔다는 것, 카타르 회사에 아들이 법률 자문으로 있다는 것, 모두 미셸 플라티니가 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의혹을 살 대목이라는 거다. 그러니깐 러시아와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를 위해 블라터뿐 아니라 플라티니와도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에 신빙성이 생기는 거다.

 

영국뿐 아니라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플라티니가 FIFA 회장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을 정도니 플라티니의 행보도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두 번째로 거론되는 인물은 알리 빈 알 후세인 FIFA 부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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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왕자인 알리 빈 알 후세인도 반 블라터 세력으로 분류된다. 비록 정몽준과의 부회장 대결에서 블라터의 지지로 승리하였지만, 그 이후에는 꾸준히 반 블라터 세력으로 활동하였다. 최근 블라터와 회장 경선에서 맞붙은 전력도 가지고 있다. 그때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야권(?) 후보들을 설득, 단일 후보로 출마하며 블라터와 각을 세웠던 일이 있다. 비록 선거에 졌지만 가장 최근에 블라터와 맞붙었단 이유와 야권 단일화를 해냈다는 이유로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리고 FIFA에서 어느 정도 활동을 했던 인물이라 외부의 인물에 대한 FIFA 내부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후보이기도 하다.

 



정몽준, FIFA 회장 당선 가능성

 

마지막으로 정몽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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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몽준도 반 블라터 세력 중 하나다. 그동안 FIFA 부회장을 연임하면서 블라터와의 각을 세웠던 인물이기도 하다. 블라터와 정몽준의 싸움 중 2009년 올림픽에서 축구에 관한 룰 변경으로 맞붙은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피파는 2009년 올림픽에서부터 21세 이하 선수로 구성된 국가만이 올림픽에 참여토록 하며 와일드카드를 쓰지 말라는 내용의 룰 개정을 추진하였다. 이유는 당시 올림픽과 유럽과 남미의 프로리그와 일정이 겹친다는 것이었다. 그때 정몽준은 올림픽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며 블라터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정몽준은 FIFA 회원국에 편지를 돌려 자신의 주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으며, 결국 블라터 전 회장은 뜻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2년 뒤인 2011년 1월에 부회장 선거에서 낙마했다. 블라터의 입김으로 인해 낙마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이다. 정몽준은 이때 FIFA 내의 의결권도 잃게 되었다. 비록 그 이후에 블라터가 정몽준을 명예 부회장으로 추대하였지만, 의결권이 없는 명예직이었다.

 

정몽준도 FIFA 회장 자리가 탐날 것이다. 2002년 대선 때 월드컵 유치와 대한민국 축구팀이 4강에 오르자 정몽준의 지지율도 같이 올랐던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한 후 정치 인생의 내리막을 걷고 있는 정몽준은 FIFA 회장 자리를 노릴 것이라 본다. 플라티니 회장과의 접견, 여자 축구 월드컵 결승 관전을 할 것이라는 발표 등 열을 올리는 모습은 그의 의중을 살필 수 있는 단서겠다. 


하지만 정몽준의 당선 가능성은 적다. 인지도도 낮을뿐더러 처음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FIFA 내부는 돈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FIFA 내부에서는 정몽준의 이미지에 대해 '젠틀한 신사이지만 돈에 관한 한 옹졸하다'는 선입견이 깔려 있다고 한다. 국내 정치를 위해 돈에 대해 조심해야 하는 터라 FIFA 내부에서조차 조심함을 유지했던 결과로 보인다. 정몽준의 FIFA 회장 도전은 힘들어 보인다. 각종 미디어에서도 정몽준의 회장 당선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시 제프 블라터

 

제프 블라터는 다시 회장에 도전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직 제프 블라터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고 있진 않지만, 블라터의 측근들은 하나둘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블라터의 손발은 꽁꽁 묶인 것과 다름 없다. 7월 2일에는 자신이 결백하다는 말을 했지만, 누구 하나 믿는 사람이 없었고 최후의 발악이라는 평을 들어야 했다. FIFA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힘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FIFA는 블라터 없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터가 FIFA에 남아있는 방법은 조사가 끝난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명예회장이나 기타 FIFA에 관련된 명예직을 받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명예직이라 얻어내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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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FIFA

 

많은 사람이 블라터의 조사를 기대하고 고대해왔다. 비영리 단체 FIFA의 투명한 일 처리와 정직한 회장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이 그 개혁의 시발점이며 카르텔이란 오명을 떨쳐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아직은 FIFA 내부는 변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오래 지속된 블라터 독재 체계에 이미 적응한 결과라고 보인다. 


익숙한 부당함을 떨쳐내기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되겠지만, 축구팬으로써 이 단체가 점진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개인적으로는 FIFA가 반도의 독재 시절의 전철를 밟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축구팬들마저 모 나라 사람들처럼 침울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발전하길, 그래서또 하나의 독재가 몰락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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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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