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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03. 월요일

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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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심심해서 그냥 만들어봤다. 


오천만 대한민국 국민 중에 여기 들어와서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정도면, 이거저거 다 아는 분덜일테므로, 말돌리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루다가 얘기해 보자. 당신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추진위원장의 통합신당 창당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또 사방팔방에서 욕할 게 뻔하니 그냥 미리 내 생각부터 말해두겠다. 정치전략적으로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보고, 내 개인적 정치적 가치관을 기준으로는, 아직 창당 발표밖에 없으니, 결론을 못 내리겠다. 한마디로 판단 유보다.


여론의 반응은 크게 환영과 비판, 그리고 중간이 있다. 환영은 말 그대로 환영이고, 중간층은 나처럼 아직까지 발표말고는 한 게 없으니 두고 보면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거나,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입장이거나 하겠다. 비판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가장 포괄적인 개념으로, 합의의 과정이 양측 수장끼리 뚝딱 해치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과정에서의 민주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 김광진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발표 5분 전에 문자로 “미리 상의하지 못해 양해를 구한다”라는 말을 전하고 바로 발표를 했다고 한다. 김한길이 혼자 결정한 건지, 주요인사 혹은 측근인사들만 상의하고 나머지는 모른 건지, 현재는 알 수 없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와는 무관하게, 절차에 있어서 당 이름 자체가 ‘민주’당인 한 당의 이 정도 규모 결정이, 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도 모르게 결정됐다는 데에서 비판할 여지는 충분하다.


비판층의 다른 부류로, 문제는 김한길인데 김한길이 이런 결정을 하고 자빠졌으니 꼴보기 싫다는 사람들이다. 공교롭게도 바로 전일인 3월 1일에 김한길 사퇴 촉구 삭발시위가 있었다. 이에 대한 일말의 대응 없이 이런 중대한 발표가 김한길-안철수 두 명에 의해 이뤄졌다는 데 대해, 이미 김한길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부류는 당연히 그 비판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형국.


또 다른 부류로는, 안철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겠다. 원래부터 안철수라는 이름 석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 경기를 이어가는 게다. 다소 냉소적인 투로,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정치적 영향력이 기대에 못미치자 마치 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하는 것과 같은 시나리오를 정치에 적용시켰다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여당지지자들이 있겠다. 이 사람들은 김한길이나 안철수 이름만 나오면 화장실에서 똥을 쌌대도 싫어하겠지.



여기까지만 보면, “두 대표급 인사의 전격 발표로 여론은 다양한 의견을 비추고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솔직하게 까놓고 얘기해 보자. 저건 결과의 표면일 뿐인 거, 서로 다 알잖아. 속내는 따로 있잖아들.


별로 이 얘기 하고 싶진 않지만,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그 이름, 친노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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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향




내 개인적인 주장인데, 정치적으로 친노라는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념적으로 떠올린 명칭이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채 실존하는 정치계파가 아니란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계속 쓰이는 이유는, 순전히 다른 이름을 짓기 귀찮은 데다, 정치적으로 유용한 선긋기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민주당은 삼김정치 시대 이후 386들이 중견 정치인이 되어가는 세대교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상징되는 계파가 눈에 띄게 분리된다. 이후 열린우리당이면서도 노무현에 비판적이었던(혹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정동영으로 상징되는 계파가 다시 한 번 분리된다. 그러니까, 열린우리당 계열이면서 정동영계열이 아닌 그룹은, 그냥 노무현 계열로 편의상 분류된다.


추가로 정말 공상과학급 가설을 덧붙이자면, 노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굳이 친노라는 이상한 이름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친박연대라는 존나 시발 말도 안되는 정당이 존재했다는 데에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박근혜 지지계파가 박근혜가 없는 당을 만들어 놓는 코미디가 버젓이 벌어져 버렸으니, 명칭 자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사실이 별로 안 중요해져버린 거지.


암튼.


심지어, 친노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친노 계파의 가장 핵심에 있다고 주장하는 문재인 의원마저도, 수차례 “친노라는 계파는 없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실제로 저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이 뭘 조직적으로 한 정치적 행위가 최근 5년간 있긴 있나? 그런데도 친노라는 말은 계속 쓰인다. 앞서 말한 이유들 이외에, 아직도 그 말이 쓰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치인들이 아닌 지지자 세력이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겠다. 소위 노빠라는 말로 폄훼적 수식을 당하는 이 지지자 세력은 온라인상에서나 오프라인상에서나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다. 그들은 여전히 고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이어서 이미 낙선한 문재인 의원이자 전 후보를 지지하고, 당시 참여정부 인사들 및 그 계열의 민주당 의원들을 지지한다.


여기서 웃기는 일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민주당내 어떤 세력에서 문재인을 압박하기 위해 친노책임론이라는 말을 들고 나온다. 이 때 노무현 지지자이자 문재인 지지자인 사람들이, 문재인을 압박하는 그 세력을 압박한다. 이 과정에서 친노는 없다는 문재인의 말은 희석되고 “친노를 건들지 마라”는 지지자들의 말만 남으면서, 버젓이, 친노라는 개념이 지속적으로 유통되어 생명을 얻고 만다. 마치 HOT 멤버들이 해체하면서, 각자 솔로로 살아남으려고 최대한 HOT 그늘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오빠들은 나의 영원한 HOT에요” 이러는 느낌.


이렇게 되면서 친노 프레임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내 일부 세력이, 정치적으로 필요할 때 사용하는 도구가 됨과 동시에, 노무현-문재인 지지자 그룹이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과 맞지 않는 세력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쌍방향의 도구가 된다. 자신들이 싫어하는 정치인들인 과거의 정동영(요즘은 또 아니지만), 손학규, 김한길, 안철수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친노를 박해했다는 프레임을 쓰게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 지지자 세력 자체가 영향력이 크다 보니,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그룹이 이 지지자 세력 자체를 비판하기 위해 친노 프레임을 사용한다.


이렇게 친노는 없는데 친노라는 말은 남는다. 시발 무슨 오즈의 마법사야. 마법사는 없는데 마법은 있어 막.


다 좋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도 있지 않은가. 이름을 불러줘서 그 이름으로 존재하니 뭐 어쩌겠나. 친노라는 말을 쓰는 건, 개인적으로는 맘에는 안 들지만, 그냥 인정하고서 다음 얘기로 넘어가 보자. 갑자기 이 얘기를 왜 꺼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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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소위 깨시민, 노빠, 문빠 등 수많은 폄훼적 이름으로 불리는 노무현-문재인 지지자 세력의 입장에서 제일 싫어하는 상징적인 인물 3명을 대라면,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 안철수 추진위원장, 김한길 대표겠다. 그들의 시선에서 본다면, 박근혜 정부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문재인의 대통령 자리를 빼앗아 간 거고, 안철수 당시 후보의 뜨뜻미지근한 간보기가 문재인의 표를 깎아먹었고, 김한길 대표는 그 정당치 못하게 빼앗긴 대통령 자리를 되받아 오는 데에는 게을리하면서, 문재인을 계속 압박하고, 급기야 안철수랑 손을 잡겠다는 깜짝발표를 한 거다.


저 내용의 사실 관계는 둘째치고, 어쨌든 그 지지세력의 입장에서 저 3명으로 상징되는 정치세력에 대한 반발이 강하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사실, 이번 통합 신당 창당에 대해 김한길을 비판하는 사람과 안철수를 비판하는 사람은 같은 사람인 게다. 이 사람들은 분명 문재인 의원이 공식적으로 이번 발표에 대해 ‘환영이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김한길과 안철수를 계속 깐다. 이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참으로 미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지점이다. 마치 아까 그 HOT 팬들이, 다른 아이돌들 존나 까다가, 어느 날 핫젝갓알지가 결성되는 걸 보고 “어머 시발 내가 졸라 싫어하는 애들이랑 합쳤으니 너도 꺼져”라면서 계속 존나 까는 걸 보는 기분이랄까. 이러다 이 사람들 문재인까지 까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암튼, 그러니까 이번 발표에 대한 여론은 그렇게 다양한 게 아니다.


여당 지지자들이 나름대로 야합이네 새정치가 이런 거였네 하면서 까고, 극렬한 노무현-문재인 지지자들이 김한길과 안철수를 까고, 둘 다 아닌 사람들이 적당한 선에서 그냥 지켜보거나, 합의 절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거지.


합의 절차에 대한 우려는, 말 그대로 합의 절차에 대한 우려다. 즉, 그 우려가 아무리 크다한들 이 발표는 아직 효력이 없다고 할 수는 있어도 통합 신당 창당은 해선 안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는 없다. 원칙적으로 생각한다면, 결국 중요한 건 민주당 소속 의원들 및 당원들, 그 지지자들과 안철수의 새정치추진위원회 측 인사들 및 지지자들이 이 발표 내용에 대체로 합의하느냐 아니냐다. 만약 일단 발표해 놓고,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산될 거고,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대로 진행될 거다. 결국엔 원칙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 양 수장들이, 입 싹 닦고 “어차피 잘 됐잖아” 이러면 그만큼 실망하게 되는 거고, 수긍할 만한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한다면 수긍을 하면 되는 거니까.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절차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나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엄밀히 말하면, 그 문제의식은 이 통합 신당 창당에 대한 입장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까 결국엔 여당 지지자, 극렬한 노무현-문재인 지지자, 둘 다 아닌 사람들. 이렇게 3그룹 남는다. 원래 있어온 그 3그룹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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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동안 주지해 왔듯, 여당 지지자들은 항수다. 그들은 변동이 없다.


그 얘긴, 대체로 보수적이지만 여당 지지자들의 무리가 싫은 사람들도 변동이 없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그들이 여당을 싫어하는 정도는 정해져 있다는 거다. 야당에 맘에 드는 놈들이 하나도 없으면 기권하거나 여당으로 가게 되는 거고, 야당에 맘에 드는 후보가 나오면 그 후보를 찍는 거고.


이렇게 되면 변수의 핵심은, 지난 대선 시즌 전후로 강한 영향력을 형성한 노무현-문재인 지지 집단과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이다.


이 집단을 싫어하는 야권지지층이 변수의 핵심이 아닌 이유는, 이들의 대부분이 노무현-문재인 지지 집단의 행동에 대한 리액션으로 현재의 스탠스가 정의됐기 때문이다.


노무현-문재인 지지 집단과 이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유연성과 포용성을 성공적으로 확장하게 된다면, 대체로 보수적이면서 여당은 싫어하는 사람들부터, 대체로 진보적이면서 노무현-문재인 지지집단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지나서, 완연한 진보층까지 연대가 일어난다. 반대로, 이들이 유연성도 포용성도 없는 독고다이가 된다면, 야당 지지층이 소위 분열되는 거고, 진보도 떨어져 나가고, 그런 꼴을 보면 대체로 보수적인 사람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여당을 계속 찍거나 기권하겠지.


시작할 때, 돌려말하지 말고 아는 사람들끼리 까놓고 얘기하자고 했으니, 그냥 까놓고 얘기하겠다.


노무현-문재인 지지자분덜 중에서도 특히, 김한길, 안철수 이름만 들으면 밥맛이 떨어진다고 대놓고 말하는 과격하신 분덜. 트위터에서 듣기 싫은 말 좀 한다고 조리돌림하면서 멘션으로 쌍욕하거나 비아냥거리는 열분덜이, 현재 한국 정치구도에서 변화의 열쇠다. 열분덜이 계속 그러시면 이번 통합 신당 창당 정도의 이벤트가, 이 한국땅의 정치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대의 변화다. 이 마저도 쌍욕하고 비아냥거리면, 그냥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계속 그냥 이대로 간다.


욕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갑자기 우리 항기리 잘하네, 우리 촬스 사랑해요 이러라는 게 아니다. 그냥 생각해 보자고. 스스로 오히려 친노 프레임을 본인들의 개인적인 정치적 욕망을 위해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김한길이든 손학규든 안철수든, 자신의 지지 세력에 불이익을 줬다는 이유로 가혹하고 감정적으로 비판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대중들의 정치적 스탠스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같은 지지자들을 떠나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이 모든 생각을 통해서, 열분덜 스스로는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확신한 채 행동하셨겠지만, 그 신념 자체는 오류가 없을지언정, 행동에서는 변화의 여지가 발견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변화가 일어나서, 유연성과 포용성이 다소간이라도 확장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이 존나 지겨운 정치구도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이러면 또 멘션통이나 댓글로, 김한길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설명하고, 안철수 빠들이야말로 존나 나쁜새끼들이라고 하는 분덜이 차고 넘치겠지만 그런 행동들 자체가 변화할 여지는 없는 건지 생각해 보자. 그런 욕먹는 거 내가 지겨울 정도면 열분덜은 더 지겨우실 거 아닌가.


너 나빠. 니가 더 나빠. 너 무례하네. 니가 더 무례한데? 이런 말싸움 무한 순환, 까놓고 우리 다 이거 지금 존나 지겹잖아.


“그러는 너는 왜 변할 생각 안하냐”라고 너나 잘하라는 멘션과 댓글도 차고 넘칠 것으로 안다. 그에 대해선 나도 생각해 볼 테니, 우리 같이 생각해 보자는 제안이라 받아들여주시라.



암튼 내 생각엔, 열분덜의 변화가 이 나라의 변화를 가져올 열쇠니까. 이 나라에선 지금 나보다는 열분덜이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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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덜이 중요해








춘심애비

트위터 : @miiruu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