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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10. 월요일

견인차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휴재한 한 달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어요. 더 쉬다 못해 아주 그냥 쭈-욱 쉬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다려 주신 여러분, 흔쾌하게 쉬도록 허락해 주신 딴지일보 편집부 여러분, 정말로 감사합니다. :)

 

어릴 때 TV나 영화에서 지나치듯 봤는데 두고두고 너무 무서워서 나이 스물 더 먹고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 지는 괴물이라든가, 귀신이라든가, 요괴라든가, 이런 상상 속의 대상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내용은 기억 안 나지만, 어릴 적에 TV에서 본 흰머리에 새빨간 눈에 캬아아아아악! 하고 얼굴 찡그리면서 송곳니 드러내던 구미호가 정말 무서웠습니다. 아직도 가끔 눈 감고 머리 감다가 귓가가 오싹해지곤 합니다. 


더군다나 친구들이 죽은 사람을 매장할 때 돌 판으로 덮지 않으면 여우가 나타나서 간만 빼먹는다는 이야기를 해 줘서 나는 꼭 화장되리라 하고 마음 먹은 적도 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엔 이미 한반도에서 여우가 멸종한 상태였는데도 말이죠.


그럼 오늘은 “이→런↗ 요→망한 불↗여우 같은 냔↗↗!!”(화살표 방향에 맞춰 악센트를 주며 읽어 봅니다. 막장드라마 시어머니 목소리로 하는 게 포인트)이라고 하면 모두가 무슨 뜻인지는 알 정도로 한국문화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지만, 정작 한반도 생태계에서는 멸종한 붉은 여우에 대해 알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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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




1. 붉은 여우로 세계 정ㅋ벅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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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우는 세계 여기저기에 많이 퍼져 있습니다. 한반도에 살았던 토종 붉은 여우, 영국각종 우화에 나오는 붉은 여우, 뽠따스틱 미스터 폭스에 나오는 조지 클루니 붉은 여우는 다 같은 붉은 여우입니다. 사실 붉은 여우의 아종(종을 다시 세분한 생물 분류 단위)들로 지역적 특성과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조금씩 다를 뿐이지, 같은 붉은 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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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지역은 토종, 보라색 지역은 인간에 의한 진출, 갈색 지역은 불확실한 지역입니다. - Wikipedia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쌈 싸먹고 남아메리카만 정복하면 육대주 진출입니다. 물론 그러면 안되겠지요. 만일 간다 해도 남아메리카에 붉은 여우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재규어 ㄷㄷㄷ, 카이만 ㄷㄷㄷ, 기타 등등 ㄷㄷㄷ.

 

한반도에선 어느 정도 덩치가 되는 육식/잡식 동물들은, 번식력이 남다르지 않고서는 거의 멸종되었습니다. 때문에 한국에서 여우는 생태계로 귀환시키고 싶은 동물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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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

 

 

영국 같은 경우에는 愛여우파 vs 殺여우파로 나뉘어서 죽이자 살리자 하면서 국가 내 여론이 두 갈래로 나뉘어 싸우는 중입니다만(다른 모든 동물을 잡아 먹는 건 용서해도 정원을 망치는 건 용서할 수 없드아아아아!!!), 상반되게 호주에서는 愛여우파 따윈 없ㅋ음ㅋ니다. 호주 정부의 여우에 대한 입장은 우리나라가 황소개구리를 대하는 입장과 비슷합니다.


여우가 호주에 진출하게 된 이유는 여우사냥이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19세기 유럽산 호주인들 때문이죠. 수입해서 개체 수를 늘린 후 사냥해 죽이자!는 츤데시발레 호주인들. 비슷한 이유로 18세기에 토끼를 들였다가 엄청난 개체 수 증가로 피를 봤는데, 당시에는 외래종 수입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사람들이 잘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인간재앙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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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진행 중

 

 

여하튼 새로 온 동네에 새들은 땅에 알을 낳고, 잡아 먹을 째깐한 토착동물들 많고, 토끼들도 엄청나게 많다 보니 여우들은 신나서 “에헷♥ 여긴 천국인가?”하고 증식했고 그로부터 약 200년가량 지난 지금도 호주 정부는 토끼와 여우로 골머리를 앓고 있죠.

 

 

 

2. 붉은 여우는 13 종들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큼

 

여우 중에는 붉은 여우가 아무래도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막강한 개체 수를 자랑 합니다만, 유일한 여우는 아닙니다. 현재 생존하는 여우는 북극 여우, 회색 여우, 뱅골 여우, 아프간 여우, 케이프 여우, 코사크 여우, 태베트모래 여우, 키트 여우, 검은꼬리모래 여우, 흰꼬리모래 여우, 스위프트 여우, 붉은 여우, 사막 여우 총 13종 정도가 있습니다. 다들 귀엽지만 그 중에 북극 여우가 가장 귀엽습니다. ♥아랫턱아랫턱.(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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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끅 여우 짜응♥

 


이 13종의 여우 중에 가장 작은 종은 사막 여우(Fennec Fox: Vulpes zerda)로 다 자라봐야 몸길이 24 - 41 cm에 몸무게가 1 - 1.5 kg 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면 붉은 여우(Red Fox: Vulpes Vulpes)는 몸길이 46 - 86 cm에 몸무게 3 - 11 kg까지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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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비교

 


일단 몸길이는 대략 두 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꼬리는 어떨까요? 붉은 여우의 꼬리는 대략 30.5 - 55.5 cm 이고 사막 여우의 꼬리는 약 18 - 31 cm정도입니다. 그럼 합하면 크다란 붉은 여우는 몸길이 + 꼬리길이 86 + 55.5 = 141.5 cm 이고, 짱 큰 사막 여우는 41 + 31 = 72 cm 이므로, 141.5 cm vs 72 cm 가 되네요. 약 두 배 정도의 크기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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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헷 이겼당




3. 여우 꼬리의 비밀

 

여우의 꼬리는 참 복실복실한데 길기까지 합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 상정! 그 이유는 민첩성을 위한 발란스! 추위를 견디기 위한 보온! 그리고 다른 여우와의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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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죄송합니다)

 

 

여우의 꼬리는 여우의 몸에서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존에 아주 중요한 역할들 또한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우는 기회주의적 잡식동물이지만, 채식보다는 역시 육식(고기!)을 더 좋아합니다.(고기고기!) 같은 개과 동물인 늑대와 마찬가지로 사냥을 해야 살 수 있는 동물이라는 뜻이죠.(고기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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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늑대 나는 여우

 


하지만 늑대와는 다르게 여우는 지구력이 강한 편도, 근력이 강한 편도 아닙니다. 심지어 개과 동물들 중 가장 작아서 가끔 독수리나 올빼미들한테 털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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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하아ㅡ항러ㅣㅏ어히ㅏㅓㅇㅠㅜ

 


여우가 이런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육식(고기!!)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민첩성과 영민함 덕분입니다. 여우의 사냥 법은 단순하고도 복잡합니다. 일단 냄새를 킁킁킁킁킁킁킁 X 100 맡으며 설치류나 작은 사냥감을 찾아 다닙니다. 그러다가 가까이 다가가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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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떨어진 곳에서 안테나 같은 귀를 쫑긋 쫑긋 해서 위치를 파악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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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잇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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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발싸!!

 


이렇게 꼬리로 밸런스를 잡으며 민첩하게 움직여 사냥합니다. 민첩한 움직임으로 가끔 나무 위에 올라가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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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볼 땐 나무 타요

 

 

그리고 매우 매우 쁘띠하게도 잘 땐 추우면 정말로 안고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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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4. 개 가축화의 비밀에 열쇠!

 

인간이 가축화를 시킨 동물들 중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종이 있다면 바로 개입니다. 딱히 먹으려고 키운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연 발생된 것 같지는 않고, 단순히 선별 사육했다고 보기엔 같은 조상라인을 타고 온 늑대와는 갭이 너무 크고 그 와중에 사람은 엄청 좋아하고, 그럼 개들은 어떻게 생겨 났을까요??

 

단순히 사람이 잡아다가 기른다고 가축화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길러서 인간에게 친숙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야생성을 누르고 인간과 서로의 이득을 위해 얼마나 가까이 생활할 수 있는지가 가축화의 요점입니다. “동물원에서 기르는 동물들이 인간이 기르고 번식시켰기 때문에 가축화 된 것이다.”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저번에 다뤘던 말 편에 프젠발스키의 말이 인간이 길렀다고 가축화가 된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얘네들은 주관되게 “닝겐들 ㄴㄴ해.” 하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사자를 새끼 때부터 길러서 사자가 아무리 사육사를 좋아해도 언제든 야생성이 넘쳐나서 사육사에게 달려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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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궁금증의 힌트는 소련의 드미트리 벨라예브(Dmitri Belyaev)라는 고전유전학자의 은여우 가축화 실험(1959년 시작)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은여우는 사실 흑색증이 있는 붉은 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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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붉은 여우라니!!!

 


당시 소련의 미추린주의와 그를 잇는 리센코주의가 지배적인 상태였습니다. 리센코주의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면 그에 환경에 맞는 자손이 나온다는 설로, 밀을 잘 키우면 호밀을 맺을 수 있다는 아르르르르왈왈컹컹 이론이었습니다. 이거슨 마치 예수님이 물을 와인으로 바꾸는 기적을 지가 하겠다는 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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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스탈린은 생각했답니다..ㅋ 소련 농경학 말아먹음.

 


그리하여 유전학을 연구하고 싶었던, 고전유전학자였던 벨라예브는 여우모피농장을 부흥시키기 위한 연구를 한다!고 사기치고 연구에 들어갑니다. 벨라예브는 개의 유전의 열쇠는 개의 사이즈나, 번식력이 아니라 행동학에 있다고 믿었고, 실험 개체 중 순전히 인간에게 공격 성향을 보이지 않는 약 1%의 개체만으로 번식을 시키고 그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약 3세대 만에 인간에게 공격성을 전혀 띠지 않는 세대가 나왔고 거기에 따라 여러 가지 모색이나, 둥글게 말린 꼬리, 접힌 귀 등 개와 비슷한 신체적 특징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사람을 보면 꼬리를 흔드는 등의 개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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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예브의 연구에 따르자면 개의 다양한 모색과 생김새는 행동유전학 요소에 따르는 결과이며, 인간이 선호하는 개나 여우의 행동학적 특징은 늑대새끼의 행동과 상당히 닮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현재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다양한 개들은 이 이후에 나온 특징들을 따로 선별 사육한 결과라는 것이죵. 신기하죵? 저는 신기합니다. 데헷.

 

 


5. 한국에서 멸종되었지만 생태계에 다시 소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많은 한국의 육식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여우 또한 공식적으로 멸종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 그리고 산업화를 거치면서 때론 즐기기 위한 사냥감으로, 음식으로, 쥐 잡기 운동의 쥐약의 또 다른 희생양으로 그리고 단순히 교활하고 재수없다는 이유로 멸종 당했습니다.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죠.

 

하!지!만!

 

한국여우를 한반도에 다시 살게 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죠. 예를 들어 2011년에 어떤 애견업자가 여우를 한국에 밀수입해서 번식시키다가 먹이 값이 너무 많이 들어서 벌금 먹을 걸 각오하고 기증했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에서 전문가들이 번식을 단 한 번밖에 성공시킨 적이 없고, 남아 있는 개체들은 나이가 너무 들어서 이제 으짜지 하고 있었던 한국 토종 여우였던 일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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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 SBS

 

 

어렸을 적에 그렇게 막연히 무서워했으면서도 산으로 들로 쏘다니면서 한번쯤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리워했던 여우가 2013년 가을에 방사되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한국 산자락에서 등산 중에 기운 나무 기둥에 누워 늘어지게 하품하고 있는 여우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붉은 여우가 있는 모든 나라가 입을 모아 “전설적인 교활함”이라고 할 정도로 똑똑한 여우가 이번에도 그 영민함을 발휘해 잘 살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 여우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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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 자 료

 

http://en.wikipedia.org/wiki/Red_fox

 

http://www.canids.org/species/view/PREKLP237241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973264

 

https://www.youtube.com/watch?v=J9bURQS8lsM

 

http://www.environment.gov.au/system/files/resources/1910ab1d-a019-4ece-aa98-1085e6848271/files/european-red-fox.pdf

 

http://animals.nationalgeographic.com/animals/mammals/fennec-fox/

 

http://animals.nationalgeographic.com/animals/mammals/red-fox/#close-modal

 

http://www.env.gov.bc.ca/fw/wildlife/trapping/docs/red_fox.pdf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do?docid=b06r3077a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989779









견인차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