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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11. 화요일

워크홀릭








최근 기사 중에는 전세 및 월세 임대 소득에 대한 정부의 과세 관련 이슈가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전·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논란, 근로자의 월세지출에 대한 연말정산 등.


여러가지 복잡한 경제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보니 쉽게 그 연관성과 경제주체별 이해관계를 설명하기 귀찮은 게 아니고 깜냥이 제겐 없습니다.


아직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내 집을 갖추지 못한 분들에게 도움될 만한 얘기가 있어서 그걸 들고 왔는데요. 멋드러지게 거시경제와 미시경제를 설명하고,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 글이 아니라 송구스럽지만, 누구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했으면 싶은 마음과 이 사회가 개인의 눈과 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가짜 정보의 홍수로 넘쳐나다 보니 내 소유의 뇌임에도 타인의 사고를 강요당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다른 시각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써 봅니다.


2011년 봄쯤, 딴지일보 마빡에는 제가 썼던, <어느 노총각의 아파트 장만>이란 글이 있었습니다. 네네. 있었드랬습니다. -_-; 딴지일보 해킹으로 날라가 버렸고, 저도 관련 기사를 스크랩 해놓지 않아서 보여 드릴 수가 없는 상황이네요.


※ 이쯤에서 짧게 경고 : 딴지일보 해킹한 종간나새끼, 나한테 잡히면, 니가 해킹한 서버가 들어갈 19인치 랙에 도라이바로 널 마운트 해버린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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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다 더 꾸겨 넣는 거야.



험험. 잠시 아데르날린이 과다 분비되었네요.


그러니까 그 때 그 기사를 복기해 보면,


제가 친동생처럼 아끼던 대학후배가 강남에 살면서 성남의 직장으로 출퇴근을 했는데, 집세가 워낙 비쌌고, 자기 집 마련에 대해서는 자포자기의 상태인 데다가 제대로 된 정보도 얻기 힘들고, "무슨 내 집이니. 이렇게 살다 죽을래" 수준이었어요.


작은 중소기업에서 몇 년째 성실히 일했지만 그나마도 워낙 가난한 회사라 받은 월급으로 간신히 생활비나 될까, 저축은 꿈도 못 꿀 형편이었죠.


이런 놈한테 복잡한 국민임대주택 제도를 설명하고 해 보라고 말해봐야 학습된 무기력에 지배당하는 인간은 얼마나 빨리 포기하는가를 확인하는 실험이 될 거 같아서, ‘분당에 새 아파트 하나 얻어 줄테니 형 하라는 대로 해볼 테냐.’ 하고 꼬드겼죠.


그럴싸한 새 아파트의 브로셔를 보여주었더니, 의욕이 충만해져서, 그때서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임대주택 제도에서 이 녀석에게 유리한 중소기업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로자 특별전형(?) 제도를 이용해 단번에 판교에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했고, 녀석은 강남에서 전세에 넣었던 보증금은 적금으로 굴리고, 새 아파트에 걸맞게 양문 냉장고와 가구까지 새로 장만해서 이사를 했고요. 기존 살던 집의 월세와 관리비의 반도 안되는 돈으로 쾌적한 공원과 사통팔달 교통시설이 잘 정리된 신도시에서 살게 되었더랍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중에도 이 사례와 같은 처지인 분이 있으면 국민임대주택에 관심을 갖고 허리가 휘는 전월세 대란에서 어떻게든 탈출해 보아요.


였지요.


3년 전보다 대한민국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서일까요? 저는 유사한 상황을 또 다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누이처럼 생각하고 아끼는 제 지인 중에 한 명이 이사를 준비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국민임대주택에 대해 알려줬는데, 보통의 사람들 다 그렇듯, 역시나 시큰둥~하길래, ‘그래. 나이가 어리길 하나 마흔도 넘은 사람이 제 집 정도는 알아서 챙기겠지. 야무지고 똑똑한 사람이기도 하고, 아무리 친해도 여자 혼자 사는 집을 갖고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지.’라고 내심 생각하고 더 언급을 하지 않은 채로 두어달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언제나 활짝 핀 목련꽃 같던 그녀의 표정이 흙색이 되어 제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사연인즉슨,


대학 졸업하고 취직한 이래로 아껴쓰고 저축해 모은 돈이 1억이 되었는데, 그 돈으로 지금의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지방에서도 외곽 면 소재지에 있는 아파트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30평대지만 수요가 없어 수도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1억이란 가격으로 전세계약이 가능했던 거죠.


집주인은 전문적인 투자자, 일명 복부인이라고 하더군요. A4 클리어 화일에 전·월세 계약서를 빼곡히 꽂아 갖고 다닐 정도로 꽤 크게 부동산 투자를 하시는 것 같다던데, 몇 년 지나 알아보니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출금이 꽤 크게 잡혀 있더란 거죠.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 얼른 전세를 빼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기왕이면 출퇴근 고생이 덜하게끔 직장이 있는 인근 도시의 아파트를 알아보기로 했답니다. 그래도 시골보다는 비쌀 거라는 생각에, 인근 도시에서 20여 평 아파트 규모로 전세 7~8천만 원을 예상했다고 합니다. 농담 삼아 하는 얘기 중에, 한 번 올린 자동차 배기량과 집 평수는 다시 낮추기 어렵다는 말이 있잖아요.(수염 많이 나는 제 경우엔 면도날이 그런 듯. -_-;)


나름 눈높이를 낮췄다고 생각하던 그녀에게 공인중개사들은 “그 가격에 얻을 곳 없습니다. 고객님.”이라고 대답을 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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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격에? ㅋㅋㅋㅋㅋ


집을 옮기면서 이 참에 오래된 자동차도 바꿀까? 하며 나름 혼자만의 즐거운 계획을 짜던 그녀는 방향을 급선회하여 1억원을 다 넣더라도 가능한 전세를 여기저기 부탁했다는데, 부동산 중개업소의 반응은 이렇더랍니다.


“고객님, 9천만 원 짜리 있는데요. 여기는 엘리베이터는 없어요. 히히~”

“고객님, 1억짜리가 나왔는데요, 여기는 집주인이 1년만 계약하자는데요?“

“고객님, 6천만 원에 17평 어때요? 원룸스타일이지만 엄연히 아파트에요.”

“고객님, 7천만 원에 24평은 어때요? 그런데 1층인데 괜찮죠? 방범창요? 아~ 그런 것도 필요한가요?”


그나마 최근에는 이 도시에 아파트 건설은 없었기에, 대부분의 아파트는 10년 이상 된 것들이었구요. 월세도 생각해 봤지만, 아파트 월세가 정말 만만하지 않더라고 하더군요.


그간 알뜰살뜰히 모아온 세간살이를 다 버리고 비좁은 원룸으로 갈 수는 없고, 일부 빌라도 찾아봤지만, 대부분 주차할 자리도 마땅치 않더라네요. 더더군다나 유흥가 근처에 빌라와 원룸들이 밀집해 있었기에, 여자 혼자 살기에는 겁나는 곳들이라서 더 돌아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봐도 자기 마음에 꼭 드는 집은 없고, 한숨으로 밤을 샜다고 하더군요.


제게 하소연하는 그녀에게, 이제라도 좀 더 시야를 넓혀서, 공공주택 부문도 알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국민임대주택은 비록 임대지만 최장 20년간 입주해서 살 수 있으니, 매해 이사 다닐 염려 없고, 월세라지만 보통 아파트 관리비보다 적은 수준이니 부담갖지 말고, 같이 한 번 알아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유도를 했습니다. 국민임대주택의 보증금 또한 매우 저렴하니,지금의 전세 보증금 앞으로 잘 불려서 좋은 집 살 수 있는 종자돈으로 삼자고 했지요.


그 전과 달리 집 찾는 고생을 심하게 해선지, 아마도, 자기가 살던 넓은 새 집과 같은 집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는지 이번에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국민임대주택 정보를 찾았습니다만, 헐 없습니다. 자동차로 1시간 이내에 통근이 가능한 인근 3개 시·군 중에 국민임대주택은 없습니다. 경기.서울권과 달리 지방, 그것도 광역시가 아닌 인구 일~이십만의 기초자치단체 시·군에는 정말 국민임대주택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더군요.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그나마 운이 좋았는지, 두 곳의 임대주택이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95년에 지어진 국민임대주택인데 800세대 정도가 사는, 흔히 말하는 주공아파트로 37m²의 아파트였습니다(국민임대주택은 독신자에게는 40m² 이상의 아파트는 임대하지 않습니다).


공급정보를 보니 보증금은 10,362,000원, 월세는 15만 원이 채 안됩니다.





다른 하나는 내년 말에 완공되는 공공임대주택이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일정기간(10년간) 동안 월세로 입주해살고 그 후 아파트의 주변시세를 감안하여 감가상각을 반영한 분양을 합니다. 10년간 돈 잘 모아 놓았다가 내집 마련 한 번 해봐라 하는 식의 정책입니다. 물량이 많지 않은 편인데, 꽤 운이 좋았습니다.


59m² ~ 84m²의 규모인데, 평면도를 보니, 훌륭합니다. 임대조건도 보증금이 31백만 원~43백만 원에 월세는 40~49만 원 선입니다. 게다가 보증금은 계약시에는 6~9백만 원 선이고, 잔금은 입주시에 내면 되는 조건입니다. 월세가 부담된다면 보증금을 증액해서 월세를 낮출 수도 있고요.


공공 임대아파트 84m² 평면도



일단 이렇게 두 군데의 임대주택을 찾아냈지만, 문제는 남았습니다. 국민임대주택은 예비입주자 모집(집이 비었을 때 대기번호 순으로 입주가능) 중이었으므로, 당장 들어갈 수 없고, 공공임대주택은 내년 말이나 되어야 입주가 시작되니, 당장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조건은 아닌 거죠.


설마 1억 들고 전셋집 하나 구하기 어렵겠냐 싶어 늦장을 피다가 집을 구하다 보니, 벌써 다음 달이면 지금의 전셋집에서 나와야 할 상황이구요.


머리는 복잡한데, 국민임대주택의 예비입주자 모집은 바로 다음 날이 접수마감입니다. 이런 상황에 뭔가를 판단하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정리해 봤습니다.


3줄 요약


1. 공공임대주택은 좋은 조건이다. 준공될 내년 연말까지 어디에서 살던 일단 계약하자.


2. 국민임대주택은 예비접수가 70명이나 되니, 언젠가는 들어가겠지만, 언제일지는 모른다, 허나 포기하지는 말자. 만약 다른 곳에 전/월세를 구했을 때 큰 하자가 있거나, 집주인과 트러블이 있을 때는 당장 나와 살곳이 없지 않은가? 일단 접수해 놓자.


3. 전세집을 얻되, 공공임대주택의 계약금 만큼 차감하고 얻자. 길어야 2년을 못 살 집이다. 좀 오래되고 작으면 어떠랴.



이 모든 조사와 결정이 불과 3일 동안 일어난 일이었죠.


좀 더 일찍 공공부문의 다양한 주택형태를 찾아봤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르지만, 집 없는 설움에 밤잠을 설쳐대며 고민하던 그녀에게는 매우 만족스런 결과였나 봅니다. 점심을 산다길래, 나는 고기에 술 아니면 안 얻어먹는다고 농을 했더니, 점심도 사주고 고기에 술도 살 테니 많이 먹으라는군요. ^_^



내년이면 그녀의 집이 될 공공임대 아파트 84m²의  거실, 밥 얻어먹을 만 하죠?



위의 두 사례에서 봤듯이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도 있습니다. 네. 있죠. 전혀 충분한 양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인 거죠. 그러다 보니 적극적인 정부의 홍보도 없고, 언론의 관심도 덜하고,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그런 정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개명 후 임대보다는 분양에 치중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행복주택이라고 새로운 공급을 하겠다더니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유야무야 되어가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혹시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공급에 대한 공약은 있을까요? 유권자들이 “전월세 때문에 못살겠다, 너는 뽑아주면 공공의 주택 공급을 늘릴 생각은 있는거냐”라고 물어볼까요? 3년 만에 똑같은 상황을 접한 저로서는 더 나아질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긴 하지만, 이런 글을 통해서라도 읽는 분들에게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면 글을 쓴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돈을 요구하는 사회에 목돈 없이 나온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정보이길 바라며, 관련된 사이트 두 곳을 소개하며 이만 마칩니다.



LH 분양·임대 청약시스템, 공공주택의 모든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주택관리공단, 임대주택의 입주정보를 확인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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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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