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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14. 금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다가올 6.4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눈이 될만한 곳이 바로 경기도지사 선거이다.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 곳은 이미 전쟁상황이라고 할만 하겠다.


진영논리를 떠나, 도대체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어떤 것들이 논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새누리당의 입장


최초의 스토리는 현직 도지사인 김문수 진영.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광역단체장은 3선까지 가능하지만 김문수 지사는 재선까지 한 상태이다. 즉, 한 번 더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이며, 현재 경기도 지역에서 김문수 도지사가 보여주는 지지율을 놓고 생각한다면 김문수 지사가 이번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할 경우, 그를 누르고 도지사 자리를 빼앗아 올만한 후보는 없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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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방선거가 '정권심판'이 되길 원치 않는 청와대에서는 김문수 도지사의 출마를 권유하던 형국이었는데, 문제는 김문수 지사가 차기 대선에 뜻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김문수 지사는 청와대의 뜻을 거슬러 불출마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도지사 자리를 내려놓고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가겠다는 선전포고였던 셈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입맛이 좀 쓰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봐야 한다. 김문수 지사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는 이 글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므로 패스.


이에 청와대는 후임을 물색하던 중,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출마할 뜻을 보이고 있던 남경필 의원을 '징발'하기에 이른다. 남경필 의원은 65년 생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5선 의원이다. 15대 국회부터 시작해서 19대 국회까지 한 번도 안 거르고 질주해온 수원의 황태자이시다. 부친의 후광을 입어 지역구를 완벽히 지배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그는 '오렌지족'이네 하는 비아냥 섞인 평을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개혁파로 분류될 정도로 젊고 참신한(그 동네에서는 이 정도면 매우 참신한 수준이라는 거...) 정치인으로 나름의 지분이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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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싫어하는 걸 보니 그 바닥에서 나름 참신하긴 한듯.


그런 그가 새누리당의 당권을 원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으나, 청와대에서는 그것을 허용하고 싶은 생각은 없던 참에, 자연스럽게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라고 떠밀게 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모든 정치인의 꿈은 대권이라는 점을 놓고 보자면, 남경필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나 외부의 상황이 진로를 수정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를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는 코스. 남경필은 마지못해 머뭇거리는 제스처를 취하고서는 바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게 된다. '시대적 소명' 운운하는 출마의 변은 뭐 그냥 다들 하는 립서비스고.


사실 남경필이 출마선언 하기 전부터 그를 김문수의 후임으로 청와대가 징발한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그런 관계로 이미 여론조사에서는 수도 없이 남경필을 놓고 지지율을 따져본 상태이다. 그 결과는 상대 후보로 누가 나오더라도 10% 이상, 즉 오차 범위 이상으로 앞서는 걸로 나타나고 있었다. 남경필, 참 얄미울 정도로 보기 드물게 정치 인생 순탄하고 역경이 없는 그런 사람이다. 이것도 뒤에서 힘을 쓰는 부친 덕인지는 모르겠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경기도는 우리 땅이라고 안심을 할만 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렇게 순탄하기만 하면 그건 정치가 아니다. 상황은 꼭 그렇게 예측대로만 돌아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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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예비후보





야권의 입장


민주당은 힘도 못쓰고 당할 상황이었다. 지속적으로 경기도지사 후보에 도전하고 있는 김진표 의원의 경우 당내 세력도 괜찮고 무난하게 민주당의 경선과정을 통과해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갈 것이라는 예측, 그렇게 나가서 남경필에게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만이 무성했는데, 상황이 급변해 버렸다.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던 안철수 진영과의 극적인 통합이 달성된 것이다. 정치적 가치나 입장들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정치공학적으로만 보자면, 김한길과 안철수 사이에 맺어진 통합 신당의 조약은 판 자체를 바꿀 정도의 변화이다. 각 광역단체 선거에서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던 민주당 간판의 무게가 이제는 통합신당으로 바뀌어 야권의 대표주자라는 추진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통합 신당은 이제는 그 존재감까지 희미해져 버린 진보계열의 정당 그룹과 전혀 관계 없이도 야권 통합의 깃발을 얻은 셈이라고 볼 수 있겠다. 현재 정의당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후보 자체를 내지 않겠다고 해 버렸다. 진보당은 언제 해산될지 모르는 상태. 노동당, 녹색당은 참으로 미안하지만 그런 정당이 있다는 것 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신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는 누가 될까?


기존에 의미가 있던 후보는 김진표와 원혜영. 거기에 경기도 교육감 출신 김상곤이 가세하게 되었는데, 현재 최강자는 교육감직을 사퇴하고 출마선언을 한 김상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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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의 도전


김상곤 전 교육감은 사실 대권에 뜻을 간직한 사람이다. 교육감으로서 도입한 메가톤급 이슈인 무상급식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 정책이었으며, 그가 펼친 교육행정에 대한 평가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국 교육감들 중에서 가장 진보적인 인물로 '진보 교육감'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경기도지사 자리에 관심이 많이 있었고, 49년 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지금 또 한 번 교육감 직을 수행하게 되면 대권의 꿈을 접어야 하는 상태이다. 이로 인해 안철수 진영에서는 진작부터 김상곤 교육감을 영입하려는 시도를 지속했으며 이 과정에서 안철수 신당의 후보로 출마할 생각은 없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한다. 그 뜻은, 야권 통합후보라면 출마할 수 있다는 걸로 번역 가능.


한 쪽에서는 이번 안철수-김한길의 통합 성사의 뒤에 김상곤의 숨은 조력이 있었다고도 한다. 그 증거로는 통합 발표가 있은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김상곤 측에서 교육감직 사퇴를 했으며 이게 거의 교육감직 사퇴 시한에 임박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 즉 거꾸로 김상곤의 사퇴 시한을 지켜주기 위해 통합 발표 시점이 당겨졌다는 후문도 있다. 통합 선언은 3월 2일. 김상곤의 교육감직 사퇴와 출마선언이 있던 날은 3월 4일. 도지사 출마를 위한 교육감직 사퇴 시한은 3월 6일. 이게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아니었겠지만, 고려할 요소는 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통합 신당의 경기도지사 후보군은 김상곤, 김진표, 원혜영 3자로 압축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중에서 현재 지지율이 가장 앞선 사람은 김상곤.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김진표가 오차 범위 이내로 앞서고 있는 것도 나오긴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싸움이 될까?




통합신당의 경선과정


이제 각 진영의 전략을 비교해 보면서 이들이 과연 어떤 레이스를 펼치게 될 지 추정해 보도록 하자.


일단 최약체인 원혜영은 야당의 도지사 후보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희박해져 버렸다. 가뜩이나 김진표라는 강적 앞에서 위축되던 상황을 부천시장 경력과 '버스 공영제'라는 참신한 공약으로 타개하려고 노력하던 상황에, 김상곤이라는 강적이 등장해서 아예 '무상교통'이라는 파괴적인 공약을 만났으니 빛이 바래 버렸다. 싸울 무기 자체를 빼앗긴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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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영의 도전


아니나 다를까 김상곤의 출마 선언 이후, 원혜영의 지지율은 급속도로 김상곤 측에게 흡수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 버렸다. 선거 공학의 차원에서 보자면 원혜영은 이제 김상곤이나 김진표 두 진영 중 한 쪽으로 투항하고 캠프 내에서 조력하며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 경우, 지지자들의 성향이나 공약의 스타일을 보면 김상곤 측으로 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원혜영 캠프 내부의 일부는 김상곤 측으로 옮겨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 정파적 이익이나 정치적 상황, 상징성 등을 모두 배제한 상태로, 진짜 행정가로서의 경기도지사 직분을 가장 잘 수행할 사람은 누구겠냐고 (아무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누군가 물어 본다면, 질문의 답은 아마도 원혜영 의원일 것이라는 점은 꼭 얘기해 두고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딴지 라디오의 딴지 이너뷰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그러나 정치는 그렇게 최선의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김진표 의원 측에서는 이런 평가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정통 관료 출신인 김진표 의원은 호불호가 많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후보이며, 경기도지사 자리에 꾸준히 도전해 오고 있는 중이라 경기도의 현황에 대한 정보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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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의 도전


철도와 버스를 연계한 경기도 대중교통 문제에 대한 G1X 공약은 또 하나의 토건 아니냐는 비난도 있긴 하지만, 가장 실용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즉 두루두루 무난한 스타일의 공약이라는 뜻이다. 또한 당내 지지세력도 확실하게 챙기고 있고, 비록 남경필에게 밟히고 있지만 수원 영통 지역의 지지 기반도 탄탄하다. 반대로 그 지역적 특성 때문에 삼성과 친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 경선과정을 통해 유시민 후보에게 밟혔던 기억은 좀 아프게 남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이기고 갔으면 본선에서 이겼어야지, 그러지 못했던 유시민이 야속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불운하다. 지난 번에는 유시민이라는 아이돌급(유명세를 표현한 말일 뿐이니 오해는 삼가해 주시라) 정치인과 붙게 되는 불운을 당하더니 이번에는 또 김상곤이라는 거물과 맞닥뜨리게 되는 불운을 겪고 있다. 그 심정,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얼마나 억울할까? 과연 돌파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50% 미만이다.


김상곤 후보 진영은 이미 경선 그 이후의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안철수-김한길의 통합으로 인해 명분도 얻었다. 야권통합 후보의 자리를 이미 차지한 것으로 기정사실화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김진표를 어떻게 누르고 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을 것이고, 경선과정에서 부족한 당내 지지기반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경선 룰 협상에 민감하게 대응하게 될 것이다. 당내 지지율 비율을 최대한 낮추고 대국민 여론조사의 비중을 최대한 높이려고 할 것이다. 아무래도 당내 보다는 일반인들 사이의 여론이 더 좋으니까 말이다.


그 결과 김진표의 세부적인 G1X 공약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무상교통'이라는 파괴적인 공약을 내 걸었다. 거기에 사람들의 주목을 잘 못 받고 있지만 생활임금조례 같은 진보적인 공약도 발표했다. 이는, 이미 경선과정을 넘어 안정세를 다지고 있는 남경필을 의식한 '판 흔들기'라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즉, 순탄하고 무난한 공약만으로 가다가는 남경필에게 진다는 내부 판단이 있다는 뜻이다. 파괴적이고 급진적이며 일반 대중에게 던져 줄 수 있는 논란거리를 내세워 판을 흔들지 못하면 판세를 뒤집기 힘들다는 판단인 것이다.


하여간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통합신당의 경기도 지사 후보는 김상곤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50% 이상이다. 정치판에서 50% 이상이라는 예측은 거의 그렇게 될 거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별로 예측하고 싶지 않지만, 본선에서는 남경필의 승리가 예상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대중교통이 뭐길래


생활임금조례 공약은 길게 다루지 않는다. 나름대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로 한 번 다루기로 하자. 대략 저소득층의 임금 체계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수준인 '생활임금'의 선에 맞춰주는 조례를 지자체 입장에서 제정해 시행하자는 얘기이다. 이 조례도 부천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수행되고 있으며, 부천시는 원혜영이 시장으로 재직하며 일구어낸 혁신의 도시였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그러나 대중교통 문제는 김상곤-김진표-원혜영 사이에 핵심 논쟁거리로 부상한 문제이며, 이미 김진표 의원 쪽에서는 이 사안을 놓고 김상곤 측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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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토론을 대비하여 넥타이를 고르고 있는 김진표 후보


간단히 정리하자면, 김진표는 철도와 버스를 연계한 G1X 계획을 기반으로 버스는 서울시와 유사한 준공영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고, 원혜영 측은 버스의 완전한 공영제를 목표로 가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통합이 없었다면 이 논쟁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뻔 했다.


그러나 여기에 가세한 김상곤 측에서는 '무상교통'을 공약으로 걸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버스 준공영제-완전 공영제-무상 버스'라는 축으로 입장이 나열될 수 있겠다. 철도 문제는 좀 부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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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경기도는 사실상 하나의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 매일 수백 만이 넘는 인구가 경기도 지역에서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대중교통의 핵심, 버스 체제이다.


이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이 지역의 유권자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사람들의 생활이 안정되지 않는다. 그만큼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점이다. 이 버스 시스템을 나름대로 가장 혁신적으로 바꿔 놓은 장본인이 바로 악명높은 이명박이다.


버스 전용차로제도 나름 혁신적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요금체계이다. 이명박은 버스 환승 시스템을 완성했다. 그리고 서울 경기, 즉 수도권의 인구들은 지금도 그 환승체계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꽤 좋은 평가가 많다. 사실상 이명박이 대선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중의 하나가 바로 이 버스 시스템의 개혁에 대한 성과를 사람들이 평가해 줬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자면 이게 또 복마전이다. 서울시는 지금 공식적으로 버스 준공영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거의 유사한 방식을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준공영제 이전 단계라고 봐야 한다. 그 차이는 버스 시스템을 운영하는 지자체 산하의 조직이 있는가 하는 것. 서울시는 나름대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이 조직에서 각 버스 회사를 통제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이 업무를 위해 '도시교통본부'라는 조직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각종 지원금을 버스회사에 분배하며 그 힘으로 버스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별 다를 바 없는 규모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특별히 대중교통을 관리하는 조직이 없는 상태이다.


이 대목에서 문제가 생긴다. 버스 회사는 영리회사이다. 사무실 같은 부동산도 가지고 있지만 주요 자산은 실제 운행에 투입되는 버스들과 노선의 영업권이다. 준공영제는 이런 버스 회사의 영리성을 건드리지 않고, 운영에만 개입하며 요금제를 통제하고 그 통제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 준다. 그 때 버스 시스템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소모된다. 이명박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버스회사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줬고, 지금도 그 혜택은 유지되면서 서울시의 재정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당시 상당 수의 버스 회사들이 이명박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사들을 영입하거나 그들에게 회사를 매각하는 등 이 시스템에 빨대를 꽂았었다는 얘기가 많이 돌고 있다. 역시 이명박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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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박원순 현 서울시장은 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 해서 완전 공영제로 가는 것이 가능한지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즉, 어차피 지원금을 그렇게 퍼부어 주고 있는데, 왜 서울시가 버스 시스템을 직접 운영해서는 안 되는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것이다.


완전 공영제라 하면 민간 버스 회사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버스들은 시의 자산이 되고, 버스 기사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변화하려면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 민간회사의 소유물인 버스회사의 자산들을 시가 매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경쟁 없이 수익만 생기는 알토란 같은 버스 회사를 시에 팔아 넘길 바보들은 없다. 결국 적자 노선이나 기피 노선을 중심으로 조금씩 공영화 시켜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예상된다.


물론 완전 공영제 반대론자들은 매입 예산의 문제를 지적함과 동시에 지자체가 버스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게 될 경우 효율성의 저하가 우려된다는 걱정을 한다. 공영화 민영화 논란에서 항상 나오는 '효율성'의 문제이지만 사실 내심은 효율성 문제 이전에 '이권문제'를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민간업자인 버스 회사의 소유자들의 먹을 거리가 사라진다는 문제가 제일 크다는 점.


운영 예산은 사실 별 차이가 없다. 어차피 시민들은 요금을 내고 버스를 타게 될 것이고, 기사들은 월급을 받고 버스를 몰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추가로 부담할 것은 별로 없다. 단지 사라지는 것은 버스 회사의 소유자들, 오너들이 벌어들이던 수익이므로 전체적인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경비는 줄어든다. 초기에는 자산 매입 예산으로 인한 부담이 발생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잘 정착되면 예산은 오히려 절감된다.


원혜영이 내놓은 버스 공영제 공약은 이 부분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겠다는 뜻이라는 얘기다. 순차적으로 어려운 노선부터 매입을 시작하고 운영을 조절해가며 장기적으로 완전 공영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 매우 합리적인 공약이지만 버스 회사의 이해 관계자들에게는 매우 억울한 공약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정도가 우리 사회에서 대놓고 논의하기에 적절한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김상곤의 '무상교통'이 나오게 되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버스 시스템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요금이 없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완전공영제를 뛰어 넘은 그 다음 단계의 상황을 말한다.




무상교통, 가능한가?


김상곤 교육감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은 '무상급식'이다. 거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 버렸다. 이 아젠다는 하루 아침에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다. 김상곤 교육감의 측근인 강남훈 교수는 우리 사회에 기본소득제도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한 사람들 중의 한 명이다.


최초 민주노동당이 '무상교육, 무상의료'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들고 나올 때만 해도 사람들은 거의 농담으로 취급했었다. 그 전에는 복지 얘기만 해도 그건 북유럽 부자들이나 하는 소리 취급을 받았고, 심하면 빨갱이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이렇게 변했다. 진보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제 복지는 오히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정권이 더 떠드는 상황이 되었고, 오히려 선별복지냐 보편복지냐, 시혜성 복지냐 정당한 권리냐 하는 논쟁이 일반화 되어 있다. 무상급식은 '보수의 꼬깔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활약 덕분에 우리 사회에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지금 서울시 교육청에서 그걸 어떻게든 흔들어 보려고 애처로운 노력을 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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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 서 있던 사람이 바로 김상곤 전 교육감, 현 경기도지사 후보 예정자이다. 무상급식은 급속도로 도입이 되어 버렸고, 이제는 그 다음 단계를 논할 시점이 온 것이다. 거기에 등장한 것이 바로 무상교통.


본질적으로 얘기하자면 '무상'이라는 말은 잘못 붙여진 명칭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버스가 운영된다면 누군가 버스를 몰아야 하고, 누군가 기름을 넣어 줘야 한다. 다만 그 돈을 누가 내는가 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준공영제를 하건 완전공영제를 하건 결국 지자체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러면 지자체가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서 이용자들에게 요금을 전혀 받지 않고 운영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질문이 가능하다.


수익자 부담원칙인가, 보편적 복지인가 하는 논쟁일 수도 있겠다. 이런 시스템 차원의 비교는 단순히 '유권자 여러분~ 이제부터는 버스 공짜로 타세요~' 하는 포퓰리즘의 차원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어차피 당신들은 버스 요금 대신 세금을 더 내야 하니까 말이다.


핵심은 과연 어떤 시스템이 우리 사회 전체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어떤 쪽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더 적절한가이다. 이 부분을 따지는 시스템 차원의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걸 굳이 포퓰리즘이라고 음해하려는 시도는 음험하다. 미래에 대한 논의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주로 현재의 이권을 놓치기 싫어하는 쪽에서 나오니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상교통은 가능하다. 그러나 과연 그 시스템이 도입 가능한가, 또는 도입된 뒤에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즉 예산이 더 절감될 수 있고, 사회적 부담이 줄면서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복지 수준이 향상되는가 하는 질문은 아직 남아 있다. 즉 사회적 차원에서 투입대비 산출이 더 좋은가 하는 분석이 필요하다.


버스 시스템을 무상화 하는 시도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에 경향신문에 실렸던 목수정씨의 칼럼 (그는 이 칼럼으로 거의 가루가 되게 까였다)에 등장하기도 했었지만, 프랑스의 경우 인구 백 만 이하의 지방 소도시 위주로 무상화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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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즉, 버스는 완전 무상화 하되, 해당 지역에서 일정 수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들을 상대로 교통세를 걷는 방안이다. 직원들의 출퇴근 비용을 절감해주는 정책이니 그 수혜자가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어떤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교통비 명목의 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런 수당을 세금으로 전환하면 될 일이다.


거기다가 요금을 받지 않으면 요금 수납 시스템을 만드는 비용이 사라진다. 서울의 그 복잡한 교통카드 시스템을 생각해 보시라. 버스마다 두세 개씩 달려 있는 카드 리더기 비용을 생각해 보시라. 이런 거 다 불필요한 비용일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을 만든 회사들과 이명박의 관계를 또 언급하지는 않겠다.


이런 혁신적인 시도는 사실 시뮬레이션 만으로 그 성과를 짐작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에는 지방의 소도시라면 충분히 성과가 입증되었고 가능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신 파리 등의 대도시에서는 도입에 문제점이 다수 있을 수 있다는, 조금은 비관적인 얘기도 들린다. 아무래도 시스템 자체의 복잡도가 증가하면 지자체 공무원들이 컨트롤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이 대목이 효율성 차원에서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연 서울과 경기를 잇는 수도권, 세계적으로도 메가로폴리스 급으로 꼽히는 이 인구 밀집지역의 버스 시스템을 완전 무상화 할 수 있을까?


물론 초기부터 전체 시스템을 완전히 무상화시켜 버리겠다는 파괴적인 공약은 아닐 것이다. 부분적으로 차츰차츰 테스트 해가며 도입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어떤 노선은 무상화 하고 어떤 노선은 요금을 받는다는 것도 꼴이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김상곤 진영에 이런 큰 변화에 대한 세부적인 로드맵이 다 완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단지, 이런 선거 같은 기회를 통해 이런 논의가 사회적으로 공론화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런 과정을 통해 더 세부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이고, 그 아이디어들은 언젠가는 실현되기 마련이다.


기존의 시스템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은 남경필을 당연히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해 보려는 입장에서는 논란을 이끌어내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 근로자들이 출퇴근에 쏟아내는 비용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그 교통비를 세액공제를 해주네, 소득공제를 해주네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기업들에게 교통세를 물리고, 대중교통을 무상화 하는 것이 큰 틀에서 보자면 더욱 합리적이다. 이렇게 무상화된 버스 시스템을 가지게 되면, 자가용으로 나홀로 출퇴근하는 인구도 줄어들게 될 것이고 결국 대기오염도 저감시킬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녹색당이 좋아할 것 같은 얘기다.


파급효과는 클 것이다. 아니 실행 이전에 이런 논란이 공론화 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진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중교통 논란이 좀더 활발하게 공공의 공간에서 논의되길 바란다. 이 또한 우리 사회가 선거라는 어마무지하게 비싼 이벤트를 벌이는 이유 중의 하나이니까 말이다.


이번 6.4 전국 동시 지방선거, 그 중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김상곤, 김진표, 원혜영 후보들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빈다. 남경필 후보는 이미 행운을 충분히 많이 가지고 있으니 좀 덜 가지셔도 된다. 최선의 전략으로 승부하되, 협잡은 하지 마시라. 중요한 논란은 최대한 공론화 하되, 불필요한 음해는 하지 마시라.


이 모든 것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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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자고 하는...








정치부장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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