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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14. 금요일

햄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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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S.E.S와 핑클로부터 시작됐던 걸그룹 열풍은 2000년대 후반,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카라 등 소위 2세대 걸그룹들이 흥하면서 다시 불어 닥쳤다. 이후 수많은 걸그룹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장은 곧 포화상태가 됐고, 그중 성공한 그룹들도 많았으나 과반수의 그룹들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잊혀갔다. 2014년 현재도 수많은 걸그룹이 데뷔를 앞두고 열심히 연습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리라.

 

 

일전에도 언급했듯, 본인은 아이돌 시장의 점유율 싸움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콘셉트라 생각한다. 음악적으로 또 외적으로 콘셉트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대중에게 이미지가 각인되고 그것이 곧 그룹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최근 가요계는 걸그룹들의 과도한 섹시 콘셉트 경쟁으로 논란에 불이 붙기도 했다. 시장이 포화상태가 될대로 되다보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화제가 되려 의도적으로 선정성이라는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경우도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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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마리오네트>

 

 


물론 섹시하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이 주요 시청자인 음악방송에서 과도한 노출 의상과 성행위를 암시하는 듯한 안무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는 함부로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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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 <Something>

 

 

처음엔 상큼하고 발랄한 콘셉트로 시작했던 걸그룹들도 뇌쇄적인 섹시 콘셉트로 변화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어느 바닥이든 먹고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씁쓸함이 먼저 느껴지는 것이다. ‘욕을 먹더라도 무관심보다는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무슨 말을 더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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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 <짧은 치마>

 

 

하지만 너도나도 섹시 콘셉트를 무기삼아 들고 나오면서 그룹의 개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음악에 대한 관심보다는 누가 더 야한 안무를 들고 나왔는지에만 대중의 관심이 주목되어버리면서 결국 그룹의 수명만을 단축시킬 뿐이다.

 

 

그런 가운데 여기 지금, 독보적인 콘셉트를 지닌 걸그룹 한 팀이 존재한다. 리지, 나나, 레이나. 이국적인 예명을 가진 3인조로 구성된, 이름하야 바로 ‘오렌지 캬라멜’. 이름에서부터 벌써 상큼하고 쫄깃쫄깃한 느낌이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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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능~

 

 

오렌지 캬라멜은 사실 처음부터 3인조로 데뷔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들의 본(?)소속은 5인조로 2009년 데뷔해 현재까지 8인조로 구성되어있는 걸그룹 ‘애프터스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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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오렌지 캬라멜’과 달리 열라 쎈 언니들 이미지다...

 

 

8명이나 되는데 왜 꼴랑 세 명만 나와서 활동을 하느냐고? 음, 그러니까, 오렌지 캬라멜은 애프터스쿨의 유닛이다. 유닛? 그게 뭔데?

 

 

유닛이란 개념이 낯선 분들을 위해 잠깐 이바구 털고 가자. 영어로 유닛(Unit)은 구성단위, (특정 임무를 위한)부대 등으로 사전에 설명되어 있다. 그러니까 가수들에게 있어선 멤버들이 원래의 그룹이 아닌 다른 콘셉트를 선보이기 위해 따로 팀을 구성하는 경우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겠다.

 

 

이러한 아이돌의 유닛 활동은 우리보다는 일본이 훨씬 먼저 시도한 개념이다. 대표적인 예로 98년 데뷔부터 지금까지 장수하는 걸그룹 ‘모닝구 무스메’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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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멤버로 시작한 모닝구 무스메는 데뷔 이후 멤버들의 ‘졸업’과 추가영입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했고, 매년 오디션을 열어 추가 멤버 선발의 과정을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최근 YG에서 연습생을 두 팀으로 나누어 경쟁하며 신인 선발과정을 방송으로 보여줬던 <WIN>과 유사한 선발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겠다. 안 봤다고? 그럼 나도 몰라...

 

 

매년 멤버가 늘어난 모닝구 무스메는 아예 팀을 둘로 나누어 활동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소속사의 다른 그룹 멤버들과 유닛을 구성하면서 끝없이 콘셉트를 변화시키는 전략으로 승부했다. 그렇게 나온 유닛들을 대충만 나열해도 미니모니, 탄포포, 풋치모니, 사쿠라구미, 오토메구미, 고맛토 등등... 아니 내가 이런 걸 왜 알고 있지? 자,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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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려고 하면 다쳐...

 

 

공교롭게도 오렌지 캬라멜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애프터스쿨도 모닝구 무스메처럼 ‘졸업’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걸그룹이다. 데뷔 후 지금까지 원년 멤버인 가희, 베카, 유소영 등이 그룹을 졸업했고, 오렌지 캬라멜의 리지, 레이나, 나나와 더불어 유이, 이영, 가은 등은 데뷔 이후 추가로 영입된 멤버들이다.

 

 

데뷔 이래 쭉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승부해온 모닝구 무스메와 길쭉한 기럭지, 다소 강한 이미지로 승부했던 애프터스쿨은 근본적인 콘셉트에서 차이가 있지만, 애프터스쿨은 모닝구 무스메의 최고 히트곡 <러브 머신>을 리메이크해서 부르기까지 했으니 두 그룹 사이에는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렌지 캬라멜의 등장 역시 처음엔 모닝구 무스메를 비롯한 일본 아이돌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리본을 머리에 달고, 마이크를 마치 마법지팡이이라도 되는 듯 양손으로 움켜쥐고 춤을 추는 그녀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일본의 만화영화 속 마법소녀의 모습에서 따온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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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 소년 소녀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마법소녀.

 

 

본인은 오렌지 캬라멜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녀들이 시장에서 성공하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으며, 오히려 그 반대로 처참하게 실패할 거라 생각했다. 언뜻 보기엔 지나치게 일본색이 강한데다가, 이미 모닝구 무스메를 비롯한 일본 아이돌 음악을 좋아했던 대중들에겐 이미 식상한 콘셉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들의 데뷔곡 <마법소녀>는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고, 제법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조악해 보이는 의상과 율동 같은 안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가사까지, 다른 그룹에게선 볼 수 없었던 ‘튀는’ 콘셉트가 어쨌거나 먹혀들어간 것이다.

 

 

이후 그녀들은 동화 속 공주를 콘셉트로 한 <아잉♡>, 아시아의 도시를 테마로 한 <방콕시티>와 <상하이 로맨스> 연작(?)에 이어 정규앨범 <립스틱>등을 내놓으며, 애프터스쿨 활동과 병행하며 오렌지 캬라멜로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매번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이는 오렌지 캬라멜을 두고 팬들 사이에선 ‘선병맛 후중독’이라 표현하기도 한단다. 말 그대로 처음 접했을 때에는 이상하고 낯설지만 결국에는 중독되어 나도 모르게 흥얼대게 된다는 뜻. 심지어 “애프터스쿨은 잘 몰라도 오렌지 캬라멜은 알겠다”는 사람들마저 생겼으니, ‘본진보다 잘 되는 멀티’라는 표현이 단순히 개그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이번에 신곡 <까탈레나>로 세 번째 미니앨범을 내놓은 오렌지 캬라멜은 무려 ‘생선초밥’의 이미지를 콘셉트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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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알 위에 조신하게 앉아 1천 원짜리 저렴한 회전초밥이 되어버린 그녀들. 정말이지 예상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다. 혹자는 ‘장난하냐’며 고깝게 볼 수도 있겠지만, ‘시장의 대세’를 따라가지 않고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려 노력하고, ‘다음번엔 이 그룹이 뭘 들고 나올까’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을 계속 선사한다는 점만으로도 본인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오렌지 캬라멜의 매력을 내게 꼽으라 한다면, 독특한 콘셉트도 콘셉트지만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멤버들의 당찬 모습과 태도가 아닐까 싶다. 그녀들이라고 처음부터 좋아서 이런 독특한 콘셉트를 시작했겠는가. 하지만 무대 위에서 그녀들은 정말 마법소녀라도 된 듯, 또는 동화 속 공주가 된 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 방긋 웃음을 열심히 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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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이라도 무대 위에서 무표정하거나 안무를 무성의하게 하면 그날로 ‘태도논란’이 거세게 일어나는 요즘에 오렌지 캬라멜의 무대매너는 그야말로 ‘프로’라는 느낌을 준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콘셉트와 달리, 노래의 가사는 의외로 평범한 사랑노래에 가깝다는 엉뚱함도 매력이라면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애초부터 ‘엉뚱함’을 콘셉트로 추구한 그룹이었다면 의상과 노래가 서로 사맛듸 않는다 한들 엇더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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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렌지 캬라멜의 독특한 콘셉트는 일면 ‘일본의 레이디 가가’라 불리는 ‘캬리 파뮤파뮤’를 연상시키는 한 편, 날씬한 몸매를 가진 세 명의 여성멤버가 음악에 맞춰 절도 있는 춤을 추는 순간에는 일렉트로닉 댄스 그룹 ‘퍼퓸’이 연상되기도 한다. 오렌지 캬라멜의 콘셉트는 어쩌면 그 둘 사이의 어디쯤엔가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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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캬라멜의 성공 이후 유난히 아이돌의 유닛 활동이 늘어나 보이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H.O.T나 GOD등 1세대 아이돌들이 흥하던 90년대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다. 같은 그룹 내에서 유닛을 구성한 ‘씨스타 19’나 ‘소녀시대 태티서’같은 경우 외에도, 서로 다른 그룹의 남녀멤버가 짝을 지은 ‘트러블 메이커’가 등장하는 등 지금 가요계에선 유닛이 새로운 시장의 수요를 점점 구축해나가고 있다.

 

 

물론 성공한 케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DSP의 7인조 걸그룹 레인보우는 ‘레인보우 픽시’란 이름으로 유닛을 내보낸 적 있지만, 오렌지 캬라멜의 전략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듯한 콘셉트로 뚜렷한 개성을 선보이지 못했다. 안일한 기획에 가수들의 노력이 묻힌 케이스(명불허전 D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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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많은 아이돌 그룹이 데뷔를 하고 주목을 받겠지만, 기성그룹의 유닛 활동 또한 지금보다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올 유닛 전국시대에서 오렌지 캬라멜이 계속 선전하길 바라며 잉여스러운 일기를 마칠까 한다. 본진 애프터스쿨도 더 흥하도록 건투를 빌겠다.

 

 




잠깐 사족.

90년대에도 유닛을 시도했던 아이돌 그룹은 있었다. <애국심>라는 노래를 불렀던 그룹 OPPA를 기억하는가? OPPA는 이후 멤버를 두 팀으로 나누어 유닛으로 활동할 계획으로 ‘OPPA007’을 먼저 내보내 <와요!>라는 노래를 선보였으나 성적이 기대 이하였는지, 내부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다음 유닛으로 계획되었던 ‘OPPA180’을 결국 내보내지 못한 채 점점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 당시로선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던 유닛이라는 개념, 이제야 그 빛을 발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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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잊지 말라능...







햄촤

트위터 : @hamchwa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