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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17. 월요일

견인차













Neil deGrasse Tyson - The Most Astounding Fact

 

 

겨울이 슬슬 끝자락을 보이고 있는 3월입니다. 이제 밖에 나가도 안경에 성에가 끼지 않아 소소히 기쁜 견인차 입니다.(방금 성애라고 읽으신 분들 찬찬히 다시 읽어 보세요.) 여러분의 지난 한 주는 어땠나요? 뭔가 기억에 남거나 특별한 일 혹시 없었나요? 저는 Neil deGrasse Tyson이라는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대학교 한 블럭을 돌아서는 줄에 서서 제가 들어갈 때까지 연설장이 다 차지 않기를 가슴 졸이며 기다렸습니다.


강의 마지막에 타이슨 박사님이 칼 세이건(Carl Sagon)이라는 다른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는 유명한 문구인데 그 중 마지막 부분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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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me, it underscores our responsibility to deal more kindly with one another and to preserve and cherish the pale blue dot, the only home we've ever known.”

 

“…… 나에게 이 창백한 푸른 점은 우리가 유일한 집으로 알고 있는 이 지구를 보존하고 소중히 하고 또한 우리 서로에게 좀 더 상냥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 Carl Sagon(1934-1996)



그럼 오늘은 순 우리말로 솔피라고 불리는 범고래에 대해서 알아 볼까요?(흰줄박이물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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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고래는 고래고래 합니다

 

범고래는 고래고래 합니다. 그런 노래 있죠?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커다래 커다라면 고래...(이게 아닌가…) 범고래는 돌고래 류 중에 가장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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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마다 차이가 큰 편으로 수컷은 6 - 8 m에 약 6톤가량 나가고 암컷은 5 - 7 m가량 자라며 약 3 - 4 톤가량 나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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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우워! - NGO(Gerard Lacz)

 


 

2. 고래들은 지상동물의 후예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시다시피, 포유류를 비롯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의 조상은 물에서 나왔죠. 쪼매난 세포가 끙차끙차해서 영차영차한 다음에 으쌰으쌰해서 현재 지구에 거주하고 있죠.(창조설을 믿는 분들께 심심한 사과 드립니다. 소금 쳐서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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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식으로…

 


화성에 물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열심히 연구하던 이유도 이것이었고, 목성의 달 중 하나인 유로파에 물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에 많은 과학자들이 열광했던 이유 중 하나도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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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물의 위엄

 

 

근데 열심히 아가미 없애는데 300,000,000년 걸려서 물 밖으로 나와놓고선 바깥 세상이 영 마음에 안 들었는지 “ㅆㅂㅈㄲ”, 하고 다시 물로 돌아간 녀석들의 후예가 지금의 물개, 고래, 바다사자, 듀공 등의 포유류들입니다. 모두가 다 같이 한꺼번에 돌아간 것은 아니고 최소한 7번에 걸쳐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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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조상들은 처음에는 물가에서 살다가 먹이를 쫓아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중력 영향을 비교적 덜 받게 되는 대신 수압을 이겨내기 위해 지금의 유선형의 몸매에 거대한 덩치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그래서 물돼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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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하얀 부분에 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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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여기…ㅋㅋㅋ

 

 


3. 아주 똑똑합니다

 

범고래의 뇌는 모든 해양 생물 가운데 향유고래를 제외하고 두 번째로 크고, 체중비 평균보다 2.5배 크며, 인간의 뇌보다는 약 4배 정도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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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닝겐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합니다. 단순히 크기만이 아니라 대뇌피질면적에서는 인간보다 월등한 부피를 자랑하죠. 심지어 감정을 관계하는 인간에게 없는 기관까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범고래가 영리하다는 증거는 단순히 뇌에서 찾지 않아도 범고래의 행동학적인 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범고래의 사냥법은 가끔은 기상천외하다 싶을 정도로 미리 계획되고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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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해양 동물로서 해변에 올라선다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빌딩 끝 피뢰침에 한 팔로 매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효과적인 사냥법이라는 결론하에 본능을 이겨내고 하는 묘기죠. 하지만 해변에서 물개를 잡아 먹는 무리의 범고래들은 물개가 바다 쪽에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돌진해서 해변 위로 올라가 잡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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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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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안

 


극지방에서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범고래들은 바다표범이 누워 있는 빙산을 작은 조각으로 분리한 뒤, 넓은 바다로 끌고 나옵니다. 그 후 무리의 대부분은 한 쪽에서 한 줄로 대기합니다. 빙산 반대쪽에서 다른 한 마리가 눈치를 보다가 코로 물줄기를 뿜어서 신호하면 대기하고 있던 범고래들이 일제히 빙산을 향해 수영해서 물결을 만들어 바다표범을 빙산 아래로 떨어뜨린 후 잡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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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라는 이름도, Killer Whale이라는 이름도, the Wolves of the Sea라는 명성도 이런 조직되고 계획된 사냥 행위에서 나온 것입니다.

 

사람을 죽이거나 잡아먹어서 Killer가 아니라 바다표범, 바다사자, 펭귄, 온갖 새들, 참치, 상어, 돌고래, 연어, 고ㅋ래ㅋ 등 사냥할 수 있는 모든 동물을 잡아먹을 수 있는 무서운 사냥능력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바다의 황제죠.

 

 


4.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인 구달 박사(Dr. Jane Goodall)의 침팬지 연구 이전에 인간의 정의는 Toolmaker였습니다. 침팬지 연구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며 멘붕하던 학자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 되시나요? 전 됩니다. ㅋㅋㅋ 그렇다면 지금은 생물학적 구분이 아닌 어떤 척도로 사람을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 나눌까요?

 

범고래들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구전체에 분포하며 서식합니다. 인간이 육대주를 섭렵했다면 범고래들은 오대양을 섭렵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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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부분이 서식지 ㅋ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전 세계에 퍼져 분포하는 범고래들이 사람들처럼 각기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삶의 방식도 틀립니다. 범고래들은 사냥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했을 때, 그것이 단순한 생존 방법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에 새로 태어난 세대의 교육 과목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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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나왔던 사냥 방법들도 범고래의 본능이라기보다는 습득한 지식을 새로운 세대에 물려준 것이죠. 그 중에 특히 바닷가까지 올라와서 물개를 사냥하는 법을 어린 범고래들에게 나이 많은 암컷이 가르칩니다. 뭍으로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어린 범고래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제대로 성공할 때까지 옆에서 다그치며 교육합니다.

 

범고래의 사회는 모계사회이며 새끼는 성체가 돼서도 어미를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합니다. 암컷이 수컷보다 작지만, 무리의 중심이 되어 행동하며 수컷들은 무리자체에서 적정거리를 유지해야만 짱짱할머니한테 두들겨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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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서방 지금 자네 내 딸한테 뭐라고 했능가?

어..어머니 그..그게 아니고요.

 

 

범고래는 인간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폐경기 이후의 암컷이 수십 년 생존하며, 수명은 자연에서는 암컷 70-90년 수컷 50-60년 가량입니다만, 사육중인 범고래들은 보통 20-30년가량 밖에 생존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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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피쉬 이후에 범고래 사육과 범고래 쇼에 대해 찬반 논란이 많이 일고 있습니다. 찬성 측 입장은 “어린아이들에게 생태교육과 범고래의 아름다움에 대해 보여주어야 한다.”입니다.

 

반대측 입장은 “범고래는 지능이 높고 생활 환경이 광대한 동물로 좁은 곳에 가두어 두고 서커스를 시키는 것은 엄연한 학대이다.” “범고래는 가축이 될 수 없는 야생동물이다.”입니다. 실제로 자연계에서는 사람을 한 번도 죽인 적이 없는 범고래가 사육 중 사람을 공격한 것은 70회 이상이고 그 중 사망한 사람들도 다수 입니다. 최근에는 사육사가 공연 중 잡아 먹히기까지 했죠.


Blackfish 영화 중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은 “20년 동안 욕조에 갇혀있으면 어느 순간엔 정신을 놓게 되어 있어요.”입니다. 처음 범고래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범고래가 사람에게 보이는 호기심과 공격적이지 않은 행동들 덕에 기존까지 범고래를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범고래를 좋아하게 되었죠. 그리고 인간에게 온순하게 대한 대가로 해양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는 새끼 때 평생을 함께할 무리에서 사냥되어 사람으로 치자면 욕조 같은 곳에 평생 갇혀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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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칼 세이건이 말했죠. 보이저1호가 찍은 자그마한 지구의 사진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하나뿐인 고향에서 서로를 더욱 친절하게 대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저는 이 말이 단순히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에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 모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복잡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에도 그 능력을 악용해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고 어떤 인류학자가 말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  고  자  료

 

BlackFish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r.20545/pdf

 

http://animals.nationalgeographic.com/animals/mammals/killer-whale/

 

http://phys.org/news187298115.html

 

http://greymattersjournal.com/killer-whales-are-non-human-persons/



 

 

 

 

 

 

 

 견인차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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