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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4. 08. 화요일

아외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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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탐험! 축빠의 세계]







편집부 주


<아외로워>의 “탐험! 축빠의 세계”, 

월드컵까지 매주 화요일 칼같이 연재됩니다.

(라고 본인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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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잘 모르겠다. 축빠계(그런 게 있다면)에는 국가대표 축구팀만 응원하는 사람들은 ‘국가대표’팬일 뿐, ‘축구’팬이 아니라는 격언이 있다. 이것은 마치 내가 김연아를 응원하지만 피겨고 뭐고간에 쥐뿔도 모르는 것과 같다. 김연아가 컬링을 했거나 역도를 했어도 나는 비슷하게 응원하고 열광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대빠들을 축구팬이 아니라고 정의해 버리는 것은 옳은 일이 될 수 없다. 축구 전략이 어쩌고 저쩌고를 논하며 선수 개개인의 히스토리를 줄줄 꿰는 것이 축구팬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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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전, 몸 푸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부산 서포터들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orudqkrtk&logNo=100187771130


여성 팬이 많기로 유명한 부산을 예로 들어보자. 로얄즈 시절부터 안정환을 비롯한 꽃미남 선수들의 산실로, 지금도 임상협, 한지호, 이범영 등 쟁쟁한 선수들을 보유하여 이른바 ‘얼빠’의 요람 역할을 하는 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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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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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호



이런 ‘얼빠’ 들을 백안시하는 축빠 순혈주의도 일각에 존재한다. 이렇게 양산되는 얼빠들은 과연 축구팬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전략적이고 고유한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선수나 감독같은, ‘사람’이 좋아서 축구를 보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팀의 유니폼 색깔이 좋아서 팬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축구를 보며 희노애락을 나누며 돈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축구팬이다. 위 사진에 나온 부산 서포터 태반이 ‘얼빠’라고 가정한다 해도, 저들이 부산 아이파크 축구단과 한국 축구에 기여하는 바는 피파온라인으로 축구를 배운 ‘진정한 축구팬’들 보다 크다.


따라서 축구장에 와서, 혹은 텔레비전을 통해 축구를 보며 열광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평등한 축구팬이며, 그렇지 않아도 쪽수도 딸리는데 되지도 않을 ‘진정한 축구팬’드립은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지양해야 할 것이다. 같은 이치로 국가대표 축구’만’ 응원하는 사람도 어엿한 축구팬으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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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오른쪽에 계신 분(파토님 아님)이 입고 있는 월드컵 티셔츠를 보라.

어찌 저 분을 축구팬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지난 시간에 국가대표 축구팀도 수많은 축구팀 중 하나로 간주하자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결론은 이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팀은 남자 성인 국가대표 축구팀이다.




국대의 탄생


국가대표 축구팀은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한다. 나라를 세우는 것 보다 축구협회를 세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쉽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세상에는 주권을 가진 국가보다 축구협회의 수가 더 많다. UN 가입국 수(193개국)보다 FIFA 가입국의 수(209개국)가 많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나온이유이다.


FIFA와 더불어 국가대항전으로 먹고사는 대표적인 단체인 IOC는 명예 회원국을 다 합쳐도 137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두 개의 단체 모두 애국심과 스포츠에 기반한 흥행사업을 하고 있지만 FIFA보다는 IOC가 국가의 실체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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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FIFA 가입국 수 뻥튀기에 일조하는 나라다. 4개의 축구협회가 모두 국가대표 축구팀을 가지고 있다. 비록 월드컵에는 따로따로 나오지만 연합왕국의 구성원들을 독립된 실체로 인정하지 않는 올림픽에는 Team GB 라는 이름의 연합 팀으로 나온다. 우리나라 올림픽팀이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겼던 팀이 바로 이 Team GB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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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다행히도 영국같은 복잡한 문제가 없다. 행여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이 이루어지면 모를까 우리나라에는 하나의 대한민국, 하나의 국가대표라는 원칙에 충실하다. 다른 2백여 개 나라와 같은 구조를 가진 것을 왜 강조할까? 이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다른 나라 대표팀들에게는 보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국대의 의무, 월드컵과 아시안컵


야구팬이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초창기에 종종 헷갈려 하는 것이, 한 시즌에 대회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K리그에서 좀 잘나간다 하는 팀들은 3개의 대회를 동시에 진행한다. 정규리그가 있고, 아마추어와 실업팀이 망라된 토너먼트 대회인 FA컵 대회도 있다. 여기에 팀이 작년에 정규리그 3위 이내에 들었거나 FA컵에서 우승하면 나갈 수 있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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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이 아챔 우승하던 정말 좋았던 시절.

국제대회인 만큼 등짝의 이름이 한글이 아닌 영문으로 돼있다. 


제작년만 해도 K리그에 참가하는 팀들만 출전하는 토너먼트 대회인 리그컵 대회도 있었는데, 이 대회까지 뛰면 선수들이 너무 빡센 데다,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승부조작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없어졌다. 구단 운용면에 있어서는 다행인 셈이다. 


당연히 하나의 축구팀인 국가대표팀도 여러 개의 대회에 출전한다. 일단 인지도 쩔어주는 월드컵이 있다. 치열한 지역예선을 뚫고 월드컵 본선에 명함을 들이미는 팀은 209개 중 32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워낙 월드컵 본선에 잘 나가니까 그냥 그런가부다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사실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하긴. FA컵이 16강 전부터 시작하는 줄 아는 국축팬도 있긴 하던데, 그런 거랑 비슷한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월드컵 일정만 해도 만만치 않은데, 대회가 또 있다. 바로 아시안컵이다. 물론 대한민국이 아시아에 속해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아시안컵에 나가는 거고, 각각의 대륙에는 저마다의 대회가 있다. 유럽도 유럽 나름대로 유로 대회가 있고, 아프리카의 네이션스 컵은 월드컵과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열기와 사건사고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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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네이션스컵 우승은 나이지리아가 차지했다


대륙별 대회에서 우승하면 뜻밖에 굉장한 혜택이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컨페더레이션스 컵’ 이라는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시아축구연맹의 영문명이 Asia Football Confederation 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콘베더레이션스 컵 이란 전세계의 대륙 우승자들을 모아놓은, 왕중왕 쟁탈전의 의미를 가지게 됐다. 원래는 프리월드컵(Pre-World Cup)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는데 피파의 메인 프랜차이즈인 ‘월드컵’의 상품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말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이 대회들 뿐만 아니라 왜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안컵도 있고, 무슨 뭐가 어쩌고 컵이니 하는 듣보잡 대회까지 따지면 국가대표팀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엄청 많다. 여기에 ‘피파랭킹’이라는, 어떻게 정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정해놓으면 어디에 쓰이는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낮으면 기분 나쁜, 일종의 영원히 지속되는 리그가 있으니 평가전이나 친선전도 어느 정도는 중요성을 가진다. 


이런 수많은 대회와 대회 아닌 경기가 있지만 중요도는 정해져 있다. 일단 월드컵은 당연히 중요도가 가장 높다. 어느 나라라 해도 국가대표 감독이 ‘저희는 다음 친선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는 2진을 내보낼래요’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각국 축구협회 마크에 별을 달려면 월드컵에서 우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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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축구협회 마크.

맨 위의 별 두 개는 빡스컵 2백번 우승해도 달 수 없는 ‘월드컵에서의’ 영광의 표식이다.



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는? 당연히 대륙별 대회다. 아까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이야기도 잠깐 나왔지만, 유럽의 유로 2012도 대단한 대회였다. 남미의 코파 아메리카는 또 어떤가. 월드컵 저리가라 아닌가. 게다가 이런 대륙간 대회는 ‘스페인’vs’잉글랜드’ 라던가, ‘브라질’vs’아르헨티나’ 같은 지역 라이벌 대결이 성립되기 때문에 오히려 흥행면에서 월드컵을 능가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에 대륙별 대회에서 우승을 했거나, 모국이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를 유치했다면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월드컵 다음의 우선순위를 가지게 된다. 당연하다. 대륙 최강자들을 꺾고 우승하면 세계 최강이 된다. 엠블럼에 별 추가를 못할 뿐 매우 중요하고 영광스러운 대회다. 


이 세 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대회? 그냥 다 비슷하다. 대부분 월드컵이나 대륙별 대회를 앞두고 집중 평가전을 갖기 위해 나가는 대회들이다. 아니면 연령 제한이 있는 대회를 통해 유소년들의 재롱을 감상하는 정도의 목적이 있겠다. 




한국 축구의 알파(α), 코리아 FC


이런 당연한 중요도의 순서가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조금 다르다. 물론 가장 중요한 대회는 월드컵이다. 그러나 월드컵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회는 다름 아닌 올림픽이다. 축구만으로 구성된 스포츠 이벤트가 올림픽과 비등한 관중을 끌어모으는 마당에, 피파 소관도 아닌데다가 다른 종목에 꼽사리껴서 진행되는 올림픽에 이렇게 비중을 둔다고? 그래 그렇다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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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은 동메달을 땄다. 


그렇다면 올림픽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는 뭘까? 그건 바로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컵이 아니고 아시안게임이다. 다른 대륙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대륙내 종합 스포츠 이벤트에 포함된 축구가 아시안컵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존재한다는 것 조차 까먹고 있다. 아시안컵을 똥으로 생각하니 아시안컵 우승이 될 리가 없고, 아시안컵 우승을 못하니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가질 못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아시안게임(이라는 듣보잡 대회)에 최정예를 내보내기 위해 아시안컵 스쿼드를 빵꾸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 축구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해한다.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는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이 가지지 못한 ‘그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병역 면제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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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문제 해결의 또다른 대안. 상주상무



심지어, 대륙별 대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외국의 축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접한 해외축구빠들은 역설적이게도 아시안컵을 더더욱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다는 아니겠지만 적지 않은 해축빠들의 숙원은 유럽에 한국선수들이 더 많이 뛰는 것이고, 따라서 아시안컵 나부랭이 신경 쓰지 말고 선수들 병역 문제나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의식이 잘못됐으니 고치자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야하고, 비록 젊은시절에 바짝 땡겨야 하는 운동선수라 할지라도 여기에 예외를 둘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걸린 병역면제라는 부상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진 특수성이라고 봐야한다. 


그런데 문제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올림픽은 축구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나이를 만 23세 미만으로 제한한다. 여기에 두 명의 성인 성수를 끼워넣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올림픽팀은 유소년 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인팀도 아닌 어정쩡한 팀인 것이다. 이것은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국의 축구선수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면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 많으면 두 번에 불과한 것이다. 


병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기회의 희소성까지 합쳐져서 대한민국의 올림픽 대표팀은 국가대표만큼이나 중요한 팀이 됐다. 그러다보니 올림픽팀은 윗 분들이 군대 빼주고 싶은 선수들 꽂아넣는 선심이 장이 됐고, 어느 나라보다도 메달에 대한 집념이 강했음에도 딱히 결과는 시원치 않은 사태가 반복됐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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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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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vforveri


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