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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굿바이 XP <2>

2014-04-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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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7 비추천0

2014. 04. 14. 월요일

물뚝심송






 


지난 기사


[굿바이 XP <1>]


 








지난 편에서 XP를 계속 쓰면 안 되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이제 XP는 인터넷에 등장하면 안 되는 방어력 제로의 시스템이 된 셈이다. 면역력이 제로라고 표현해도 되겠다. 감기만 걸려도 죽어 버리는 그런 시스템이 되어 버린 셈이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전국의 관공서, 공공기관, 군 부대, 기타 미션 크리티컬한 곳에서 사용되는 XP시스템 전체를 갈아엎고 다른 OS로 바꿔야 한다는 점, 이것만으로도 우리나라 정부는 엄청난 일거리가 생긴 것이다. 그러게 진작에 좀 바꿔두지.


도대체 왜 그 많은 중요한 피씨들에 다 XP만 깔아 뒀다가 한 방에 큰 일을 당하냐는 말이다. 피씨 장비 업그레이드 할 때 마다 OS를 조금씩 조금씩 바꿔 뒀으면 되는 거 아닌가 말이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윈도우 7도 쓰고 맥(Mac) OS-X도 쓰고 리눅스도 쓰고 모바일도 쓰고 크롬북도 쓰고 그랬으면 되는 거 아닌가? 도대체 왜 호들갑을 떨고 있는가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하면 뭐라 하시겠는가? XP 이외의 OS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 물론 100% 그런 것은 아니다. 관공서 피씨에 윈도우 7도 많이 깔려 있다. 심지어 컴맹의 집합지인 딴지일보 편집부에도 윈도우 7이 기본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 복잡한 얘기를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OS와 어플리케이션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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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와 어플리케이션


OS는 하드웨어를 통제하고 사용자와의 중개 역할을 해 주는 기본이 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하면 그 OS 위에서 가동되며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업무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다. 요즘 모바일 시장에서는 이를 줄여서 '앱(App.)'이라고 부르는데 그 앱이 바로 어플리케이션의 준말이다.


그런데 이 어플리케이션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각각의 형태별로 발생하는 문제의 스타일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종류별로 이해를 하고 그 종류에 따라 발생하는 서로 다른 문제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래서 기술과 관련된 사회 정치적인 문제를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고, 일반인들이 이해를 못하니까 공무원들도 이해를 못하고 대충 업계의 이해관계에 맞춘 바보 같은 정책들이 막 채택되고 누군가는 거기서 꿀을 빨아 먹고, 누군가는 세금을 낭비하게 되고, 누군가는 XP 서비스 지원 중단 때문에 날벼락을 맞게 되고 그러는 거다.


그러니까 아무리 알기 싫어도 좀 알아 두셔야 하는 것이다.

 

독립된 범용 어플리케이션


첫 번째, 가장 쉬운 경우. 독립적인 상용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실제 사례는 이거 두 개만 들어도 된다. '아래 한글'과 '오피스 엑셀'. 굳이 한 가지를 더한다면 '파워포인트' 정도.


업무용 피씨에 아래 한글(혹은 오피스 워드)을 안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회사 피씨나 공무원 피씨의 경우 엑셀 안 쓰는 경우 거의 없다. 어떤 면에서는 피씨를 쓰는 이유 자체가 이거다. 문서 기안하고 엑셀로 계산하는 거.

이 어플리케이션들의 문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이며, 이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대규모 소프트업체에 사용자들이 종속된다는 점이다. 왜 종속될까?


예를 들어 아래 한글을 생각해 보자. 문서 작성에 있어서 대단히 편리하게 잘 만들어진 좋은 소프트웨어다. 그걸로 만든 파일은 HWP 확장자를 가지게 되며 관공서에 제출하는 거의 대부분의 서류들은 이 HWP 파일 포맷으로 제출할 것을 표면적으로는 권고, 실질적으로는 강요받게 된다. 다른 형식은 아예 받아주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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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아래 한글을...?


여기서부터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만약 아래 한글이 망한다면? 그래서 더 이상 아래 한글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가 안 된다면? 여태껏 만들어 놓은 그 무수히 많은 아래 한글 서류들은 다 어째야 하는가? 엑셀도 마찬가지다. 근 십 년이 넘게 회계결산 도표들을 몽땅 엑셀로 만들어 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엑셀을 만드는 MS가 망해서 더 이상 지원을 안 해준다면?


물론 아래 한글도 안 망했고 (위태위태하기는 하다) MS는 확실히 건재하다. 이들은 망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망하기는커녕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왜냐고? OS가 바뀌면 어플리케이션을 못 쓰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윈도우 XP에서 윈도우 7으로 간다면 거의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들은 그대로 쓸 수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윈도우 XP 문제를 겪고 MS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려서 OS를 아예 리눅스나 기타 다른 OS로 바꿔버리기로 한다면?


사실 최근 정부(미래창조과학부)는 공개 소프트웨어 OS로 시스템을 바꿀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OS의 독점적인 지배구조를 깨트린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진보적인 결정이며 우려는 되지만 본질적으로는 환영할만한 발표이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떠오르는 질문은 '아래 한글은 어쩔 건데?', '엑셀은 어쩔 건데?'였다. 이 부분이 바로, OS의 독점에서 파생된 어플리케이션의 독점 문제다. 이 어플리케이션의 독점 문제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 즉 한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게도 복잡한 문제를 안겨준다.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크로스 플랫폼'이 매우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이게 OS의 독점 문제와 어플리케이션의 독점 문제가 겹쳐 있어서 무척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컴의 입장이라면 모든 사람이 아래 한글을 쓰면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한컴의 고객 중에는 윈도우 XP를 쓰는 사람도 있고 맥(Mac)을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한컴은 서로 다른 OS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아래 한글을 만들었어야 한다. 리눅스 하에서 작동되는 아래 한글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세상이 몽땅 윈도우 XP만 쓰는데 몇 명 쓰지도 않는 리눅스 버전의 개발에 대량의 자원을 투입할 수가 있겠는가? 정부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에서 이런 문제는 꽤 심각한 문제이다. 그 결과 리눅스 버전의 아래 한글은 아직 쓸만한 상태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역으로 리눅스 버전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엑셀은 아예 리눅스 버전이 없다. 맥 사용자는 조금 신경 쓴다. 오피스 맥 버전은 존재한다. 그러나 윈도우 버전만큼 잘 돌아가지 않는다. 일부러 그러는 측면도 있다. 오피스라는 프로그램 세트 자체가 사용자들에게 윈도우 OS를 쓰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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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OS의 독점이 심화된 우리나라의 사용환경 아래 어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의 '크로스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OS가 하나 사라졌다. 이 때 바로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OS를 바꾸는 것. 몇몇 어플리케이션을 포기해야 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물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편한 해법이 없다.


이 문제 역시 독점과 권력이 얽혀 있는 문제였다. OS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독점되고, OS가 독점된 결과 어플리케이션이 특정 OS에 맞춰서만 개발되고, OS가 갑자기 사라지자 대안을 찾지 못해 헤매게 되는 결과.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까?

 

전용, CS 어플리케이션


두 번째, 전용 어플리케이션, 특히 네트워크 어플리케이션들의 문제이다. 이 부분은 보통 회사별, 혹은 관청 별로 주문 제작해서 개발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회사라면 아마 전자결재 시스템 혹은 사내 인트라넷 시스템을 의미한다. 관공서라면 대표적으로 행망 소프트웨어들이다.


과거에 한참 유행할 때 이런 시스템을 보통 CS 시스템이라고 불렀는데, 클라이언트 서버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요즘에는 이런 유행이 좀 사라졌지만, 그래도 중요한 시스템 몇 개씩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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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스템은 서버와 클라이언트 둘로 나누어서 이해를 해야 한다. 서버는 중앙에서 돌고 있는 큰 시스템으로 모든 클라이언트들의 요청을 받아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다거나 하는 업무처리를 전담하는 프로그램이고, 클라이언트 프로그램들은 각자의 피씨에 설치되어 서버에 접속하여 입출력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업무용, 관공서용으로 이런 시스템들이 무수히 개발되어 있다.


아주 단순한 전자결재, 출퇴근 체크, 사내 메일, 문서관리 시스템부터 시작해서 아주 크고 복잡한 시스템까지 층위가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은행의 단말 같은 것을 연상하면 된다. 피씨에는 데이터가 저장되지도 않는다. 사실상 일은 대부분 중앙의 서버가 처리하고 피씨 단에서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만 설치한 후 접속해서 입출력만 하게 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업무 처리하는 곳이 무척 많다.


이 경우 문제는 어떤 식으로 발생할까? 클라이언트 피씨의 OS가 바뀌면 그 OS에 맞춰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 줘야 한다. 역시 XP에서 7으로 가면 큰 변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리눅스로 간다면, 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들을 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한창 잘나가던 외주업체가, 이 네트워크 기반의 응용프로그램, 전용으로 주문 개발된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회사가 망했다면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 도리가 없다. 똑같은 일을 하는 프로그램을 서버용까지 새로 만들어야 될지도 모른다. 심한 경우에 XP 기반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라이브러리를 사용했다면 그 프로그램이 윈도우 7 으로도 못 가는 사태가 올 수 있다. 이럴 경우 역시 최초 개발사를 찾아가 고쳐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 회사가 망했다면? 망하진 않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프로그램을 못 만든다고 한다면? 그 프로그램을 만든 프로그래머들을 다 짤라서 자기들도 그 프로그램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른다고 한다면?

헬게이트가 열리는 거다.


두 번째 문제는 그래도 돈으로 발라서 해결할 수도 있다. 소스코드를 가지고 있을 테니 다른 유능한 개발사를 찾거나 정 급하면 직접 유능한 프로그래머를 한시적으로 고용해서 새로 만들라고 족치면 만들 수도 있다.


역시나 이 문제 또한 OS의 독점에서부터 시작된 문제일 뿐이다. 윈도우 XP가 아무리 점유율이 높고 아무리 잘 만든 적합한 OS였다 하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그렇게 많이 깔아 버리고, 그 기반에서 모든 어플리케이션이나 시스템들을 개발하라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일부러라도 다른 시스템을 도입해 보고, 그 시스템에서 돌아가는 어플리케이션이나 전용 프로그램들도 다수 개발해 보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엄청난 수업료를 물게 된 셈이다.


더 걱정되는 것은 그렇게 비싼 수업료를 물고도 배우는 것이 하나도 없는 그런 상황이다. 세 번째 문제는 더욱 쉽지 않다. 바로 웹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이다.

 

웹 어플리케이션


웹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은 꽤 오래 전부터 유행해서, 앞서 얘기한 두 번째 어플리케이션들을 상당히 많이 대치하기도 했다. , 내부 전자결재, 문서관리, 인트라넷 시스템 같은 것을 웹 기반으로 많이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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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어플리케이션 개발사들


웹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은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 없는 방식이다. 실제로 없는 것은 아니고,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가 없이, 웹 서핑할 때 사용하는 인터넷 브라우저, XP 기반으로 얘기를 하자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는 경우이다.


이렇게 웹사이트 접속하듯이 내부 서버에 접속하면 단순 홈페이지는 아니고 뭔가 복잡한 기능이 있는 페이지가 열리면서 업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한창 유행을 해서 그런 식으로 많이들 옮겨갔다.


그러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 없으니 아무 문제 없겠네? 두 번째 경우보다 훨씬 더 현명한 플랫폼이었네~'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초기에 CS 시스템을 웹 어플리케이션으로 옮길 때 이 부분을 주요 강점으로 많이들 선전했었다. '크로스 플랫폼에 적합한 웹 기반의 솔루션' 뭐 이런 카피들이 횡행을 했었다. 아무 OS를 쓰거나, 아무 브라우저를 쓰거나 다 된다는 뜻이다. 매우 좋은 강점이다.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매우 큰 장점이다. 사내 피씨가 한 이삼십 대 정도라면 별거 아니지만, 만약 사내 피씨가 한 오천 대, 만 대쯤 된다고 생각해 보시라. 거기다가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다 설치하는 것은 엄청난 작업이다. 사원들은 그거 할 줄 모른다. 다 해줘야 된다. 그 인건비도 만만찮다.


결국 클라이언트 부분을 특정한 어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하지 않고 범용 규격인 HTML에 맞춰 만들어 놓게 되면 클라이언트 피씨에서는 특정 OS나 특정 웹 브라우저에 의존하지 않게 되어 플랫폼의 지배, OS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드디어 OS 독점으로 인해 발생한 MS의 권력의 마수에서 해방되는 것인가!!


그래서 아주 건전하게도 웹 어플리케이션으로 많이들 옮겼는데여기에 숨은 악마가 있었다. 바로 그 이름도 찬란한 액티브 엑스(Active-X) 문제이다. 웹 어플리케이션은 일반 홈페이지를 만드는 규약인 HTML 규약에 의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HTML 규약의 기능이 좀 약했다는 것이다. 즉 어느 수준 이상으로 복잡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기능이 필요했는데, MS는 이 부분에서 해결책을 만들었다고 전세계적으로 자랑질을 하면서 액티브 엑스를 솔루션으로 제시했었다.


그 결과 오오 신뢰의 MS, 구원의 MS를 복창하면서 수많은 개발사들이 웹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액티브 엑스를 조자룡이 헌 창 쓰듯 무수히 써 버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액티브 엑스가 몹쓸 놈이었다는 점이다. 지금도 웹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을 쓰는 시스템에서는 무수히 사용하고 있는 엑티브 액스, 이 놈이 나쁜 놈이었다. 숨어있는 악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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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oActiveX.net


결과적으로 MS 본사가, 자기들이 직접, 이 액티브 엑스는 몹쓸 놈이니까 앞으로는 지원을 안 하겠다고 하면서 지원을 끊어 버린 것이다. 이건 OS 문제하고도 관련이 있는 것이 MS OS를 구매하게 되면 익스플로러가 번들로 포함되어서 따라 오는데, XP 시절에는 익스플로러 낮은 버전이, 그 뒤로 갈수록 익스플로러 높은 버전이 들어 있는데, 높은 버전의 익스플로러에서는 액티브 엑스가 기본적으로는 사용해서는 안될 놈으로 설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혼란을 불러 왔었다. 바로 악명 높은 인터넷 뱅킹 상의 액티브 엑스 문제이다. 공인인증서 관련 액티브 엑스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사용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윈도우 7, 윈도우 8로 마구 버전을 올리고 있었는데 그 때마다 은행들은 난리가 났다. 무슨 무슨 보안 설정을 풀고 액티브 엑스를 설치해라~ 뭐 이런 안내문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런 혼란이 일반 사용자들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내부에도 있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관공서 피씨들이 윈도우 XP를 못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높은 버전의 OS로 올라가면 기존의 웹 기반의 어플리케이션들을 못 쓰게 되는데? 이걸 어쩔 것인가?


정리하자면 웹 어플리케이션은 좋은 시도였다. HTML이라는 국제적인 규약, 웹 기반의 규약만 지키면 사용자의 피씨의 OS가 무엇이거나 상관없는, 독점에 의한 권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그런 기회였다. 하지만, HTML 규약이 아직 미약했던 상태에서 너무나 많은 기능을 원했고, 그 부족한 부분을 지나치게 심각할 정도로 MS의 액티브 엑스라는 구린 기술을 채용하는 바람에 OS에 대한 의존도, 웹 브라우저에 대한 의존도를 오히려 획기적으로 더 올려 버린 것이다.


이럴 바에야 도대체 왜 웹 기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또 망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태 설명한 CS 기반의 시스템, 혹은 웹 기반의 어플리케이션들 그거 공무원들만 쓰는 거 아닌가?', '자기들이 쓰는 거니까 자기들이 알아서 고치고 새로 만들고 다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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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뱅킹? 그거 웹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이다. 자영업자 분들이 많이 쓰시는 홈택스? 그것도 웹 어플리케이션이다. 요즘은 자기가 다니는 대학교 사이트에 가서 졸업증명서 뗄 때도 웹 상에서 뗀다. 그거 웹 어플리케이션이다. 무엇보다도 참여정부 때부터 열심히 만들어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는 대한민국 전자정부. 이거 몽땅 웹 어플리케이션이다. 이 모든 것의 바닥에 액티브 엑스가 깔려 있고, 액티브 엑스는 윈도우 기반의 피씨에서만 쓸 수 있다, 리눅스, 기타 OS 사용자들은 이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되지 않는다. 심지어 윈도우 7 이나 8을 사용하는 사람들, 또는 앞으로 나올 새로운 윈도우 시스템조차 이런 서비스를 사용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XP를 자발적으로 버리지도 못할 정도로 매여 있게 되었다. 독점과, 독점에 의한 권력에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을 제물로 바쳤던 것이다.

 

임베디드 어플리케이션의 문제


네 번째로, 일반인들은 거의 신경 쓰지 못하는 숨어있는 시스템들이 있다. OS의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거의 피씨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임베디드 시스템의 문제 역시 무시 못할 수준으로 심각하다. 보통 임베디드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장비들이라면 쉽게 말해서 피씨가 아닌 전용 장비를 의미한다.


복잡할 거 없다. 현금인출기. 거기에도 OS가 있다. 지하철 전광판. 거기에도 OS가 있다. 군용 장비에도 들어간다. 탱크에도 시스템이 들어간다. 건설용 중장비에도 들어간다. 공업용 공작기계, 생산라인 컨트롤러 이런 것들에도 윈도우 XP가 은근히 많이 들어가 있다.


이거 다 바꿔야 한다. 특히 현금인출기 ATM 같은 경우는 최대한 신속하게 바꿔야 한다. 이거 해킹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굳이 설명을 해야 할까? 물론 그런 ATM 기기들은 별도의 은행 전용망에 연결되어 있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망 교환기, 라우터들이 해킹되면 어떨까? 농협은 뭐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서 해킹 당했나?


실제로 전국에 깔려 있는 각종 은행용 ATM 장비의 94% XP 임베디드 시스템이다. 8만 대가 넘는다. 이거 모두 교체해야 한다. 이건 단순히 다른 OS의 라이선스를 사는 걸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 장비들은 OS 업그레이드 기능 자체가 없다. 아예 기계 자체를 다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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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서울신문>


지하철 전광판이 해킹되어 모든 지하철 역의 전광판에 정치적 선전구호가 등장하는 장면을 생각해보시라. 이거, 형사범죄만 아니라면 사실은 내가 한 번 해 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고속도로 안내 전광판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디스플레이가 발전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광고판이 풀컬러 LED로 바뀌었는데 거기다가 어떤 미친 해커가 포르노라도 틀어 버리면 어떨까? 아니, 아니, 내가 틀어보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은 아니고.


여기에도 XP 시스템이 꽤 많이 들어가 있다. 이거 또 언제 다 바꾼단 말인가? OS에 대한 지원이 중단된다는 것은 OS의 안정성을 극도로 취약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점은 앞서서 설명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손을 봐줘야 한다. 임베디드 시스템이라고 해서 이 본질적인 문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개인용 피씨처럼 인터넷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업데이트가 중단되고 고정되어 버리는 순간 허점이 발견되고 알려져서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은 똑같다.


IT 분야의 제품에 완결성은 없다. 항상 살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체크하고 발견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이 멈추게 되면 취약해진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런 살아 움직이는,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 이런 거는 진짜 못한다. 그냥 팔면 땡이고, 문제가 터지고 나면 그때 그때 막는 것일 뿐이다. 심지어 터지고 나서도 잘 못 막는다.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하지는 못하고 수 틀리면 몽땅 바꿔 치는 것 밖에 모른다. 임베디드 시장에서도 이런 사회 분위기는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언젠가 크게 털릴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문제도 특정 OS가 시장을 독점하면서 벌어진 문제이며, OS가 불로장생 영원불멸이라도 할 것처럼 대비를 안하고 있다가 한 방 크게 얻어 맞은 그런 결과일 뿐이다.

 

독점 문제의 해결


이런 네 가지 경우의 문제, 이 모든 것들이 바로 OS의 독점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XP의 감옥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OS가 통일되면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편하다. 한 가지 버전만 만들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 가지 버전만 만들어진 어플리케이션을 믿고 미션 크리티컬한 사용환경에서 독점적인 OS, 단일한 OS만을 사용하게 되면 스스로를 독점의 감옥에 가두게 되고, OS를 만든 MS에게 권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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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독과점 행태를 보드게임 '모노폴리'에 빗대어 풍자한 이미지


MS는 이 권력을 사랑했다. 자기네가 만든 OS를 쓸 수 밖에 없는 이 사회를 즐겼다. 그렇게 독점적인 권력으로 OS를 팔고, OS에서만 돌아가는 오피스를 팔고, 그 돈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MS 자신들도 그 독점적인 권력에 의해 상처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MS XP 지원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여러 차례 하소연을 했다. MS는 그 결과 돈도 안 되는 OS, 이제는 아무도 안 사는 OS XP에 대한 기술지원을 무려 14년 동안이나 질질 끌면서 해 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고 손을 들어 버린 것이다. MS도 불쌍한 일이다. 하지만 자승자박이다.


MS를 별로 신뢰하지 않았던 유럽이나 기타 다른 나라의 정부들은 이런 문제가 안 생겼다. 그들은 진작부터 다양한 OS 사용을 권장했고, 다양한 OS 기반에서 작동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을 모두 준비해 온 것이다. 그게 초기 비용은 좀 더 들지 모르지만 현명한 일이었던 것이다.


어떤 OS의 점유율이 95%라고 해도, 정부는 언제나 그 나머지인 5%를 고려했어야 한다. 이게 민주적인 가치를 지키는 사회이다. 기업이라면 몰라도 정부는 그래야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에게 제발 MS의 제품만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이러한 환경을 고치고, 소수 사용자들을 보호하라고 다각도로 애타게 호소해왔다. 당연히 묵살 당했다.


그거 뭐 한 5% 되는 사람들을 위해 뭐 하러 소프트웨어를 한 벌을 더 만들어... 그게 오히려 낭비 아닌가?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 아닌가? 이런 태도였다. 심지어 맥이나 리눅스를 쓰는 사용자들은 니들은 뭐 잘났다고 그런 이상한 걸 쓰냐? 반정부적인 거 아니냐? 저런 놈들 때문에 나라가 통일이 안 되는 거야~ 뭐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공무원들도 흔했다. 마치 기업의 직원 같은 마인드였다.


어떤 사이트는 들어가면 아예 '이 사이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하면서 다른 브라우저는 접속도 안 되게 막아 놓기도 했다. 이거 무척이나 뻔뻔한 일인데, 오히려 자랑스럽게 벌어졌던 일이다. 그게 우리 사회다.


OS의 독점이건 웹 브라우저의 독점이건 어찌되었든 간에 독점은 그리 좋은 결과를 내지 않는다. 다양성의 가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소프트웨어는 개발의 주체가 있다. 그 주체가 기업이라면 언제든지 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관공서의 피씨 사용환경 같은 것은 절대 특정 기업의 제품에 독점되어서는 안 되는 그런 것이다.다양성이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 비용이 추가되어야 한다면 그 비용은 '안전 비용'이다. 우리는 그러한 안전 비용의 지불을 거절한 것이고, 이제 와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는 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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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한 번 겪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이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이고 확실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피씨 사용 문화는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하는 것일까?


여태까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실컷 떠들었으니 이제 해결책을 논해 보기로 하자. 물론 해결책은 언제나, 무척이나 어렵기 마련이다.




 

To be continued...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