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4. 16. 수요일

춘심애비

일단 이걸 함 보시라.

오늘의 유머 - 제 음원수입 내역 공개합니다

보면 아마도 '아 시발 이 정도였어?' 싶을 거다. 그 정도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왜 병신 같이 당하고만 있어!'라고 생각하곤 한다. 이 말은 여러가지로 틀린 말이다. 첫째로, 이 시장 구조는 당하는 게 디폴트지, 병신 같은 게 아니다. 둘째로, 당하고만 있지 않다. 수많은 시도들을, 대중들 대부분이 모를 뿐이다. 그러니까 교정을 하자면 '다들 그렇게 열심히 싸워오고 있는데 정말 안됐다'가 맞다. 

쉴드 너무 치는 거 아니냐고? 왜 아닌지, 일단 들어보고 다시 판단해주시라.

1. 미션 : 멜론을 깨부숴라

위 자료는 트래픽 기준 주요 음원사이트 시장 점유율이다. 매출기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2013년 1분기에 엠넷이 그나마도 빤짝 역전을 하려다 못했을 거다, 아마. 그냥 봐도, 멜론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50% 이상을 유지하는 추세다. 

시장이 이 꼬라지가 되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멜론과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시도하기 힘들다. 손해 보면서 장사해서, 점유율을 빼앗아보려 해도(2013년 1분기처럼), 멜론이 그 장사를 따라하면 끝이니까. 저 중 모기업의 자본 규모로 보면 SK, CJ의 싸움인 셈이고, 그 다음 KT를 제외하면 다들 턱없이 작은 규모. 그러니까, 멜론이 만든 시장의 '룰'을 따라가지,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만들기가 매우 힘들 게다.

결국, 시장의 구조 자체는 멜론의 카피캣들로만 가득찬 시장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리더인 멜론을 깨야, 시장이 깨진다. 절대 명제는 아니겠지만, 현실적으로 대단히 부정하기 어렵다는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라.

이제 멜론을 깰 수 있는 방안이 어떤 요소들을 필요로 하는지 살펴볼텐데, 그 전에, 음악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 음원매체의 특성

음원매체란 건, 하나의 상품 형태이면서 동시에 예술 작품의 한 형태다. 음악이라는 것이 지니는 이 양가적 특수성은 이 사단 난 시장을 이해하는데 졸라게 중요하다. 하나씩 짚어보자.

일단, 졸라 보편적이다. 상품 차원으로나, 예술 차원으로나, 음악은 매우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매체다. 똥 쌀 때, 목욕할 때, 운동할 때, 아무것도 안 할 때 모두 즐길 수 있는 매체는 오로지 음악 밖에 없다. 이는 청각이라는 감각의 특성인데, 시각이나 미각에 비해 제약이 적다. 물리적인 '외연'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후각을 기반으로 한 예술이 있다면, 음악과 견줄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후각은 청각에 비해 훨씬 민감하고, 또 서사성이 없다. 

또 한 가지 특성은, 복제가 졸라 쉽다. 그리고 복제품과 원본의 차이가 없다. 내가 몇 달 밤새서 녹음하고 믹싱하고 마스터링한 음원을 mp3로 컨버팅하는 바로 그 순간 게임 셋이다. 컨트롤 C, 컨트롤 V 한 번으로 똑같은 매체가 2개가 되니까.

이 두 가지 특징에서 파생되는 또다른 특징은, 프리미엄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공연'은 사치제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음원' 그 자체를 사치제로 받아들이는 데에 반감을 갖기 쉽다. 미술처럼 제약이 큰 예술 장르는 원본이 졸라 비싸고 복제품이 졸라 싼 걸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은 그게 안 된다. 어떤 mp3만 비싸다든가, 신인보다 월드스타의 음원이 비싼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다. 대체로 저렴하고, 균일한 가격을 유지한다. 조용필 노래를 600원이면 사는 데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지만, 신인 화가의 작품을 600원으로 사려고 하면 도덕성마저 의심받을 걸. 반대로 어떤 신인 가수가, 내 앨범은 진짜 너무 좋으니까 한곡에 10만 원 내야 다운받을 수 있다고 하면, 그 가수도 도덕성마저 의심 받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는, 파레토 법칙이 완전히 성립한다는 점이다. 보통 '인기'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의미를 지니는데, 예컨데 모나리자 원본은 정말 인기있지만 그 매체 특성상 누구나 원본을 즐길 수는 없다. 하지만 EXO의 신곡은, 좋아하는 누구나 하나씩 살 수 있다. 하다못해 신라면도, 너무 많이 팔리면 품절이라는 게 되는데, 음원은 품절이라는 개념이 없다. 모두가 좋아한다면 모두가 살 수 있는 무한의 재화. 사놓고 안 쓸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재화. 이런 게 또 있을까. 결국 맘에 드는 음원은 '누구나'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 있는 컨텐츠의 시장 점유율이 타 매체에 비해 높을 수 밖에 없다. 수요가 많다고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테니 말이다. 

끝으로, 디지털 매체라는 기술적 특징이다. 디지털 매체를 주고 받는 것은 얼핏보면 아주 쉬운 일 같지만, 상당한 기술과 적지 않은 물리적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기술과 인프라 없이 매체를 주고 받으려면, 남의 기술과 남의 인프라를 쓸 수 밖에 없다.

보편성, 복제 용이성, 저렴해야 하는 가격, 파레토 법칙, 그리고 기술장벽. 기억하자.

3. 음원시장, 개혁의 조건

자 그럼, 다시 돌아가서, 멜론을 깨부술 어떤 대안이 있다면 그 대안이 갖춰야 할 조건을 생각해보자. 중요한 건,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거다. 무슨 말이냐고? 이따 얘기해줄게.

첫째로 가격 구조를 보자. 

말했다시피, 음원이란 매체는 가격 저항이 심하다. 자신이 원하는 음원을 찾고 사는 데까지의 과정이 아주 편리하다던가, 음질이 월등하게 좋으면서도 용량은 같다던가 하는 혁신적인 부가요소가 없다면 가격을 높일 수 없다. 그러니까, 엄청 편하고 좋을 껀덕지가 없다는 전제를 한다면 이 상태에서 멜론처럼 횡포를 안 부리면서도 가격을 높이지 않는다는 얘기는, 유통 마진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2가지 안을 고려할 수 있다. 비슷한 가격에

1. 유통마진을 줄여서 유통을 대행하거나(아이튠즈처럼)

2. 가격 자체를 현저히 줄여서 멜론과 경쟁하거나. 

그렇다면 둘째로 생각할 수 있는 건, 가격은 오히려 높이는 한이 있더라도, 엄청 편하고 좋게 만드는 방안이겠다. 

셋째로는 집단행동이다. 영화계에서 스크린쿼터 반대 행동을 하듯, 음악인들이 다 들고 일어나서 기존 음원 사이트에 음원 제공을 안해서 말려 죽이는 거.

이거 말고 또 있으면 얘기해달라. 내 머리론 이게 전부다. 물론, 디지털 음원 수익에서 아예 벗어나는 방안을 왜 생각하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건 다 이미 하고 있다 이사람들아. 대부분의 인디밴드들은 어떻게든 네임벨류를 쌓아서 공연행사로 돈을 벌려고 한다. 위 오유글의 댓글에서도 보이듯, 아이돌 그룹의 수익모델은 음원이 아니라 음원 외 수익이다. 시장원리에 따라, 이 사단 속에서도 음악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디지털 음원 수익 의존도를 낮춰냈거나, 혹은 아직 안 그만뒀을 뿐인 거다. 

게다가 이 글만 놓고 보면, 지금 국내 음원 시장의 문제를 깨보려고 하는데, 음원 시장을 떠남으로써 그 문제를 깨자고 하는 건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되지. 대한민국의 문제를 얘기하는데 대한민국을 떠나라는 게 대안이 될 순 없듯이.

암튼 그렇다면, 저 3가지 조건이 왜 실현하기 어려운지 보자.

4.현실의 장벽

가격부터 보자. 

일단 유통 마진을 줄인다는 얘기는, 그만큼의 선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초기에 유통되는 물량 자체가 적으면 절대적인 수익의 양이 형편없이 작은 시기를 지나야 할텐데, 그 시기 동안 견뎌야되니까. 말하자면, 아이튠즈를 발표하던 당시의 애플이 보유하고 있던 자본의 규모를 떠올리면 되겠다. 국내에서 누가 그런 투자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소수 중 누가 그런 걸 나서서 할까. 대기업이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판국에.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가능성이 너무 적고, 무엇보다도, 영세 뮤지션들은 못한다.

유통과정의 비용을 줄이는 다른 방법으로 시스템적인 유통이 있겠다. 사람 손을 안 타는 구조 확립. 그 시스템을 만드는 건 위에서 말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기대하기 어렵고, 글타면 원래 있는 좋은 시스템을 활용하는 걸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음원의 특성이 다시 나온다. 보편성 말이다. 이런 새로운 시스템은 사용자가 적다. 이렇게 되면 닭이냐 달걀이냐 상황이 돼버리는 건데, 게임이론 뭔지 알지?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 지고 그냥 기다리는 건, 두 비겁자가 자백하지 않길 바라는 것과 같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좋은 음악이 적은 시스템에 익숙해지려 할 이유가 없고, 뮤지션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적은 시스템에 굳이 노력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 뮤지션들이 참고 기다리면 안 되냐고? 기다리는 동안 라면 국물 얼렸다 녹여먹는 거 몇 달을 할지 몇 년을 할지 모르는데? 기다린다고 이게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이?

그렇다면 가격을 줄여야되는데, 한달에 10900원 내면 150곡씩 다운 받을 수 있는데 무슨 수로 가격을 더 줄여. 여기서 무슨 수로 가격을 더 줄이고서도, 뮤지션들한테 돈을 나눠줘. 10900 나누기 150을 하면 반올림 해도 73원인데. 미국가면 700원 떨어질 수익(1달러 * 70%)이 한국에선 23원(73원*60%-1차유통마진)받는 거고, 그 얘기는 미국에서 한 달에 200만 원 받을 뮤지션이 한국에선 6만 5천 원 받는데. 가격을 똑같이 하고 100% 다 뮤지션 줘도 20만 원이다. 

다음은 편하고 좋게 만드는 방안. 다들 예상하다시피, 이건 위에서 말한 상황과 똑같다. 그 편하고 좋은 건,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뛰어난 기술이란 건 결국 돈이 든다. (누가 자원봉사하지 않는이상) 아이튠즈가 한 일이 이에 해당한다. 살짝 비싸지만, 너무 편한 거. 구하기 힘든 음원도 졸라 다 있는 거. 이건 영세 뮤지션들이 자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뮤지션들 중에서 개발자들이 머리를 모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해보자. 아이튠즈도 몇 명이 뚝딱 만든 게 아니다. 애플 직원이 아니면서 아이튠즈 같은 걸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면, 음악 안 하고 애플 들어가서 연봉 1억씩 받을 수 있다는 얘긴데, '너는 음악을 졸라 사랑하니까 1억 포기하고 몇 달 몇 년 손가락 빨면서 아이튠즈 같은 거 만들어!!'라는 말은 졸라게 폭력적이고 비현실적인 기대다. 시발 이게 가능했으면 새누리당이 왜 집권을 해. 실제로 그런 능력자들이 대량으로 영세뮤지션이기도 할 가능성보다, 차라리 모든 영세 뮤지션이 죄다 로또에 당첨되는 확률이 높겠다.

그렇다면 끝으로 집단 행동이다. 여기서 파레토 법칙이 문제가 된다. 이 왜곡된 음원시장 전체 매출의 80%는 일부 뮤지션 20%가 가져간다.(실은 2%에 가깝다만, 그냥 상징적으로 20%로 하겠다.) 그러므로, 전체 뮤지션의 80%가 집단행동을 한다 한들, 시장은 전체 매출의 20%만 피해를 입는다. 오히려 상위 20%들은 수익이 늘겠지, 경쟁이 그만큼 적으니. 하위 80%의 뮤지션들이 제3시장을 만들어서 대들어 본들, 그들의 매출은 멜론 진영의 1/4밖에 되지 않는 거고, 멜론 하나랑만 붙어도 절반도 안된다. 혹시 모를 현금 흐름 악화에 버틸 자본도 없이. 이걸 무슨수로 이겨.

여기에 현실적으로, 제3시장을 만든다 한들, 그 제3시장의 주역이 자기가 되려는, 그 어떤 인간 욕망의 한계로 인해 그마저도 갈등과 견제가 일어나고, 인간적인 불안감으로 인한 이탈이 일어나기까지 하면, 그나마의 하위 80%의 단결도 일어나기 힘들다. 단결도 힘들고, 단결을 해도 힘들다. 이건 힘들다. 

5. 한국 음원 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

초간단 요약을 하면 이런 거다.

시장권력을 지닌 1위 업체인 멜론이, 뮤지션들 피빨아먹는 가격 구조를 뿌리박아버린다. 그걸 이길 수 있는 재간은, 범인들의 머리에서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럴 재간을 생각해서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정말 정말 정말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포기하거나, 포기할 예정이거나, 굶거나, 아니면 음원 수익을 포기하고 다른 수익모델을 찾는다. 그게 행사든, 광고든, 상업음악이든, 알바든, 투잡이든, 고속도로 테이프든. 뮤지션의 80%가 음원시장 의존도가 없거나 낮으므로, 이 시장은 더 안변한다. 

그렇다고, 계란으로 바위쳐보지도 않는 비겁자들인가? 전혀. 홍대 인디씬 뿐만 아니라, 졸라리 많은 곳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고, 모두 쫄딱 망했다. 

망한 이유는? 능력이 없어서? 열정이 부족해서? 절박하지 않아서? 운이 없어서?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자. 아까 처음 그래프에서 멜론의 시장 점유율이 60% 넘는 걸 다들 봤을 게다. 매출 점유율도 50~60%로 받아들여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어떤 한 업체가 한 시장의 점유율이 60%를 넘긴다고?

대한민국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조를 보자.

• 제4조(시장지배적사업자의 추정)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자(일정한 거래분야에서 연간 매출액 또는 구매액이 40억 원 미만인 사업자는 제외한다)는 제2조(定義) 제7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개정 2007.8.3>

1. 1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 이상

2. 3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100분의 75 이상. 다만, 이 경우에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10 미만인 자를 제외한다.

2012년도 대한민국 음악시장 전체의 매출 규모는 2천 억 수준이므로,(출처 : IFPI(2013), Recording Industry in Numbers(The Recorded Music Market in 2012)) 디지털 음원 시장의 총 매출액이 40억 원 미만일 리는 없다. 벅스뮤직 일 년 매출만 해도 40억은 넘겠다. 

이건, 독점이다. 엠넷까지 껴줘도 과점이다. 한 시장에, 버젓한 독과점 사업자가 있는데, 이 시장이 시장원리에 맞게 돌아갈 리가 없다. 많은 나라가 법적으로 독과점을 막는 이유는, 한 번 시작되면 멈추기가 힘들고,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아주 교과서적으로, 대한민국 음원 시장은 독과점이어서 멈추기가 힘들고, 누군가가 졸라게 피해를 보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뮤지션들이 '병신 같이 당하고 있는'게 아니라, 교과서에도 나오는 독과점의 폐해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는 중인거다. 

그나마 시도했던 여러가지 대안들이 다 병맛이라 실패한 것도 아니다. 그 중 몇몇은 포텐이 있었지만, 정당한 경쟁을 해볼 수 조차 없었다. 포텐 있는 대안조차 제대로 싸울 수 없는 그림이 어떤 구조인지 알려주면서, 마무리하겠다.

애플 코리아는 한국 시장을 버린 게 아니라, 꾸준히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담당자와 인터뷰를 한 건 아니지만, 그냥 손놓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복수의 소스를 통해 확인했다.) 여기엔 2가지 장벽이 있다.

첫째로, 해외 기업이 사업 범위를 넓힐 때는 최소한의 승인 절차가 있다. 특히나 애플 같이 거대한 기업은 막 받아주다가 국내기업이 좆될 수도 있으므로, 정부에서 승인과정을 거쳐야 함은 당연하다. 여기서, 정부가 승인을 끝까지 안 내주면, 그 사업은 할 수 없다.

둘째로, 저작권 협회와의 계약이다. 최근 신생 저작권 보호단체가 생기긴 했지만, 얼마전까지 저작권 협회는 사실상 독점으로 저작권 대행 사업을 해왔다. 그러므로 음원 사업자가 저작권 협회와 계약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국내 음원은 서비스할 수 없다.

여기서, 정부는, 국내 시장 혼란과 위협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애플의 국내 디지털 음원 사업을 승인하지 않는다. 입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역시 복수의 소스를 통해 확인한 업계의 중론은 '수익 분배율과 상품 구조가 국내 실정과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다. 이 말을 현실적으로 번역하면 '뮤지션들한테 너무 많이줘'와 다르지 않다. 물론, 이건 추정이며, 일면 소설이다.(나도 살아야되니까 약하게 말하는 점 이해해달라)

소설을 하나 더 쓰자면, 정부 승인이 난다 한들, 저작권협회가 계약을 할 리 없을 게다. 디지털 음원 수익의 60%가 멜론에서 나오고, 100% 전부가 동일한 수익구조에서 나온다는 얘기는, 저작권 협회의 사업수익 중 디지털 음원시장에서 오는 수익의 60%도 멜론에서 오고, 전체가 동일한 수익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이 상태에서, 저작권 협회가 멜론과 기존 사업자들의 위협을 묵인하기는, '인간적'으로 쉽지 않을테니.

이 소설 속에서는, 아이튠즈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새로운 구조의 음원 사업자가 나타난다 한들, 정부와 저작권 협회의 원투펀치에 대부분 쓰러진다. 혹시 살아남았다고 쳐보자. 저 둘이 새로운 사업구조는 100% 다 싸그리 원천봉쇄를 할리는 없으니, 한두 개는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

그러면 우리의 독점 사업자 멜론이 초강력 어퍼컷을 날린다. 가격 후려치기. 멜론식 가격구조의 병폐는 크게 2가지라고 보면 된다. 유통 마진과, 가격 후려치기 2가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유통 마진이 더 문제였다. 당시에는 주요 상품이 벨소리, 컬러링, 싸이 BGM, 스트리밍, 다운로드였는데, 다운로드는 불법 P2P에 밀려서 매출이 적고, 스트리밍은 애초에 단가가 낮아서, 상대적으로 단가도 높으면서 불법대체제도 없는 벨소리, 컬러링, BGM이 메인 수익원이었던 것. 

여기서 통신사들은 음원으로써의 가격을 책정하기 이전에, 플랫폼으로써의 마진을 일단 떼어간다. 정확치는 않지만 러프하게 예를 들면 500원짜리 벨소리에서 일단 200원 떼어간 상태로 뮤지션에게 나머지의 50%를 주는 식. 뮤지션 요율 50%는 허구고, 500원 중에 350원이 통신사에, 150원이 뮤지션측에, 그나마도 1차 유통 마진 떼면 75원쯤 간다. 

그나마 2010년을 넘으면서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벨소리, 컬러링도 죽고, 싸이 BGM도 죽는 대신, 음악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향상되면서 다운로드가 살아날 수 있었으나, 바로 그 때 앞서 말한 10900원에 150곡을 다운받는 마법을 부린 게다. 결과는, 오유 베오베에 저 글이 올라오게 됐지. 이 어퍼컷이, 앞서 말한대로, 새로운 시도의 성공 가능성을 2차로 봉쇄한다. 

하나 곁가지로 짚자면, 

가격이 저렴하니까 사람들이 더 많이 다운받아서 총량은 늘어나는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10900원 낸 사람들 중에 150곡 다 다운로드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일까? 대부분은 미쳐 150곡을 못 채운다. 만약에 내가 10900원 내고 별로 다운받을 게 없어서 제8극장 노래 1곡만 다운 받음 어떻게 될까? 제8극장 측은 10900원의 60%를 받는게 아니라, 객단가의 60%인 23원을 받는다. 나머지는 그냥 멜론이 먹는다. 150곡 다운로드 이용권이 많이 팔린다고 해서, 뮤지션들의 수익이 비례해서 커지는 건 아니란 얘기.

그리고 이 가격은, 멜론 혼자 정하는 게 아니라, 정부 관련부처, 저작권협회, 음원 사업자들이 같이 정한다.

이제 좀 알겠지? 정부, 저작권 협회, 그리고 멜론류. 좀 오바하자면, 한국 음악시장의 3대 악이다. 

6. 마무리

개인적으로, 과거에는 너무 날로 먹는 소비자들을 탓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이유는, 어쨌든 소비자들은 처해있는 시장 환경에서 더 저렴하고 효용이 높은 상품을 선택해야하는 거니까. 그건 어떤 이 사회의 '원리'인거지 개개인의 도덕적 문제가 아니니까 말이다. 예전에 한 기사를 통해, 사실 디지털 음원이라는 매체 변화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말이다.

기사 링크 - 들을만한 음악 실종사건의 전말

그렇다면 문제는, 그 소비자들의 구매 '원리'가 생산자의 지속가능한 생산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만든 시장 구조일테고, 비난의 화살은 그 구조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유지하는 '세력'이겠다.

만약에, 시대가 변하고 변해서, 더이상 사람들이 음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이 와버린 바람에,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뮤지션이 필요치 않게 된 거라면, 그냥 받아들이겠다. 마치 대장간이 줄어들고, 메밀묵 찹쌀떡 아저씨가 줄어들듯, 그냥 이 시대가 그걸 원한다면, 겸허하게 포기하겠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들은 음악을 원하고, 더 좋은 뮤지션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 싹들은 거세당하고, 부모님께 처자식에게 죄책감만 느낀다. 바다 건너 태어났다면 한달에 200은 벌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난 이유만으로 한달에 6만 5천 원을 받으며, 은퇴 앞둔 부모님께 용돈을 처하는 철부지가 돼야만 한단 말이다.

그렇다고 희망을 버린 건 아니다. 모든 뮤지션들이 좌절하고 술 빨고 세상 욕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 좆같은 상황에서 진심이 담긴 음악은 통하리라는 기대로 계속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 그냥, 그 계란은 깨져도 바위에 묻어있지 조차 못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젠가, 이 많은 뮤지션들이 어떻게든 이 좆같은 상황을 타개할, 놀랄만한 변화를 가져오리라 믿는다. 다만, 관심도 없는 정부와 무능력한 저작권 협회, 그리고 독과점 사업자들의 트로이카가 너무도 강력해서, 그만큼 이기기가 어려울 뿐이다. 너무 어려워서, 놀랄만한 대안을 생각해내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고 있을 뿐이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뮤지션들한테 너무 뭐라 그러지 마...

쫌만 뭐라그래.

끝.

춘심애비

트위터: @miiruu

편집: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