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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08. 목요일

논설우원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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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구장창 들어온 단어고, 그런 만큼 뭘 뜻하는지 안다고 철석 같이 믿는 말이기도 하다. 수십 억 년 전 첨 생겨난 박테리아가 물고기를 거쳐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로 변해 오다가 급기야 원숭이를 지나 가장 발전된 종인 우리 인간이 탄생했다... 이런 스토리 아니냐는 거다.

 

, 아니다.

 

실은 진화만큼이나 흔하고도 오해받는 개념도 드물다. 우리는 100년도 안되는 짦은 시간 동안 그닥 변하지 않는 환경과 조건 하에서 살다보니, 우리 삶에서 경험하는 이런저런 상황에 진화를 대충 대입해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진화가 위의 저 그림처럼 원숭이가 인간으로 변화하거나 박테리아가 포유류로 발전해 왔다는 관점을 무작정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진화가 뭔지 제대로 알 수도 없고, 다윈이 가져온 혁명의 의미를 이해할 수도 없으며, 나아가 잘못된 생명관을 갖고 평생을 살게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빅뱅이나 블랙홀 같은 천문학적 거대함이나 원자 이하 극미의 확률 세계에는 지적 흥미를 느끼면서도 진화에 시큰둥한 이유도 이렇듯 그 개념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건 아예 모르니까 호기심이라도 갖지만 진화는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되려 관심이 사라지는 기현상도 있다.

 

그래서 모신다.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장대익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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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에 요런 사진이 있길래 잽싸게 걸었다.

어쩌면 이분에 대해 제일 잘 말해줄 수 있는

사진일지도.


이 양반은 참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시다. 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는데. 본인 이야기에 따르면 이 때는 공부에 흥미도 없고 이래저래 방황했던 시기란다. 머 지금의 모습을 보면 공대 쪽 공부가 즐거웠을리 만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암튼 그래서 학부 졸업 후 서울대 대학원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협동과정에서 진화를 공부하고, 런던정경대학의 과학철학센터와 다윈세미나에서 생물철학과 진화심리학을, 일본 교토대학에서 침팬지의 인지와 행동을 공부한다. 이후 이보디보의 역사와 철학으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터프츠 대학 인지연구소의 대니얼 대닛 교수 밑에서 마음의 구조와 진화를 공부하기에 이른다. 헉헉.

 

이렇듯 국내외에 걸쳐 과학과 인문학 사이를 오락가락한 독특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분인데, 사실 우원도 누구 못지 않은 변화의 궤적을 가진 삶을 살았고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꽤 있지만 울나라 학계에서 이런 경우를 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어제는 생물책 읽고 오늘은 철학책 읽는 거야 누구든 할 수 있지만, 그걸 저런 곳들에서 제대로 공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말로 먹고 살기 위해 교수질 하려면 훨씬 쉬운 길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 사회에서 장대익 교수의 행적은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을 여지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우리 과학같은 소리하네가 모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분이 아닐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이런 그의 정체성으로 인해 함께 나눌 이야기를 뭘로 정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점이었다. 우원은 개인적으로 장대익 교수의 은사인 대니얼 대닛 류의 주제를 좋아하지만 자칫 너무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다. 침팬지 이야기는 좀 지엽적이 될지도 모른다. 정치와 종교, 과학 이야기 등은 흥미롭지만 아직은과학같은 소리하네가 다루기에 좀 인문학적이다. 마 교수님은 모르시겠지만 실은 우원, 지난 여름부터 혼자 이 문제로 고민해왔단다.

 

그러다가 일단 이번에는 진화 이야기를 나누기로 된 거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너무 잘 알려진 말이지만 그만큼 오해되고 있는 개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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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와 함께 다윈도 태어났을 때부터

수염난 노인네일 거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다.

이를 통렬히 깨 주는 그의 리즈 시절. 머리는 좀 안습


늘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 같은 문외한들은 지식과 정보만 전달받아서는 도무지 그 진짜 뜻을 알기가 어렵다. 진화가 이러쿵 저러쿵 해서 요렇게 되는 거다가 아니라, 이러쿵 한 건 이런 뜻이고 저러쿵은 저런 의미가 있고 그래서 요렇게 된 건 이런 점을 시사한다, 가 돼야 진짜 의미가 받아들여진다. 과학과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게 바로 그런 접근인데, 진화 관련돼서 이런 부분을 장대익 교수만큼 잘 해주실 분도 드물다.

 

왜냐. 진화론이라는 것이 그만큼 내재된 의미가 중요하고 또 다른 분야로 연결되는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다윈이라는 존재와 그의 진화론이 지금까지도 갖고 있는 힘, 그리고 학계의 다방면에 걸쳐 있는 열렬한 추종자들의 존재는 단지 과학이론의 측면에서만은 이해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다위니스트라는 단어도 있는데 이건 단지 진화론을 지지하는 사람과 동의어 만도 아니다.

 

나아가 이들의 활동은 소위 스켑티즘과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열분도 다들 들어봤을 리처드 도킨스 같은 이가 대표적인 경우다. 열렬한 무신론자인 도킨스는 직업 마술사인 제임스 랜디, 영국의 멘탈리스트대런 브라운 등과 함께 소위 초자연 현상의 허구성을 증명하는 일에 나서기도 한다.

 

생물학이나 진화하고는 상관없어 보이는 이런 일들에 다위니스트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다위니즘이 단지 특정 학문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 일종의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세계관으로서의 진화론은 신비주의와의 결별을 통한 근대 정신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런 배경하에 진화론에 대한 논의는 창조론과의 논쟁 속에서 종교 문제와도 연관돼 있고, 또 최근 많이 알려진 진화심리학을 통해 사회학적인 쟁점도 끌어내고 있다.

 

, 이번 토크에서 이런 이야기가 어디까지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여하튼 진화론과 다위니즘이 갖는 의미, 과학과 인문학에 걸친 넓은 스펙트럼의 통찰까지도 전해 줄 수 있는 분이 바로 장대익 교수님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말씀이다. 그러니 이 기회를 놓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이냐.

 



 

‘과학과 사람들’과 벙커1이 함께하는 공개 과학토크

<과학같은 소리하네>

           제11 : <니들이 진화를 알아>              

초대 손님 : 장대익 서울대 교수

일시 : 5 13일 화요일 오후 7 30

장소 : 벙커 1

참가비 : 없음

 

(음료 한잔씩 사 드시는 건 매너. 늘 하는 소리지만)

 

 

힘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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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