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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13. 화요일

요제프K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공짜로 나눠주는 메트로 신문을 읽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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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이 실려있는 기사를 봤다. 난 비록 외국에 살지만 캐나다 뉴스보다는 한국 뉴스에 관심이 많아서 신경쓰지 않고 있다가 시위하는 여성들의 표정에 잠깐 멈칫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가 가장 큰 이슈이고, 한국 언론들이 개판이다보니 외신의 힘이라도 빌었으면, 하는 희망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이번에 미국 교민들이 뉴욕 타임즈에 실은 광고도 그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외신들이 세월호 사건에 신경을 좀 더 써줬으면 하는 우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쉽게도 지금 우리나라 밖 세계에서는 세월호 보다 더 큰 두 가지 이슈가 존재한다. 하나는 우크라니아 사태이고 나머지 하나는 나이지리아 여중생 납치 사건이다. 관심을 갖고 검색을 쭉 하다보니 한국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중대한 사건을 모르고 넘어간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해서 '딴지 특파원들 중에 글 잘쓰는 사람이 글 좀 써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트윗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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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실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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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니가 써라, 나이지리아'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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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라면 까는 순종적인 놈이기 때문에 깨갱 하고 공부에 들어갔다그리고 이리저리 조사를 하면서 이 사건이 사건 자체의 중대함 만큼이나 한국에서 일어난(현재도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와도 무척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도 발견했다. 잘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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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개요


지난 414일 나이지리아 동북부 치복지역 여자 중학교에서 수업 중이던 수백명의 여학생이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이지리아 군 당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8명을 제외한 전원이 풀려났다고 발표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졌고, 현재 실종자만 최소 200명에 이른다는 외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각국의 정상 및 교황이 나이지리아 납치 문제에 대한 나이지리아 정부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나이지리아 정부는 보코하람과의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어떤 나라인가?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선 간단한 나이지리아에 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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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국가로써, 인구(14천만), 및 군사력 1위의 아프리카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이다. 나이지리아는 여느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식민지배 하에 있다가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다. 그러나 국가 성립 과정에서 여러 대부족과 중소 부족 등 총 250개 부족을 한 국가 테두리 안에 넣었고, 그로 인하여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독립 후 쿠데타와 암살이 반복되면서 혼란의 시기를 보내었고 그 혼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나이지리아는 석유 매장량 10위의 자원부국이며 OPEC회원국 이지만 1인당 GDP1,188달러로 세계 165위에 머물고 있다.


엄청난 석유 매장량과 매년 7%에 이르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나이지리아 정부와 세계기업순위 5위 다국적 석유기업 '셸'과의 오래된 유착, 오랜 내전과 불안정한 정치상황, 그리고 정부관료들의 심각한 부정부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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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에 조개껍데기 모양 회사이다. 역시 땅파서 장사하는 회사들이 돈이 제일 많다.



셸은 나이지리아 석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셸은 지난 40여년 간 300억 달러의 석유를 판매했고, 나이지리아 역대 정부는 그 돈을 해외 로비 및 무기 구매에 사용해 왔다. 나이지리아에는 부패한 정권 외에도 큰 불안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종교이다. 나이지리아의 종교는 50% 기독교, 40% 이슬람교, 10% 아프리카 전통신앙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내륙에는 이슬람교도가 거주하고 해안가에는 기독교도가 거주한다.


여기 까지가 나이지리아에 대한 대략적 설명이다


어떤가? 뭔가 큰 일이 일어나도 벌써 일어났어야 하는 곳 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럼 보코하람은 뭐하는 애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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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애들이다.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북동부 및 카메룬 북부에 근거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이다. 여기서 잠깐 이슬람 근본주의자에 대한 설명을 잠깐 하고 넘어가자. 이슬람도 마치 기독교가 그렇듯 과격한 근본주의자들과 세속화가 진행 중인 자유주의가 존재한다. 근본주의자들은 그들의 종교가 세속화 되어 종교적 권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몇몇 종교 지도자들이 '종교적 개혁'을 주창하면서 탄생한다. 이들은 대부분 '경전을 문자 그대로 따르자.'라고 주장하고, 자신들의 종교 외에 타 종교인들을 적으로 만든다. 이런 일은 공교롭게도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바로 미 제국주의자 조져부셔와 오사마 빈라덴의 싸움으로 표면화 된 것이다.


보코하람은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이다. 일부 외신에선 이들이 오사마 빈라덴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하였고, 카이로 포스트에 따르면 오사마 빈라덴이 아프리카 근본주의 무장단체들에게 전달한 지원금 3백만 달러중 일부를 보코하람이 받았다고 한다. 보코하람의 테러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이슬람교 율법인 '샤리아'를 따르며 이슬람교의 '순수성'을 수호하기 위해 창립된 이후 기독교인, 무슬림, 정부인사 등 닥치는 대로 살인을 저질렀고, 기독교 교회와 모스크 및 경찰서 폭탄 테러에 서양 관광객까지 납치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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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코하람에 의해 공격받은 지역을 표시한 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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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보코하람의 이런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사망한 사람이 1만명 이상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지난주에만 보코하람의 공격으로 최소 60명이 사망하였다. 그 중 부니 야디에서 사망한 59명의 사망자는 수면 중이던 학생이었고, 아다마와에서 벌어진 또 다른 공격으로 37명이 사망하였다(추정치 이다보니 숫자가 정확하지 않다. 이해해 달라). 그 후 이에 대한 보복으로 정부군이 보코하람의 진영을 습격하여 15명을 체포하고 13명을 사살하였다.




왜 아이들을 납치했을까


번 사건은 평소 우리가 접하던 테러사건과 조금 다르다. 우리가 주로 TV에서 보는 아프간 테러리스트들은 폭탄을 이용한 테러를 자행한다. 총이 아닌 폭탄을 이용하는 것에는 아마도 그 폭발이 보여주는 공격 후의 참상이 적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대폭탄테러에 비해 적긴 하지만 종종 미군 혹은 외국인들이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렇게 수백명이 납치된 적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비행기 납치를 제외하면 말이다).



1. 우선 보코하람이라는 테러 단체 이름이 번역하면 '서양 교육은 죄악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평소 공공 건물에 대한 테러를 저지르던 보코하람이다. 공립학교는 자주 보코하람의 공격 대상이 되곤 했다. 그리고 보코하람은 교육 중 특히 여성의 교육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11월 이미 수 십명의 기독교인 여성을 납치한 경력이 있다. 납치된 여성들은 테러리스트들의 n번째 아내가 되거나 성노예로 부린다고 한다.



2. 나이지리아 정부의 보코하람에 대한 강경한 태도 때문이다.


평소 자국민이 얼마나 죽던 상관하지 않고 군사작전을 벌여온 나이지리아 정부를 보건 바, 아이들을 납치하면 국내외 여론에 못이긴 나이지리아 정부가 이번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3. 협상카드.


현재 보코하람의 요구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이슬람 교도가 사는 북부와 기독교도가 사는 남부의 분리(궁극적 목적)

 ② 수감 중인 보코하람 조직원 석방(이번 목적)





일단 이번에 공개된 영상들을 보시겠다.



보코하람의 리더가 "난 너희들 딸들을 납치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납치된 여학생들을 1인당 13달러에 노예로 팔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그리고 영어로 "너네가 인권을 알아? 너네는 그냥 인권에 대해 떠들어 댈 뿐이지... 그러나 너네는 그게 뭔지 몰라"라고 말한다.


두번째 공개된 동영상이다.


17분부터 납치된 여학생들이 나온다. "우리 형제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이들을 풀어주지 않겠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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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나이지리아 대통령 굿럭 조나단(Goodluck Jonathan)이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대응 및 서방국가 지원


50명의 여학생들이 '스스로' 탈출했다. 200명 이상의 여학생들이 아직 납치되어 있다(이 숫자도 믿을만한 게 못된다. 숫자는 계속 바뀐다. 마치 우리나라 세월호 실종자 숫자처럼). 상황이 이런데도 나이지리아 정부에서는 몇 주 동안 외국 정부들의 도움을 거절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군의 활동은 여학생들을 구하는 것 보다는 그들을 이웃나라 차드를 비롯한 외국으로 팔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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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와서는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정부 고위 관계자



교황은 510일 나이지리아 여학생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메세지를 트위터에 올렸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 정상들도 도움을 주겠다는 메세지를 전달해 왔으나 아직까지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가 서방국가들의 도움을 거절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신에 알려지자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이스라엘 대테러 부대를 요청하겠다'고 했지만(뜬금 없는 이스라엘의 등장) 서방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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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언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대통령 굿럭 조나단은 "여학생들을 구할 때까지 잠을 자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지만 수감 중인 테러리스트들과 여학생들을 교환하자는 요구를 거절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5월 12일 콩고로 출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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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정부가 납치된 여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파견하기로 결정하자(미국이 파견하기로 한 전문가들이 미군 특수부대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 언론에서는 사진에 미군 특수부대원들의 모습을 담은 기사를 싣고 왜 미국이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난 일에도 관여를 하는 지에 대해 부시 행정부 시절 있었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사설을 싣기도 했다(나름 반미 여론몰이로 추정된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한 나이지리아 언론인은 허핑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서방, 특히 미국이 이 문제에 개입하면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부분 나이지리아 언론의 기사들도 정보를 외신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아 나이지리아 언론의 취재활동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의 취재력도 의심스러웠다. 여러 외신 및 외신과 인터뷰 하는 나이지리아 언론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여학생들을 구하는지의 여부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맺는 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참사와 비교해 봤을 때 별반 다르지 않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을 정리해 보았다. 물론 세월호는 '사고'였지만 그 사고가 일어나게 한 사람, 그리고 그들을 구해내지 못한데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이런 참담한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나이지리아 정부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질문 앞에 쉽게 답을 찾기 힘든 우리이다. 우리 정부도 말뿐이더라도 "납치된 나이지리아 소녀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원한다"라고 발표를 했으면 하지만 그런 의식있는 행동은 딱히 기대하지 않는다. 가슴 아픈 이 두 사건을 보며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세월호 실종자 학생들과 나이지리아에서 납치된 여학생들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빈다.






참 고 자 료



http://en.wikipedia.org/wiki/Boko_Haram


http://en.wikipedia.org/wiki/Nigeria


http://thecairopost.com/news/110149/news/nigerias-boko-haram-others-received-3m-from-bin-laden


https://news.vice.com/article/nigeria-s-government-is-losing-the-war-against-boko-haram


http://www.cnn.com/2014/04/24/world/africa/nigeria-kidnapping-answers/


https://news.vice.com/article/boko-haram-has-released-a-video-showing-abducted-school-girls


http://www.vanguardngr.com/2014/05/will-sleep-abducted-girls-rescued-says-jonathan/


http://www.theglobeandmail.com/news/world/nigerias-president-refused-international-help-to-search-for-kidnapped-girls---for-weeks/article18596482/


http://www.bbc.com/news/world-africa-27368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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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