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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15. 목요일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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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반전세? : 전세제도는 조선시대 중엽의 농지 전당제도로부터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토호들이 토지 문서를 전당 잡아 사용하여 그 수익을 이자로 충당하고 나머지 이자를 채무자가 갚지 못하면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빼앗는 토지 수탈이 발생했다고 한다(조선왕조실록 숙종 35년 7월 5일). 이것이 개항 이후 조선 후기로 와서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가사 전당 방식으로 성행하였고, 전세관습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방 후 1958년 민법 개정을 통해서 전세권으로 법제화되었다.


조선시대의 농지 전당제도는 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으나, 전세제도는 가옥주와 세입자 모두에게 상호이익이 되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기관이 발전하지 못한 관계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웠던 시절에 전세가 소유자에게는 사금융 기능을 했고, 세입자에게는 주거의 목적을 달성해줬으므로 쌍방이 이익을 보았다고 여겨졌다. 금전거래만 놓고 보자면 세입자가 소유자에게 사금융으로 돈을 빌려준 것이다. 반면 가옥의 관점에서는 소유자가 임대인이 되고 세입자가 임차인이 된다. 채권채무관계가 서로 이중적이다.


임대인은 임차인의 대여금에 대해 이자 지불이 면제된다. 임차인은 월세 지급이 면제된다. 임대인은 이자 없는 사금융을 이용하여 수익활동을 한다. 임차인은 주택구입의 징검다리로 전세제도를 활용한다. 목돈을 전세금으로 저장해 둔 다음에, 다시 저축하여 마련한 목돈으로 집을 구입하는 문화였다. 주택가격과 전세금이 높지 않았을 때에는 전세제도가 서민을 위한 우리 고유의 제도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여전하며 이에 대해 사람들은 의문을 품지 않는다.


금융기법의 발전에 따라 여러 대출상품이 나오고 저금리 시대가 도래함과 아울러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면서 전세제도는 악용됐다. 임대인은 전세금을 이용하여 은행예금이자를 받기보다는 그것으로 다른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쓰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없었으나 전세금 투기 사태가 발생했다. 단지 전세금의 반환의무를 다음 임차인에게 떠넘겨서 문제가 은폐되었을 뿐이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도 전세금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그것이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마련할 수 없는 금액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은행 채무자로 전락한다. 전세 제도는 우리 사회의 대세였으며, 이는 월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가난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했던 사글세를 제외하고 순수 월세는 당연히 보증금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월세가구의 85%가 보증금부 월세였다).1


최근 '반전세'라는 용어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되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월세는 오래 전부터 보증금부 월세였다. 보증금을 맡기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월세 제도는 전세의 성격과 월세의 성격을 모두 지닌다. 그런데 전세 비중이 줄어들면서 당연히 월세의 비증이 늘어났는데, 전세의 목돈주의 영향에 따라 월세의 액면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월세 보증금 자체도 끌어올렸다. 10년 전에도 월세 보증금이 있었고, 20년 전에도 월세 보증금이 있었다.


없던 '반전세'가 생긴 것이 아니라 본디부터 존재했던 월세 보증금이 올라갔다고 이해하는 편이 더 적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컨대 서민들은 월세 보증금과 늘어난 월세 모두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주거에 관한 목돈사회의 현실이다. 목돈사회가 야기한 심각한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한, 반전세(보증금부 월세)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이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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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정보라는 게 없다 : 국가의 수준은 그 국가가 갖고 있는 정보의 질에 의해서 정해질 수도 있다.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규모와 정확함에 의해서 그 국가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요컨대 국가가 보유하는 정보의 양질은 그 국가의 역량을 결정한다. 또한 국가에 대해서 정보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 성량과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한지 여부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결정한다. 전세보증금의 심각성은 국가적 차원에서는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시민사회의 관점에서도 외면되었다. 도대체 전세보증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보증금부 월세인 경우 보증금과 월세의 규모가 정확히 어느정도 되는지를 이 나라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목돈사회의 프레임이 아니더라도 보증금과 월세는 서민에게는 고통을 초래하고 국가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설문조사로부터 얻은 결과를 통계적으로 연산하여 그 규모와 실태를 추정할 뿐이다.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보라는 게 없다.



[64] 기겁할만한 오차 규모 :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전세보증금 총액은 약 340조원 수준이라고 추정한다.2 이것을 '기준 1'이라고 하자. 2013년 7월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전세 총액은 ‘보수적으로 잡아’ 1천 300조원 내외로 추정한다. 이는 2천 200조원 안팎인 주택 매매가격 시가총액의 절반 수준이라고 보도한다.3  기준 1과 비교하여 거의 1,000조원의 차이가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금융시장 모니터는 2011년 7월 기준 전세 시가총액은 907조원이라고 말한다.4 이것은 2011년 기준이고 전세가액의 지속적인 상승이 2013년까지 이어졌으므로 연합뉴스의 보도와 비슷한 통계로 여겨진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13년 2월 기준 전국 전세시가총액은 726조원이라고 발표했다.5  기준 1과 비교하여 물경 280조원의 차이가 생긴다. 부동산 114는 2012년 말 전세시가 총액이 약 720조원이라고 2013년 1월 발표했다.6  주택산업연구원의 통계와 부동산 114의 통계는 거의 동일한 출처에 바탕을 두었을 것으로 본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전세보증금 총액은 2012년 기준 466조원에 이르며 보증금 총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보고한다.7  '기준 1'대비 126조원이 더 많다.


이와 같이 전세보증금의 규모에 대해서 아무도 그 정확함을 알지 못한다. 조사기관마다 오차가 크다. 오차의 규모가 100조원을 넘기도 하고 때때로 1,000조원에 이른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대한민국 정부의 수준을 느끼게 한다.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온 4대강 사업의 예산이 22조원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사회적 이슈가 돼왔던 대학등록금 문제의 경우 매년 5조원의 예산이면 거의 충분히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8조원으로 무상의료도 실시할 수 있다고 한다. 전세보증금 오차가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를 능히 체감할 수 있다. 오차가 상식을 초월한다.



[65] 데이터베이스 구축 방법 : 수십 년 동안 전세보증금의 규모에 관해서 신뢰할만한 실태파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보증금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임차인의 월세 지출 규모도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 한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는 국가가 정확한 실태파악도 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동안 우리 사회 모든 성원이 목돈사회의 심각성을 간과해 왔다고 실토할 수밖에 없다. 전세보증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이에 따라 월세보증금도 동반 상승하기도 하거니와 월세 부담 또한 증가하고 있는 사회 현실에서, 이런 사회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와 정치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래서는 탈목돈사회에 이르는 적절한 정책과 방법을 기획하거나 실행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시급하게 국가적 차원의 보증금 데이터베이스와 월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은 온전히 국가만이 할 수 있다(시장과 시민단체가 지니고 있는 정보로는 지금처럼 그저 설문조사와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세 가지 루트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대법원을 거치는 루트다. 전세권을 설정할 때 전세금을 기재한다. 전세권 설정은 대법원 소속의 등기소에 등록된다. 대법원에서 전세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DB1).

 

두번째, 행정기관을 거치는 루트다. 전입신고를 할 때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한 확정일자를 받는다. 이때 첨부되는 임대차계약서의 보증금과 월세를 행정기관의 시스템에 기록하도록 함으로써 행정기관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DB2).

 

세번째, 공인중개사가 등록하는 루트를 개발한다. 국가가 거래공인 사이트를 구축한 다음에, 공인중개사가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때 의무적으로 거래공인 사이트에 접속하여 주소지를 적고 보증금과 월세를 등록하도록 한다. 허위 사실을 기재하거나 미기재하면 중개사의 공인 면허를 취소하는 규정을 포함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다(DB3).


DB1은 순수전세에 대한 데이터만 갖게 되는 단점이 있다. 월세 보증금은 DB1에 기록되지 못할 것이다. DB2는 순수전세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지 못할 수 있다. 전세금의 경우에도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겠으나 등기소에서 물권설정만으로도 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DB2는 보증금이 없는 순수월세에 대한 데이터도 보유하지 못할 것이다. 확정일자 제도는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DB3는 임대차 계약 즉시 그것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의 데이터 업로드에 의해 구축되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중개인 없이 계약하는 경우를 막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렇게 세 가지 루트로 각각 별개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여 통합하면 거의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신뢰할 만하겠지.


세 개의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비교하고 통합함으로써 국가 보증금 데이터베이스와 국가 월세 데이터베이스를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 파악이 가능해진다. 물론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예산과 능력이 투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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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정부정책비판, 국세청? : 정부는 임차인의 월세에 대해서 소득공제가 아닌 세액공제를 해주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러니까 국세청에 주택월세를 자진 신고하라고 한다. 세금 혜택을 줄 테니 어서 와서 어느 정도 월세를 내고 있는지 자발적으로 신고하라는 정책이다. 통계를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여겨지지만 불충분하다. 아니 문제가 있다. DB 구축의 주체가 특히 문제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루트를 국세청이 하도록 함으로써 '세금 블랙홀'을 호명하게 된다. 과세정책은 늘 은밀하게 혹은 공공연히 조장되는 근거 없는 불안과 공포와 저항감을 불러온다. 그런 심리 상태가 정책의 다른 유의미성을 포식하고 만다.


부자들의 역습과 임대인의 반발을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 실제 임대인 과세 문제로 크게 논란이 벌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혜택의 대상을 제한함으로써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효용성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무주택일 것, 작은 규모의 주택일 것, 근로소득자일 것, 급여는 많지 않을 것과 같은 제한 요건을 함께 연계해 버린 것이다. 주택이 있는 임차인, 큰 규모의 주택에서의 임대차, 자영업자, 고소득 근로소득자에 대한 데이터는 제외될 수 있다. 엉터리 통계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현정부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루트와 방법은 잘못된 것 같다. 국세청은 보증금 및 월세금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의 주체에서 제외되는 것이 좋다.


앞서 말한 DB1, DB2, DB3이 구축되어 실태가 투명하게 파악되면 과세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굳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서 국민에게 혜택을 주지 않아도 된다. 국가가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함에 있어 두리뭉실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국가의 정책은 두리뭉실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보증금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탈목돈사회를 위한 국가 정책의 적지 않은 동력이 될 것이다. 설령 탈목돈사회가 아니더라도 천문학적인 지하경제를 방치할 수만도 없다. 보증금 규모는 국가 예산보다 혹은 국가의 GDP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도 그 정확한 실태를 모른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1) 월세는 노동과 능력의 한계치 안쪽에 있는 부담이야. 반면 주거보증금은 노동과 능력의 한계치 바깥쪽에 있는 부담이지. 탈목돈사회는 부자들에게 새로운 핸디캡을 주자는 게 아니다. 탈목돈사회는 그저 약자에게 짐 지운 목돈 핸디캡을 걷어내자는 것이야.


(2) 목돈사회? 아무도 목돈의 규모를 몰라. 이 나라에는 정보라는 게 없어. 무슨 통계 오차만 1000조야.


(3)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자. 보증금 규모를 알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월세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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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LG Business insight 2013. 12. 11 “최근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 진단 

2. 2013. 5.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CEO REPORT 2013-03호 3. 

3. 2013. 7. 7.자 연합뉴스 기사

4. 2011. 8.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1권 제18호 

5. 2013. 3. 7. 주택산업연구원, <전월세시장 전망과 리스크>

6. 2013. 1. 16. 노컷뉴스 <전세시총4년새 248> 기사에서 재인용 

7. 2014. 4. 30. 경기개발연구원 <이슈&진단> “다가오는 월세 시대: 쟁점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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