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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20. 화요일

국제부 SamuelSeong









1. 인도 원숭이

 

원숭이가 뭐 어떻다고 원숭이를 이야기하냐고 하겠지만, 얘넨 좀 많이 다르다. 2000년대 초반에 인도 대법원장실에 난입, 수십년동안 쌓아놓은 각종 재판 자료들을 포함, 사무실을 왕창 날려 버린 넘들이라면 이해하실랑가? 인도 대법원은 2011년, 델리는 monkey-free city가 되어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효하고 대대적인 원숭이 소탕 작전에 나선다. 우리가 생각하듯, 포획 후 방사가 아니라 덩치 큰 긴꼬리 원숭이를 투입해서 델리 밖으로 밀어내는 작전이었다.


근데, 얘네. 지들 새끼 사랑은 끔찍하다. 본 기자만 하더라도 2006년에 아무 생각 없이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조금 많이 접근했다가 원숭이 무리에게 제대로 봉변 당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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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다른 이야기 하나.


인도 대륙에선 도전이 흔하다. 盜電, 그러니까 Challange가 아니라 전기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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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도의 성지 중 하나인 바라나시는 이게 워낙 다반사로 벌어져 구시가쪽에 있는 전선들은 아예 피복이 다 벗겨져 있다. 상황 이해를 하기 위해선 이 정도의 정보가 필요하고, 다음은 지인의 목격담 되겠다.


새끼를 업은 어미 원숭이가 지나가던 중, 피복이 벗겨진 전선 사이에 낑기면서 감전돼 건물 옥상에서 길가로 굴러 떨어진 일이 있었단다. 어미 원숭이가 떨어지는 것을 본 두목 원숭이, 어미가 떨어져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든 골목을 차단시키라고 수컷 원숭이에게 명령했고 이 놈들, 사람들을 위협하며 접근할 수 없도록 막았다.


잠시후, 정신을 차린 어미 원숭이가 새끼 원숭이를 깨웠고 둘이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자 바로 차단 해제시키더란다. 일제히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던 것.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어디 사람들 보단 낫잖아?




2. 스위스 치즈 모델 & The Goal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러니 사람들이 만들어낸 각종 제도나 법체제가 항상 완벽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특정 조건에서만 제대로 돌아가거나, 혹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들도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항상 고려되어야 할 것은 '사람은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안전을 향상시킬, 보다 과학적인 방법은 설령 실수를 하더라도 그 실수가 사고로 연결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적 과실 모형(Human error model) 혹은 스위스 치즈 모형(Swiss cheese model)이라는 개념은 제임스 리즌이 제기한 것으로 실수들의 인과관계를 상당히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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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방비책을 만들어 낼 때 그 형태가 왼쪽처럼 완벽한 방벽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들을 또 여러 겹으로 만들어내지만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실제 형태는 오른쪽과 같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치즈의 여러 장을 한꺼번에 관통하는 구멍이 존재한다면 최악의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의료와 항공 분야 사고를 포함, 실수가 치명적 재앙으로 이어지는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시스템적인 접근이 강조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한 사건의 분석이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데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물리학자이며, 제약 조건 이론 (THEORY OF CONSTRAINTS)의 제창자인 엘리 골드렛(Eliyahu M. Goldratt)이 쓴 소설이 하나 있다. 자신의 제약 조건 이론으로 한 회사의 생산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을 담은 'The Goal'이다. 전경련 머시깽이들이 그렇게 칭송하는 천조국의 생산관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 받는 이 소설에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모든 시스템은 계속 바뀌어야 한다'는 것 되겠다. 당연하지, 완벽할 수 없으니까.




3. 싹 다 갈아 엎어야 해 vs 여섯 개의 고리로 읽는 세상

 

이것저것 잘못된 것이 졸라 많으니 싹~ 다 갈아엎어야 한다는 주장하는 분들, 심심찮게 본다. 이 분들의 공통된 특징은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 다 갈아 엎어야 하며 '누군가는 이런 역사적 사명'을 행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어떤 절대자께서 강림하시어 현재의 모든 한계들을 넘어서는 어떤 일을 해주실 것이라는 믿음, 엄마 아빠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 영역에서 이게 현실이 된 사례가 많다보니, 이게 현실에서도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 없다. 시스템에 구멍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알고 계속 그 시스템을 손 봐야 할 일이지 갈아 엎는다고 될 일 아니다. 갈아 엎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무엇보다 현실에 대한 분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절판된 책 '넥서스, 여섯 개의 고리로 읽는 세상'에선 다음의 사례가 나온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산업계에서는 바다표범이 남방대구를 잡아먹기 때문에 서부 해안의 바다표범 수를 줄이면 상업적 가치가 높은 남방대구의 어획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아마도 어느 나라의 규제 타파 만능 정부라고 한다면 바로 바다표범의 개체를 줄이라고, 정확하겐 학살하라는 대응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미~개'하지 않은 남아프리카 정부는 이 문제를 과학자들에게 확인해보라고 맡겼고,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바다표범과 남방대구 사이에 관련돼 있는 수많은 종들의 경우의 수도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바다표범과 남방대구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다고 보고서를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선 그 참사의 원인진단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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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5월 19일 눈물쇼에서 나온 여왕전하의 하교는 뜬금없는 해경 해체였다. 이 날 쇼를 보고 조그만 실천이라는 필명으로 좌빨계에는 잘 알려진 이장규 선배는 이렇게 썼었다.


"현재의 한국 관료시스템은 틀림없이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건 관료제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관료시스템이 자본과 긴밀하게 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료와 자본의 유착 시스템을 끊어낼 방안을 마련하고 공공성을 회복해야지, 관료시스템 자체를 축소하고 이를 민간 내지 자본에 맡긴다는 건 여우가 무서워 호랑이를 끌어들이는 꼴이다."




4. 민영화

 

내가 밥벌이를 처음하기 시작했던 게 90년대 중반이었으니 대충 20년 짬 정도 되지만 민간부분이 공공부분보다 딱히 효율적일 거라는 일반인들의 믿음과는 거꾸로 된 상황들을 훨씬 많이 봤다. 아마 회사생활하는 모든 이들이라면 자기 조직에서 복수의 마이너스 손들, 그것도 철밥그릇을 자랑하는 마이너스의 손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망해 자빠지는 회사들이 수익 잘 내는 회사들보다 훨씬 더 많다. 아니, 회사가 효율적일 수 있는건 그게 망해 자빠지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는? 엔간하면 잘 안망한다. 무엇보다 몇 백년 전에 모 석학께서 하셨던 이 말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The proposal of any new law or regulation of commerce which comes from this order, ought always to be listened to with great precaution, and ought never to be adopted till after having been long and carefully examined, not only with the most srupulous, but with the most suspicious attention.

 

기업가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규정이나 법률 등은 아주 꼼꼼하게 검토한 다음에야 시행해야 할 것이며, 엄청나게 의심스럽게 이들을 지켜봐야 한다. (order=기업)

 

 

It comes from an order of men, whose interest is never exactly the same with that of the public, who have generally an interest to deceive and even to oppress the public, and who accordingly have, upon many occasions, both deceived and oppressed it.

 

왜냐면 기업가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하더라도 공공에게도 똑같이 이익이 되라는 법은 없으며, 대부분의 경우엔 이들의 이익이 상충되기 때문에 심심찮게 이들은 대중을 현혹하거나 억누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국부론 1권의 마지막 결론이다. 수백년 전의 경고를 별 생각 없이 대안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으면 그건 바보들 중에서도 급수가 많이 떨어지는 바보들인 거다. 무엇보다 시장 만능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시장은 대단히 연약하기 때문에, 그리고 언제든 독점과 같은 시장파괴행위가 벌어지기 때문에 계속 국가권력이 개입해야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는 거, 잊어버리면 곤란하다.




5. 각자도생은 못한다

 

본 기자, 자주 말하지만 좀 많이 험한 지역에 들어간다. 일상이 재앙인 곳에서 일하다보니 알게 되는 내용들이 남들보다 좀 많은 관계로 재난 책도 한 권 썼다. 하지만 그 책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은 재난상황에서 시스템을 믿지 못한다고 한다면 살아날 방법은 없다는 것.


그런데 지금 이 시스템이 무너졌다. 더 황당한 것은, 지금 여당이 아주 멍청한 인간들만 모여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거기에 시스템과 관련된 전문가 풀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게, 참모가 해야 하는 제 1역할이 보스가 닭짓하지 않도록 하는 거라 가장 많은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는 직책인데...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에서.


이해는 한다. 어쩌다보니 보스가 우리말을 이런 식으로 구사하는 분이 되셨으면 정말 답 없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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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통역사 없이 의사소통이 안되는 분이면 통역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밖에 없는 상태로 갈 수 밖에 없으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5월 19일의 대통령 사과는 생뚱맞기 그지 없었다. 본지 물뚝심송 정치부장은 지난 5월 1일 업로드된 그것이 알기 싫다 078b.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서 사후 책임은 다음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1. 사실인정. 왜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가에 대한 상세한 사실 확인

2. 사과

3. 재발방지



, 그런데 예고편이 수차례 나왔던 5.19사과에서 1은 빠져 있었다. 더불어 재발방지는 뜬금없는 해경 폐지란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용(아외로워)이 지적한 바 있지만, 처벌이 황당하게 화려한 경우엔 대체로 '그 시스템을 바꿀 의지가 없다'는 의사표현 되겠다.



연출된 것이 너무나도 분명한 클로즈업과 눈물은 부각되었지만 정치인이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말은 조명되지 않는다. 다들 조만간 코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이 사건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관심이 옮겨가서 그런가.

 

원래 초대형 참사는 참사로 이어지는 수많은 요인들이 계속 누적된 상태에서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터진다. 성수대교가 그랬고, 삼풍이 그랬고, 이번의 세월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삼풍 이후 20년이 지났음에도 기껏 진도 M5.5에 맞춘 내진 설계를 의무화 하지 않아서 건물이 자빠지는 나라가 이 나라다. 그래도 전대 대통령들은 뭔가 해보겠다고들 하면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었는데 이번 대통령께선 그 조차도 안하시겠다고 선언하신 셈이다.

 

고속 성장이라는 것이 사실 사상누각이었음을 누차에 걸쳐 확인했음에도 그 신화를 꽁꽁 안고 사시겠다는 거다.

 

사실인정조차도 하지 않겠다는 국가권력을 상대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이야기를 좀 해보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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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Samuel 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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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