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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23. 금요일

요제프K










이번엔 기독교다.


며칠 전부터 김창규 부편집장과 한국 기독교의 세속화 과정에 대한 연재물을 시작하는 논의를 하던 중이었다. 전공이 사회학이다 보니, 사회학과 연관되는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각종 자료를 수집하며 연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예상보다 빨리 한국기독교총연맹(이하 한기총) 부총재 조광작 목사와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오정현 목사가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


(원래 기독교라 하면 천주교와 개신교를 통칭하는 말이지만 우리 사회에선 주로 기독교라 하면 개신교를 뜻하니 이하 개신교를 기독교라 하겠다.)


조광장.jpeg

출처 - <국민일보>


조광작 목사는 20일 한기총 임원회의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했다.



오정현 눈물.jpeg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



이분도 최근 눈물 퍼포먼스를 했다. 최근 방영된 MBC <PD수첩>을 보면 오정현 목사가 왜 울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최근 논문 조작 및 공금 횡령으로 큰 논란에 휩쌓인 사랑의 교회(한기총 소속이다) 오정현 목사는 지난달 27일 미국 남가주 사랑의 교회에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이 틀린 말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 두 사람의 발언은 최근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 각계각층에 숨어있던 소시오 패쓰들의 커밍아웃을 겸해 이어진 망언 퍼레이드의 정점을 찍었다. 정권의 셰퍼드 노릇을 하는 모 방송계 인사나 청와대에 잘 보이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여당 측 인사들은 그렇다 쳐도 왜 종교인들이 이런 망언을 지껄이는지, 다들 화가 나기도 하지만 한편 의아할 것이다.


기독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독교 교리 중 가장 유명한 키워드는 바로 '사랑'이다. 최근까지도 기독교 CCM 중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라는 노래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아직 사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들을 구제하며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곤 했다. 그러나 어느샌가 우리가 접하는 한국 기독교의 모습은 우리가 기대하던 모습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와 그 일가는 끝없는 소송과 비리 연루 의혹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전국 각지에 위치한 대형교회들이 경쟁적으로 '새성전 짓기 배틀'을 벌이고 있다. 그 교회들의 상당수가 무리하게 대출 받아 '성전건축'을 강행하는 바람에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파산 직전에 몰려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우리 귀에 들리곤 한다. 그 외에 대형교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를 종합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왜 교회가 파탄 직전에 몰리고, 목사들이 양심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법적책임을 물어야 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데도 한국 기독교는 가만히 있는 걸까? 기독교 전체가 변질된 것일까? 그들이 결국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일까? 


한번 알아보자.



사랑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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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유명한 사진이다.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떼로 몰려가 일본 신사에 절하는 사진이다.


기독교는 유일신교다. 구약성서 십계명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여호와(신)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하는 것이 기독교다. 그러나 일제의 압박에 이기지 못한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은 결국 일본 신사에 절을 하는 '우상숭배'를 범하였고, 그 이후 정권 및 기득권 세력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해 왔다. 당시 신사참배에 동조한 인물 중 한 명인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는 후에 신사참배를 참회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기득권층과의 유착은 해방 후에도 이어졌다. 앞서 말한 한경직 목사는 기독교 장로였던 이승만 박사로 부터 천리교 적산을 부여 받기도 하였고, 5.18 민주화 운동 직후 전두환을 두고 '여호수아(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로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었다. - 편집부 주) 같은 지도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70, 80년 대에 이어진 민주화 운동의 물결 속에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침묵했고, 그 와중에 군사정권의 탄압에 쫓긴 학생들을 받아준 곳은 명동성당이었다. 이렇게 이어져 온 기독교와 기득권 세력간의 사랑은 기독교가 대놓고 어맹뿌를 지지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크게 공헌함으로써 다시 한 번 확인된다.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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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들의 종교 권력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가?



1. 기독교인의 무지


프로테스탄스(개신교)가 로마 카톨릭으로부터 분리되게 된 시발점은 흔히 루터의 95개 조 반박문 사건으로 알려진 마틴 루터의 대자보 사건이다. 대자보 사건 이후 루터는 로마 교황이 보내는 자객을 피하기 위해 독일 지방영주가 제공한 성에서 피신하며 라틴어 성경의 독일어 번역에 착수한다. 사실 대자보 사건 만큼이나 루터의 성경번역은 중요한 사건이었다. 로마 카톨릭 성직자들의 종교권력은 일반 신도들의 무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과는 다르게 문맹률이 굉장히 높았던 중세 유럽에는 독일어는 물론이고 라틴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각 교구에 위치한 사제가 유일한 경우가 많았다. 교황청의 지침에 따라 모든 미사는 라틴어로 집전되었고, 성당에 앉아있는 일반 신도들은 사제가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제들이 성경을 자기 마음대로 왜곡하든 말든 관심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명저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보면 카톨릭 신앙에 의구심을 갖는 주인공에게 사제가 지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자세하게 묘사하며 겁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듯 중세 기독교인들의 신앙은 단순히 내세에 그들에게 닥칠 수도 있는 지옥의 불길에 대한 공포로 유지되었던 것이다. 지금 기독교도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위 문구는 주기도문의 일부이다. 성경이나 찬송가 맨 앞에 보면 나와있는, 기독교인 대부분이 암송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성경구절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저 문체는 20세기 초반에 한반도에서 사용되던 문체이다. 그러면 왜 저 오래되고 딱딱한 문체를 바꾸지 않는가? 바로 그것이 이 종교 권력의 핵심이다.


사실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경전은 단 한 권이다.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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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두껍긴 해도 평생 교회를 다니면 한 번쯤은 제대로 읽어볼 법한데, 사실 기독교인 중에 평생 한 번 1독을 하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경에 있는 내용에 관심이 없는 것도 있겠지만 우선 말 자체가 어렵다. 시중에 나와있는 쉬운 말 번역은 '권위가 떨어진다'라는 이유로 체택되지 않고 있고 아직까지도 저 어려운 성경을 사용하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일주일에 한 번, 많이 가면 두 번 가는 기독교인들은 매주 교회에 가서 평생 한 번 읽기도 힘든 엄청난 분량의 성경 중에 목사가 마음에 드는 구절 한 구절을 뽑아서 그것에 관한 목사의 해석을 듣고 집에 온다. 당연히 곡해의 여지가 충분하다.


그래서 심지어 성경에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하시니”라고 부자가 천국에 가는 건 무척 힘들다고 써 있는데도 어맹뿌가 교회에 가서 자기 가족들이 교회를 잘 다녀서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을 하고 그의 말에 흥분한 신도들이 '아멘!'하고 외치는 말도 안되는 시츄에이션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시스템적으로 기독교 지도자들은 일반 신도들의 무지를 유도하는 것이다.


기껏 루터가 직접 그 엄청난 분량의 성경을 번역해서 썩어가는 로마 카톨릭에서 개신교를 분리해 냈는데 한국 기독교 목사들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이러니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의 의식 수준이 중세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2. 선민사상


구약성서에 보면 여호와(신)가 유대인을 자신의 민족으로 선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즉. 신이 전 세계 많은 민족 중에 유대인을 선택해서 그들만 지옥불에서 구한다는 것이다. 이 선민사상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후 승천하)고, 기독교를 로마 제국 각 지방으로 전파한 바울과 베드로로 인해 더 이상 기독교 내에서는 통용되지 않게 되었다. 원래는 선택받은 유대인만 천국에 갔었는데 이제는 누구든지 기독교를 믿으면 다 천국에 간다는 것이 교리의 변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일 것이다.


그러나 루터의 종교 개혁 후 나온 여러 개혁가 중에 칼뱅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약간 달라진다. 그는 '예정론' 이라는 것을 주장하며 “너네가 천국에 가는 것은 태초에 신께서 예정하신 것이다.” 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이 예정론을 주장한 칼뱅의 저서를 직접 읽어보지 않아 그가 애초에 의미한 것은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칼뱅주의를 따르는 장로교의 세력이 무척 강한 현대 한국 기독교에서는 '우리는 신께서 예정하신 선택한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쓰나미를 기억하실 것이다. 이때 몇몇 기독교 목사들이 “그들이 이슬람 교도라서 신께서 벌을 내리신 것이다.” 라고 망언을 지껄였다. 그리고 2010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다닌 목사들이 여럿 보였다. 그렇다. 간단한 이분법이다. '기독교인은 선택받은 선한 사람. 아닌 사람은 신께서 벌하실 죄인'인 것이다. 이쯤 되면 오정현 목사의 망언 배경이 서서히 이해가실 것이다. 이런 시선으로 기독교인들을 바라보면 기독교인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곧 지옥에 갈 사람' 그 이상 이하도 아니게 되버린다.(물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이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다. 오정현 목사 류를 말하는 것이다) 


 '미개한'이라는 오정현 목사의 발언은 '곧 지옥에 갈' 사람과 동의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조광작 목사의 발언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들의 사고 방식대로라면 학생들이 신의 선택을 받지 못하여 그런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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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3. 프로파간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기독교는 미국으로부터 왔다. 애초에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이 강했고, 일본에 부역하던 기독교 지도자들이 일제가 패망한 이후 미군과 친하게 지낸 것도 큰 영향을 줬다. 이런 과정에서 그들은 정치적 성향을 확실히 해야 했다.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에서 크게 유행한 프란시스 쉐퍼의 이분법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그들의 이분법적 사상은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그것이 선인지 악인지 명확한 구분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세상엔 선인지 악인지 구분하기 힘든 일 투성이다. 마치 오늘 아침에 내가 빵을 토스트에 구워 먹은 것이 선한 행동인지 악한 행동인지 구분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그의 이분법적인 사상은 생전엔 어느 정도 합리적인 방법으로 발전해 갔으나, 역시 그가 죽고 난 뒤에 해석하는 놈들이 문제였다. 


얼마나 편한가? 이건 선 저건 악. 한국 기독교에 그 사상이 전해지고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와 미국은 선이 되었고 공산주의와 소련은 악이 되었다. 소련이 패망하고 북한의 위협이 예전만 못하게 되자 이제 기독교 지도자들은 그 이분법적인 사상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게 되었다.


지난 여름 독실한 기독교인 친구와의 대화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친구 왈.


“혹시 지난 대선에 누구 찍었냐?”


“나? 문재인.”


“헐. 빨갱이를 찍으면 어떡하냐?”


“누가 문재인이 빨갱이래?”


“우리 교회 전도사님이.”


대충 이런 그림이다. (오해할까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물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이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다. 바보는 어디에나 있으니) 이런 상황이 각 교회에서 벌어지고, 다수와의 힘겨운 싸움을 하던 야권 지지성향의 젊은 이들은 교회를 떠나는 실정이다. 지인들 중에선 자신들이 소속된 교회 목사가 매주 일요일에 '그래도 장로가 대통령을 해야하지 않겠냐?'며 어맹뿌 뽑으라 설교해 화가 나 교회를 나온 경우도 몇 번 있었다.


그러한 교회 목사들과 함께하는 기독교인들은


애국보수 - 새누리 - 선하다.

종북좌빨 - 빨갱이 - 악하다.


라는 프레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인생의 진리를 전파해 주시는 목사님들의 말씀이니 그것이 곧 하나님의 말씀이지 무엇이겠는가?



난 종교인 과세 문제 때문에 대형교회 목사와 정부 간의 커넥션이 있다고 강하게 추정하는 사람이다. 이게 특별과세로 되어 세율이 낮은 대신, 소득이 낮은 목사는 혜택이 없고 대형교회 목사는 적게 내는 구조다. 대형교회 목사는 고위직 공무원과 같아서 사례금은 용돈이고 교회에서 여비가 따로 나온다.(심지어 자녀 학비까지!) 고로 대형교회 목사들의 신고된 소득은 실제 소득보다 훨씬 적다. 이 문제는 확실하지 않으니 의혹만 제기하겠다. 다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안이 나온 것도 대형교회 목사들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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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상황, 약 500년 전 유럽에서 일어난 종교개혁 직전, 로마 카톨릭에서 볼 수 있는 그림과 매우 흡사하다. 대형 교회 목사들은 신도의 머리 수를 계산해 은행권에서 대출 받고 있고, 공금 횡령은 물론, 자신의 자리를 자식에게 넘겨주어 종교 권력을 상속하는 등 비리 재벌들이나 할 법한 일을 저지른다. 그들을 견제하는 세력은 전무한 실정이다. 


안타깝지만 한국 기독교의 자정은 이제 불가능하다. 그들이 속한 사회와의 공감능력을 상실한 채, 사회적 통념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자들이 지도층에 있는 한. 그리고 수많은 신도들이 어떠한 견제나 의심 없이 그 지도층을 뒤따라 가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은.  












요제프K

트위터 : @JosefK44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