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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30. 금요일
멀더요원







어릴 적 한두 번쯤 읽어봤을 그리스 로마 신화는 현재까지도 많은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도 최근 영화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아폴론, 아테나 등 올림포스의 신들은 우리에게 꽤나 익숙할 것이다.


잘 알다시피 올림포스의 수많은 신들은 각자 자신의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사실 그건 원래 그걸 담당하고 있던 다른 신들과의 '전쟁'을 통해 얻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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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들의 전쟁


대부분의 종교가 그러하듯,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세상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세상에 '자연'이라는 신이 나타났고 어둠, 밤, 낮, 대기를 만들었다. 자연은 하늘에서 땅을, 땅에서는 물을 분리하였는데, 그것들이 스스로 신이 되었다. 이후, 늘 그렇듯이 그들은 이런 저런 사건과 '누가 누굴 낳고'를 반복하며 온갖 신들이 생겨났고 그렇게 세상은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 아들 여섯, 딸 여섯으로 구성된 12인조, '티탄(Titan) 12 남매'는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주관하는 '권력'을 갖게 된다. 이 티탄 12 남매 중 여섯 번째 아들에게서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등이 태어났는데, 이들은 '올림포스'에 모여 독자적으로 세력을 만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실질적인 권력은 티탄들에게 있었는데, 제우스의 올림포스 세력이 점차 커져갔고, 결국 '티탄파'와 '올림포스파'는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라는 이름의 전쟁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올림포스파는 티탄파로부터 버림받은 '외눈박이 거인'과의 '야권연대'를 구성하여 무기를 제공받는 등 '영리한 전술'을 통해 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고, 이에 따라 티탄들이 주관하던 세상을 넘겨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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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하다가 피곤하면 그냥 잔다 (위 사진들은 당연히 본문과 아무 상관없음)




2.권한과 책임


신들의 전쟁 이후, 제우스는 신들의 왕이 되어 티탄이 주관하던 역할을 올림포스 신들에게 분배하였다. 그때부터 바다는 포세이돈, 태양은 아폴론, 달은 아르테미스 \등이 주관하게 되었다.


그런데, 태양을 아폴론에게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티탄파인 '헬리오스'가 여전히 '태양마차'를 몰고 있었다.


뭔가,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권력교체가 똑바로 되지 않은 모양이다.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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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스(남, 76세 아님)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신들이 그렇듯이 헬리오스도 유부녀와 바람을 피웠고 그 사이에 아들이 있었는데, 그 유부녀의 남편은 태양신의 아들이므로 '빛나는 자'라는 뜻의 '파에톤'이라고 지었다. 우리식으로 치자면 '광자(光者)'정도일 것 같은데, 그 남편이 바람핀 부인의 자식을 키울 정도로 대인배일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면 이름은 “어디 한번 엿 먹어 봐라”하고 지었을수도 있겠다.


촌스럽고 이상한 이름 때문에 친구들한테서 늘 놀림받던 파에톤은 그의 엄마한테 왜 그딴 이름을 지었냐고 따졌고, '너가 태양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다.'고 알려줬다.


이후, 파에톤은 친구들로부터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할 때 “우리 아부지가 태양신이다”라고 주장했고, 친구들은 저 새끼가 이름만 웃긴줄 알았더니, 구라도 친다라며 더욱 따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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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따돌리고 그러지 좀 말자

 

 

요즘 같으면 파에톤은 '일베' 같은 데 달려가서 심심풀이 지랄이나 하면서 분을 풀었겠지만, 당시로서는 그런 게 없었으므로 파에톤은 결국 헬리오스를 찾아갔다.



파에톤 :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싶습니다.


헬리오스 : 그러렴.


파에톤 : 아빠, 소원 한 개 들어주셈.


헬리오스 : 콜.


파에톤 : 태양마차를 몰아보고 싶어요..날 놀리던 친구들한테 보여줄거에요..


헬리오스 : 그거 빼고.


파에톤 : 태양마차.


헬리오스 : 그거 장난감 아니다.


파에톤 : 태양마차.


헬리오스 : 밥먹어라.


파에톤 : 태양마차.


헬리오스 : 자라.


파에톤 : 태양마차.


헬리오스 : ㅆㅂ.



스틱스 강을 걸고 한 맹세는 신도 거둘 수 없었으므로, 헬리오스는 어린 파에톤에게 태양마차의 키를 넘겨준다.(어린이날 애들 데리고 마트에 가 본 사람은 딱 알 거다. ㅆㅂ)


이후, 헬리오스는 파에톤에게 안전교육을 빙자한 포기압박을 여러 차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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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못되면 그냥, 졸라 뛰라구!



헬리오스 : 잘 들어. 태양마차는 제우스도 운전 못하는 거야. 맨 처음에 고바위 올라갈 때 졸라 가파르거든, 그래서 천마들도 엄청 힘들어한다고. 그거 올라가면 그 다음은 급경사야. 처박지 않으려면 꽉 잡아. 그게 다가 아냐. 하늘에는 황소자리, 사자자리, 전갈자리, 뱀자리 같은 거 졸라 많아. 걔네들이 막 공격한다고. 그래도 할 거야? 그냥 딴 걸로 해라.


파에톤 : 태양마차.


헬리오스 : 태양마차를 끄는 날개달린 천마가 네 마리인데, 이 새끼들은 속에 불을 품고 있어서 다루기 졸라 빡쎄. 내가 운전할 때도 말을 잘 안 듣는다고. 그래도 할 거야? 그냥 딴 걸로 해라.


파에톤 : 태양마차.


헬리오스 : ㅆㅂ.



파에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헬리오스는 결국 길이나 알려주고 조종법과 너무 높거나 낮지 않게 운전하라는 기본을 가르쳐 주었지만, 파에톤은 그냥 흘려들었다.


시간이 되어, 문이 열리고 태양마차가 출발하였다. 마차가 가벼워졌기 때문에 천마들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달렸다. 파에톤은 당황하였고 고삐를 똑바로 잡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파에톤의 동네 근처를 지날 무렵 저 멀리에 동네 친구들이 보였다.



파에톤 : 저 새끼들. 야~! 나 태양마차 탔다. 졸라 부럽지? 나 우리 아부지 아들 맞지? 이젠 날 우습게 보지 마라. 근데 저 새끼들 내 얘기 듣는 건가? 안 들리나? 더 가까이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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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사진도 당연히 내용과 상관없지.

 


파에톤은 친구들에게로 달려갔다. 친구들은 눈이 부셔서 거기 누가 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도망쳤다. 태양마차가 땅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자, 산과 들에는 불이 붙었다. 이에 놀란 파에톤이 고삐를 당기자 천마들은 더욱 거세게 날뛰었다.


태양마차의 운전이 서툴다는 걸 눈치챈 천마들은 평소 달리던 길을 벗어나 '개인적 일탈'을 하며 제멋대로 달렸다. 파에톤은 매우 당황했으며, 더 이상 천마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이제 파에톤은 태양마차가 어디로 가는지 알수도 없었고, 알아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늘에 있는 별자리를 지날 때는 괴물들의 공격을 받았다. 북극권에 있는 뱀자리는 원래 추워서 또아리를 틀고 있었는데 태양마차가 북극에 바짝 붙어 달리자 그 열기에 또아리를 풀고 포악해졌다. 태양마차는 갑자기 하늘 높이 솟구치다가 땅에 닿을 듯이 달렸다. 산에는 불이 붙고 들은 말라붙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불에 그을려 피부가 까맣게 되었으며, 강은 끓어 올랐다. 온 세상이 끓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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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파에톤 : 아. ㅆㅂ. 아빠 말 들을 걸. 이걸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내가 미쳤지.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너무 뜨거워서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결국, 머리카락이 그을린 대지의 여신은 매우 열이 받아 제우스에게 민원을 접수했다.



대지의 여신 : 아 ㅆㅂ 남극, 북극 다 녹았어. 산마다 다 불붙었고. ㅆㅂ 나 이거 머리카락이 이게 뭐야. 저거 어떻게 좀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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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제우스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헤라(결혼의 신) : 헬리오스 저거 바람피워서 씨나 뿌리고 다니더니만 꼴 좋다!


헬리오스 : ...


아폴론(태양의 신) : 거 봐. ㅆㅂ 내가 뭐랬어. 딴 거는 다 우리가 인수했는데, 저 영감쟁이가 바득바득 우겨갖고는 태양마차 운전권을 안넘기더니만 내 저럴 줄 알았어. 그냥 자동운전을 하면 될 것을, 요즘 누가 말타고 댕긴다고. 하여간 구닥다리 영감. 아빠, 저거 그냥 뿌셔버려!


헬리오스 : ...ㅆㅂ 나 안해.



결국 제우스는 벼락을 들고 지붕위로 올라갔다..



제우스 : 원래 이게, 벼락도 던지기 전에 뭔가 구름이 몰려들고 비도 와야 이게 자세가 나오는 건데, 저 새끼가 그것도 다 말려버려서 썅 이것 참 자세가 안 나오네. 아오 빡쳐 에라이!



제우스의 '날벼락'은 황금마차를 한방에 부수었고 파에톤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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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파에톤 : 저..저기요, 자..자..잠깐만요.

 


그날 이후, 헬리오스는 '일베'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아폴론은 태양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인수했다.




3.결론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파에톤 컴플렉스'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어린 시절의 애정 결핍에 의해 지나치게 타인(또는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강박증'을 말하는데, 이 강박증은 비정상적 민감성, 고독감과 부적응, 만성 우울증과 공격성, 신경증적 소심증, 다재다능에 대한 강박증, 애정에 대한 충동적 욕망, 조바심과 자기 파괴 등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 나라에는 전쟁과 굶주림이 있었고 살아남기 위해 남을 밟아야만 하는 정글수준의 경쟁이 있었기 때문에 어렸을 적 부모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어르신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애정 결핍에 따라 비정상적인 강박증을 가진 어르신들이 정부를 구성하고 권력을 이용해 자기파괴적 행동을 하고 있다면, 주권자로서 그걸 막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비록 아주 가끔씩이지만, 우리 모두가 제우스가 될 수 있다.


제우스의 벼락 끝에 이런 작은 표시를 새겨넣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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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1. 지방선거가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는 선거이므로, 이것을 통해 정권심판하자는 얘기는 어쩌면 맞지 않는 것 같긴 하지만, 똑바로 된 여론조사 하나 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최소한 국민의 여론이 어떤지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는 될 것이다. 물론 이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만 현실적 상황은 대충 그런 것 같다.


2. 모든 선거들이 어렵지만,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대통령 경호실장 취업 준비생'과 '한미FTA의 주역 모피아' 중에서 골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경호실장'이야 안 그래도 많은데,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해 봐야 좀 표시도 안날 것 같다. 모피아는 이번 말고 이 다음에 언젠가 좋은 세상 오면 그때나 갈라서야겠다는 생각이다.


3. Styx - Show me the way. 꽤 오래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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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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