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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30. 금요일 
새 실명 인증 절차를 개발해내는 쾌거를 거두었지만 기레기, 퍼그맨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벙커원의 1층 테라스에서는 딴지일보 편집부의 비상회의가 한창이었다. 회의 주제는 포괄적이었지만 그중 핵심은 단연, 독투게시판에서 간헐적으로 올라오던 '땡큐게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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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광고 차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오해하는 독자분들이 있을까봐 말해두는데, 그런 거 아니었다. 딴지일보 서버의 상태가 안 좋을 때에도 불굴의 의지로 접속해 들어와 광고를 남길 정도로 의지 있는 마케터였다. 이러한 지속적인 도배질은 우리 매체를 통해 광고를 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되는 바, 우리는 이들에게 곧 연락을 취할 생각이었다. 땡큐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과연 명랑사회 이룩에는 도움이 되는 것인지 검증을 해보고 괜찮다면 정식으로 광고 계약을 맺고 마빡에 올려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이 도배질이 뜸해지고 있으니 편집부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혹시 조선일보 쪽이 광고효과가 더 좋다는 걸 알고 그 쪽으로 간 건 아닐까?"

"딴지에 돈 내고 광고하는 분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 삭제했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화가 난 건...?"

"땡큐 게임이 우리 쪽에 광고할 의지를 상실한 거라면 뻐X 게임 쪽을 알아보는 건 어떨까?" 

"근데 대체 땡큐 게임이 어떻게 하는 게임이지? 홈페이지 가입도 잘 안 되던데..." 

여러 얘기가 오가는 중, 회의를 중단시키는 낯선 이의 방문이 있었다. 잠깐동안 우리를 향해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는 듯 보이기도 했던 그는 딴지일보 편집장님을 찾아왔다면서 이런 유인물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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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사람이었던 것이다. 

공문의 내용은 이미 한 차례 전화로 경고 받은 적 있던 '선거 기간 중 인터넷 언론사들의 게시판 실명인증 조치'에 관한 것이었다. 

어? 그거 위헌 아니에요?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위헌 판정을 받은 터라 이렇게 반문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그 위헌 판정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 1항'에 국한된 것이기에 공직선거관련법에는 아직 관련 조항이 남아있다. 심지어 이건 합헌 판정까지 받아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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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본지와 같은 인터넷언론사의 기사 댓글란이나 독자 게시판은 선거 기간 중 실명 인증을 거친 후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단다. 여론 왜곡을 막고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딴지 독자가 여론 왜곡이나 공정성 침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절친노트'라는 프로그램이 부활하여 MB가카께서 김어준 총수와 손 잡고 출연하실 가능성보다 낮다고 판단하는 본지는, 이미 트위터로 선거 기간 실명제를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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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전화 통보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찾아오다니, 이건 외면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실명확인을 받을 수 있는 기술적인 조치'라는 부분이 걸렸다. 주민등록 번호는 이미 털릴 대로 털린 상태라 이를 통한 인증은 실명 확인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휴대폰이나 아이핀 인증 방식도 가장 가까운 가족에 손에 의해 얼마든지 보안이 뚫릴 수 있다. 일례로 게임 셧다운제를 실시한 이후 30~40대 주부의 게임 가입률이 폭증했다는 보도가 있지 않았던가. 아직 선거권도 없는 아해들이 레이디 가카의 국정 운영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을 사사로운 무리를 지지하는 척, 뻘글을 올리도록 방관해서는 아니 될 일이기에 본지는 보다 진보적인 인증 기술을 고민해야 했다. 일주일이 걸렸다. 

그리고는 떠올렸다. 인간의 청력과 인지 능력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며 어떠한 해킹이나 도용도 불가능한, 혁신적인 실명 인증 기술을! 앞으로 딴지독투에 글을 쓸 독자제위들은 다음의 프로세스에 따라주시라. 


1. 우선 자신이 선거권자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 버스 카드를 들고 가까운 정류장으로 가시라. 

2.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어본다. 

3. "학생입니다" > 탈락! 당신은 어차피 선거권이 없으므로 이후의 절차를 밟을 자격이 없다. ("삑"소리가 나면서 1050원이 계산된 경우에만 이후의 인증 절차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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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탈락

4. 버스에 올라탄 상태로 휴대폰을 꺼낸다. 

5. 지역 번호 없이 114를 눌러 전화한다. (이용 중인 통신사의 고객센터로 연결될 것이다.)

6. 상담원을 연결해 요금이 잘못 나온 것 같다며 확인을 부탁한다. 

7. 상담원이 본인 여부를 확인하려 할 것이다. 안내에 따라 본인임을 인증해준다. 

8. '본인 확인 감사합니다'라는 멘트를 들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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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제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집으로 돌아와 딴지독투에 글을 올리면 된다. 

10. 참, 내릴 때에도 카드 대는 거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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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떠한가? 이 진일보한 기술이! 위의 10단계만 거치면 우리 기사 댓글란과 독투게시판에 어떤 글이든 쓸 수가 있다. 그가 누구든, 여론 왜곡의 가능성이 없는데다 공정성 있는 글까지 쓸 수 있는 사람임이 입증되는 것이다. 


본인의 휴대폰을 활용하여 본인의 목소리로 개인정보를 들려줘야만 인증이 완료되니 그야말로 완벽하지 않은가? 아직까지 인간의 귀를 능가하는 음성 인식 센서는 없으며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보안 장치 또한 존재하지 않으니 더더욱 그렇다. 유일한 약점이라면 미성년자가 부모님의 휴대폰을 슬쩍해 성대모사로 통신사 상담원을 욕보일 가능성인데, 이 조차 버스 카드를 활용한 2단계 인증 시스템으로 원천 봉쇄하고 있다. 그 복잡다단함은 액티브X를 능가하기에, 각종 등본이나 신분증 발급을 위해 본인 확인절차가 일상화되어 있는 공무원 조직의 보안보다 더 철두철미할 것이라고, 감히 평해보련다. 


이 프로세스는 수많은 논란에도 아직 개정되지 않고 있는, 공직선거법의 관련 조항에 따라 6월 4일까지만 실시된다. 


끝으로, 조선일보로 가려했던 땡큐게임의 마케터는 우리의 이 진보적인 기술을 보고 두 언론사의 미래적 가치를 다시 저울질해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혹시 연락주시기 부끄럽다면 위의 절차대로 실명 인증만 해주시라 우리가 귀하의 통신사로 취재원을 파견해 해당 인증을 진행한 상담사를 찾아낸 다음 연락드리도록 하겠다. 이제 더이상 익명성에 기대는 도배질로 욕 먹어가며 광고하실 필요 없다. 기뻐하시라.





퍼그맨 
트위터 : @ddanzipugman

Profile
딴지그룹 마켓팀원. 편집부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