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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05. 목요일

논설우원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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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날 이기는 게임을 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우원. 가능한 수많은 반론을 인식 못했던 게 아니고 스스로의 내면에서도 그랬지만, 여하튼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결과를 두고도 오로지 승패만으로 평가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선거라는 게 지면 그걸로 끝인 것도 맞다.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가 아닌 한 아무리 박빙이라도 2등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물론 총선 이야기지 단체장이나 대선에까지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런 관점에서, 우원은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전체적인 승패의 시각으로는 이야기하지 않을란다. 혹시 결과를 정확하게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아래 숫자만 함 정리해 드린다.

 


광역단체장 : 야 9  여 8

 

기초단체장 : 야 80  여 117 (서울 20 대 5)

 

교육감 : 진보 17  보수 4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우원은 ‘세월호 심판’ 의 관점으로 야권이 대승을 거둘 거라는 기대는 애당초 갖지 않았다. 물론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만, 기본적으로 그 일은 집권 여당의 직접적인 책임 만큼이나 이 나라에 팽배한 관료주의와 무책임 등 오만가지 문제들이 겹쳐 있던 거라 선거에서 혁명적 전복을 가져올 성격이 아니었다고 본다.

 

자, 그럼 이제 선거에서 드러난 각종 사안들을 좀 짚어보자.

 

먼저 긍정적인 방향부터.

 

일단 교육감 선거의 압도적 우위가 먼저 거론돼야겠다. 고캔디크러쉬의 활약에 힘입은 고시오패쓰의 고소한 패배와 몰락, 그 결과로 나타난 3위권 조희연의 당선은 그야말로 영화적인 반전의 쾌거라 하겠다. 요거 하나만으로도 이번 선거 결과, 즐길 만하다는 사람들이 꽤 있으니 뭐. 물론 수백만 서울 학생들을 위해서도 크게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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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에 몰리자 “딸아 아빠가 미안하다!”며 고함치는 고시오.

이 뉴스에 고캔디 씨는 아래와 같은 촌철살인의 답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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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대구, 대전, 울산, 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됐는데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산, 경남에서의 성과다. 뒤에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이 부분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상황은 울나라 국민들의 이상하고도 기묘한 정치적 심리를 반영한다. 거의 절반씩 나눠먹은 광역, 새누리가 더 가져간 기초단체장과 전반적으로 새누리 강세로 보이는 도,시,구의원 결과와의 이 언발란스가 함의하는 바 말이다.

 

부산, 경남을 포함해 진보 교육감이 이만큼 당선된 걸 보면 국민들이 애들 교육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진보쪽 인사들이 유연하고도 윤리적이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생각과 기대는 ‘어른들 세상’을 끌어가는 사람들을 고를 때는 훨씬 약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우리 사회가 빠져 있는 약간의 분열적 정신상태를 읽게 된다.

 

막말로 그럼 어른들 세상은 막돼먹어도 괜찮다는 걸까? 어차피 돈과 이익이 지배하는 거니까? 아 그럼 저 애들이 조만간 학교 끝내고 세상에 나오면 비윤리적이고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 손에 던져지면 그만이냐. 걔들은 우리 아이들 아니고?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종북몰이, 색깔론의 약화다. 승패를 떠나 조중동이나 수구인사들이 떠들어댄 것에 비해 국민들에게 끼치는 약발은 그리 강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색깔론의 주요 표적이 되었거나 될 수 있었던 박원순, 이재명, 조희연, 안희정 후보 등이 큰 영향없이 당선된 점 등을 보면 적어도 이전의 상황들에 비하면 그런 접근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좀 더 두고봐야 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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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런 사회를 추종한다고? 말이 되는 소릴 하셔.

 


이제, 앞서 잠깐 이야기한 부산 경남의 약진을 좀 깊이 생각해 보자.


우원은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상경한 부산 사람이다. 그래서 꼬꼬마 때 부마항쟁을 비롯해서 87년 6.10에 이르기까지 ‘야도’ 부산의 모습과 분위기를 잘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김영삼이 있었다.


그런데 부산 경남이 지금같은 수구적 분위기로 변한 것도 바로 김영삼의 궤적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3당 합당을 통한 여당화에 이어 그 속에서 성장한 이회창, 이명박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정치성향 자체가 변해온 거다. 신념이나 정책이 아닌 보스 추종적 정치관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라 하겠다.


하지만 김영삼이 ㅂㄱㄴ에 대해서는 ‘칠푼이’라는 센 욕도 하고 그다지 지지하지 않는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런 흐름이 지금 정권까지는 확실하게 전달되지는 않는 현상이 감지됐다. 거기에 아들 김현철은 SNS를 통해 강한 야권 성향의 발언을 반복해 왔다.


사실 이런 김영삼의 모습은 박정희와 그 핏줄에 대한 개인적 원한이 투영된 거라 높이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십 년간 그를 좇아온 부산 경남인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ㅂㄱㄴ와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에 조금의 흔들림을 겪게 되었을 거다. 부산에서 진보 교육감 당선과 오거돈 후보의 아깝기 그지없는 약진은 이런 미묘한 변화의 바탕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거라고 우원은 생각한다.

 

이런 모습은 다음 총선, 대선 등에서 부산 경남이 더 이상 보수세력의 안전한 텃밭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한편 지난번에 기껏 경남지사에 당선됐던 김두관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고 사퇴한 점, 그래서 그 자리를 홍준표가 꿰차고 재선까지 성공한 점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박원순의 당선만큼이나 앞뒤없는 개 네거티브로 일관한 정몽준의 패배가 주는 쾌감도 적지 않았고, 12,137 표차라는 신승이긴 하지만 최문순의 재선 성공을 바라보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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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만표 차이. 여기는 부산이다.

 


그럼 좋은 이야기는 이 정도 하고, 이제 한계에 대해.

 

오거돈이야 부산이라 그렇다치고 인천시장 송영길과 경기지사 김진표의 패배는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인천의 경우 전 시장 안상수가 쑥대밭으로 만든 재정을 송영길 시장이 그나마 많이 회복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부족 등의 이유가 낙선에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나중에야 어떻게 되던지 이름으로 벌이는 토목공사와 각종 외형적 사업에 집착하는 단체장들의 잘못된 행태를 부채질하는 어리석음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치적’의 부담과 폐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것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경기지사 건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지역별 득표를 보면 서울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대부분 김진표가 승리한 반면, 휴전선에 가까운 북동부 지역과 고향인 수원 및 강원도 쪽 내륙 지역에서는 남경필이 크게 앞선 것을 볼 수 있다.


허나 여당 후보가 도지사가 되면 당장 내가 사는 지역의 안보가 보장될 거라는 관점은 전혀 근거가 없는데도 이런 선택을 한다는 점은 답답하다. 본질을 떠나 금강산 피살, 천안함, 연평도, 무인항공기 등의 일이 전부 보수 집권 중 일어났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미지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의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그와는 별개로 김진표 후보 자체가 가진 한계는 이미 지적되었던 바다. JTBC의 분석에 따르면 김진표 지지자들이 중요하게 꼽았던 키워드 중 하나가 ‘새누리’인데, 이건 ‘새누리가 싫어서’라는 뜻이다. 이 점이 선거에 도움은 됐겠지만, 실은 김진표라는 정치인 개인의 흡인력이나 지명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즉 ‘이넘들이 싫어서 저넘을 찍는다’는 걸로는 5선 의원 남경필의 벽을 넘지 못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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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백만표 중 4만2천표 차. 아까비.



또 안타까운 부분은 ‘노동자의 수도’ 울산에서의 패배.


조승수가 새정치와 진보당의 통합야권 후보로 시장 선거에 나섰지만 새누리당 김기현에 더블 스코어 이하로 밀리며 참패하고 말았다. 진다 하더라도 저런 정도까지여서는 안되는 거였다. 심지어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처벌경력이 나오면서 진보 후보로는 치명적인 도덕성 문제까지 제기되었다.


나아가 노동자 텃밭인 울산 동구와 북구 구청장 자리도 새누리당이 가져가는 등, 노동계 세력 약화가 울산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게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울산은 다른 지역과는 다른 특성이 있는 만큼 패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접근이 시급하다고 보여진다.


그 외 경북과 대구는 여전히 보수의 성지로 철옹성임을 과시했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교육감까지 새누리/보수 후보들이 싹쓸이했으니 말이다. 위안거리라면 김부겸 후보가 40% 의 득표를 한 건데, 낙선했지만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비슷한 성과를 거둬서 이후를 위한 포석은 남겨졌다고 볼 수 있겠다.


대구 경북은 오랜 보수세에다가 박정희와 직접 관련된 지역인 만큼 변화를 바라보기는 쉽지 않고 울산까지 돌아선 마당이라 더욱 암담한 면이 없잖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산 경남 지역의 야권 성향이 조금씩 돌아온다면 일종의 ‘섬’ 형태로 고립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아 물론 당장 이루어질 일은 아니고.

 

 

 

마, 급한 대로 이런 정도의 생각을 정리해서 써 봤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우원 주변도 희비가 엇갈린다. 조희연이나 오거돈을 예로 들며 잘 싸웠다는 사람도 있고 기대 이하의 성과에 속상하다는 사람도 있다.


하긴 세월호 사건이나 ㅂㄱㄴ와 정부가 지난 1년 반동안 보여준 억압과 무능, 그리고 선거 부정 문제까지 생각한다면 이 결과는 확실히 미흡하다. 반면 안 - 김의 마뜩찮은 리더십과 새정치연합의 어정쩡한 포지셔닝에도 불구하고 나름 대등한 경쟁을 펼쳤다는 점이 이 나라 야권 지지세력의 저력을 보여주는 측면도 없지 않다.

 

여하튼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론’ 같은 추상적 접근이 이제 이 나라에서 그다지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우리에게 확인시켰다. 그런 만큼, 선거 전날 글에도 썼듯이 앞으로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면밀한 전략전술과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유능한 플레이어가 절실하다. 그간의 선거들이 계속 증명했듯, 저들은 더 이상 순간적인 열정이나 비분강개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진검승부에 나서는 자는 감정에 겨워 칼끝을 흔들어대서는 안된다. 냉정하고도 예리한 발검만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거다. 이제는 그걸 알고 실천할 궁리를 구체적으로 해 나가야 된다.


이미 늦은 감이 없잖지만.









논설우원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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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