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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05. 목요일

물뚝심송

 

 








세월호 참사로 비롯된 거대한 슬픔의 해일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제6차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마치 엄청나게 뛰어난 지휘자 한 명이 조율하듯, 신비로울 정도로 정교하게 나오고 말았다. 예술적이기까지 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결과였다.

 

이 선거 결과를 놓고 과연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새누리당의 선방

 

세월호 사건은 집권여당에게는 엄청난 공포감을 몰고 온 악재였음이 틀림없다. 사건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이 사건에 대처하는 집권세력의 모습은 부패와 무능의 전형적인 사례였던 것이다. 실제로 이 정권은 실무 행정에 있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능하다. 아마 이 정권과 유사한 수준으로 실무에 무능했던 정권은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 정도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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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던 그 정권...



하지만 실무 행정에 무능한 정권일수록, 정치적 술수, 정무 능력은 탁월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속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속이려는 노력이 반복되면서 정치적 술수의 대가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을 장악하고, 보도를 통제하며, 시위를 진압하고, 집회를 금지한다.

 

이런 잘못된 노력의 절정은 다름 아닌 선거 때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선거의 여왕이 이끄는 선거의 천재들이다.

 

새누리당이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진정으로 자랑할 수 있는 컨텐츠가 무엇이 있었을까? 하나도 없다. 돌이켜 생각해 보시라. 정말로 하나도 없다. 행정시스템은 마비되었고 안전을 위한 절차들은 전혀 가동되지 못해서, 어지간한 건물보다 더 커다란 배가 멀쩡하게 운항하다가 갑자기 뒤집어져 침몰해 버리는 사건을 미리 막아내지도 못했다. 그렇게 발생한 사고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벌어진 상황 자체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아이들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해 결국 단 한 명도 구조해 내지 못했다. 뭘 잘한 게 있나?

 

창조 경제를 줄기차게 외치고 있지만, 집권 이후 일 년 반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어떤 성과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시장 경제는 아직도 얼어 붙어 있고,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사람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대선과정에서 내걸었던 수많은 복지 공약들, 단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의 실세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김무성은 그런 공약들은 그냥 선거 때 당선되려고 해보는 소리라고 스스로 자인하고 다닌다.

 

집권당인 새누리당 소속의 지자체장들이 운영하는 지자체들이 뭐가 얼마나 좋아졌겠는가? 뭘 바꾸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재선된다면 무슨 약속을 할 수 있겠는가? 하나도 없다. 진짜로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외칠 수 있는 것은, 자기들이 잘할 거라는 얘기가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에 도전하는 자들이 우리보다 더 나쁘다고 외치는 네거티브 밖에 남지 않는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은 이렇게 아무 것도 못하는 집권세력을 싸늘한 눈초리로 지켜보며 과연 너희들이 우리에게 무슨 소리를 하겠냐고 물어보면서, 그들이 외치는 네거티브 켐페인에 눈살을 찌푸리는 과정이 바로 이번 선거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의 선거 캠프들은 꾸준히 돌아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도 않은, 하지도 못한 대통령은 인위적인 눈물을 짜내면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외치고, 그 광경을 담은 비디오는 전국의 새누리당 유세차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전국의 새누리당 후보들은 무조건 잘하겠다고 외치면서 비 내리는 길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했다. 그 절정에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도와주세요” 일인 피케팅 시위가 있었다.

 

이렇다 내세울 점이 없는 선거캠프는 눈물로 호소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그 눈물의 호소를 너무나 잘했다. 그리고 그들은 선방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마음이 약해서, 너무나 바보같이 마음이 약해서 또 속는다. 알면서도 속아준다. 조실부모한 여자 대통령이 불쌍해서 말이다.


전국 17개 광역에서 8개의 광역단체장 자리를 차지한다. 충청벨트에서 참패했지만, 대구, 울산, 부산, 경남, 경북 그리고 제주를 지켜냈으며, 수도권에서도 경기를 지켜내고 인천을 탈환하는 기염을 토한다. 집권 이후 단 한 가지의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집권세력이 그 총체적 실무능력 부재를 단적으로, 그리고 너무나 극적으로 보여준 세월호 참사라는 거대한 해일 앞에서도 17개 광역 중 절반에 가까운 지역을 지켜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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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기초단체 선거에서는 압도적인 승리까지 거머쥔다.

 

실무적으로 무능한 집단이 정치적으로 유능한 것은 비극이다. 그래서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결과, 새누리당의 선방은 우리 모두의 비극이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

 

야당은 실무적으로 무능할 기회도 없다. 정권을 잡아야 유능한지 무능한지를 얘기할 텐데, 새정연의 전신 민주당은 이미 지난 2007년에 정권을 놓아버린 집단이다. 따라서 이 새정연의 무능이라는 얘기는 그들의 정치적 무능을 의미한다. 거기에 이들의 상황은 한 발 더 나아가 정치적인 유,무능을 얘기할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적절한 평가일 것 같다.

 

새정연은 내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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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직전에 치러진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극적인 합당은 사실상 당내 소수파였던 김한길이 안철수를 끌어들여 당내 다수파인 이해찬계를 밀어내려는 내전의 선포였다고 분석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시작된 기습적인 내전은 기초단체 무공천을 둘러싼 논란의 형태로 표출된 반격에 부딪혀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지도 못하고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산발적인 각개전투의 양상으로 변하게 된다. 그 각개전투는 다름 아닌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과연 어느 계파의 사람으로 골라 공천하는가 하는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그 내전상황이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난 곳이 다름아닌 호남의 핵심 광주였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중앙당 차원의 일사불란한 선거 켐페인 지휘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상태였다. 각 지역의 후보자들은 중앙당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커녕, 오히려 중앙당이 민폐를 끼치러 다닌다고 호소하는 판이 되어 버렸고, 각자도생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아수라장을 연출하게 된다. 각 지역의 유력한 후보들은 “당적을 보지 말고 사람을 봐 달라”라고 외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속출한다.

 

이런 새정연이 17개 광역 중 9개 자리를 움켜쥐게 된 것은, 중앙당 차원의 승리가 결코 아니다. 피눈물 흘리며 각자도생에 성공한 각 지역의 생존자들을 모두 모아보니 9자리가 된 것뿐이다.

 

보다보다 이런 콩가루 정당은 또 처음 봤다. 선거가 끝난 지금에 와서도 당내에서 이해찬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김한길-안철수로 이어지는 당대표에게 저주의 말을 쏟아내고 있고, 곧이어 치러질 재보궐을 위해 김한길-안철수를 자르고 이해찬을 당대표로 ‘옹립’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그 반대편에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광주가 안철수(가 무리하게 내리꽂은 윤장현 후보)를 선택했으니 이번 선거는 안철수의 승리라고 자평을 하는 그런 상황이다. 이게 어디로 봐서 한 정당 내에서 나올 수 있는 목소리들이란 말인가?

 

승리는커녕, 죽도 밥도 아니다. 정상적인 선거였다면, 이번 선거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괴멸되어 마땅한 그런 수준의 정당이었다. 그러한 새정연의 정치적 무능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대한민국은 그들을 버리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을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새정연까지 괴멸을 시켜 버리면 망망대해에 키잡이도 없이 표류하게 될 우리 사회를 우려해서였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신들의 끝 모를 무능에도 불구하고 자다가 일어나 떡을 얻어 먹고 있는 중이다. 부디 그들이 자신들이 잘나서 17개 광역 중에 9개라는 성과, 호남에서 충청을 거쳐 강원에 이르는 푸른 색 벨트로 물들이게 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유권자들이 이 무능한 집단에게 표를 준 이유를 생각해 보자. 최고의 정치의식으로 무장한 광주의 시민들이 표를 몰아준 이유를 생각해 보자.

 

당신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저 무능한 새누리당이라는 집단을 견제할 의무를 부여한 것뿐이다. 이제 제발 뻘짓 좀 그만하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야당의 역할을 해 내라는 명령인 것이다.

 

포상이 아니라 명령이라는 점, 이 점만 기억하면 새정연의 앞날에 일그람의 기회는 살아있을 수도 있다.

 

 

세월호 효과는 어디로?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사건 같은 참극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이 선거에서 참패를 당하지 않고, 심지어 기초단체 선거에서는 압승을 하는 일이 도대체 어떻게 생길 수 있냐며 한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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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다. 이 정도로 거대한 슬픔이 닥쳐오고 그 비극을 유발하고 전혀 막지도 못한 집권세력이 정치적으로 징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 또한 병든 사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절반에 가까운 승리를 거둔다. 선방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병든 사회가 된 것일까?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묻는 결과는 교육감 선거에서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17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계열로 분류된 교육감이 13개 지역을 장악했다. 보수 계열은 겨우 3곳, 그리고 한 곳은 진보계열 후보의 단일화 실패로 어부지리를 얻은 중도계열.

 

그 중의 상당수는 일반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전교조 출신이었다. 그렇게 싫어하는 전교조 출신의 교육감 후보들을 일반인들이 마구 찍어댄 이유는 무엇일까?

 

진보 계열 교육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혁신학교, 무상급식 등 진보적인 교육정책이 우리 사회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 지난번 선거의 성과였다면,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같이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적인 교육 정책들이 대거 현실화 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에 공감하는 ‘앵그리맘’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위력은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을 고르는 선거에서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아이들을 믿고 맡겨야 하는 교육시스템을 관장할 교육감 선거에서 발휘된 것 같다. 그들은 결코 책임을 덮어준 것이 아니다. 확실하게 묻고 있다. 기존의 책임자들에게, 기득권자들에게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발현된 것이다.

 

물론 그동안의 혁신학교나 무상급식 등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일반 학부모들의 관심을 끈 것일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전국적으로 효과적인 단일화가 수행되어 대부분 단일후보를 낸 진보진영에 비해 “교육감선거 = 로또선거”라는 꿈에 부풀어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보수 계열 후보들이 단일화를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전술적 평가도 있을 수 있겠다. 또 비록 갈려 버리기는 했지만, 보수진영의 후보들이 얻은 득표의 총합이 진보 계열 후보의 득표보다 많다는 분석도 이런 전술적 평가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평가들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를 앞에 놓고 모두 무력화 된다. 지지율보다는 인지도 걱정을 해야 했던 무명의 조희연 후보가 교수집단 최고의 커리어에 교육부 장관까지 역임한 경력을 가진 현직 문용린 후보, 고시 3관왕에 미국 3대 로스쿨 학위 컬렉션을 가진 고승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는 것은 이번 선거판 전체를 통해 가장 충격적인 이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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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선거운동 기간 막바지에 접어들어 터져 나온 추접한 집안 문제와 그를 이용하는 더러운 진흙탕 싸움판을 지켜보던 수많은 학부모들이 “니들이 아무리 훌륭한 귀족 출신이고, 아무리 잘난 사람들이라 해도 이렇게 추접한 놈들에게 우리 아이의 교육을 맡기지는 못하겠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 아닐까?

 

돈과 권력, 아파트값과 내 주머니를 먼저 생각하는 천박한 배금주의가 지배를 하는 선거판에서도 최소한 교육계만큼은 도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판단이 배어나는 곳이 바로 교육감 선거판이었고, 그런 도덕적인 입장에서 세월호 사건을 유발하고, 막아내지 못하고,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이 정권과 그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 진 곳이 바로 교육감 선거였다는 점.

 

신비롭기까지 한 황금분할의 결과라는 생각이 뇌리를 찌른다.

 

 

선거판이 변하고 있다

 

아직도 눈물이 먹힌다. 감성적인 투표가 행해진다는 뜻이다.

 

아직도 우리가 남이가 정신이 먹힌다. 지역구도는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직도 정당보고 찍어주는 트렌드가 있다. 지방자치제를 위한 지방선거였음에도 말이다.

 

아직도 선거를 메달 레이스로 간주하는 언론이 활개를 치고 있다. 썩어빠진 언론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판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역시 색깔론이 위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지겹도록 행해진 종북몰이, 빨갱이 타령, 색깔 칠하기 등에도 불구하고 그런 전략들은 거의 아무런 효과도 가져오지 못했다. 이거 이제는 자리를 잡아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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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이제 그만 '몽'출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지역구도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구의 김부겸이 비록 박정희 드립을 치며 욕을 먹긴 했지만, 40%가 넘는 득표를 올렸다. 이 성과는 차기 총선에서의 대구 지역 지역구에 새정연 후보들의 출마를 비약적으로 늘려 놓게 될 것이다. 이제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거의 당선을 코앞에 두기까지 한다. 부산에서 여당 후보가 박근혜 사진으로 도배를 하고 발악에 가까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다급해졌던 것도 충분히 이유가 있었다. 이제 부산은 새누리당 깃발만 꽂아 놓으면 강아지도 당선이 되는 그런 꼴통의 도시가 아니게 된 것이다. 전통의 야도 부산의 부활이 그리 멀지 않은 느낌이다.

 

박정희 이래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던 지역구도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거판이 ‘현실적’이 되어 가고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공허한 공약은 무시되기 시작했고, 비록 규모는 작아도 깨알 같은 공약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지킬 수 있는, 그러나 열심히 해야만 지킬 수 있으며 실제로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 그런 공약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유권자들이 그런 공약을 찾기 시작했다.

 

농약급식으로 대표되는 사실 무근의 네거티브 공세들은, 바닥으로 바닥으로 내려가며 잔잔히 퍼져나가는 박원순 캠프의 조용한 호소에 밀려 사라져 버렸다. 박원순 후보의 재선은 당선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선거 문화를 바꾸고 캠프 전략의 트렌드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이기고 지는 문제 이전에,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고, 제대로 된 선택을 내릴 수 있게 진짜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더욱 더 확대되어야 한다. 여당이 이기건 야당이 이기건 별 차이도 없다는 것도 우리 사회는 이미 경험해 봤지 않은가. 이제는 당을 떠나 제대로 된 선거가 치러지고 제대로 된 공약을 내걸고,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 현실적으로 노력하는 후보들이 공직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그런 선거 문화가 자리 잡을 때도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선거 문화는 그렇게 조용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장 긍정적인 의미를 여기에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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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어느 쪽도 숨통이 끊어지는 패배를 하지 않았다. 누구도 내가 이겼다고 자신할 정도로 승리하지 않았다. 황금분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교한 결과가 나왔으며, 모두가 각자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부여받은 생산적인 선거판이었던 것 같다.

 

억울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저렇게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아이를 잃은 부모의 손 한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않는 무책임한 정권이 왜 몰락하지 않냐며 눈물 지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 보자.

 

티비, 인터넷 모두 꺼버리고 이불 뒤집어 쓰고 울던 선거들도 있었고, 이민을 가고 싶어졌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선거들에 비해 얼마나 훌륭한 결과인가?

 

선거도 일이고 정치도 일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가 바로 이번 선거다. 그리고 그 노력의 방향이 점점 더 긍정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 선거였다. 아직 까마득하게 멀지만, 그래도 저 멀리 희망이 보이기만 해도 다시 일어나 손을 잡고 함께 갈 힘이 생기지 않겠는가?

 

너무 슬퍼하지 마시라. 이번 선거는 좋은 선거였다.

 

그리고 그 슬픔과 분노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 분들을 위해 아껴 두시라.


끝.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