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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11. 수요일
요제프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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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특별 번외편이다. 몇 안되는 칭찬 댓글에 흥분, 특별 번외편을 쓰기로 결정했다. 쓰기 전부터 망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지만 일단 써 내려가 보겠다.


필리핀 국기.jpeg


필리핀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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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길어지면 가곤 하는 세부?


바나나.jpeg


아니면 열대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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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 고초를 겪으신 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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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인적으로 필리핀하면 평소 존경해 마지않는 이분이 떠오른다. 요즘 연재물에서 조금 놀렸더니 트위터 DM으로 '곧 응징할테니 마음 단단히 준비하고 있으라'는 협박 메세지를 보내온 김창규 기자다.



유학생 피랍.jpg


몇 달 전 이러한 뉴스를 보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필리핀에서 일어나는 한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뉴스를 보면 자연스레 드는 생각.


“왜 저런데 가는 거지?”

“왜 저런 위험한 데에 애들을 보내는 거지?”

“왜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로 유학을 가는 거지?”


그리고 내가 평소에 하는 생각


“왜 김창규 기자는 딴지 노조를 허가하지 않는 거지?”

“왜 요제프에게는 20대 여성 트친이 안 생기는 거지?”

“왜 고승덕은 락보컬로 데뷔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거지?”


이런 질문들이 머릿 속을 팍팍 스쳐갈 것이다나의 지적 능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 보도록 해보겠다.


사실 필리핀 유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난생 처음 인터뷰라는 것을 해 보았다. 얼마 되지 않는 지인 중 필리핀에서 유학한 이쁜 누나가 한 명 있어서 각종 개드립을 함유한 감언이설로 꼬드겨 인터뷰를 따봤다.



졸라 도움되는 이쁜 누나 인터뷰

(사심 없음)


요제프(이하 요); : 자기 소개 좀 해줘.


누나(이하 누) : 난 중학교 3학년 때 필리핀으로 유학 가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에서 학업을 계속 중인 학생이야. 이렇게 하는 거 맞지?


: 몰라. 편집부가 알아서 하겠지.(편집부 사랑합니다); 그럼누나는 필리핀에 몇 년 있었던 거지?


: 7? 8? . 그 정도 있었어.


: 오래 있었네. 우선 조기유학에 대해 물어볼게. 거기 조기유학 가는 애들은 주로 어떤 애들이야?


: 어떤 애들이긴? 그냥 애들이지. 안 그래도 니가 이 질문 할 것 같아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신기한 게, 부모님이 이혼한 애들이 정말 많아.


: 이혼? 그거랑 유학이랑 무슨 상관이지?


: 부모님이 이혼하고, 재혼하면 애들도 그렇고 부모들도 그렇고 서로 곤란한 상황이 오나봐. 그래서 애들을 필리핀으로 유학 보내는 경우가 많더라고.


: 그럼 떠밀려서 오는 거네...?


: 그런 셈이지딱하지. 애들이 탈선을 많이 하더라고.


: 탈선이라 하면 뭐 어떤 걸 말하는 거야?


: 고등학생 때부터 술, 담배, 마약, 성매매, 같은 거 다하고말도 말어법으로 금지되어 있어도 딱히 제재하는 사람도 없고 하니깐 막 사는 거지.


: 아 그 정도야?


: 대학 가면 더 심해져. 남자들은 고등학교 때 하던 짓 그대로 하고, 애 만드는 애들도 있고여자애들도 똑같애. 동거 하는 애들도 많고. 그래서 내가 필리핀 유학 갔다 왔다고 하면 일단 안 친하려고 하잖아.


: 누나 이거 왠지 유체이탈 같은데?


: 그래도 상관 없어. 나처럼 학교--학교-집 이렇게 왔다 갔다 한 애 아니면 다 이렇다고 보면 돼.


: 그럼 일단 이 이야기는 뒤에 다시 해 보도록 하고... 비용은 얼마나 들어?


: 고등학교는 다 달라. 공립학교는 엄청 싸고, 백인들이 하는 국제학교는 비싸고. 그런 데는 1년에 3천 만 원 정도 하던데?


: ~ 비싸네~


: . 비싸지. 그런 학교는 선생들도 백인이 많고, 학생 중에 미국 애나 유럽 애도 많아. 시설도 꽤 좋고.


: 그럼 누나는 어떤 학교 다녔어?


: 나는 한국인들이 만든 국제 학교. 우리 학교는 국제 학교이긴 한데, 한국 애들이 워낙 많아서... 그래서 그런지 학비가 다른 국제학교 보다 훨씬 싼 편이었어. 기숙사도 있었고 한국 밥도 나오고.


: 한국 밥 나오면 살만하겠네. 그러면 조기 유학생들은 주로 기숙사에 살아?


: 기숙사도 많지만 엄마랑 같이 사는 애들도 많아. 기러기 부부라 그러던가? 여기 집값도 싸고 생활비도 적게 드니깐.


: 그럼 그 사람들이 한인회 같은 것도 만들고 그러겠네?


: . 한인회도 은근 규모가 있지. 그런데 필리핀 사람 중에 이렇게 한인 많은 거를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어.


: ? 한국인들이 와서 돈 쓰고 이러면 좋은 거 아닌가?


: 한국인들이 와서 부동산 값이 많이 뛰었거든. 아직 여기는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런 것보다는 정말 자기가 살려고 사는 것이 많아서그 외에 그냥 한국인들이 와서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고.


: 그럼 대부분 한국인들이 있는 걸 싫어한다는 거네?


: 또 그런 건 아니야. 대부분은 좋아해. 여긴 일단 피부가 하얀 사람을 좋아하거든. TV광고나 이런 데 보면 피부 하얀 모델들이 많을 정도로. 우리를 좋아 한다기 보다는 신기해 한다고 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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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필리핀 광고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필리핀 사람과는 약간 다르게 생긴 사람을 모델로 쓴다.

스페인계 혈통이 많이 섞인 애들이 저렇게 허연 피부를 가지고 있다던데, 확실치는 않다.


: 그럼 치안은 좀 어때? 요즘 사고 많이 나던데.


: 내가 있던 곳은 안전한 편이었어. 여기가 마닐라랑 좀 떨어진 곳이라서. 그런데 치안이 안 좋은 곳은 확실히 안 좋다고 그러더라고. 마닐라 주변이나 저기 민다나오라고 있거든. 거기가 위험하다던데그래도 위험한 쪽으로 안 다니면 그래도 안전한 편이야.


: 그럼 혹시 필리핀 살면서 위험했던 기억 있어?


: 내 친구가 집 앞에서 택시를 탔는데 뒷자리에서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났대. 그 택시가 해치백인가? 하여간 그거 개조한 택시였거든. 그래서 뒤에 트렁크가 크게 있는데 관광객들한테 강도질 할 때는 거기에 누가 숨어있다가 총으로 위협한다 그러더라구. 내 친구가 평소 조심성이 많아서 바로 눈치채고 집에 뭐 두고 왔다고 말하고 얼른 택시에서 내렸는데 그 택시가 집 앞에서 계속 기다리더래. 친구 나오면 태우고 가려고. 그런데 뒷자리에 누가 타고 있는 걸 봤대. 큰일 날 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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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코롬 생긴 택시다.


: 누나가 당할 뻔한 적은 없어?


: 나도 택시타고 집에 가는데, 이 택시기사가 빙 둘러서 가는 거야. 그래서 막 따졌는데 주머니에서 총을 슬쩍 보여주더니 막 고함을 지르더라고. 쫄아서 바로 내렸지.


: 아니. 아까는 안 위험하다더만. 들어보니 위험한데?


: 이 정도 사건은 미국에도 일어나지 않아?


: 뭐, 그렇긴 하네. 미국에도 여자 애들이 자주 이런 일 당하니깐...


: 한국이 짱이야. 밤에 여자 혼자서 술 먹고 지하철 탈 수 있는 나라가 세계에 몇이나 되겠어?


: 누나가 옳음. 아 맞다. 거기 한인 중에 한국에서 범죄 일으키고 온 사람 많지 않아?


: 어, 많더라. 나도 몰랐는데 매주 교회에서 보던 사업하던 집사님이 갑자기 사라지고 그러더라구. 알고보니 한국에서 사업하다가 망하고 도망쳐 왔다가 여기서 사업 시작했는데 또 망해서 도망쳤다 그러더라. 여기 그런 사람들 꽤 많아. 처음 사업 시작할 때 돈이 많이 안 드니까 일단 일을 벌이고 보는데, 잘 안되는 경우도 많고.


: 그럼 그 한인 납치단이나 그런 사람은 본 적 없지?


: 내가 그런 사람을 봤으면 살아있겠냐?


: 미안. 그럼 필리핀 대학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돈은 얼마나 들어?


: 마닐라는 학기에,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 마닐라 말고 다른 데는 30만 원 하는데도 있고. 생활비는 1인당 100만 원에서 120만 원 정도 든다고 보면 돼.


: 생활비가 은근히 많이 드네?


: 여기가 물가가 싼 것 같지만 전자제품 같은 건 가격이 한국하고 비슷해, 더 비싼 경우도 많지. 음식 재료도 시장에서 사는 게 아무래도 꺼림직해서 대형마트에 주로 가는데, 거기 물건이 그렇게 싸지는 않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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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표 쇼핑 체인 sm시티 이다.


: 한국 대학하고 필리핀 대학하고 다른 점은 어떤 게 있을까? 좀 쎈 걸로 가자.


: 쎈 거? 필리핀 대학은, 게이하고 미혼모가 많은 것 정도?


: 좀 약한데?


: 교수님도 게이가 많고, 학생들도... 약해?


: 약한 듯. 그럼 한국 애들 망하는 이야기를 해보자. 주로 어떻게 망하는지.


: 거의 실패 한다고 봐도 돼. 마리화나, LSD, 성매매이건 아까 말했지? 여자들은 동거하는 애들도 정말 많고, 남자 애들은 성매매 하다가 매독 걸리는 애도 봤어.


: 매독?? ~ 좋아 좋아. 더 없어?


: 남자 애들 중에 필리핀 여자친구 사겼다가 애 만드는 경우도 은근 많고한국 여자 애들도 임신 많이 해.


: 그럼 어떻게 돼?


: 한국으로 도망가거나 부모님한테 소환되지.


: 아, 그게 그 코피노 이야기랑 연결이 되는 구나그럼 실패할 확률을 간단한 숫자로 하면 어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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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에 대한 것은 좀 더 이슈가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파악된 코피노 수는 2011년 기준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계속 증가하는 중이다. 이들의 아빠는 대게 10~20대 유학생으로 파악된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 남자는 대 2? 이거도 많은데? 9 1? 여자는 그나마 좀 낫구. 근데 거기서 거기야. 그래도 부모님하고 같이 온 경우엔 좀 나은데, 혼자 온 경우, 망할 확률이 엄청나지. 여자 애들은 친구가 중요해. 조신하고 순진한 애도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한 순간이더라구. 항상 친구가 중요한 거야~


: 그럼 그렇게 놀고 그러는데 대학 졸업은 잘 해? 못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 그러니깐 말야. 그래서 교수들이 한국 애들 싫어해. 대놓고 자기는 한국 학생들 싫어한다고 첫 수업 때 말하는 것도 종종 봤어. 수업 오지도 않고 점수 잘 받으려 든다고대출도 엄청 많이 해대학 졸업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애들도 많이 봤고, 아는 사람 중에 7년 째 대학 다니는 사람도 있고 그래.


: 학부를 7년이나? 휴학 안 하고 7년 째라는 거지? 대단하네.


: 그래도 군대 갔다와서 정신차려서 안 짤리고 있는 거야. 여러번 짤릴 뻔했어.


: 그럼 대학 졸업 못하고 한국 간 애들은 뭐해?


: 일하지.


: 무슨 일?


: 잘 몰라. 그런 애들이랑 연락 안 해.


: 그럼 대학 졸업하고 간 친구들은? 취업은 잘 된대?


: . 아무래도 영어는 한국 애들 보다 잘하니깐. 근데 면접관이 외국인일 경우 붙을 확률이 더 높대.


: 그건 왜 그렇지?


: 한국 면접관은 필리핀에서 유학 했다고 하면 일단 밑으로 깔아본다더라고. 그런데 외국인은 그런 편견이 없으니깐 회화 잘하고 외국 경험 있는 필리핀 유학생 애들을 선호하는 편이고.


: 결국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안 좋다는 거네?


: . 많이 나쁘지. 필리핀에서 유학한다고 하면 일단 개무시하는 사람이 많으니깐.


: 일단 대충 궁금한 것은 다 물어본 것 같은데 추가로 하고 싶은 말 있어?


: 한국 사람들이 필리핀 유학생들한테 편견을 갖는 게 좀 아쉬워. 물론 여기 애들이 잘못 하는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전부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 하는 건 안 했으면 좋겠어. 열심히 하는 애들도 있는데 말이지.


: 혹시 필리핀 유학을 오고 싶어하는 애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줄 것 같애?


: 자기 자신을 컨트롤 할 자신 없으면 오지 말라고 해주고 싶어. 인생 망가지는 것 한순간 이거든. 여기 학비도 싸고 괜찮은데, 애들이 너무 쉽게 망가지는 듯...




조기유학, 좋은 선택인가?


의아할 수도 있다.


'요제프 이놈이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필리핀 유학을 이야기 하면서 필리핀 유학생을 까는 이유가 뭘까?'하고 말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필리핀 유학이 조기 유학의 '어글리'한(Ugly, 이 단어에 맞는 적당한 한국 단어를 찾기 힘들었다 굳이 하나 대자면 일그러진? 정도가 되겠다)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나라로 가는 조기 유학도 필리핀 조기 유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서 유학을 하면 한국에 돌아와 대우를 잘 받기 때문에 그 모습이 좀 덜 '어글리'해 보인다는 점 정도가 있겠다.(더 이상은 아니지만)


많은 조기 유학생들이 유학에 실패한다. 난 내 또래보다 어른들과 대화가 더 잘 통하는 지라 평소 어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연스레 조기유학에 대한 나의 의견을 묻는 질문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들은 주로 "요제프야 너는 니 자식들 조기유학 보낼 거냐?" 같은 형태로 물어온다나의 답은 항상 "아뇨. 저는 절대 제 아이를 조기 유학 보내지 않을 거예요" 였다.


지금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내 동생도 조기 유학에 실패 했다. 홈스테이를 하던 백인 할머니는 히스테리를 부려대며 동생을 잘 돌봐주지 않았고, 학교에 적응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1년 짜리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님은 6개월 만에 동생을 한국으로 다시 데리고 오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또래들 보다 1년 늦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지만 다행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대학에 즐겁게 다니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그때 부모님이 훌륭한 결정을 했다는 것을 떠올리곤 한다.


만약에 내 동생이 계속 미국에 남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내키지 않는 상상이지만 지금 동생의 모습보다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이런 나의 주장에 '하지만 성공할 확률도 있지 않은가?'라며 반박할 수도 있다.


확률이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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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유학


모든 조기 유학은 도피유학이라고 생각한다.('모든'이라고 하면 또 누군가 '난 아닌데?' 라고 할 수 있다. 내 단어 선정에 불만인 당신은 '대부분'이라고 읽어도 좋다.); 커다란 이민 가방 두 개를 끌고 공항으로 향하는 어린 학생들은 모두 무언가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 각자가 무엇으로부터 도피하느냐에 따라 출국하는 모양새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누구는 자신을 괴롭히는 성적표로부터 도피하는 걸 수도 있고, 누구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으로부터, 또 누구는 극성 맞은 자신의 부모로부터 도피하는 것 일수도 있다.


한국에서 도피유학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출국 직전에 받은 성적표이다. 나의 경우 다행히 중학교 성적이 썩 괜찮아 도피유학이라는 욕은 먹어 본 적이 없지만 실은 내 유학도 도피유학이었다고 생각한다. 평소 학교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방과 후엔 주로 교과서가 아닌 책만 뒤적거리던 나에게 앞으로 다가올 고등학교 생활은 악몽 그 자체였다. 사실 우리 모두 중학교 성적표에 쓰여진 시험점수는 인생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도피유학이라는 단어는 단지 실패한 유학생들을 규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일 뿐이다.


사춘기를 갓 넘긴 아이들에게 타향살이는 고된 것을 넘어서서 가혹하기까지 하다. 이러는 도중에 많은 학생들이 우울증에 빠지거나, 앞에서 말한 '탈선'의 구덩이에 빠지곤 한다. 그들을 잡아먹을 것처럼 겁주던 그 어떤 것으로부터 도망쳐 외국으로 온 아이들은, 어느 순간 이 세상에 홀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그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곤 또 다른 도피처를 찾아 헤맨다.


필리핀 유학은 조기 유학으로부터 볼 수 있는 '어글리'한 모습을 고루 보여주고 있는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필리핀으로 유학 가는 아이들은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필리핀을 택한다. 아무래도 북미나 호주 보다는 돈이 훨씬 적게 드니깐. 인터뷰에도 나왔듯이 필리핀을 선택하는 아이들 중엔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이 많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혹은 한국 사회로부터 도망쳐 나온 어린 아이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섬나라 타향살이를 시작하고, 상당수가 탈선한다. 물론 모두가 탈선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아이들조차 한국에선 '후진국에서 유학했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여 우리 사회의 주변을 맴도는 실정이다.


미국 유학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불어왔던 미국 조기유학 바람을 타고 유학을 떠났던 아이들이 이제 곧 각자의 졸업장을 손에 쥐고 썰물처럼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89년생의 조기유학 열풍과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이제 해외 유학생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것이고, 대학 랭킹 같은 하찮은 자료를 가지고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해대기 시작할 것이며, 그 경쟁에서 뒤쳐지는 자들이 생겨날 것이다그들의 주변에선 '유학도 갔다온 놈이 집에서 쳐논다.'며 수근거릴 것이다.



난 과연 우리 사회가 이들을 모두 포용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오래 전부터 민족주의적인 성격을 강하게 띄어온 우리나라인지라 외국인에 대한 전근대적 사고방식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자국민에게까지 이렇게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마 우리나라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P.S 다음편은 예고한대로 외국인 학교 편이다아직 딱히 답변을 하고픈 질문이 들어오지 않았다없으면 없는대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요제프K
트위터 : @josefK44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