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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25. 수요일

육두불패 dushbag







편집부 주


이 글은 육두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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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도대체 그게 뭐냐. 나는 좆도 모른다.


세상에 연애의 비법이니, 연애세포니 떠드는 게 먹혀드는 이유는, 사실 너와 나의 계획 따윈 사실 좆도 상관없다는 소리다. "내가 이래서 사귀었고, 결혼했다." 이런 종류의 말은 사건의 재구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나는 주장한다. 공식이 있을 리가 없잖아. 성공한 사업가의 자서전처럼 말이다. 사랑하기는 했나 돌이켜 보면, 글쎄다. 제대로 내가 좆되는 용기보다는 그냥 좆질에 따라 움직였다.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역시나 글쎄다.

 

대화는 대화가 없을 때 그 대화의 질을 판단할 수 있다.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잔을 기울이고, 둘이 있으나 혼자 있다고 느껴질 만큼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대화 없는 그 시간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고 그냥 흐르게 놔둘 수 있는 틈이 편안한 그런 느낌적 느낌.


조용한 그 순간, 나는 방귀를 뀌었다. 나는 조금 민망해졌다. 소리가 꽤나 구성지더라.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일만큼. 덩기덕 쿵더러러. 


여자가 시쳇말로 빵 터졌다. 여자의 콧구멍으로 맥주가 흘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사이 좋게 콧구멍으로 맥주를 뿜었다. 서로 기침을 하면서 켁켁 거리며 사래가 들렸다. 어깨 동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살다보면 아주 희귀한 그런 소중한 순간이 있다.



"좁은 틈으로 나오는 존재의 울림은 감출 수 없기 마련입니다."



말을 하는지 방귀를 뀌는지, 평론가 종, 문어체 속, 병신 목, 찐따 류의 말을 나는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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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을 저축한다는 소설이 있는데. 저작권이 등록이 되고, 그 혼잣말을 쓸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건데. 어쨌든, 방구는 혼잣말과 비슷해요."



여자는 깔깔대며 내 말을 받았다. 독창성 있는 방구라는 말인가. 그 이상한 소설에서 등록해도 될 만큼? 내 방귀에서 다른 주제를 꺼낼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이 친구는 왜 오지 않는 거죠? 연락해 봤나요?"



여자에게 물었다.



"글쎄요."



여자는 남의 일처럼 대답했다. 여자의 심드렁한 태도에 나는 안도했다.



"이상해요. 사람들은 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거죠?"



여자의 말에 나는 뜨끔했다.



"'이번 주말에 한 번 저녁이나 먹자' 이런 말들. 마음 없는 예의가 짜증이 나요."



나는 다시 안도했다.



"그 친구가 원래 그래요. 그... 사회 생활을 잘 하죠."



나는 본능적으로 화살을 그 '남자'에게 돌렸다.



"그렇죠? 사회 생활은 참 이상해요. 거리 조절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여자는 종알종알 잘도 떠들어댔다. 나는 그 입술에 맺힌 광택의 촉감과 맛이 궁금해졌다.



"거리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잖아요."



내 말에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편안한 침묵이 있는 대화는 이제 삐그덕 거리는 스릴러 영화의 효과음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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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 친구 기다려요?"


"네? 아니요."



여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니 요'는 지나치게 음이 높았다. 술을 더 마셨다가는 닭 쫓던 개새끼의 서글픈 낑낑거리는 소리로 점철된, 여자를 향한 개수작으로 채워질 것 같아 나는 자리를 그만 파하고 싶었다.



"그만 일어날까요?"



나는 개수작을 하지 않기 위해 여자를 향해 짖었다.



"벌써요?"



여자는 당황했다. 여자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인류애는 쓸데없으면서도 강력하다. 여자와 함께 그 자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저기, 우리 다른 데서 술이나 한 잔 하면서 기다릴까요?"



여자는 지쳤는지, 부정에서 분노로 넘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었다. 나는 분노의 과정이 어떨지 알고 있었다. 여자와 함께 길을 걸었다. 괜찮아 보이는 이자까야에 들어갔다. 여자는 테이블에 앉자 마자 이것저것 주문했다. 분노의 식탐. 분노의 음주. 분노의 뒷담화. 여자의 주제는 역시나 그 자식. 여자가 더 취하기 전에 여자에게 물었다.



"그 친구 좋아하죠?"



나는 여자를 수용의 단계로 이끌고 싶은 오지랖 또는 잔인함에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나는 닭에게 짖었다.



"네?"



여자는 잠시 얼음.



"누군가에게 상처받을 때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 보면, 답이 나와요."



나는 멀쩡한 표정으로 입으로 방귀를 뀌어댔다. 여자는 갑자기 울듯한 표정이 되었다. 알고 보면 인간은 모두 찌질한 거짓말쟁이라 떠들던 어떤 작가의 말이 역시나, 언제나 그렇듯 옳았다. 여자는 예상외로 많이 취해있었다. 전작이라 해봤자 맥주 300 하나에 여태 소주 두 잔인데. 이건 반칙이야. 여자에게 말해봤자 개소리. 여자는 훌쩍였다. 인류애 씨발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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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자꾸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나. 남자 앞에서 우는 여자는 꽤나 볼 만한 구경거리였고, 좋은 안주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여자가 울면 남자는 머리가 완전히 비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자의 눈물은 비기(秘技). 나는 어쩌라구 니미. 위로는 상처에 보드카. 소독이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에 취해 자기연민에 폭주. 자, 텔레토비 친구들 이제 그만. 이런 순으로 가까스로 여자의 눈물이 그쳤다.



"고마워. 너 괜찮은 녀석이구나."



여자는 사우나에 갔다온 상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끄럽고. 그냥 조용히 집에 택시 타고 가라."



여자와 나는 그렇게 반말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정말 갈까? 너 사실 내가 마음에 들지?"



여자가 물었다.



"뭐?"



나는 방귀 소리는 숨길 수 있지만, 냄새는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문득 울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자에게 물었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여자와 나는 택시를 집어타고 내 집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우리는 말이 없었다.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내가 취해서 욕구불만의 환상을 보는 건가. 아니면 이 여자가 취해서 만들어낸 환상에 내가 동참한 건가로 시작해서.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 서로 드렁치기 얽혀진 듯 불꽃 섹스 함 해보세, 로 결론을 내려가고 있었다.



"무슨 생각해?"



여자가 택시 안에서 물었다. 그러니까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자문을 시작했다기보다는.



"글쎄.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놈일까?"



반문을 시작했다.



"혼잣말이야? 대답이야?"



여자는 내 반문에 다시 질문을 던졌다. 택시 기사는 룸미러로 우리의 대화를 훔쳐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는 답을 아슈? 나는 눈빛으로 질문을 던졌다. 둘은 도대체 무슨 사이유? 택시 기사의 끈적한 눈빛 질문이 돌아왔다. 여자의 눈빛은 나를 꾸준히 바라보면서 나에게 대답을 종용했다. 룸미러 안에서 우리는 반사되는 질문 속에 갇혀 있었다. 반사 반사 무지개 반사 속에 찌찌뽕의 합의 따위는 없는 거냐? 할 쯤, 집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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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택시에서 내리지 않았다. 말없이 자신의 가슴 위에 팔짱 끼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택시 기사의 눈빛에는 흥미진진함이 빛났다.



"해장이라도 하고 가. 근처에 괜찮은 식당 있어."



내 말이 끝나지 마자, 택시 기사가 무뚝뚝하게 말을 이었다.



"OO식당 말하는 거죠? 거기 콩나물 해장국 죽이던데."



아저씨가 센스 있다. 여러 동네에 있는 맛집 정도는 알아야 역시 프로 택시 기사지. 



"잔돈은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현금을 탈탈 털어 아저씨에게 건네며 나는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여자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택시에서 내렸다.



"해장만 하고 가. 나 혼자 먹기 싫어."



나는 나와 떨어져 걷는 여자에게 칭얼거렸다.



"됐어. 피곤해졌어. 니 집에 가자. 내가 침대에서 잘 거야."



여자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집으로 들어온 여자에게 커피를 마실 건지 물었다. 여자의 대답은 홍차였다. 홍차는 없었다.



"녹차는 어때?"



대답이 없었다. 물을 올리고, 거실을 배회하고 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편하게 앉아."


"됐어. 화장실 어디야?"



나는 화장실로 여자를 안내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 옷장에서 여자가 입을 만한 옷을 골랐다. 빨래를 하지 않아 그나마 입을 수 있는 무릎이 튀어나온 트레이닝복과 반팔 하나를 찾아냈다. 여자는 화장실에서 아직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 안에서 개수대에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소변 소리를 가릴 만큼 여자가 취하지 않아 다행이었고, 그런 행동을 했을 여자가 귀여웠다.  만약 다음에 만난다면, 서로 어색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화장실에서 소리가 들렸다. 개수대의 물소리조차 그 호쾌한 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푸드드드드드덕. 익숙한 소리. 평화를 향한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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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흡. 나는 입을 틀어 막았다. 이 상황에서 웃는 소리가 들린다면, 여자가 얼마나 무안하겠는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지. 흐윽흐윽. 숨을 참고. 조국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자. 문창극이 형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가까스로 숨을 가다듬었다. 나는 온 정성을 다해 경건한 생각을 하면서 흐느끼며 녹차를 탔다. 그리고 녹차가 다 식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다. 혹시 쓰러진 건가? 치질이라도 있어 피라도 쏟았나? 극단으로 달려가는 내 상상력을 붙잡았다.



"저... 저기. 괜찮아?"



대답이 없었다. 문에 귀를 대보았다. 숨소리가 들렸다. 잠이라도 자나? 진짜 쓰러진 건가? 저대로 내버려둬야 하나? 슬슬 걱정이 됐다. 가장 얇은 드라이버를 가져다 문고리 구멍에 들이밀었다. 문이 툭하고 열렸다. 여자는 욕조에 걸터 앉아 있었다.



"저기 괜찮아?"



여자는 머리가 헝클어져 고개를 숙인 채 나에게 말했다.



"나 집에 갈래."


"왜?"



나는 변기 뚜껑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



"그래? 갈래? 몸이 많이 안좋아?"



여자를 보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여자는 나에게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래. 알았어. 걱정하지마. 이걸 누구한테 이야기한다고."



여자는 머리가 봉두난발이 된 채로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홀로 그 상황을 겪었을 여자의 고민과 고통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져왔다. I see you.(아바타의 그 느낌적 느낌)



"나도 그런 적 있어. 여자친구네 놀러갔다가..."



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여자의 눈초리는 살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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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뚜러뻥 하나 없어?"



여자는 분노했다. 나는 여자 옆에 걸터앉아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괜찮아."



연애랍시고 일방적으로 내가 싼 똥들이 생각났다. 얼마나 내 위주, 내 방식, 내 꼴값이었나. 자존심과 가오와 지랄의 잔치가 상대에게 준 상처는 무궁무진해서 나라는 에고 덩어리 변기는 언제나 막혀 있었다.



"까짓 똥이 뭐라고. 그동안 살면서 내가 싼 짓거리는 똥보다 더 드러워."



혼잣말은 역시 참을 수 없었다. 방귀처럼.



"그만해."



자가 짜증을 냈다.



"알았어. 알았어."



나는 아는 게 없으면서 말로만 아는 척이다.



"저기. 뚜러뻥 사러 갈래?"



여자가 갑자기 결의찬 어투로 말했다.



"이 시간에 어디서 사."


"잘하면 편의점에 있을 수도 있어."



여자의 낙관이 나는 부러웠다. 질투도 느꼈다.



"저기... 내가 알아서 할게. 베란다에 뚜러뻥 있으니까."



나는 이상하게도 죄의식을 느끼며 여자에게 고백했다.



"그래? 어서 내 놔. 내가 할거야."



여자의 목소리에서 힘이 넘쳤다.


여자는 화장실 문을 닫고 새벽 내내 청소를 했다. 나는 맥주를 더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중간 중간에 방귀를 뀌었다. 뚜러뻥의 공식 명칭은 뭔가 생각하다, 여자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를 불렀다. 화장실은 정말 깨끗했다. 여자는 무릎이 튀어나온 트레이닝 바지에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콧등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자랑스러운 표정이 입가에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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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하다."



혼잣말은 방귀처럼.



"뭐?"


"나랑 연애하자."


"뭐래."


"결혼도 괜찮겠다."


"미쳤어? 싫어."



여자가 짜증을 냈다. 여자의 찌그러진 미간을 가슴에 안고 싶었다. 건강한 땀을 핥고 싶었다. 여자의 짜증을 듣고 살고 싶었다.


사랑해. 


뭐래. 뭘 안다고.


꼭 알 필요 있나.


뭐래.


사랑해.


뭐래.


가진 것 없고, 아직도 월세고, 통장은 비었고, 아마도 널 고생시키겠지만, 나는 너를 닮은 아이를 데리고 함께 살고 싶다.


뭐래.


그러면 우리 타협 하자. 연애로.


뭐래.




"딱 너네. 존 스노우."



여자는 왕좌의 게임을 보다 나에게 말했다.



"내가 어두운 면이 있고 좀 잘 생겼지."


"좆도 아는 게 없는 점만 똑같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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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나는 아는 게 좆도 없다. 그럼 어때. 왕좌의 게임을 같이 볼 때 우리는 행복하다. 자빠져서, 서로에 기대어서, 방귀도 뿡뿡 뀌면서, 언젠가 너랑 헤어질 거야. 여자가 그렇게 말해도. 뭐 어때. 언젠가 그럴 때가 오겠지. 나는 좆도 모르니까. 나는 여자에게 대답한다.


뭐래. 나보다 어리면서 어디서 반말이야. 오빠라고 불러.

 


우리는 아직도 고도를 기다린다. 아마도 고도를 우린 계속 기다릴 것이다.

 





 

 


편집부 주


 


게시판의 글이 3회 이상 메인 기사로 채택된 'dushbag' 님께는 가카의 귓구녕을 뚫어 드리기 위한 본지의 소수정예 이비인후과 블로그인 '300'의 개설권한이 생성되었습니다. 


'dushbag'님께서는 딴지일보 대표 메일(ddanzi.master@gmail.com)로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와 메일 주소를 보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조만간 필진 전용 삼겹살 테러식장에서 뵙겠습니다.



 

 



 

육두불패 dushbag


편집 : 퍼그맨